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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주점에서
언제였던가 조그마한 생맥주 술집에 들어간 적이 있습니다. 하늘엔 잿빛구름이
그 무엇인가 걸려있는 평범한 호프집에 통나무로 된 탁자가 놓여 있었습니다.
무심히 걸터앉은 탁자에선 금방이라도 아낙이 술을 빚으며 달려 나올 것만 같았습니다.
수많은 세월이 지나간 듯 여기저기 팬 틈새에선 질곡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었습니다. 탁자를 빗겨간 수많은 세월의 흔적들. 한번 지나가면 영원히 되돌릴 수
없을 것만 같은 세월들.
그속에 함께 묻은 쓰러질 듯 아픈 가슴에 상처도 보석 같은 눈물을 쏟았을 벅찬 환희와
희열의 순간들도 그탁자위에서 함께 보았습니다.
그러나 결코 되돌릴수 없을 것만 같은. 그 세월들은 어느 순간 또다시 우리 곁으로 다가오고
있는 것을 알게 됩니다. 수많은 실수를 반복해서 거듭나는 인간이 되는 것처럼 세월 또한
가고 오며 를 반복하면서 우리들에게 그 무엇인가를 일깨워 주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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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자
수많은 세월이 지나간 허름한 탁자에선 금방 이라도
아낙이 술을 빚으며 달려 나올 것만 같다.
어느 구석에선가 추억이 손짖하며
내 손을 잡을 것도 같은데
여기저기에서 묻어나는 빛바랜 흔적들.
희뿌연 담배 연기 속에서 애환과 갈등을 달래며
한잔술에 시름을 잊던 그 시절들.
아름다운 사랑의 나눔도 서글픈 이별의 순간들도
함께 녹아내린 탁자 위에
추억의 상흔에 기억이 가슴에 아련히 젖어든다.
세월은 흘러도 허름한 탁자들은 그대로 남아
또. 누군가에게 술을 빚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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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uis Armstrong - La vie en rose
재즈의 황제 루이 암스트롱은 빈민가에서 창녀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가 열한 살 되던 해 불꽃놀이에 들뜬 나머지 거리에서
의붓아버지의 38 구경 권총을 난사하지 않았더라면
그는 뉴올리언스에 넘쳐나던 여느 흑인들의 인생과 비슷하게 세상을 살다 갔을 것이다.
이 권총 장난으로 그는 소년원에 갔고 악기 코넷을 접하게 된다.
그는 코넷에 흠뻑 빠져들었다. 더 좋은 트럼펫 소리를 내기 위해 그는 자신의 입술을 찢고
이 덕에 '사치모' (아가리 정도로 번역이 될까)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였다.
그는 곧 명연주자로 이름을 떨친다.
그가 미시시피 강 유람선에서 뉴욕으로, 그리고 시카고로 진출하여 재즈 열풍을 불러일으키고
그 자신 스타가 된 이야기는 길게 할 것이 없겠다.
그는 '예술가' 대접에 대해 거부감을 표했다.
오히려 엔터테이너로서 관객에게 신명을 선사하는 역할을 좋아했다.
그래서였을까 그는 흑인 후배 음악가들로부터는 "백인의 광대"라는 비하를 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역시 흑인이었다.
그는 미국 국무부가 기획한 소련 공연 참석을 거부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남부에서 우리 흑인에게 해 대는 것처럼, 연방정부는 지옥에나 가라." /(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