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본래무일물, 티글도 부끄러워라
남 진 원
1976년 『교육자료』3월호에 동시 <여름밤>이 추천되면서 5월에는 2회로 봄날이 추천되었다. 그리고 또 다시 6월에 2회로 동시 ‘조약돌’이 추천되었다. 교육자료 편집부의 사무착오로 그렇게 된 것이었다.
[교육자료 ] 중복 추천 2회 작품
개울가에 있는 조약돌을 보면서 구도의 참 모습은 저런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년 시절 여름이면 냇가에 가서 물장구를 치며 멱을 감았다. 그리고 추우면 밖에 나와 볕을 죄기도 하며 장광에 널려있는 조약돌을 주웠다.
심심하면 냇가의 돌을 주워 팔매질을 하기도 했다. 멀리 날아가는 작은 돌을 보면서 내 속의 마음 한 쪽이 날개를 단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즐거웠던 것이다.
물놀이를 실컷 한 후 집에 돌아올 때면 주머니가 볼록하였다. 하얀 조약돌들이 들어있었기 때문이다. 두세 개의 조약돌을 손에 쥐고 만지작거리면 기분이 좋았다. 어느 날은 조약돌을 손에 쥐고 잠이 들었다. 잠속에서 조약돌은 하얀 날개를 달고 날아오르는 꿈을 꾸기도 했다. 하늘에 반짝이는 별들도 무수한 조약돌의 꿈 같기도 했다. 너무나 맑고 깨끗하고 하얀 돌멩이는 보면 볼수록 귀엽고 소중한 보물이었다.
조약돌
남진원
바람으로
구름으로
말끔이
닦고 닦는
새하얀
얼굴
티끌도
부끄러워라
앉으려다
그냥 간다
이 작품은 『교육자료』 교자문원에서 도 다시 2회 추천 작품으로 뽑힌 글이다.
나는 조약돌을 매만지며 생각에 잠겼다. 구도의 참모습은 저런 조약돌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나라 때의 스님 혜능은 남종선 창시의 스님이다. 혜능은 가난하고 무식한 사람이었다고 전해온다. 많은 사람들이 산촌에 살면서 끼니를 잇는 방법은 나무를 해다 파는 것이다. 혜능도 장작을 팔아서 생계를 유지했다고 한다. 어느 날 장작을 지고 저자 거리에 나갔다. 그날 거리를 지나는 중이 금강경을 독송하는 것을 들었다. 그 말을 듣고 머리가 환해지며 불교에 뜻을 두었다고 한다.
그리고 661년 선종의 5대조 홍인 대사의 문하로 들어갔다. 절에서 온갖 궂은 일을 하며 지냈다. 나중에는 큰 개우침을 얻었는데, 모든 사람들에게는 불성이 있으며 사람의 본성은 원래 순수하고 선하다는 것을 말했다.
의발을 전해준다는 것은 선종의 한 문파를 전하는 일이었다. 홍인은 혜능이 뒤어남을 알고 의발을 전해주려고 하였다. 다른 중들은 혜능을 무시하였다. 아궁이에서 불을 때거나 방아나 찧는 혜능의 법을 인정하려 들지 않은 것이다.
홍인은 고심하였다. 큰 결심을 한 듯, 홍인은 제자들을 모아놓고 말하였다. “나의 법을 이을 사람에게 의발을 전하려고 한다. 그러니 모두들 게(偈)를 한 수씩 적어 보여라.”
그 말을 듣고 상좌 신수는 다음과 같은 게를 지었다.
身是菩提樹 몸은 보리수요
心如明鏡臺 마음은 명경대이니
時時動拂拭 부지런히 닦아서
勿使惹塵埃 먼지가 일지 않게 할지니.
이 시를 본 혜능은 다음과 같은 게송을 지었다.
菩提本無樹 보리는 본래 나무가 아니며
明鏡亦非台 명경 또한 대가 아니니
本來無一物 본래 아무 것도 없는데
何處惹塵埃 어디서 티끌이 일어나겠는가.
홍인은 이 두 개의 글을 읽고 혜능에게 법을 전하였다. 혜능은 자신을 시기하고 해치려는 중들이 있음을 알았다. 홍인으로부터 의발을 전해 받은 혜능은 밤 중에 몰래 남쪽으로 내려갔다. 그가 일으킨 법이 남종선이다. 신수는 홍인의 아래에서 북종선을 전했다.
이 이야기는 경덕전등록(景德傳燈錄)에 실려 있는 이야기이다.
진실로 깨우치지 못하면 인간의 탐욕이 그대로 드러나는 법인 모양이다. 혜능이 홍인으로부터 의발을 전해 받은 것을 알았다. 많은 신수의 아래에 있던 중들은 벌떼처럼 일어나 그의 법맥을 가로막았다. 홍인은 혜능을 남쪽으로 서둘러 가라고 하였다. 혜능은 신수의 무리가 두려워 야밤에 몰래 빠져나온 것이다.
불심을 공부하는 자들의 소행이 어찌 이래서야 되겠는가. 그러나 실상은 그랬던 것이다. 홍인의 수하에 있는 많은 중들이 모여들었지만 껍데기만 배우고 실제 불심의 알맹이는 하나도 깨우치지 못한 티끌 같은 중들이었던 것이다.
부처의 법이나 예수의 법이나 모두 뛰어난 가르침이지만 실천하지 못하고 알기에만 그친다면 처라리 모르고 사는 것이 훨씬 더 나을 것이다. 지식은 많은데 아는 것에 그치는 사람들이 얼마나 먾은가. 특히 학문에 종사하는 교수들 중에 학생들로부터 지탄의 대상이 되는 그런 사람들이 있는 것을, 보도를 통해 보면 안타깝기 그지없다. 정쟁을 일삼는 일부 의원들의 행태 또한 꼴불견이다. 제대로 배움을 실천하지 못하는 인간들이다.
그렇다고 모든 사람이 다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나는 지금도 법을 얻기 위해 노력하는 스님이나 신도들을 존경하는 마음은 변하지 않고 있다. 그런 분들에게는 경배를 드린다.
山寺
남진원
태고의 님의 자태
고요 속에 심어두고
목탁에 옥 굴리며
몸 헹구는 독경소리
빈 세월
마음 바늘로
빛을 깁는 산사여
(1976년 작)
2015년엔 ‘아름다운 산사’라는 제목으로 동요를 써서 발표하기도 했다.
- 아름다운 산사
남진원
고요한 산속
푸른 숲 사이로 걸어가면
목탁소리 또그르르
맑은 친구 얼굴처럼 달려 나오는 곳
아름다운 산사
스님의 독경소리 낭랑히 번지는
산사가 좋아요. 산사가 좋아요.
번잡한 도시 속
발걸음 뒤로 하고 찾아가면
범종소리 댕그러엉
우리 엄마 숨결처럼 평화로운 곳
아름다운 산사
법당의 부처님이 빙그레 웃음 짓는
산사가 좋아요 산사가 좋아요.
- 2015년 솔바람 회지에 발표 -
( 솔바람 회지에는 제목이 ‘산사가 좋아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