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찍, 동료 선생님들과 함께 김영희 할머님 댁으로 향했습니다.
황토방에 창호지 붙이는 일을 거들어 드리는 목적으로 방문한 겁니다.
7명의 선생님이 함께 방문했기에 인원이 많았습니다. 3명은 할머니와 함께 창호지 작업을 하고, 나머지 4명은 마당의 잔디를 배며 풀 정리하는 일을 했습니다.
페인트 칠하기는 여러 번 했었지만, 창호지 붙이는 일은 엄마께서 하시는 것을 옆에서 보기만 했었습니다. 자신이 없었습니다. 마을로 향하는 길에 권수현 선생님께서 창호지 붙이는 법 찾아보셨습니다. 수현 선생님 덕분에 눈으로만 배웠던 창호지 작업을 다시금 떠올릴 수 있었습니다.
은지 선생님, 준호 선생님과 황토방 안에서 창호지 붙이는 작업을 함께했습니다. 인터넷으로 방법을 미리 찾아봤지만, 쉽게 나서지 않았습니다. 할머니께서는 찹쌀풀을 직접 준비하신다고 하셨기에 할머니만의 방법이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할머니 댁’ 이셨기 때문입니다. 할머니께서 할머니 댁에서 주인 노릇, 어른 노릇 하시게 돕고 싶었습니다.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할머니께서 설명하시는 방법 경청했습니다. 이끄시는 대로 진행했습니다.
할머니께서 바닥에 벽지 두 장을 까시고, 그 위에 창호지를 올려 풀을 정성스럽게 펴 바르셨습니다. 그다음 벽에 붙이는 시범을 보여주셨습니다.
할머니께 아침에 파스 향기가 났었는데, 쪼그려 앉아서 작업 하시는 일이 힘드실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풀 바르는 과정이 쉽지 않아 보였습니다. 할머니께서 세 번 정도 창호지에 풀을 바르셨을 때 조심스럽게 여쭈었습니다.
“할머니께서 잘 알려주시면 저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할머니께서 몸이 좋지 않으시다며 제게 넘겨주셨습니다. 처음부터 할머니의 몸이 아프지 않으실까 몹시 걱정되었지만, 때를 살피길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몸이 편찮으셔도 할머니께서 할머니의 손과 힘으로 이루고 싶으실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할머니께서는 창호지에 풀을 바르는 내 저를 칭찬해주셨습니다.
“칠렐레팔렐레 하면 못해. 다연이가 꼼꼼하게 아주 잘 하는거야.”
할머니께서는 어느새 제 이름을 외우고 계셨습니다. 저는 누군가의 이름을 쉽게 외우지 못하는 사람이기에, 더욱 감사했습니다. 누군가의 이름을 외워서 불러준다는 것은 큰 관심입니다. 저도 아이들의 이름을 꼭 외워서 불러줄 겁니다.
준호 선생님은 사다리에 올라가서 천장에 맞닿은 곳부터 창호지를 붙여주셨습니다. 몇 장 붙이면 붙일수록 속도가 났습니다. 꼼꼼하게 잘 붙였습니다. 은지 선생님이 준호 선생님 옆에서 창호지 잡아주고, 수건으로 살살 누르며 마무리했습니다. 전 과정을 김영희 할머니께서 이끄셨습니다.
할머니께서는 벽에 창호지를 붙였을 때 뜨는 부분을, 손에 풀을 묻히셔서 덧바르셨습니다. 할머니께서 제게 손을 건 내 보라고 하셨습니다. 제 손에 묻은 풀을 손을 맞잡고 전해드렸습니다. 황토방에 창호지 붙이는 일을 하며 할머님과 자연스럽게 가까워졌습니다.
유난히 햇살이 강했던 날입니다. 누리, 수현, 소영, 상명 선생님께서 마당에서 풀 정리하는 일 도와주셨습니다. 오후에 누리, 소영 선생님께서 창호지 붙이는 작업도 함께하셨습니다.
선생님들께서는 각자 맡은 사업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두 발 벗고 나서서 도와주셨습니다. 저와 은지 선생님, 김영희 할머님 세 명이 작업했더라면 한나절이 더 넘게 걸렸을 겁니다. 할머니께서는 아이들 맞이하는 데 황토방에 가루가 떨어지는 것이 가장 큰 걱정이셨는데, 여러 사람의 도움으로 그 일이 해결되었습니다. 창호지 다 붙이고 나서 방을 둘러보니 제가 앓던 큰 걱정이 사라진 것 마냥 참 기뻤습니다. 할머니께서 걱정하시니, 자연스레 걱정이 되었나 봅니다.
고생했던 동료 선생님들께 미안하고 고맙습니다. 선생님들의 도움, 사업을 진행하며 매번 떠올리겠지요. 더위에 땀도 많이 나고, 어지럽기도 했을 겁니다. 고마운 마음이 참 큽니다. 동료를 위해 발 벗고 나서는 마음 배웠습니다. 글로써 이 마음을 전합니다.
‘시골집에서 하룻밤’ 함께 하는 아이들이 오늘 창호지를 붙인 황토방에서 푹 자며, 놀고, 쉬는 날을 떠올립니다. 아이들이 김영희 할머니와, 실습 선생님들의 정성을 잘 기억하고 감사를 표현할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 정성 가득한 이 방에서 잘 누리고, 재미나게 보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첫댓글 아이들 초대해 주시고 황토방까지 내어 주셨는데, 혹여나 아이들 왔을 때 황토 흙이 떨어질까 염려되어 창호지를 바르고 싶다 하셨지요. 오랜만에 집에 손님 초대한다고 신경을 많이 쓰고 있으신 어르신, 젊은 시절로 되돌아 간 것 같다며 오히려 즐거워 해주신 어르신, 정말 고맙습니다. 창호지 바르고, 잔디 다듬는 일 도와 준 일곱 명의 선생님들 고맙습니다.
모두가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