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출혈로 쓰러졌던 택이 아버지가 어지간해졌는지 변함없이 골목길을 쓸고 있고
"새벽종이 울렸네"를 제치고 김 지연의 노래가 흘러나옵니다. “해가 뜨면 찾아올까
바람 불면 떠날 사람인데 행여 한맘 돌아보면 그대 역시 외면하고 있네. 바람아 멈추어다오.
“봉황 당 골목의 아침이 활기차지가 않고 어째 을씨년스럽습니다. 덕선이가 친구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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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데려오면서 예기치 않게 킹카 네 명이 덕선의 여자 친구들에게 소개됩니다.
“가난이 무슨 죄니, 못생긴 게 죄지.”선우가 보라 누나를 보러 왔다가 덕선이 관문을
통과하지 못하고 돌아갔고, 바둑이 택이는 그냥 패스, 영화 보러 가자던 정환 이가
우물쭈물하는 것이 어째 수상합니다. 이것이 뭐데? “친구는 개뿔, 걔가 너 좋아한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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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걔가 나 정말로 좋아하면 어쩌지?” “넌 어떤데?” “몰라, 모르겠어.”연애 박사들로
부터 애정 확인 미션을 받은 덕선이 거꾸로 정환 이를 기다립니다. “나 이번에 소개팅 한다.”
죽을래, 미쳤어, 하지 마, 가 나와야 정환 이 덕선을 좋아한다는 증거인데 정환 이 뭐라고
했을지 작가만 알겠지요. 성균의 생일이라고 생일 선물로 미란이 2,000만원을 줬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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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기대를 저버리고 그랜다이저 대신 중고 프라이드를 가져온 성균은 좀생원 맞습니다.
당시 자동차 3사에서 대형차로는 H사의 각 그랜저, D사는 로얄 시리즈가 대표 브랜드였는데
K사는 봉고와 프라이드가 인기였습니다. 없어서 못팔 정도로 말입니다. 저는 89년도에 D사에
S/M으로 들어가 첫 계약을 로얄 프린스1.9를 했고 제 첫차로 보라가 타고 있는 르망 G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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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을 출고했습니다. 그런데 임시 넘버를 단 채로 사고가 나는 바람에 폐차를 시켜버리고
할부금만 꼬박 3년을 부었습니다. 끔찍한 옛날 애기는 패스하겠습니다. 하여간 대부분의
남자들은 자동차에 욕심이 많은데 성균은 그렇지도 않은 것 같습니다.“자지 마 독서실”은
고삐리들 단골인데 왜 보라가 방문했을까요? 1165콘사이스 자리에 주인이 부재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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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가, 애들이랑 가, (성보라)“ 정봉이가 오락에 빠졌습니다. 겔러그, 보글보글, 저는 성인
오락실을 13번 했지만 겔러그 보글보글은 한 번도 못해봤습니다. 정봉은 어리버리 연기를
참 잘하는 것 같습니다. 송강호가 극찬한 정봉(안재홍)은 대입 학력고사 7수마저 떨어질
만큼 공부에는 취미가 없습니다. 그래도 드라이기와 핀셋으로 우표를 살려내고, 전화번호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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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줄 읊어댈 정도로 좋아하는 것에는 무서운 집중력을 발휘하는 맥가이버이지요.
극 초반만 해도 덕후(‘오타쿠’ 변형으로 특정 분야 마니아를 뜻함) 기질이 있는, 사람 좋은
동네형인 줄로만 알았던 정봉에 대한 이야기가 한 겹씩 벗겨지면서 드라마는 흥미진진하게
흘러갑니다. 사실 단칸방 살던 성균 네가 연탄 1,000장을 쌓아놓고 사는 벼락부자가 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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것은 다 정봉이 모은 올림픽 복권 덕분이었다는 것을 안 이상, 괄괄한 라미란 여사나
우리는 정봉을 구박만 할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와신상담 하다가 미란이 준 10,000을
들고 나간 정봉이 쌍문동 나와바리를 벗어나 방학동 골목길을 뜁니다. 때 맞춰 비가 오고
덕선의 친구 장 만옥이 우산을 쓰고 가는데 동네 조폭들에게 쫓기던 정봉이 장만옥의 우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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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으로 뛰어 들어갑니다. "안개비가 하얗게 내리던 밤, 그대 사는 작은 섬으로 나를 이끌던 날
부터 그대 내겐 단 하나 작은 우산이 되었지만" 아, 이것은 운명입니다. 수더분하고 만만한
정봉이 어떻게 장만옥과 연결 될지 궁금해집니다. 도룡용이 생일 안차려줬다고 가출을 했고
덕분에 친구들이 대천으로 야외로케이션을 나왔습니다. 친구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덕선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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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이 공개 데이트를 합니다. “네 나이는 부모가 자상한 게 좋은 게 아니고 돈이 좋은 거야,
먹고 살기 바쁜데 언제 멘 탈까지 챙기냐? “ 가출 하루 만에 체포된 동룡 이에게 똑 소리 나는
보라가 똑 소리 나게 말해줬습니다. 한편, 보라가 안 되겠는지 범죄 현장을 다시 갔다가 정팔
이를 만났고 완전 범죄를 위해 포스트를 없애고 급히 콘서트 현장으로 달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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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진짜 사람 신경 쓰이게 한다.” “누나, 왔으면 됐어요.”
슬슬 과부 선영과 홀아비 택이 아버지랑 러브라인이 미란의 멘트 속에 복선을 깔고 있습니다.
“이참에 둘이 합쳐!” “예? “ ”드디어 성균이 생일 상 받는 날, 장남 정봉이 부부찻잔을 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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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다리가 부러지게 생일상을 차렸는데도 웬일인지 성균은 기분이 우울합니다.
그런데 왜 화상들은 생일 타령을 할까요? 저만 하더라도 생일 날 더 우울해지는 건 존재감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나도 사랑받기 위해 태어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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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아무도 몰라주는 더러운 세상, 서글플 밖에요. 성균이 생일만 되면 꿀꿀해지는
이유를 알았습니다. 돌아가신 어머니가 보고 싶어서 그런 것이라는 것을 정봉이 9살 때
녹취해둔 카세트테이프를 들으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왜 부모가 돌아가시면
그리워할까요? 저만 하더라도 울 엄마가 올해 80이니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줄 알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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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살기 바빠서 돌아보지 못했습니다. 울 아버지는 85세, 오늘은 털신이라도 하나 사들고
아파트에 들려야겠습니다. 울 아버지도 성균 이처럼 오만가지 쓰레기 더미를 고무줄로
칭칭 묶어두셨는데 어쩌면 당신의 과거가 그리우셨는지 모르겠습니다. 해석아, 해석아, 하시던
친 할머니가 보고 싶었을 수도 있었을 테고요. 멀고먼 먼 앓이의 뒤안길에서 돌아와 거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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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 서있습니다. 살면서 앓이는 저만 하는 것이 아닐 찐데 저는 유독 깊은 앓이를 합니다.
사지 육신하나 재산으로 알고 살다가도 한번 아팠다하면 3일을 끙끙 앓고 젊은 시절
베아트리체의 슬픔으로, 또 불혹에는 파랑새를 찾아서 속절없이 속 앓이을 해왔지만
상흔만 겹겹이 쌓여갈 뿐 언제나 내 속 앓이는 앓이로 끝나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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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누가 그러는데 "살았으니 앓는 것이고 더 잘살기 위해 앓는다."는 것이 아닙니까?
“나 소개팅 할까?” “하지 마“ ”누나 지금 저 기다린 거예요? “ ”너 사람 진짜 신경
쓰이게 해” 틈만 나면 엉기고 근데 너 그러는 거 나 때문인 거 같아. 네가 여지를 준 거
같아. ......, 근데 나도 너 좋아, 우리 사귀자“ ”누나 키스해도 돼요? “ zzz
2015.12.6.sun.악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