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차 태안 여행을 18명 식구들과 '꽉찬' 당일코스(7시 출발 ~ 23시 도착)로 다녀왔습니다.
배경이 좀 빠지죠? ㅎㅎ
꽃지에서 저녁놀을 배경으로 단체사진을 찍을 계획이었는데… 일몰 직전 꽃지 풍경이 이랬습니다.
五里霧中?
오리가 다 뭡니까? 사방 오십리가 다 무중입니다. 어떻게 한 시간 만에 이렇게 변할까?
예비 단체사진을 찍어두길 잘 했습니다. 배경은 좀 빠지지만…
전체적으로 일정 여유가 있었습니다. 종합운동장에서 7시 출발해서 10시부터 일정 시작하려고 했는데 9시 조금 넘어서 간월암에 도착해버렸습니다. 서산휴게소에서 20분간 쉬다 온 걸 빼면 채 2시간도 안 걸린 셈입니다. 기사님이 새로 뚫린 길을 요리조리 어찌나 잘 아시던지!
고려말 무학대사가 달을 보고(看月) 득도했다는 '섬 속의 절집' 간월암입니다. 암자 자체는 대단한 문화재가 아니고, 하루에 두번 간조 때만 길이 열리고 만조 때는 물 건너 섬이 되는 특이한 위치 덕에 전국적인 유명세를 얻은 곳입니다. 서산방조제가 생기기 이전에는 바다 한 가운데 외로운 섬이었다지만 지금은 육지가 돼버린 간월도에서 도보로 1분도 안 걸리는 '섬 아닌 섬'이 된 곳입니다. 천수만 너머 일몰을 볼 수 있는 명소 중 하나입니다.
한승원은 <자그마한 섬에 절이 꽉 찼다>며 소설가다운 헌사를 남겼습니다.
'꽉 차긴 꽉 찼습니다.'
물이 찼을 때는 수중에 숨겨뒀다가(?) 물이 빠지면 고기를 가두는 '독살'입니다.
두 사진 간의 시차는 15분인데 오른쪽 사진을 보면 이미 물이 독살을 넘고 있지요?
이때 저 안에 들어온 놈들은 독안에 든 고기가 되는 겁니다. 근데요, 독살이 한 곳에서 오래 되면 고기들이 잘 안 속는다네요.
그나저나 스님들이 독살이 왜 필요할까? 드실(?) 것도 아니고… ^^
혹시 이게 뭔지 아세요? 주꾸미잡이에 쓰이는 소라 껍데기입니다.
이걸 물속에 내리면 주꾸미가 제 집이라고 소라 속으로 들어간다네요. 그럼 주꾸미 무덤 되는 거지요! ^^
간월암을 <천천히> 구경했지만 108배를 올리지 않는 이상 여행객이 1시간 이상 머물 곳은 없습니다.
점심 시간을 최대한 늦추려고 했지만 10시 20분에는 밥상을 마주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차례대로) 굴밥, 바지락밥.
사람 머릿수대로 시키면 밥 남아요. 굴파전도 먹어야지요, 서해안 명물 간재미회무침도 먹어야지요.
큰마을영양굴밥집은 남길 게 뻔한 데도 한 사람당 1인분씩 시키라고 강요하지 않는다는 점이 맘에 듭니다.
그리고 여주, 이천에서 먹는 쌀밥정식처럼 개인당 돌솥 하나씩 나오는 게 아니라 옆에서 밥그릇에 직접 퍼서 줍니다.(앞머리로 직접 가려주시니 모자이크가 필요 없네요. ^^)
간월암 가는 길가에는 굴밥집이 적게 잡아도 열 군데가 넘게 있습니다. 인터넷 검색하시면 젤 유명한 집은 '맛동산'이지만 우리는 추천인의 명성을 믿고 큰마을영양굴밥집으로 왔습니다.
제대로 온 것 같습니다. 다만, 너무 이른 시간이라 배가 좀 덜 고팠을 뿐.
서산방조제를 지나 태안에 들어섰습니다. 해수욕장 이정표가 보일 때쯤 좌회전해서 연육교를 넘으면 안면도입니다. 안면도는 17세기 중엽 조선 인조 때까지도 안면곶(串)이었다고 합니다. 삼남지방에서 올라오는 세곡선이 태안 앞바다의 거친 풍랑에 자주 난파되는지라 물살이 약한 내해 쪽으로 돌아가려고 이곳에 판목운하를 판 이후에 육지와 떨어진 섬이 되었습니다. 충청도에서 제일 큰 섬, 우리나라에서 6번째로 큰 섬 안면도는 그러니까 생겨난 지 400년이 채 안 되는 섬입니다.
그래서 연육교 아래 판목운하 자리는 땅을 끊어낸 흔적이 역력합니다. 물길 양옆의 옹벽이 왠지 서해안스럽지(?) 않지요?
드르니항과 백사장항 쪽(빨간 동그라미 부분)의 자연스러운 해안선과 비교가 확연합니다. 저쪽으로 가서 볼까요?
백사장항에서 바라본 연육교(판목운하터; 빨간 동그라미)입니다.
물과 땅이 만나는 부분을 서로 비교해보십시오.
해변다운 해변, 삼봉해변!
그리고 그 길을 걷는 한 사내! (이름표도 가리고)
제가 삼봉해변을 좋아하는 이유는 대천스럽지 않고, 해운대스럽지 않기 때문입니다. 사구 뒷편으로 옹벽이나 건물이나 도로 대신 송림길이 우거져 있습니다. 당연히 매년 수백 트럭씩 모래를 보충하지 않아도 되는 자연스런 해변입니다.
밀가루처럼 날리는 고운 모래가 보이시나요?
안면도 모래의 특징입니다.
유리의 원료인 규사라고 하네요.
곱고 단단한 삼봉해변에서 찍은 CF 한 편 감상하시겠습니다(http://www.youtube.com/watch?feature=player_detailpage&v=MlHOxE-IDSk).
저 멀리 여우섬과 조구널 사이, 물에 뜨는 7층 동탑으로 최근 유명해진 안면암을 다녀왔습니다. 절 자체는 고즈넉한 맛이 없어서 사진은 패스하고… 암자에서 부상탑으로 향하는 부교입니다. 이제 막 물이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물이 완전히 빠졌을 때는 다리 양옆으로 뻘이 드러납니다.
어디를 가나 유적지 안내판을 꼭 챙겨 읽으시는 가족사랑 님. 그래서 이 분 앞에서는 제가 거짓말이나 과장을 못 합니다. ^^
지식 사랑도 가족 사랑 못지 않습니다.
자 이제 안면도휴양림으로 향합니다.
안면도는 쭉쭉 하늘로 뻗은 적송으로 유명한 곳입니다. 문헌상으론 500년, 추정상으로는 1,000년간 국가에서 관리하던 아름드리 송림은 보는 것만으로도 시원스럽니다. '망언 제조기' 아소 다로 전 일본 총리의 증조할애비 되시는 분이 총독부로부터 이 곳 송림을 사들여 마구 벌채하기 전까지는 1억 2~3천 그루의 적송이 군락을 이루고 있었다고 합니다. 이 아름드리 나무를 베다가 자기 회사(아소탄광)의 갱목으로 썼다고 하네요. 아소탄광은 임금도 제대로 못받은 조선인 노무자가 수도없이 죽어 나간 곳으로도 유명합니다.
소위 대동아전쟁을 벌이던 일제 말기에는 이런 짓도 했습니다. 군용기나 군함에 쓰일 기름이 부족하자 송피를 벗겨내고 송진을 받아 이걸로 송탄유(松炭油)를 만들어 썼다고 합니다. 그때 안 죽고 살아남은 소나무들의 상처입니다. 아픈 역사의 흔적! 이 자체가 근대문화유적입니다.
소나무숲에서 휴식 중인 '아짐'들과 그 뒷편 영상통화에 여념이 없는 한 '청년' ^^
수목원 내부에는 연못을 배치한 전통 정원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자, 이제는 회 한 접시 거하게 드시고 낙조를 보는 일만 남았습니다.
모듬회 한 접시에…
매운탕과 지리(맑은매운탕)
전복, 관자, 해삼, 개불, 멍게, 통우럭구이, 산낙지, 홍어찜, 새우구이, 소라, 갑오징어, 아나고(붕장어), 새우초밥 기타 등등
서해 낙조 구경하려면 이렇게 든든하게 먹어둬야 합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이랍니까?
꽃지가 이렇게 되고 말았습니다.
할미 할아비 바위 보이시나요? ㅠㅠ
원래 이래야 되는데…
그래야 이런 걸 보는데…
장마 기간 중에 비 피해서 다녀온 걸로 만족하고 귀경길에 올랐습니다.
역시나 새길 정보에 밝은 기사님 덕분에 2시간 40분 만에 종합운동장에 무사히 도착했습니다.
3월 여수 오동도, 향일암으로 시작한 산 너머 살구 정기 여행을 어느새 다섯 차례나 다녀왔네요.
이제 숨가쁜 전반기를 마감합니다. 더운 여름, 회원 각자 알차게 보내시고 9월 7~8일 군산, 부안 여행 때 뵙겠습니다.
카페 잊지 마시고 수시로 들르셔서 여름 흔적 올려주세요.
여행에 함께 해주신 분들께 정말로 감사드립니다.
무더위에 건강 잘 챙기세요. ^^
첫댓글 낙조를 못 봤어도..저는 아이들과 함께한 모래 백사장위 축구 한 게임으로 만족합니다. 오랜만에 딸들 공 굴리는 모습도 보고 좋았습니다.
아참, 저는 (매번 완벽하게 준비하시는 카페지기님께는 죄송하지만..) 산너머살구 여행을 나름 '가족여행 + 먹는 여행'이라고 컨셉을 잡고 있습니다. 따라서 일몰 현장을 못 봤어도 아쉽지 않았습니다. 두 가지 컨셉 모두 충족하였기에..
저 역시 일몰... 그까이거 쯤이야... 입니다...^^
건희도 축구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하네요... 화려한 일몰을 본 못 덕분이죠...^^
이번여행에서도보기만해도 빼어난먹거리!~~침한번꿀떡넘기고 9월여행은무조건따라나서고싶은맘! ! ! 스스로기대해봅니다 ^^
저도 일몰보다 11월 청송에서의 일출이 더 기대됩니다.^^제 컨셉은 주로 맛집 탐방인데, 회화나무 님과 비행 님의 주특기라...ㅎㅎ 상반기, 정말 맛있게 잘 먹고 다녔네요.즐거워요ㅎㅎ
역시 먹거리가 좋은 여행이군요 ㅎㅎ
즐거운 여행이였습니다. 치밀하게 계획하시고 좋은 먹거리로 행복하게 해 주신 나무님께 무한한 감사를 드리며 가족사랑님의 딸 사랑을 보며 무한한 존경을 보내는 바 입니다. 모두들~~ 무더운 여름날 건강 조심하세요~~!!
즐거운 여행이었겠네요.
저는 우물쭈물 하다가 신청을 놓치는 바람에....
개별차량 마감이 뜨더라구요^^
아쉽지만 다음을 기약하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