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남정맥9구간(배티재-570봉-오항리고개-인대산-622봉-473봉-440봉-백령고개)
1.일시: 2014년 11월 15일 토요일
2.참가인원: 언제나 한결같이 바람, 그윽한 미소 그리고 나
3.날씨: 가을의 복판에 들어서면서 시리도록 파랗고 높은 가을하늘이 우리에게 안복을 안긴다.
4산행거리 및 시간: 10:54:47~ 17:16:50(06:22:03)
이동,도상거리: 7.81km, 6.90km
평균속도 휴식포함: 1.23km/h
휴식제외: 1.86km
고도: 665~ 357(308)m
오르막거리, 속도: 3.67km, 2.71km/h
내리막거리, 속도: 3.25km, 3.10km/h
휴식횟수, 시간: 3회, 02:09:34
gps 오류 횟수(터널 포함): 2회
출발
올 오월에 부여 백마강변의 구드레나루터를 출발한 이후 두개의 계절이 능선을 이어가면서 지나갔다. 어느새 금남을 포함해서 벌써 정맥을 다섯개째를 이어오고 있는 것이다. 처음엔 우리가 할 수 있을까 정맥을 할 수 있는 체력이 될까 의심에 의심을 더해 주저 주저했었다.
그러나 지금의 우린 어떠한가?
능선에 들면 그 능선에 녹아 아무리 훌륭한 풍광을 만나도 호들갑 떨지 않으며 그저 오감을 열어 산천초목을 음미할 뿐이다.
힘들면 힘든 대로 편한 길이면 편한 길 대로 마음의 끄달림 없이 받아들이는 그런 경지까지 온 것이다.
이제 금남도 길게 잡아야 세번 정도면 애증의 이별을 해야 하고, 정맥중 가장 짦은 금남호남을 섭렵하면 우리에게는 이제 가장 긴 백두가 있고, 낙동, 호남, 낙남 이렇게 네개의 정맥만이 우리에게 남는다.
시작이 반이라더니 한북에서 정맥에 들던 2010년 3월부터 지금까지 어언 4년 8개월여를 정맥 능선에서 울고 웃었다.
위험했던 고비도 있었고 힘들었던 구간도 부지기수지만 우린 지금 정맥의 능선상에 천지신명의 가호로 아무 탈 없이 잘있다.
지금도 정맥을 처음 시작할 때 주저하지 않고 시작했던 일이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 이유는,
그만큼 우리 산천경계를 능선을 통해 알아가고 이어간다는 것이 충분히 가치있고 할만한 일이기 때문이다.
가만히 앉아 회상을 할라치면 정맥의 면면들이 주마등처럼 기억 저편에서 뭉게 뭉게 피어오른다.
늙어 꼬브라진 후에도 이런 추억의 창고에서 슬금 슬금 산행의 추억 한자락을 끄집어 내어 곱씹으며 늙어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저무는 가을 또 한번 우리의 가을이 이렇게 우리 곁을 떠나고 있다.
오전 아침 7시 용산에서 1401호 목표행 호남선 무궁화를 타고 서대전을 가기 위해 우리의 안빈낙도 회원들이 모였다.
그래봐야 달랑 셋이지만 우린 결코 외롭지 않다. 같이 하지는 못하지만 정맥을 같이 하고픈 보이지 않는 많은 사람들이 있기에 쓸쓸하지 않다.
기차간은 우리들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늦가을 정취를 만끽하려, 제각기 가고자 하는 목적지에 대한 설레임을 안고 출발을 기다리고 있다.
우리 주변은 아줌아부대가 포진하고 있는데, 이빨하면 절대 꿀리지 않는 천군만마 '바람' 과 '그윽한미소' 가 우리에겐 있질 않은가!
나혼자 따로 떨어져 서대전까지 가는 동안 이 왕 이빨들은 주변의 아줌마 부대를 압도하며 쉬임없이 이빨를 까면서 내려왔나보다.
내릴 때 주변을 둘러보니 아줌마 부대의 눈초리들이 헐! 하고 혀를 내두르는 것 같다.
잠도 안자고 정말 쉬임 없이 까는 이빨! 어찌 저리 레퍼토리도 다양할까?
서대전에 도착하여 서부터미널에서 배티재 가는 34번 버스를 타기 위해 택시를 탔다. 34번 버스 출발이 9시 40분이라 '바람' 과 손에 손잡고 밀어내기 한판을 했다. '바람' 은 여전히 쾌변에 문제가 있는 지 화장실에서 전쟁중이다.
34번 버스는 대전을 관통해서 대둔산 배티재를 가기 때문에 사람들로 발디딜 틈도 없이 만차다. 그 와중에도 잽싼 '그윽한 미소'와 나는 자리를 잡았는데 '바람' 은 엉거주춤하며 자리를 못잡았다. 40~50분을 꼬박 서서 갈 판이다. 어쩌겠는가 감수 할 밖에...
배티재 도착 시간이 거의 11시경이었다. 대둔은 바야흐로 늦가을 정취에 흠뻑빠져 있다.
정맥길은 진산 자연 휴양림 들어가는 길 오른쪽 옆 능선길로 열려있다. 대첩비도 서있고 이곳에서 보는 대둔의 정상 부위는 설악을 방불케한다. 능선길을 접어드니 낙엽들로 매우 미끄러웠다. 내리막도 그렇고 오르막도 그렇고...
오늘도 우리의 산행 여정이 만만치가 않으리라는 예감이 든다.
570봉에서 잠시 쉬면서 '그윽한미소'표 곳감을 먹었다. 인적이 드문 곳에 한여인네가 이어폰을 끼고 정상에 앉아있다.
언듯보니 아픔을 안고 치유차 산에 오른 것 같다. 눈인사라도 했으면 곳감을 나누어 먹었을텐데 도대체 눈길을 주지 않는다.
슬픔이나 아픔에 갇혀있는 것 같기도 하고...
방해하지 않기 위해 얼른 곳감을 먹고 우리의 갈길을 재촉한다.
이구간 내내 나뭇가지에다 알 듯 모를 듯한 글들을 써서 나무에 붙여놓았다. 이 글들을 읽으며 가느라 510봉의 갈림길에서 정맥길을 놓치고 직진하는 바람에 20-30분 시간을 까먹고 되돌아서서 원정맥길로 회귀했다.
경험상 느끼는 것이지만 잘못든 길이라면 새길을 내는 것보다 되돌아가 길을 복기하는 것이 훨씬 현명한 판단이다.
여태까지 해왔던 산행중에서 새길을 내는 것은 항상 고난의 가시밭길이었다. 그러니 난길과 내야 할 길과는 확연한 차이가 나는 것이다.
-서산대사-
踏雪野中去 눈덮인 광야를 걸어갈 때
不須胡亂行 모름지기 함부로 걷지 말지어다
今日我行跡 오늘의 내 발자국이
遂作後人程 마침내 후인의 이정표가 되리니
그러니 후인을 생각해서 함부로 길을 내서는 안된다.
오항리 고개 근처에서 점심을 먹었는데 '그윽한미소' 가 집에서 싸온 김밥 두줄씩이랑 막걸리 두병, 라면 두개 오면서 먹은 간식까지
양이 많아 식신들이 김밥 세줄을 다 남겼다.
배 터지게 먹은 배로 인대산 666봉 가파른 고지를 치고 올라가니 라면이며 김밥이 입밖으로 튀어나올 판이다.
오항리고개 이후에 스마트폰 gps가 오작동을 일으켜 백령고개 도착할 때까지 말썽을피웠다. 인대산 가는 도중에 정맥꾼들을 만났는데 백령고개에서 오는 중이라며 헤드랜턴을 준비해야 할 만큼의 거리가 남았다고 엄포를 놓는다.
우리보다 다들 연배도 높아 보이고 설마 우리보다야 주력이 늦겠지 하고 생각했는데 나중에야 우리의 착각이란 걸 알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리의 백령고개 도착 시간이 7시 30분이었던 것이다.
그양반들이 예상했던 것이 딱 맞아 떨어졌다.
갈길은 먼데 이곳 인대산 정상에서 또 한번 알바를 했다. 인대산 정상을 찍고 되돌아 나오다가 왼쪽 가파른 내리막 길을 잡아야 하는데 그냥 내쳐 직진을 해버린 것이다. 그 끝은 낭떠러지다. 거의 다 가서야 길이 아님을 알고 되돌아 나왔다.
인대산 지나서 식장지맥 분기점 부근에서 부터 날이 어두워지기 시작하여 헤드랜턴을 장착하였다. 허나 가을 낙엽이 수북히 쌓인 등로에 랜턴불을 비추니 모두 다 등산로로 변했다. 길을 구분할 수가 없다. 오감을 다 열어놓고 길을 잃지 않기 위해 신경을 곤두세웠다. 식장지맥 분기점을 기점으로 622봉을 치고 올라가 내리막 갈림길인 473봉에서 또 한번의 위기를 맞았다.
길이 안보이는 것이다. 전부 낙엽에 덮여 분간을 할 수가 없었다. 리본이 분명 달려 있는데 길은 없다. 멀리가지 않는 선에서 각자 찢어져 능선길을 헌팅하는데, 오른쪽으로 가파른 내리막길만이 맞는 것 같다. 만약 그길이 아니라면 우리는 오늘 집에 갈 수가 없다. 다행히 더듬어 내려가니 정맥 리본이 달려있다.
마음은 급하지, 길은 안보이지, 갈길은 가름이 안되지, gps도 안되지, 우리의 위치를 알 수가 없다.
어느새 우리는 스마트 폰 바보가 된,것이다.
이것이 고장나면 아무것도 할 수가 없는 우리는 스마트폰 바보 천치다. 이렇게 스마트폰 탓을 하면서도 계속적으로 입속에서 읍조리는 말 "가도 가도 끝이 없는 길"!
'바람' 도 '그윽한 미소'의 입에서도 자동적으로 나온 말들이다.
14km가 오늘처럼 멀게 느껴지기는 머리털 나고 또한 처음이다. 이렇게 머리를 쥐어뜯으며 발가는 대로 가다 보니,
언듯 언듯 나뭇잎 사이로 가로등 불빛이 살포시 보이니 비로소 백령고개다. 이때가 백령고개 도착 시간 7시 30분.
부랴 부랴 행장을 정리하고 금산 택시를 호출하니 30분 이상 걸린단다.
여기서부터 금산까지 걸리는 시간이다.
그러나 궁즉통이라 했던가! 이곳 사정에 밝은 택시기사가 금산인삼랜드 휴게소 환승 노선이 있으니 그걸 이용하란다.
마침 불렀던 택시가 도착하여 촉박한 시간에 금산 인삼 랜드휴게소까지 대기 위하여 내달렸다.
금산 인삼랜드 상행 8시 20분 차를 타지 못하면 '바람' 은 막 기차를 타지 못한다.
그런 와중에도 먹을거리를 챙기는 우리의 '그윽한 미소'!
바쁜 택시를 세우고는 그예 수퍼에 들러 저녁 대신으로 소주 두개랑 간식거리를 음속으로 달려 사온다.
이제는 시간안에 택시가 도착하면 된다. 그러나 생각했던 것보다 휴게소는 멀어, 8시 20분 차 타는 걸 포기하려는 찰라에
정확히 아주 정확히 휴게소 직원들이 드나드는 개구멍에 18분경에 도착한 것이다.
'그윽한 미소' 는 표사러 달려가고 우리는 버스가 떠나지 못하도록 버스 정거장으로 달렸다.
진주에서 출발한 버스를 무사히 탑승하니 맨 뒷자리는 우리 차지다.
도둑같이 소주를 찔끔 찔끔 흘리지 않도록 따라 마시니 나름재미가 쏠쏠하며 얼큰해진다.
오늘은 우리가 소망했던 모든 일들이 다 이뤄진 날이다.
생각만으로도 이뤄진다 그러니 불가능은 없다!
'바람'도 제시간에 기차를 탈 수 있었고 나도 그렇고 '그윽한 미소'도 그렇고 우리가 목표로 했던 백령고개도 넘었다.
다음 구간 어떤 일들이 우리에게 닥칠지 몹시도 궁금하다.
나의 집 도착 시간 12시 20분
야간 산행하느라 다들 고생했다!
스마트폰 고장으로 오항리고개까지만 gps 괘적이 나온다. 인대산 부근에서도 점으로 찍힌 것은 gps 위치 확인한 것이다.
대둔산이 앞으로 넘어질 듯 장엄하다.
흰 삼각산 표시같은 문이 대둔산 오름길이다.
배티재 휴게소
전적비
대첩비 뒤로 대둔의 위용이 대단하다.
암릉이 절묘하다.
대둔을 향해 암능길이 일렬 횡대로 늘어서 있다.
대둔 늦가을의 정취.
봐도 봐도 질리지가 않네 그려!
슬픔에 겨운 한여인네가 있던 자리! 이곳에서 대둔을 바라 보면서 슬픔을 삭였을까?
메롱!
여인네가 있던 곳에서의 동영상
점심 동영상
오항리 고개. 2시 32분 도착.
이후의 사진은 나의 스마트폰 고장으로 못찍고 '바람'의 스마트폰으로 찍어 '바람'이 소장하고 있어 못올렸다 받으면 올리마!
능선에서 바라 본 대둔의 전경!
교회에서 산상 기도회를 왔는 지 젊은 학생들이 대둔을 바라보며 설교를 듣고있다. 경치도 좋으니 기도발 잘듣겠다!
인대산 도착.
여기서 또 한번의 알바를 했으니...
정상을 밟고 오던 길을 되짚어 내려가다 왼쪽 가파른 내리막 길을 잡아야 하는데 내쳐 그냥 직진을 한 것이다.
인대산 지나 640고지 지점의 헬기장.
590봉 식장지맥 분기점.
여기서부터 날이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여기까지는 능선길이 식별 가능했는데 이곳에서 473봉에 이르러서는 능선길이 계곡길에 파묻혀서 캄캄절벽이 된다.
622봉 동영상.
백령고개 도착. 7시 30분.
문자질 하며 여유를 보이고 있는 '그윽한 미소'.
가로등 불빛을 보니 다들 안도하는 것 같다.
첫댓글 긴박한 하루였네. 고생들 많았다.
똥꼬가 옴찔 옴찔 콧구멍이 씰룩씰룩 말그대로 롤러코스트를 타는 기분이었다.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4.11.24 18: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