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4월 팔마 MTB 거금도 정기 라이딩!
4월 19일 아침 일찍 08시 32명의 회원들이 모였다. 오늘은 정기모임 일이다. 해년 마다 이맘때면 고흥의 거금도로 라이딩을 떠난다. 우리는 먼 길을 떠날 때면 먹거리를 장만 한다. 이날도 시장을 봐온 음식거리들을 챙겨 트럭2대 버스 1대에 시장을 봐온 먹거리들과 자전거를 나눠 실고 고흥 거금도로 향했다. 바쁜 일정으로 참가를 못할 몇 분의 열성회원들은 출발지에 나와 손을 흔들어 배웅을 한다. 버스에 타자 마자 제주도 라이딩의 이야기로 꽃을 피운다.
여기서도 빠지지 않는 숨은 이야기는 “화장실 노래방” 의 일화다. 삼방산 근처에 숙소를 잡고 늦은 밤까지도 직성이 덜 풀린 4명의 회원은 술과 안주를 들고 탈의실이 딸린 화장실로 들어갔다. 다른 회원들이 장거리 라이딩으로 지쳐 주무시는 동안 소란 소음을 덜어 주려고 화장실로 들어가 새벽까지 마셔댄다. 이틀 동안 외각지역에다 숙소를 정하는 바람에 노래방도 가지 못한 아쉬움에 마지막 날 밤을 화장실에서나마 녹이려는 끼 있는 오기가 발동 한 것이다.
소주병에 숟가락 두개를 넣어 만든 마이크는 그 날의 기막힌 기발한 아이디어 작품이다. 동작은 크게 하면서 술은 조용히 먹고 노래도 조용히 했다. 마치 립싱크를 하는 모양으로 갖은 제스처를 해 가며 노래를 부르는 그 모습 그리고 온몸율동을 하며 익살스럽게 즐거운 시간이 흐르는 동안 간간히 화장실을 들르는 회원 몇 사람들에게 들킬 수 밖에 없다. 이틀 동안 자전거를 타고도 피로를 잊고 까불어 대는 화장실의 그 모습은 누가 봐도 온전하지 않는 미친놈들의 짓이다. 두 주가 지난 오늘에도 그 때의 에피소드는 생생한 소담거리가 되어 많은 사람들의 사랑 이야기로 버스 안에서 왜 그 이야기를 후기에 가볍게 다루느냐는 아우성에 기분은 즐거웠고 지금이나마 덧붙여 써준다.
녹동항에 도착했다. 녹동 앞바다 건너로 보이는 소록도, 인구 800여명의 조그마한 섬이다. 어린 사슴의 형국을 하고 있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섬 둘레 전장 14킬로미터 정도인 이 자그마한 섬에는 한센병 환자들이 격리되어 살고 있으며 3분의1 정도의 일반인들도 살고 있다. 육영수 여사가 재단 설립에 기여했다는 나환자 촌은 매년 5월 17일에만 일반인에게 개방을 한다. 작은 섬이지만 해수욕장도 있고 경치도 좋은 편이다. 연륙교도 놓여졌으며 거금도(금산)까지 이을 교각도 한참 건설 중에 있다.
작년 가을에 거금도(금산)를 찾은 적이 있다. 그 날은 촘촘한 금빛물결로 반짝거리는 잔잔한 바다였는데 이날은 조금 더 거친 물결에 태양빛은 은빛바다를 이루며 눈을 부시게 한다. 날씨도 아주 맑았고 먼 섬들이 옹기종기 사이 좋게 집단을 이룬 듯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거금도에는 농 어업을 겸하고 있으며 노지 양파는 우리나라에서 제일 먼저 출하되는 곳이다. 김 양식장으로 유명하고 남쪽으로는 바다 밑이 낮은 모랫바닥을 이루고 있어 적대봉 상봉에서 바라보면 이국적인 인상을 짙게 풍기기도 한다. 북쪽으로는 적대봉보다 조금 더 높은 팔영산이 넘실거리는 모습으로 먼 시야에 들어온다 적대봉의 높이는 해발 592미터로 우리나라 섬 중에 제주를 포함하여 7번째로 큰 섬이라고 한다.
철선으로 20여분을 타고 10시30분경 신평 선착장에 도착 했다. 장비를 모두 내려 점검하고 한태 모여서 간단한 방파제 회담을 마쳤다. 해안 일주도로를 따라 30여명의 건각들은 서늘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상쾌한 레이스가 시작 되었다. 정기모임인 만큼 과속은 하지 않고 비경을 벗삼아 풍륜을 즐긴다. 숫자도 많아 뒤에서 바라본 무리의 움직임은 글로 다 표현하기가 부족하다. 종 종 지나가는 관광차 안에서도 홀로 지나가는 승용차 안에서도 논 밭에서 일 하는 농부들도 거금도에서는 특이하게 좀처럼 볼 수 없는 그림 같은 장관을 이루며 달리는 자전거 행렬에 손을 흔들고 야단들이다.
이곳은 프로 레슬러 김일 선수가 태어난 곳이다. 신촌리를 지나 금산읍내로 가는 오르막을 힘차게 오른다. 도중에 “푸른 숲 그 사랑의 시작은 산불예방입니다.” 라는 플래카드를 보면서 아스팔트 언덕 정상에 있는 광장에 도착했다. 잠깐 휴식을 취하고 산 봉우리 쪽으로 가는 비포장 임 도로 꺾어 오른다. 반 그늘진 우둘투둘한 신작로 길을 타는 동안 이름 모를 산야초와 나무에 핀 꽃에서 풋내와 함께 다디단 달콤한 향기가 코에 진동을 한다. 이 포만감 그리고 이 행복한 즐김은 내게 주어진 선택 중에 가장 아름다운 시간중의 하나로 기억되는 순간이다.
숲의 경치에 빠져들어 가는 동안 하필이면 정비국장의 자전거 바퀴에 펑크가 났다. 이 기회를 놓칠세라 걸담 들이 쏟아진다. 정비국장의 자질을 나무라는 사람의 핀잔과 힘든 언덕에 쉬게 해주려고 평크가 났다며 저런 타고난 복이 어디 있냐는 등의 덕담과 이를 덮어버리는 또 하나의 스피커는 역시 멋쟁이 닉을 갖고 있는 사나이의 큰 소리가 모두의 귀를 쩡쩡하게 때린다. “나한테 배 많이 나오고 몸무게 많다고 아까 배위에서 선비를 더 내라고 하더니 너는 평균 근 수에도 미달하는 사람이 빵꾸는 왜 나냐.” 는 말에 거치른 숨소리와 팍팍하던 다리 그리고 이마의 구슬땀도 잠시 다 잊게 하는 웃음으로 여유를 만끽한다.
내리막길을 치달아 오촌에 도착했다 한적한 바닷가에 자리를 펴고 점심을 준비하는 동안 도중에 찬조를 받은 고흥 점암의 특산 유자청주가 나왔다. 유자청주의 향취와 먼 바다에 떠 있는 섬들이 눈과 마음에 어울어진다. 작년 가을에 와서 바라본 풍경과 지금의 풍경은 다소 대조적이다. 얕은 바다 속에는 수 많은 물고기들이 교태를 즐기며 휘 저었는지 물의 색깔은 약간 뿌 하다. 동해안의 바다는 먼 수평선만이 삭막하리만치 가슴을 허 하게 하는 느낌이 들지만 남해안은 아름다운 섬들의 비경이 일탈의 기쁨을 한층 더 해준다. 적대봉은 푸른 숲으로 덮여지고 있다. 올 가을이면 열정 어린 화려한 옷으로 갈아 입고 수 많은 풍류객들의 눈에 교만한 자태를 뽐 낼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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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의 연인 같은 거금도!
참으로 참으로 아름다운 섬.
늦 가을의 비경은 나무랄 데가 없구나.
남으로는 금장 익금에 몸을 담그고
북으로는 팔영에 눈빛이 출렁인다.
철 따라 간간히 마음이 오 가던 곳
오랜만의 향수를 담고 철선에 맡겼다.
소록도 앞을 지나며 무심에 잠긴 동안
연한 살처럼 펼쳐진 드넓은 주름물결은
금가루 잔 바람에 찬란한 물 창이 튀기듯
태양을 부숴 수를 놓아 나를 반긴다.
오천 마을 앞 준도라는 섬에는
감성돔 낚시터로도 자꾸 유혹 하던 곳.
듬직한 적대봉을 등받이 하고
해풍에 시달린 앙상한 해송 그늘을 따라
준도가 바라다 보이는 조그마한 바위 섬
비단같이 부드러운 바다에 마음을 뉘우고
소주에 섞이고 취해 아직도 깨어나지 않는다.
이 글은 작년 가을에 거금도를 다녀 오면서 지은 시다. 거금도는 여름도 좋지만 가을의 경치가 훨씬 빼어나다. 반들반들한 자갈을 밟고 걸으며 식후를 즐긴다. 지난번 제주에서도 그랬듯이 이번에도 역시 두 부회장은 엔트리가 되어 수고를 하고 있다. 앞으로의 새로운 부회장들도 저 일을 해야만 하는가 보다.
레이스는 또 다시 시작 되었다. 해안 길을 쫓아 연소 해수욕장이 바라다 보이는 언덕에 올라 서자 어디선가 기가 막힌 꿀 향이 코를 붙든다. 언덕을 잘라 만든 도로 양 옆 비탈에 심어놓은 등나무가 하얀색 보라색 꽃으로 뒤덮여 있다. 모두 멈추고 내려 향기에 심취한다. 바로 이런 맛이다. 오르막길 내리막길 산 비탈길을 마다 않고 일요일이 기다려지는 바로 이런 맛…
아쉬운 꿀 향의 여운을 뒤로하고 내리막을 따라 연소 해수욕장에 도착했다. 인생길! 오르막은 힘겨워 말 수가 없지만 내리막이 보이면 모두가 하나같이 안도하는 환호로 즐기며 쏟아 내려간다. 연소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는 동안 허공에 휘영청 뜬 달과 바닷속 깊이 가라 앉은 달 그림자를 담아 李白의 시를 빌어 연소 앞바다를 노래한 連沼秋月(연소추월)이라는 시비를 만났다. 한 번도 보지 못한 연소의 밤바다를 잘 연상케 해준 글에 머물러 저 먼 하얀 바다에 검은 달을 띄워보았다.
이제 마지막 스퍼트로 선착장을 향해 달린다. 신평 까지 30여분의 거리다. 가까스로 시간에 도착하여 승선을 하고 녹동항에 내려 어판장으로 들어갔다. 무사히 레이스를 마치고 회를 사서 주차장에 널어 앉아 술을 곁들여 먹는 그 맛이야말로 모든 근심 걱정은 자동으로 녹동 앞바다에 수장이 되었다. 세발낙지를 찬조로 사오신 회원님이 있는데 이 기회를 빌어 청주 찬조등의 도움을 주신 여러분들의 만수무강과 돈 많이 벌어 꼭 큰 부자가 되시고 더 많이 써 주시라고 간절하게 빌어드린다.
덕분에 더 들어 마신 술 기운은 돌아오는 버스에서 하 부회장의 위트와 재담 넘치는 사회로 흥분을 가득 담은 도가니가 되었다. 무사히 수행의 임무를 마치신 임원을 비롯하여 참석하시고 후원 해주신 모든 회원들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아끼지 않는다. 한 가지 주제넘게 드리고 싶은 이야기는 강력히 관철하고자 하는 주장이 있다 하더라도 다른 회원을 배려하는 마음이 우선이기를 바라고 비우고 자제하는 너그러운 인품으로 나이에 연연하지 말며 인격을 더욱 돈독히 하는 일체가 되 주시기를 바라는 부탁의 말씀으로 이번의 라이딩 후기를 가름하고자 한다.
첫댓글 병국이햄~ 이번 정기라이딩은 참석 못했지만 후기를 읽고보니 다녀온것보단 더 느낌이 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동욱씨. 언제나 밝은 웃음으로 회원들의 중심에 서 있는 사람이니 참석하신거나 다름 없는 마음입니다. 좋은 인상으로 담아 주셨다니 감사합니다.
라이딩후기가있어서 더욱 생동감이있네요 고맙읍니다.
회장님의 수고가 많았지요. 어떤 일이든 앞에 선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인데 무리 없이 소화 하시는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나는 앞으로 라이딩을 안다녀도 되겠네여 ㅎㅎ 주옥같은 시를 곁들인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그라문 안되쥐요. 열심히 참여 해 주시고 관심 가져주시니 신촐라기 힘이됩니다. 앞으로도 많은 도움 주시기를 부탁 드립니다.
팔마 자전거여행기는 이제 시작일 뿐입니다..앞으로도 쭉~~, 라이딩 후기(팔마 자전거 여행기)는 이어갑니다..다음편이 기다려 지네요..ㅋㅋ
이러다가 바닥나면 어쩝니까.^^ 숨도 돌리게 돌아가면서 씁시다. 다음번에는 두발로님께서 맡아주시면 아주 멎진 릴레이 후기가 될거라 믿습니다. 부탁합니다. ㅎㅎ
여기서,가장중요한이야기?전임회장이간만에나와서,잼?있게같이탔다는이야기가빠진거같에,쬐금서운함.아주쬐금ㅎㅎㅎㅎ
그것을 밣히면 전 회장님이 임기 끝나니 참여에 소홀 하더라는 소문이 쫙 돌아버릴건데 그래도 되겠습니까.ㅎㅎ 그래도 언제나 정감 넘친 사진촬영과 열정은 모든 회원들이 인정하니 말씀 안 박혔다고 노여워는 마십시오.ㅎㅎ
감사^^감사^^한번팔만,영원한팔만겨~~팔마홧팅!
미루나무님 거금도 레이스 후기에 어느새 이 몸도 거금도 한 바퀴를 돌아 선착장에 서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동기감응 이군요. 카레이스님의 활달한 모습이 보는사람들의 얼굴도 환하게 해줍니다. 우리 팔마의 활력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