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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선 대화 140호 (2018년 05+06월호)
사회 : 류상태 (종교작가, 종교자유정책연구원 대표)
좌담 : 지성용 (가톨릭 신부, 인천교구 용유성당 주임)
혜문 (전 승려 , 문화재제자리찾기 대표)
일시 및 장소 : 2018년 4월 12일(목) 오전 10시. 공동선 사무실.
류상태: 오늘의 주제는 새로운 남북관계와 종교의 길입니다. 2018년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와 그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화답으로 조성된 대화와 평화의 분위기는 그대로 평창올림픽으로 이어져 남북의 고위 인사들이 만남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지금 남북은 스포츠와 예술단의 교류를 넘어 한반도의 영구 평화정착을 위한 회담도 본격화 되었고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 북미 정상회담 등으로 이어지는 화해의 물결로 한반도에 기대와 희망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지난 날 종교계는 문익환 목사와 문규현 신부를 비롯한 진보 종교인들의 노력과 방북활동 등으로 정치권이 풀지 못했던 남북갈등을 해소하고 대화시대를 열어 가는데 선도적인 역할도 했지만 개신교는 정복적 선교정책을 비롯하여 시대착오적 레드 콤플렉스의 조장으로 갈등을 증폭시키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진행형인 부분도 있습니다. 종교계의 갈등 조장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고 역사적인 남북 정상회담이 4월 27일에 열릴 것이고 그 후 북미 정상회담이 열릴 예정입니다. 두 회담의 결과를 어떻게 보십니까?
혜문: 2000년 6월 15일 평양에서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6·15 남북 공동 선언’과 2007년 10월 2~4일까지 평양에서 열린 제2차 남북정상회담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회담을 통해 함께 채택하고 선언한 ‘10·4남북 공동선언’, 이 두 선언이 문재인 정부의 기본적인 틀이 될 것이라고 봅니다. 하지만 지난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9년 동안 위 두 선언을 전혀 지키지 않았기 때문에 양 정상은 두 선언의 연장선상에서의 새로운 선언을 할 것이라고 봅니다. 10·4남북 공동선언으로의 복귀는 6·15공동 선언의 적극 구현, 상호 존중과 신뢰의 남북 관계로의 전환, 군사적 적대 관계 종식, 남북 경제협력 사업의 적극 활성화, 사회문화 분야의 교류와 협력, 이산가족 상봉 확대, 개성공단의 재개방과 금강산 관광의 재개 등의 틀로 나올 것으로 기대합니다. 한 가지 더 추가한다면 문재인 정부가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주장을 북쪽에 강하게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에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북쪽 정상의 다짐을 이끌어내려고 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지성용: 앞으로 2~3개월 사이가 남북문제와 북미문제에 있어 상당히 중요한 시점이긴 하지만 남북문제는 긍정적으로 보입니다.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되지만 문제는 북미문제가 쉽지 않으리라는 것입니다. 일부의 학자들은 “일본의 가쓰라와 미국의 태프트 밀약 -한국은 일본이, 필리핀은 미국이 지배한다 -으로 미국이 우리나라 역사에 개입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지금까지 분단을 조장했고 전쟁도 조장했고 그래서 실제로 제일 큰 걸림돌은 미국이 아닌가?”라고 얘기합니다.
‘북미회담을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 라는 문제는 지금 우리에게 좋은 카드가 있습니다. 미국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수세에 몰려있고 미국의 중간선거가 11월에 있다고 하는 점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회담을 성공적으로 마치면서 축포를 터트려야만 재임이 가능한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이 상황을 적절하게 활용해서 잘 치고 나간다면 상당히 낙관할 수 있다고 봅니다. 물론 비관론도, 회의론도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오늘 주제가 지금 이 남북문제를 잘 해결해 나가는 중요한 이 시점에 적합한 것 같습니다. 우리가 <공동선> 대화를 진행하고 책이 나오는 시점이 되면 이미 남북·북미회담이 정돈되면서 여러 중요한 이야기는 나왔을 것입니다.
혜문: 북미회담은 오바마 정권, 이명박 정권 때 중지되었습니다. 9·19선언은 2005년 9월 19일 베이징에서 6자 회담 당사국이 채택한 것으로,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는 대가로 북한의 안전을 보장하고 에너지를 지원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었습니다. 구체적인 실행을 위해서 2007년 2·13 조치로 북한이 영변 핵시설을 폐기합니다. 그러면 그에 상응하는 중유제공이 있어야 하는데 미국이 중유를 제공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번 북미정상회담에서 북한은 에너지 지원을 요구할 것이고 미국은 중유를 제공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과 한반도 평화선언과 북미수교를 전제로 미국이 후견해서 북일수교를 지원할 것 같습니다. 즉 저는 북미정상회담의 결론이 에너지 지원과 북일수교의 지원으로 결론 날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북일수교를 지원한다는 것은 한반도에서의 과거사, 일본의 침탈 역사에 대해서 한일협정보다 훨씬 높은 수준에서 이루어진다고 보는데 사실 북이 북일수교를 많이 준비한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민족사적인 측면으로 남쪽 사람들이 과거사에 대한 데이터, 연구 등을 통해서 북쪽이 북일수교를 한일협정의 한계를 넘어서 효과적으로 체결하는데 남쪽의 종교와 종교인들이 일정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류상태: 처음부터 해법이 나온 것 같습니다. 우리가 기대하고 있는 일들이 잘 될 것 같지만 문제는 핵입니다. 모든 것이 풀려나가려면 핵문제가 해결돼야 할 텐데 정말로 북한이 핵을 포기할까요?
지성용: 쉽게 포기하진 못하겠죠. 북한은 중국이나 파키스탄 같은 모델을 원하고 있을 겁니다. 리비아의 카다피가 즉각적 핵 폐기를 받아들이자 미국에 의해 제거되는 것을 봤기 때문에라도 단계적인 핵 폐기과정을 강하게 주장할 것입니다. 이렇게 본다면 단계에 맞게 상응한 보상을 하면서 핵 폐기를 완결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지, “즉각 핵 폐기를 하지 않으면 더 이상 대화할 수 없다.”는 식으로 간다면 더 이상 협상의 진전은 없을 것입니다. 미국이나 한국정부는 이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류상태: 당장의 핵 폐기는 안 되겠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단계적 핵 폐기를 수용한다면 북한이 완전한 핵 폐기를 할지입니다.
지성용: 북한 내부의 기득권세력들 중에서도 미국과 대한민국과의 평화협정이나 종전협정을 체결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 부류가 있을 것입니다. 만약 평화협정이나 종전협정이 체결 되었을 때 그 이후의 북한사회는 또 다른 문제를 맞을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으로 대변되는 정보와 통신이 교류되면서 북한에 개방과 개혁의 흐름이 생겨날 것입니다. 그러면 북한 주민들이나 북한의 인텔리들이 ‘북한사회를 그냥 그대로 인정하고 둘 것이냐, 아니냐?’는 위기의식을 기득권세력이 가질 것입니다. 제가 볼 때는 남한의 자유한국당처럼 북한의 강경파들도 남북문제를 체제유지를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봅니다. 그들은 가능한 기득권을 놓지 않을 것입니다. 김정은 위원장 체제가 안정이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체제의 안정적 유지를 위해 외부적으로 종전협정이라고 하는 문제만으로는 해결되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실질적인 비핵화는 더 어려울 것이라 생각합니다.
혜문: 김정은 위원장이 시진핑 주석과 북중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는 김일성 주석의 유훈이다.”라고 얘기합니다. 북한은 항상 외교 협상의 테이블에 나올 때는 “김일성 주석의 유훈이다, 비핵화는 김일성 주석의 유훈이다.”라는 전제를 깔고 협상에 나옵니다. 그런데 북한과 협상을 깰 때는 원포인트 해결 방식을 미국이나 한국이 제시했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비핵개방 3000은 핵을 당장 포기하면 연소득 3000달러를 보장한다고 하는 원포인트 해결 방식이었고 트럼프 대통령도 이 협상을 걷어치우려면 원포인트 해결을 얘기할 겁니다. 원포인트 해결은 한 번도 성사된 적이 없습니다.
북미회담이 잘 된다면 6자 회담으로의 복귀라는 결론이 나타납니다. 6자 회담의 원칙은 행동대 행동입니다. 만약에 “IAEA 핵사찰로 복귀한다, 국제사회의 검증 가능한 시스템을 돌린다면 에너지를 지원한다, 에너지 지원이 끝나면 초기 단계에서의 한반도평화협정을 먼저 하자, 정전협정 당사자들끼리 모인다”는 이런 프로세스가 진행되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원포인트 해결을 강조한다면 북미정상회담의 결과는 좋지 않을 거라고 봅니다.
그런데 지금 미국 백악관에서, 국무부에서 나오는 이야기가 9·19 공동선언으로 복귀한다고 했기 때문에 저는 9·19 공동선언으로의 복귀, 북미정상회담의 결과물로써 북한이 6자 회담에 복귀하겠다고 하고 에너지 지원과 미국 후견하의 북일관계. 일본이 먼저 북에 대대적인 경제적인 배상금을 주는 쪽으로 결론이 날거다. 그래서 저는 그 프로세스의 진행 끝에, 9·19 공동선언의 끝에 한반도 비핵화가 있기 때문에 거기까지 시간이 아직 많이 있습니다. 한 10년 걸릴 거예요. 이런 프로세스가 진행되어 완성된다면 한반도 비핵화가 완성된다고 봅니다.
류상태: 남한의 보수세력은 문재인 정부의 포용정책이 갖는 위험성을 계속 지적하는 수준이지만 본격화 됐을 경우에 행동으로 나설 수도 있고 만만치 않을 텐데 이 부분은 우리가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풀어나가야 될지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혜문: 남한 내부의 저항이 굉장히 크겠지만 양 정상회담에 영향을 미칠 수준은 아닐 것이라고 봅니다. 남북화해모드는 문재인 대통령의 노력, 김정은 위원장의 결단이라는 중요한 것도 있지만 사실상 중요한 것은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인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이 미국의 워싱턴에 떨어질 것이라고 미국이 확신을 가졌기 때문에 북미정상회담이 열리는 것이죠. 대륙간 탄도미사일이 미국을 협상자리에 끌어냈다고 북한은 생각하는 거예요. 그런데 반대로 남한의 보수세력은 대북강경제재가 북한을 협상장에 끌어냈다고 생각하는데 이 중간쯤에 진실이 있을 겁니다. 미국이 북미정상회담을 통해서 우선적으로 6자 회담에 복귀하고 경제적 지원을 할 테니 일단 미사일은 쏘지 마라, 대륙간 탄도미사일은 더 이상 실험하지 말라는 미사일 모라토리엄을 선언하게 될 것이라 생각하는데 이렇게 된다면 미국과 북한의 이해관계 때문에 움직이는 판에서, 미국의 필요에 의해서 북미정상회담이 일어났다는 것이 이 정상회담을 통해서 분명히 드러날 거예요. 그래서 남한의 보수세력의 반대가 그리 크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류상태: 미국이 정상회담에 적극적으로 나설 경우에, 반대세력의 중심에, 정당으로서는 자유한국당이 있고 그 뒤에는 개신교의 대형교회들이 물밑에서 슬쩍 손을 잡고 있는 형국이죠. 미국이 적극적으로, 평화적으로 가자고 했을 때 이들이 반대할 명분이 없죠. 그런데 문제는 미국과 한국정부의 의사가 다를 때나 좀 삐걱할 때. 미국과의 갈등이 있다고 하더라도, 때로는 서로 핏대 세우고 싸우더라도 이 대화를 유지해 가려고 했을 경우에 반대세력들이 거칠게 정부를 압박할 가능성도 있을 것 같아요.
지성용: 4월 5일 MBC의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정책에 대해서 잘 한다, 또는 잘하는 편이라는 긍정평가가 77.8%에요. 압도적으로 높은 거죠. 그리고 남북정상회담의 의제가 어떤 것이 되겠냐고 했을 때, 비핵화 문제가 50% 이상, 평화정착에 대한 것이 22% 라고 한다면 마찬가지로 75% 가량이 거의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정책에 대한 국민여론이 상당히 높다는 것을 말해주거든요. 단순히 대북문제뿐만 아니라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국정지지도도 상당히 높아요. 물론 최근에 김기식 사태 때문에 조금 주춤하긴 하지만 그래도 70% 선에서 오르락내리락하는 국정지지도를 봤을 때 실제로 보수들의 반란은 보수언론과 자유한국당의 반란인데, 대세를 거스를 수 없다고 봅니다. 그런데 이들이 초를 친다면 오히려 이들 내부의 동요와 분열들이 생겨나지 않을까요? 오히려 걱정은 북한이지요. 북한은 김정은을 중심으로 체제결속이 되었지만 그 외의 다른 세력들이 체제에 대한 도전이나, 또는 이렇게 급진전하는 남북관계라든지 북미관계에 대한 브레이크를 걸 수 있는 가능성도 없지 않겠다는 우려가 드는 거죠. 기우일 수도 있겠지만 오히려 남한사회의 불안은 오히려 통제가 되고 조정이 될 것이다. 오히려 지금 제일 큰 변수는 트럼프다, 워낙에 뭐 어디로 튈지 모르기 때문이죠.
혜문: 아베의 몰락을 보서면 남한의 보수세력의 미래가 예상됩니다. 아베는 대북제재에, 트럼프보다 더 앞장서서 강경조치를 해오고 있었거든요. 납치자 문제에 대한 해결을 요구하고, 독자적인 대북제재안을 발표하며 북한을 굉장히 압박하고, 그 여론을 등에 업고 장기집권이 예상됐는데 남북관계가 변하고 북미관계가 변하고, 아베가 사학스캔들에 엮이면서 몇 달 갈지 모르는 시한부 정권이 되어버렸어요. 남한의 보수세력도 지금은 우려할 만한 수준이지만 북미정상회담이 끝나면 그 존재감이 느껴지지 않을 만큼 몰락할 것이라고 봅니다.
류상태: 반대세력은 미국의 네오콘 계열과 기독교 근본주의자들, 그리고 북한의 군부일 것 같아요. 인구는 남한의 1/3 정도인데, 군인 수는 거의 배에 이르죠. 평화모드가 지속되면 상당히 많은 계급장이 떨어질 수밖에 없죠. 이들을 어떻게 대하느냐 하는 것이 해결책이 되겠죠. 미국에는 기독교 근본주의가 깔려있어서 공산주의 하면 무조건 악으로 생각하는 세력도 있고 그 다음에 군수산업이 주축산업인데, 한반도 시장만큼 거대 무기시장이 별로 없잖아요. 이 시장이 사라지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인가? 트럼프는 코앞에 선거가 있지만요. 이런 것들이 굉장히 염려 되요.
지성용: 지금 남한과 북한이 분단된 이 상황자체가 경제적으로 미국의 군산복합체를 성장시키고 트럼프의 FTA 재협상 등으로 미국의 이익을 강화하고, 군사적으로 남한에 군사를 주둔시켜 무기를 팔아먹고, 사드로 중국을 감시해 미국의 이익을 강화하죠. 그리고 일본도 2차 대전의 패전국의 지위에서 미국의 지원을 받아서 남북분단을 통해서 회생했고 경제를 일으키게 된 거죠. 또 북한에 있는 기득권세력, 남한의 자유한국당의 전신이었던 보수정당들이 사실 분단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끊임없이 자기들의 결속과 자유로운 사상과 학문의 발전을 제압하면서 체제를 유지했죠. 남북문제의 해결은 분단을 통해 이득을 보고 있는 모두를 공격하는 거죠. 한반도를 둘러싸고 있는 수많은 이해당사자들이 원치 않을 것이죠. 하지만 그 틈을 노려서 1998년도의 금강산 관광이나 2003년도에 개성공단을 열면서 남북간의 교류를 열고 정상들이 회담했던 것처럼 자꾸 틈을 벌려서 그들이 손들고 나가게 만들어야 합니다.
혜문: 제가 북한에 수차례 다녀왔는데 북한의 군부에 대한 이야기도 들어본 적이 있어요. 핵을 보유하지 않은 나라와 핵보유국의 군사작전의 전략이 기본적으로 다르다고 합니다. 북한이 핵보유국을 선언하는 순간부터 재래식 무기를 대대적인 감축을 진행해요. 우리가 알고 있는 군대와 다르게 운영해요. 사회주의 국가니까 건설이나 토목을 업무로, 도로보수를 업무로 하는 등 상당히 다양화 되어있어요. 김정은 체제가 지난 10년간 전략적으로 핵을 가졌기 때문에 군대의 개념을 바꾸고 군비축소(이하 군축)의 문제도 그렇게 크게 우려되지 않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이 무기를 팔고 있는 곳은 남한이거든요. 그러니까 북미관계가 좋아진다고 해서 남한에 무기를 팔수 있느냐, 없느냐는 별개의 문제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일단 시간을 가지고 해결해야 한다는 틀 속에서 본다면 네오콘들도 남한이 무기를 현대화해서 더 많이 팔 수 있는 기회가 올 수 있기 때문에 당장의 저항은 없을 거라고 봅니다. 트럼프가 이번에 북미정상회담을 한다고 하면서 오히려 가장 강경파인 존 볼튼을 백악관에 입성시켜 화제가 됐는데요. 오히려 매파를 고용함으로써 네오콘 등의 극보수와 근본주의자들을 달래는 역할로써의 보여주기 식이지, 실제로 매파가 북미정상회담에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좋은 방향으로 가지 않을까 합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한미 연합훈련의 대대적인 훈련중단과 북한의 핵 개발을 중단하라는 이른바 쌍중단입니다. 사실상 군축을 이야기하는 것이죠.
지성용: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와 문재인 대통령의 적극적 화답으로 화해모드가 급물살을 탄 것이죠. 소위 말하는 하향식Top Down이죠. 지도자들이 결정해서 조직이 움직이는 방식이죠. 하지만 지도자가 교체되거나 변화하면 없었던 일이 될 수 있기 때문에 탑다운 방식은 가지고 있는 한계가 있죠. 그렇다면 종교가 할 수 있는 부분은 상향식Bottom Up으로 아래에서부터 남북화해의 여러 흐름들을 계속해서 만들어서 지도자들이 국민의 눈치를 보면서, 선출될 수 없다는 위기감을 갖게 만들어 나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남북 간에 경제교류로, 지금 남한사회가 가지고 있는 실업, 사회복지, 교육, 인권 문제 등을 해결해 나가는 방향으로 통일에 대한 긍정적인 비전들을 교육시켜야 합니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먹고 살기 바쁘기 때문에 통일문제에 관심이 없어요. 먹고 살려면, 조금 더 나은 복지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남북이 지금 경제적인 교류와 협력을 해야 한다는 사회 저변의 인식들을 확장해 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향식Top Down은 잘 되면 좋은 거고, 안 돼도 별 수 없는 걸로 가겠지만 상향식Bottom Up은 종교계와 지식인들이 끊임없이 남북교류를 통한 통일에 대비해 저변을 확장시켜가는 작업들은 상당히 중요하다고 봅니다.
류상태: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는 자기의 이익을 늘 앞세우는데 우리는 무엇을 대비하고 어떤 역할을 해야 되는지.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지성용: 노무현 대통령이 2007년도 9월에 시드니에서 있었던 APEC 정상회담에서 미국의 부시대통령과 중국의 후진타오 주석에게 한국전쟁(6.25전쟁)의 정전협정을 끝내고 종전선언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물었데요. 그랬더니 미국의 부시는 Yes라고 대답했답니다. 그런데 중국의 후진타오는 대답을 하지 않더래요. 중국의 속셈을 말해주는 거죠. 순망치한이라고 하잖아요. 사실 지금 중국은 자기들이 커다란 액션을 취하지 않더라도 북한이 알맞게 미국을 대해주고 있기 때문에, 중국의 사이드를 지켜주는 파수꾼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거죠. 그것 외에도 지금 북한이 있음으로 인해서 중국이 가지고 있는 어드밴티지가 상당히 많이 있죠. 이렇게 볼 때 중국도 사실은 남북화해 모드나 북미관계의 화해의 분위기를 반기지 않을 거예요. 자기들이 북한의 후견인으로 자처하면서 사실 여러 가지 이득을 보고 있지 않는가. 그런다고 한다면 중국 역시도 우리가 의지할 순 없다. 지금 사실은 미국의 견제를 피해갈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우리 한국이 중국과의 그동안의 소원했던 관계를 회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중국을 너무 의지해서는 낭패를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혜문: 현재 중국은 6자회담의 의장국입니다.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6자회담의 기본적인 목적은 북한이 비핵화를 하는 대가를 여섯 나라가 공동부담하자는 겁니다. 남한, 미국, 러시아, 중국, 일본이 북한이 영변 핵시설부터 시작해서 비핵화를 하는 이 프로세스에 대해서 경제적인 보상을 해줘야 되니까 부담을 5개 국가가 나눠 하자. 남한은 어떻게 할 것인가 대충 나왔고 일본은 북일수교를 통해서 300억 달러의 지원. 이건 고이즈미와 김정일의 북일선언에 나오는 이행조치니까요. 그런데 중국은 경제적인 보상을 말하지 않아요. 중국이 돈을 낼 생각이 없었던 것 같아요. 되짚어보면 갑자기 시진핑이 김정은을 만나고 나서 미국과 경제전쟁을 시작했어요. 양 정상회담을 통해서 6자회담이 열리면 한반도 비핵화 프로그램에서 트럼프가 중국에 강한 경제적인 부담을 요구하고 통상전쟁을 불사하면서까지 자기의 외교적 이익을 관철하려하기 때문에 오히려 이것이 한반도 문제에서 아주 좋은 시그널이라고 생각합니다.
지성용: 북한이라고 하는 카드는 지금 사실 중국이 미국을 견제할 수 있는 하나의 큰 카드죠.
류상태: 가면 갈수록 남북한, 중국, 러시아 대 미, 일의 대결로 가지 않을까요, 미, 일이 고립되고 있는 거죠. 그런데 미국이라는 거대한 괴물이 혼자서도 전 세계를 상대로 싸울 수 있을만한 경제력이나 군사력을 갖고 있지 않습니까?
혜문: 미국이 강력한 국가라는 것을 인정합니다. 하지만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북미정상회담이 이루어진 배경에는 북한이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개발하면서 쏜 것이 7000km를 넘어갔죠. 미국은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보고, 날아올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미국에 떨어진다고 확신한 거지요. 또한 미국은 대륙간 탄도미사일의 기술이 중동이나 다른 국가로 이전되는 것이 너무 두려운 거죠. 이를테면 북한이 지금 한창 문제가 되고 있는 제 3세계의 시리아, 이란, 리비아 등의 국가와 외교관계가 사실상 우리보다 더 나은데 그런 나라들에게 미사일 기술을 수출하는 순간 미국이 위험에 빠질 수 있기 때문에 그것을 막기 위해서 북미정상회담을 미국이 수락한 것이기 때문에 남북관계에 좋은 쪽으로 결론이 나리라고 생각합니다. 한반도를 둘러싼 4대강국의 수레바퀴가 아주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류상태: 우리 주변의 어떤 나라도 남북의 통일을 바라지 않는데 그러면 우리는 계속 이 모양 이 꼴로 살아야 되느냐 라는 문제가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여기에 대해서 계속 연구했던 분들의 결론이 영세중립국이더라고요. 한국이 통일 이전부터 완전한 영세중립국으로 선언하고, 남과 북이 합하면, 우리가 만일 통일되면 영세중립국이라는 것을 선언하고 시작해야 통일의 가능성이 열린다는 거죠. 한반도의 완전한 평화정착을 위한 가장 좋은 해법이 과연 무엇일지 얘기해 보죠.
지성용: 오늘 지금 이 시간-4월 12일 오전 10시-에도 문재인대통령이 2000년 6.15선언을 만들었던 박지원과 2003년 통일부장관으로 개성공단을 기획했던 정동영, 민주평화당의 박지원, 정동영 두 의원을 청와대로 초대해서 자문을 구하고 있어요. 이 모임이 갖고 있는 의미가 중요합니다.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에서 우선적으로 처리해야 할 것은 지금의 정전협정을 종전협정으로 바꾸어야합니다. 그리고 북한이 바라는 체제 보장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대외적으로 “전쟁은 끝났다.” 라는 선언을 이끌어 내야 합니다. 그리고 두 정상회담의 슬로건으로 “종전협정 체결, 평화협정체결”을 핫이슈로 만들어 “전쟁을 끝내자, 우리가 전쟁국가인가?” 라는 여론을 확산시켜야 합니다. 그리고 남북한의 종교인들과 문화예술인들이 교류해야 합니다. 지난 4월 3일 평양공연 녹화방송을 보면서 감동해서 몇 번을 울었습니다. 이렇게 문화, 예술, 체육, 종교인들의 끊임없는 교류를 통해서, 남북한 동포들이 ‘통일되면 좋겠구나.’라고 느껴야 합니다. 김정은 국방위원장의 말처럼 “가을에는 북한 동포들이 남한에 와서 함께 공연을 하게 된다.”면 이것만큼 커다란 감동이 없을 겁니다. 문화, 예술, 체육, 종교인들이 남북교류를 계속 활발하게 하고 정부가 도와서 움직이면 남북한의 평화모드에 더 탄력을 줄 것입니다.
혜문: 한반도 평화협정은 사실 2007년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합의하여 발표한 10․4 남북 공동선언 이후에 잘 진전되다가 이명박, 박근혜정권의 반대로 중단된 어처구니없는 일이 되었습니다. 지난 10년 동안 남북관계가 퇴보했지만 온 국민이 바라는 평화회담이 다시 진행되는 것이 옳습니다. 한반도 평화협정으로 가려면 평화의 기운을 누군가가 세상에 선언하고 알려야 하는데 한 주체로서 남한의 종교인들이 평화라는 주제로 하나로 뭉쳐서 한반도 평화협정을 체결하라는 목소리를 높여야합니다. 평화운동본부같은 것을 만들어 종교인들이 단일대오로 평화를 말할 수 있는 장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류상태: 지난 날 우리 종교인들과 종교계가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 잘해 왔습니다. 1989년에 문규현 신부가 전대협 소속 대학생으로 북한에서 열린 세계청년학생축전에 참가했던 임수경 학생의 손을 잡고 판문점을 통해 걸어 내려온 일은 중요한 사건이었습니다. 이런 평화운동, 남과 북의 교류, 젊은이들의 의지, 통일에 대한 열망, 이것을 가톨릭 전체에서 지원한 것입니다. 문규현 신부님이 손을 잡고 내려오는 것 자체가 로마 교황청까지 지원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지성용: 현재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도 남북평화통일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계십니다.
류상태: 가톨릭의 특성상 남북평화통일에 관심과 지원을 용이하게 하는 점도 있습니다. 그리고 개신교에서는 문익환 목사님이 1989년 3월 25일부터 4월 3일까지 북한을 방문한 적이 있었습니다. 문 목사께서 북한에 들어가서 김일성을 끌어안으셨습니다. 정부 허가 없이 북한에 들어갔다고 남한에 돌아와 감옥에 가시는 등 고초를 겪으셨지만 그런 일들이 남과 북을 가깝게 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고 봅니다. 정치인들이 망설이고 욕하고 이권을 계산할 때 종교인들이 감옥에 갈 각오하고 간 것입니다. 우리가 그런 일들을 다시 평가하고 앞으로는 의지를 가지고 해야 되지 않나 라는 생각을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는 지요?
지성용: 1989년 이전에도, 지금도 통일운동의 패권을 정부가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1989년 임수경, 문규현 신부, 문익환 목사께서 방북하는 일들을 통해서 민간이 주도하는 통일운동이 시작되었다고 봅니다. 1988년 5월 15일 천주교 신자인 조성만 열사가 명동성당 교육관 4층 옥상에서 “공동 올림픽 개최하여 평화 통일 앞당기자!” 등의 목소리를 내며 투신했을 때 그것이 죽음이었지만 그 의미가 통일운동에 대한 확산이고 당시 학생운동이 큰 힘을 받을 때였기에 조성만 열사의 산화가 통일에 대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 해에 임수경의 방북과 문규현 신부가 임수경과 같이 손잡고 내려오는 모습이 우리 천주교가 통일운동에 대해 관심을 촉발하는 기제가 된 것입니다.
이후에 천주교에서는 민족화해위원회를 만들어서 대북지원 사업이라든지 북한에 대한 끊임없는 관심과 주교회의 차원에서 대북지원에 대한 노력을 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리고 박창일 신부님이 사단법인 <평화300>를 통해 북한에 가서 농사짓는 것을 도와주고 또 많은 국민들이 후원자 역할을 해주셔서 북한의 농업시설 혁신화, 생산시설의 혁신화 등 여러 지원들에 관심을 높여가고 있습니다. 이런 것들이 종교인들이 할 수 있는 일들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또 하나의 큰 이점은 교황청에서 남북평화에 대한 상당한 관심과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습니다. 그리고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도 남북평화를 위한 전세계인에 대한 호소라든지 여러 가지로 관심을 가지고 남북평화를 위해 기원을 해달라는 말씀을 많이 하십니다. 최근 청와대에서 홍보비서로 일했던 이백만씨가 교황청 대사로 가있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교황청에서 이번에 수에레브 대주교를 한국교황청의 대사로 보냅니다. 이분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제1비서관으로 교황의 의중을 가지고 오시는데 그 의중은 남북문제 진전에 교황청이 할 수 있는 역할을 찾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5월말에 예상하는 북미회담을 어디서 개최하느냐가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데 미국은 워싱턴, 북한은 평양, 남한에서는 판문점에서 하자는 등 여러 얘기가 나오는데 다 줄다리기를 하고 있습니다. 이럴 때 교황님이 방북을 하면 어떻겠느냐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지금 시점에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평양을 방문하여 장충성당에서 미사를 집전한다면 어떨까요? 이것은 세계적인 관심과 교황청의 역할을 떠나 평화에 대한 긍정적인 카드가 될 것입니다. 우리 천주교 내에 통일운동에 관심이 있는 많은 분들이 교황의 방북을 위한 호소를 교황청에 계속해서 빠른 시간 내에 이 무드를 타고 남북, 북미회담이 이루어지는 그 시점 이후에라도 전격적으로 교황께서 평양을 방문하면 북한도 분명히 환영할 것입니다. 우리는 이것이 이루어지도록 압력을 넣어야하고 다음에는 달라이라마를 북한에서 초대를 한다든지 이런 식으로 세계적인 종교인들을 북한에 보낸다면 큰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혜문: 문규현 신부나 고 문익환 목사를 보면 종교가 해야 될 역할, 종교가 세상에 어떻게 감동을 주는지 알 수 있습니다. 종교가 시대와 같이 하면 국민들에게 감동을 주고 역사를 진전시킵니다. 그런데 지난 2007년에 ‘금강산 신계사 복원 남북 공동 준공식’이 있었습니다. 금강산에 있는 6․25때 폐사된 사찰을 조계종이 지원해서 복원한 사업이었는데 그 사업은 국민들에게 전혀 감동을 주지 못했습니다. 종교가 북한과의 남북교류 사업을 하고, 성과를 내고, 자신들의 종교를 선전을 하는 것도 의미가 있습니다. 그러나 남북관계의 진전에 정말로 기여하고 감동을 주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이고 시대와 함께 하지 않는 종교 자체로 의미가 있는 사업은 남북관계에 있어서 큰 역사로서 남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저는 신계사 복원 잘 했다고 생각을 하는 사람 중에 하나입니다만 그것이 사회에 던져주는 메시지로서는 약했다 보고 앞으로 남북관계가 활성화 되면서 종교가 남북문제에 전격적인 의견을 개진하고 개선시키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할 텐데 그때에도 임수경 방북, 문익환 목사 방북처럼 한 시대를 넘어 방향을 제시하는 쪽으로 작동하는 것같이 교황님이 평양을 방문 한다면 그 역시 시대를 넘는 일이 될 것입니다. 우리가 평양에 성당을 짓는다든지, 교회를 짓는다든지, 금강산에 무슨 사찰 하나 짓는 것은 그 종교 자체는 의미가 있지만 시대를 선도하는 입장에서는 별 의미가 없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지성용: 교황께서 만약에 장충성당을 방문하셔서 미사를 집전하신다면 재임 중에 노벨평화상을 받을 수 있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물론 노벨상이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말씀하신 것처럼 역사적인 의미도 갖고 또 시대와 함께 하고 있는 가톨릭교회의 본연의 모습이라고 하는 것에 상당한 영향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운동을 같이 하면 좋겠습니다.
류상태: 남북대화가 잘 되어서 평화정착의 분위기가 만들어졌을 경우에 종교인들이 북한에 많이들 가려고 할 것입니다. 특히 남한에서 불교도, 개신교도, 가톨릭교회도 많이 갈 텐데 과연 가서 어떤 일을 어떻게 할 것인지 그리고 그것이 어떤 결과를 가지고 올 것인지 낙관만 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특히 개신교인인 저로서는 끔직한 모습도 많이 봐왔는데 그 얘기를 구체적으로 해보았으면 합니다. 혹시 각 종단마다 불교는 불교대로 또 천주교는 천주교대로 남북이 열리면 무슨 일을 하겠다하는 계획들이 있는지요?
혜문: 지난 10년간 북한과의 라인이 모두 다 끊어져 있고 연결되어 있는 사람이 몇 안 됩니다. 10년 전에 업무를 담당했던 북한 사람들이 지금 어디 갔는지 찾기도 어렵고 남한도 변했기 때문에 상당히 극소수의 사람들만 그 계획을 짜고 있는 상황일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특정 주제가 한꺼번에 나오지는 않을 것 같고 일단 기존에 했던 방식의 연결일 것입니다. 일단 6․15에서 10․4선언이 이루어진 시대에 제가 본 종교인들의 대부분 사업은 대개 북한을 가난한 곳, 힘든 곳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인도적 지원이 주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앞으로 대부분의 사람들도 인도적 지원을 주로 하려고 할 텐데 시대가 변했기 때문에 인도적 지원을 가지고 남북관계를 새롭게 여는 것은 맞지 않을 것 같습니다. 앞으로는 종교가 인도적 지원에서 사회문화 교류로 양쪽이 똑같은 상태에서 무엇을 주고받을 것인지, 북과 남이 함께 할 수 있는 것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고 이런 교류로 전환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고 계속 인도적 지원에 머물고 있으면 마치 부자가 가난한 자에게 좋은 마음으로 불우이웃돕기 하는 수준을 넘어서지 못할 것입니다.
혜문: 인적교류로는 대북지원의 문제의 본질을 넘지 못하고 남북관계의 개선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그런 일을 극복하기 위한 일환으로 제가 산림청하고 같이 백두산 호랑이 도입 프로젝트를 2014년도에 했었습니다. 호랑이는 민족의 상징 같은 것이기 때문에 봉화에 30만평 규모로 백두대간수목원을 만들면서 그곳에 호랑이 방사장을 만들었습니다. 2016년 2월에 임시개장을 했고 오는 5월 3일 정식으로 개원합니다. 그곳 호랑이 방사장의 규모가 축구장 7개 정도 됩니다. 현재 그곳에는 백두산 호랑이가 3마리밖에 없습니다. 원래 20마리까지 채워야 하는데 이 백두산 호랑이를 중국이나 러시아에서 도입하려고 하는데 그러지 말고 조선중앙동물원에 한 30마리 있으니 교류의 차원에서 가지고 오자 해서 직접 베이징에서 만나서 합의를 했습니다. 그런데 지난 정권에서 “이 사업이 남북관계가 좋아진다는 시그널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보류해라,” 해서 실패한 적이 있습니다만 앞으로 계속 할 것입니다.
동물 교류뿐만 아니라 식물 교류도 추진할 계획입니다. 이런 동식물 교류를 하는 이유는 인간뿐만 아니라 하나의 상징물인 생태로 한반도의 허리를 잇는 생태문화환경을 조성해서 그런 사업이 국민들에게 감동도 주고 남북관계 개선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해서 추진하고 있습니다.
류상태: 좋은 사례 같습니다. 혹시 가톨릭교회는 종단차원에서 북한을 내다보며 준비하고 있는 사업이 있나요?
지성용: 이미 가톨릭교회에서는 북한에 갈 신학생들을 교육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가톨릭교회가 교구가 없지만 한국 가톨릭교회 내부에서 평양교구와 함흥교구를 설정 했습니다. 북한에 있는 지역들을 우리나라 서울교구, 부산교구 이런 식으로 교구 설정을 한 것입니다. 그리고 그 교구 이름으로 입학을 하는 신학생들이 있습니다. 이미 그 학생들이 사제가 되어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 사람들은 통일이 되면 북한으로 가겠다고 하는 것을 전제로 신학교에 입학을 해서 신부가 된 사람들입니다. 가톨릭교회에서는 이미 그 부분에 대해서만큼은 준비를 하고 예견을 하고 학생들을 양성하는 일을 해왔고 지금도 하고 있는 것입니다. 북한의 평양교구나 함흥교구는 서울교구로 입학을 하고 공부는 인천가톨릭대학교에서 합니다. 인천가톨릭대학교가 1997년도에 개교를 했는데 개교할 때 학교 슬로건이 ‘북방선교와 중국선교’ 였습니다. 북한과 중국을 선교하겠다는 시대적인 변화와 요청에 따라서 대학이 설립된 것입니다. 물론 신학교 난립에 대한 것 때문에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그 당시에 서해에 평화의 정점으로서 강화도에 학교를 지어서 인재를 양성을 해서 북한과 중국에다 선교를 보내자는 취지였습니다.
교회 내에 선교라고 할 수 있는 말이 갖고 있는 함정이 있습니다. 대등하지 않은 관계에서 선교라고 하는 것은 파견한다는 것입니다. 내가 우월하니까, 내가 더 잘하니까, 내가 많이 가지고 있으니까 주겠다, 가겠다 라고 하는 이런 우월적 지위에서 선교라고 하는 말은 좀 지양해야 됩니다. 핵심은 보존하되 오류는 폐기해야 됩니다. 그래서 교황청에서도 선교라는 말은 이제 쓰지를 않습니다.
류상태: 원래 가톨릭에서는 전교라는 말을 쓰지 않습니까? 선교는 주로 개신교에 쓰는 말입니다.
지성용: 복음화나 전교라는 말을 주로 사용합니다. 선교는 미션이라는 영화를 보면 교회문화 등을 가지고 들어가서 미개한 사람들을 계몽하고 제도화 시키는 황당한 장면들이 연출됩니다. 그런 식의 구시대적인 선교의 개념은 이미 폐기가 되었습니다. 제가 볼 때는 북한과 중국은 바티칸이나 가톨릭교회의 입장에서 볼 때는 마지막 남은 복음화 지역입니다. 천주교가 들어가지 않은 곳입니다. 중국의 인구가 14억명입니다. 전세계 가톨릭 신자의 수가 12억명인데 중국 인구가 14억명이니 그 안에서 복음화를 해야 된다는 것은 교회의 본질로 볼 때는 상당히 시급한 일인 것입니다. 지금 바티칸도 북방선교를 위해서 중국과 북한을 섹터를 나눠 가지고 거기에 있는 사람들을 학생으로 뽑아 와서 교황청에서 이미 공부를 시켰습니다. 교회를 확장하기 위한 방법으로 오래전부터 교황청도 중국과 북한선교를 위한 준비들을 해왔습니다. 물론 그것이 어떻게 구체화되는지는 좀 더 시간이 지나봐야 알겠지만 우리와 함께 공부했던 중국신학생들이 다시 사제서품을 받고 신부가 되어서 하얼빈이라든지 여러 지역의 주교가 되고 있습니다. 교회 복음화를 위한 씨앗들을 심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들을 합니다. 그리고 북한과 중국 간의 관계개선을 위한 상당한 노력들을 예전부터 하고 있었다는 말을 드리고 싶습니다.
혜문: 개신교에서는 동양의 예루살렘인 평양을 탈환하겠다는 말을 합니다. 예전에 평양의 개신교 세력들이 컸습니다. 평양에 있던 교회들, 기독교인들이 남한에 내려와서 대학도 세우고 학교 등 교육기관을 많이 세웠는데 이분들이 다시 평양을 되찾기 위해서 가려고 지옥훈련을 감수하면서 준비하고 있습니다. 사실 우려되는 상황이고 북한도 그 부분에 대해서 민감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탈북지원 탈북자를 북한에서는 기획탈북이라고 하는데 지난 10년간 이게 많았습니다. 북한에 조선족이 들어가서 탈북을 알선하고 탈북을 하면 그 사람을 데리고 한국에 들어오는데 그 주도적인 역할을 했던 개신교 단체들이 다시 남북관계에서 대놓고 할 것이라는 걱정을 많이 합니다. 그것은 북한 체제에 대한 도전이기 때문에 북한에서 엄중하게 대처하겠다고 합니다. 목사 몇 명이 지금도 억류 되어 있는지 나왔는지 모르겠으나 사건들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그런 것들이 화해무드로 가고 있는 남북관계를 남한 사람들의 선교활동이나 억류, 이런 것들로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이 부분은 우리 사회 내부에서 규정을 마련해야 될 것입니다.
오늘 대화 장소에 오다보니 ‘박근혜 탄핵 무효’ 라는 플랜카드가 붙어있던데 개신교에 있는 멤버들이 우리 사회의 걸림돌이 되고 있어 걱정입니다. 미션스쿨인 중학교를 다녔는데 학교에서 목사님이 자주 한 이야기 중 하나가 “통일이 되면 10만명이 평양에서 순교를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어린 마음에 ‘순교를 어떻게 해.’ 하는 기억이 남아 있는데 지금도 그렇게 실제로 말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제가 나온 중학교의 이사장이 이북 분이었는데 내려와서 학교를 세운 것인데 목사님들에게 수차례 이야기를 들었고 그런 분들이 평양에 몰려갈 수도 있다는 생각에 내심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류상태 : 그게 제일 문제입니다. 개신교인들이 들어가서 어떤 일을 하고 싶어 하는 지가 너무나 뻔히 눈에 보입니다. 그런데 개신교 하면 그냥 하나로 말할 수 없는 게 개신교라는 종교 안에도 진보적인 개신교인하고 보수적인 개신교인하고는 너무도 다릅니다. 이건 완전히 너무도 다른 두 종교가 같은 카테고리 안에 있는 겁니다. 이건 개신교뿐만 아니라 모든 종교가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오늘 대화에 와 주신 스님은 처음 뵈었고 신부님은 두 번 뵈었습니다만 뭐 서로 부닥칠 것도 하나 없고 막힘이 없습니다. 그러니까 여기에는 종교가 필요 없는 것입니다. 그런데 닫힌 종교에 가면 우리하고 전혀 다른 사람들이 거기에 있습니다. 그들은 하나가 아니라 절대로 화합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나만 옳고 우리만 옳다고 합니다. 특히 개신교는 우리만 옳은 겁니다. 가톨릭에도 그런 분들이 많지는 않지만 있습니다. 가톨릭에도 근본주의자들이 있습니다. 요즈음에는 불자님 가운데도 그런 분들이 있습니다. 기독교는 무조건 틀렸다는 것입니다. 제가 불교언론매체에 글을 쓰는데 무슨 글을 써도 공격을 합니다. 개신교는 무조건 아닌 겁니다. 악일뿐이고 사회의 골치라는 것입니다. 제가 사죄 한다는 뜻으로 무릎 꿇고 글을 써도 안 되는 겁니다. 제가 볼 때는 이것은 개신교가 만든 것입니다. 개신교가 그렇게 해서 이런 극도의 반감을 가진 사람들을 만들어낸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나만 옳다, 우리만 옳다.”고 주장하는 극단적인 종교인들이 북한에 가면 모든 평화의 노력,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종교, 군사적으로 마련되었던 그 토대를 유지하는데 해를 입히지 않을까 걱정이 됩니다. 지금까지의 이념갈등이 종교갈등으로 북한에서 재현되고 문제가 되어서 골칫덩이가 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많이 있는 제 입장에서의 반성이기도 하지만 그런 점에서 각 종단의 열린 종교인들이 할 역할이 있을 것 같습니다.
혜문: 한국사회가 가진 가장 큰 갈등이 남북갈등인데 이 못지않게 큰 것이 종교 갈등입니다. 종교 갈등이 더 클 수도 있습니다. 남북갈등이 화해무드로 가면 진짜 본질적인 문제인 종교 갈등이 일어날 것입니다. 종교 갈등이 군사분계선인 삼팔선을 넘어서 북쪽에서 발생할 때 우려되는 것은 일단 대규모 억류사태로 갈 텐데 최근에 북한에 있었던 북한과 미국의 갈등도 선교를 목적으로 했던 웜비어 사건입니다. 이 사건은 미국의 어느 교회가 웜비어라는 대학생에게 북한에 가서 북한 선전물을 가지고 오면 중고차를 사준다 했다, 10만달러를 준다 했다는 설 등이 이것저것 있지만 보상을 받기 위한 목적으로 현수막을 훔쳐 나오다가 걸린 겁니다. 이것은 결국 웜비어가 북한에서 수형생활을 하다가 사망에 이르기까지 하는 불행한 결말의 사건인데 미국과 북한과의 관계를 더 꼬이게 했던 사건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런 사건이 자주 일어날 수 있습니다. 이럴 때 우리사회는 이것을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미리 조심스럽게 예측하고 방비책을 만들어놔야 됩니다.
지성용: 실제로 지금 지적하신 것의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면 우리나라가 가지고 있는 모든 모순의 출발은 해방전후사에 친일들을 청산하지 못한 부분에 있다고 봅니다. 그때 친일들을 정리정돈 되었어야 되는데 그들이 교묘하게 반공이라고 하는 화두를 가지고 이 기독교에 편승을 하게 된 것입니다. 그러면서 레드컴플렉스를 조장하면서 살아남을 수 있었습니다. 그때 처벌받았어야 하는 많은 사람들이 개신교 교단에 합류하면서 또 다른 기득권 세력이 된 것입니다. 서북청년단 그들이 와서 끔찍한 학살과 만행을 저질렀던 것이 역사적인 기록으로 남아있습니다.
그 외에도 한국사회의 중요한 고비마다 개신교가 저질렀던 여러 반 복음적인, 비 그리스도적인 행위나 작태들은 말할 수가 없습니다. 최근에 이명박근혜 정부 내에서도 이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 떡고물들을 받으면서 체제 유지에 기여 했습니까? 조찬기도회를 시작으로 박근혜 탄핵 이후에 성조기와 태극기 깃발 들고 나온 사람들을 보면 대부분 다 교회에서 동원된 사람들이 많다는 것은 많은 국민들이 알고 있습니다. 저는 이 세대가 한 번은 지나가야 되지 않겠는가 생각을 합니다. 6․25 전쟁 이후에 찾았던 그 세대들이 지나가는 시점이 되면 자연스럽게 우리 세대들의 모임이 되면서 그 문제들이 자연스럽게 해소가 되지 않을까 저는 이렇게 희망합니다. 지금 그들과의 대화는 상당히 소모적입니다. 그렇지만 대화는 해야 됩니다. 그러나 커다란 소모와 분쟁으로 중요한 쟁점을 잃어버릴 수 있는 오류에 빠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앞으로 우리가 미래를 향하는데 에너지를 좀 더 쓴다면 시간이 우리를 많이 도와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류상태: 전쟁을 겪은 세대하고 겪지 않은 세대의 시각은 확연히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너희들은 안 겪어 봐서 몰라.”라고 고집부리는 사람들을 설득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들의 영향을 받은 답답한 젊은 친구들도 있습니다. 그들을 교화하는 일도 중요하게 해야 될 일중 하나라고 봅니다.
혜문: 남북교류가 재개되면 법이나 시행령을 만들어 남북교류로 인해 북한을 방문하는 방북자에 대한 규제를 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십여 차례 북한을 가 보았는데 방북자들의 탈선행위가 심각한 문제입니다. 우스꽝스러운 이야기인데 제가 북한을 자주 가다보니 금강산의 호텔 지배인과 친하게 지내는데 그 분이 말하길 남쪽 사람들이 술 마시고 하는 탈선 때문에 아주 골치가 아프다고 합니다. 술 마시고 때려 부수고 북한 여자를 불러 달라고 떼를 쓰고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이 문제로 몇 번 억류도 되고 했는데 사회문제가 되면 남쪽 언론에서 다루니까 억류를 하면 큰 문제가 되는 것입니다. 아마 다시 또 시작이 될 것입니다. 그게 결국 2008년 7월 남한 관광객 박양자씨가 군사분계선 민간인 통제구역을 산책하다가 총격 당하는 어이없는 사건으로 간 것입니다.
지성용: 우리가 너무 쉽게 생각한 것입니다.
혜문: 또 금강산 내부에서 음주운전으로 북한군이 사망한 사건도 있었습니다. 위병소에서 경계근무하고 있는 북한군을 남한사람이 음주과속으로 차가 통제가 안 되어서 차로 치어 사망하게 한 사건입니다. 북쪽에서 우호적으로 이 사건을 언론에 보도도 안 하고 풀어줬는데 박양자 피습사건에 대해서 이렇게까지 할 수가 있냐는 항의가 있었다는 뒷이야기도 있었다고 합니다. 남북관계를 개선하면서 북쪽의 실무자들이 남쪽 사람들이 다시 개성이나 금강산 혹은 평양에 왔을 때 예전처럼 그런 무모한 행동을 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으로 내부적으로 속앓이가 있을 것입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 남쪽에서 법률이나 시행으로 반드시 규제를 해야 합니다. 그래야 종교인들도 북쪽에서 선교활동을 하다가 문제가 생기면 남쪽에 와서 벌과금 등으로 규제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지성용: 허락되지 않은 곳에 들어갔을 경우는 가령 징역2년 이하에 2,000만원 벌금을 처한다던지 이런 식의 규제가 있어야 거기를 안 들어가지 않겠습니까. 북한에 들어갈 때 그런 것을 주지시키고 음주운전이라든지 규제를 어기면 남한에서 곱빼기로 처벌을 하겠다든지 하는 시행령을 마련하는 것은 중요한 지적이라고 봅니다.
혜문: 선교에 대한 부분으로 전도활동을 하다 적발될 경우에는 남쪽에 와서 처벌한다는 규정을 우리 스스로 법률적으로 만드는 것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류상태: 선교 자체를 금하기는 아마 어렵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렇지만 그곳에서 금하는 사회질서를 해치거나 침해하는 행위가 있었을 경우는 규제할 수 있는 제도가 있어야 한다는 것에는 동의합니다.
혜문: 웜비어 개인 청년의 죽음으로까지 갔던 결국 교회의 명을 받고 갔던 이런 사건이 다시 재발된다면 더구나 한국인에 의해서 재발된다면 이거는 걷잡을 수 없는 충격에 휘말리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법률적인 규제 등을 검토할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하고 있습니다. 법률과 관계 되어서 생각하는 것인데 불교가 문제제기를 선도적으로 해야 되겠다고 생각하는 것 중에 하나로 남북한 교류가 활성화되면 토지에 대한 문제가 분명히 생깁니다. 월북한 사람이 남쪽에 남겨놓고 간 토지가 다른 사람이나 혹은 국가가 가지고 있는 경우가 있는데 이 사람의 후손이 와서 소유권 반환소송을 하게 되는 경우에 대한민국 현행법에서는 패소하게 되어있습니다.
지성용: 반대로 또 땅을 두고 내려온 사람들에게도 이 문제가 있을 것 아닙니까?
혜문: 그 부분을 명확하게 법에서 해결해 주어야 합니다. 개인이 아닌 단체의 경우도 있습니다. 사람은 죽지만 법인은 죽지 않습니다. 금강산에 신계사, 장안사, 표은사라는 절이 있습니다. 이 사찰들이 남쪽인 강원도 고성지역에 토지를 대규모로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 토지가 6․25 전쟁 이후에 속초 쪽이 수복 지역이 되니까 표은사, 신계사, 장안사의 토지가 남한의 토지대장 등기부에 그대로 남아있게 됩니다. 재미있는 경우가 조계종에서 금강삼사라는 이름으로 그 사찰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금강산에 있었던 세 종류의 사찰의 토지를 조계종에서 유사사찰을 하나 만들어서 관리하고 있는 것입니다. 금강산에 있던 사찰 토지에 이를테면 도로를 내면 대한민국 법원이 공시송달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도로를 냈다는 것을 알려줄 수 없으니까 관보에 고성에 있는 금강산 표은사의 토지에 우리가 도로를 냈기 때문에 공탁했으니까 이것을 찾아가라는 공시송달 하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고 등기부등본은 그대로 살아있습니다.
북한 사찰이 주인인 남쪽의 토지가 20만평 정도 됩니다. 이것을 판례나 법안으로 만들기 위해서 북한의 조선불교도연맹하고 저하고 여러 차례 걸쳐서 이야기를 했습니다. 통일에 이런 게 걸림돌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조불련이 이 사건에 대해서 남쪽에 소송을 하든지 하나의 케이스를 만들어서 그런 토지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만들어보자는 이야기를 했는데 아직까지 정부는 그 문제에 대해서 심각성을 이해하지도 인지하지도 못하는 것 같습니다. 월북 혹은 월남한 사람의 토지가 남아있을 경우 어떻게 처리해야 될 것인가는 지금부터 준비하여 법률적으로 명확하게 규정해야 됩니다. 불교의 토지 규모가 20만평 정도 되니까 앞장서서 해결해야 할 것입니다.
류상태: 통일 전까지는 접근하기가 어렵지 않겠습니까?
혜문: 통일 전이라도 인적교류가 시작되면 바로 됩니다.
지성용: 인적교류가 되면 살아있는 사람들이나 관계자들이 서로 접촉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류상태: 통일이 되지 않고 두 개의 국가가 독립국가로 존재하는 형태에서 그런 말을 하는 게 의미가 있을까요?
혜문: 현재 대한민국 헌법 제3조는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라고 명시 되어 있기 때문에 북한 국민이지만 현행법상 국적은 대한민국 국적으로 추정하여 법률적으로는 가능합니다. 그리고 실제로 찾아간 사람들이 있습니다. 1960년대 북송사업에 의해서 일본에 있다가 북에 가서 살았던 재일교포들이 있었습니다. 원래는 이 사람들이 경상도 지역에서 살다 일본에 갔다가 월북한 사람들입니다. 이 사람들의 자손들이 남아 있어 한국에 와서 재산권을 처분하는 경우가 지금도 상당히 있습니다. 이 문제가 거대한 이권사업으로 발전할 수 있기 때문에 미리 법률적으로 처리해야 할 중요한 문제인 것입니다.
류상태: 오늘 우리는 장차 남북한이 서로 문이 열리고 충분한 소통이 될 때 종교인들이 어떻게 해야 하느냐 라는 주제로 여러 이야기를 했습니다. 나만 옳다고 생각하는 종교인들의 무모한 선교정책, 그리고 그로 인한 혼란 등을 우리가 염려하고 있습니다. 배타적인 생각에 젖어있는 종교인들이 생각을 바꾸지 않고는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각 종단 내부에서 대화를 통해서 교육을 통해서 이 문제가 해소될 수 있었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법이라든가 시행령을 통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선에서 오늘의 대화를 정리를 해야 될 것 같습니다.
종교 간의 화합과 남북 간의 화합은 결코 쉽지 않은 주제입니다. 각 종교가 모시는 신의 가르침 속에는 화합과 평화가 있습니다. 그 가르침에 맞게 종교가 남북 화합과 평화로 가는 길에 걸림돌이 아니라 주춧돌이 되었으면 바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