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개구리네 한솥밥, 준치가시
작가: 백석
발제일: 2026년 10월 11일(월)
발제자: 여순옥
< 작가 소개 >
백석(1912–1996)
백석은 일제강점기에 문학 활동을 시작해 해방 이후 북한에서도 문학 활동을 이어 간 한국 현대시의 대표적인 시인이다. 본명은 백기행이며, 1912년 평안북도 정주에서 태어났다. 오산고등보통학교를 졸업한 뒤 일본 도쿄의 아오야마학원(靑山學院) 영어사범과에서 수학했다. 서구 문학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하면서도 고향의 언어와 풍속, 가족 공동체의 기억을 독창적인 시적 언어로 표현했다.
1930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그 모(母)와 아들」이 당선되면서 문단에 등단했다. 이후 시 창작에도 힘썼으며, 1935년 『조선일보』에 시 「정주성」을 발표하면서 본격적인 시인 활동을 시작했다. 초기 작품에는 고향 정주의 풍경과 지역 사람들의 생활상, 전통적인 정서가 구체적으로 담겨 있다.
1936년 첫 시집 『사슴』을 출간했다. 이 시집은 100부 한정판으로 간행되었으며, 총 33편의 시가 수록되어 있다. 「여우난골족」, 「가즈랑집」, 「모닥불」, 「여승」 등의 작품은 평안도 지역의 생활 풍속과 가족 공동체, 토속적인 언어와 정서를 생생하게 보여 준다.
백석의 시는 일상적인 말과 지역 방언, 음식과 의례, 친족 관계 등을 시의 중요한 소재로 활용했다는 점에서 독특하다. 또한 서구 모더니즘의 영향을 수용하면서도 한국의 전통적인 생활문화와 향토적 정서를 결합해 자신만의 시 세계를 구축했다. 그의 시에서 고향은 단순한 공간을 넘어 공동체의 기억과 인간의 삶이 축적된 장소로 나타난다.
백석은 함경남도 함흥의 영생고등보통학교에서 영어 교사로 재직하기도 했다. 이후 만주에서생활하거나 근무했으며 해방 후에는 고향 정주로 돌아갔다. 북한에서 활동하면서 외국 문학 번역과 아동문학 창작에 힘썼으며, 동화시집 『집게네 네 형제』를 출간하는 등 동화적 이야기와 시의 운율을 결합한 동화시를 창작하여 아동문학의 장르를 확장했다.
1950년대 북한에서는 문학의 사상성과 창작 방향을 둘러싼 논쟁이 이어졌다. 백석은 문학의 예술성과 형식적 완성도를 중시하는 태도 때문에 당시의 문학 정책과 충돌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59년 무렵 협동농장에서 양을 기르는 일을 맡았으며, 1960년 이후에는 창작 활동을 이어 가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88년 월북 문인들의 작품에 대한 해금 조치 이후 백석의 작품은 남한에서 본격적으로 읽히고 연구되기 시작했다. 특히 그의 시에 나타난 고유어와 방언의 활용, 향토적 풍경, 가족과 공동체의 기억은 한국 현대 시의 언어적 가능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요소로 평가받았다.
오늘날 백석은 단순히 고향의 풍경을 노래한 시인을 넘어 언어와 기억을 통해 공동체의 삶을 복원하고 개인의 내면을 섬세하게 표현한 시인으로 평가된다. 시와 동화시를 아우르는 그의 작품 세계는 한국 현대문학과 아동문학을 함께 이해하는 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그의 작품의 특징으로는 고향의 언어와 풍속을 통해 지역 공동체의 삶을 재현했다는 점, 사랑과 고독 및 현실적 고난 속에서 개인의 내면을 섬세하게 표현했다는 점, 아동문학에서 동화시라는 독특한 형식을 만들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1997년 백석문학상이 제정되어 지금까지 제27회 수상되고 있다. (창비에서 운영)
<대표 작품>
1. 《사슴》(1936) 첫 시집 · 총 33편 수록
백석의 시적 특징이 집약된 첫 시집이다. 초판은 100부 한정으로 발행되었다. 「여우난골족」, 「가즈랑집」, 「모닥불」, 「여승」 등을 통해 평안도 지역의 생활 풍속과 토속적 정서, 가족 공동체의 모습을 표현했다.
2. 「정주성」 1935년 발표 · 초기 대표작
고향 정주의 성곽과 주변 풍경을 시적 대상으로 삼은 작품이다. 구체적인 장소의 묘사를 통해 고향의 정취와 역사적 분위기를 환기한다. 백석이 시인으로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작품으로 평가된다.
3. 「여우난골족」 1936년 · 《사슴》 수록
명절을 맞아 친척들이 모이는 풍경과 대가족의 생활상을 그린 작품이다. 다양한 친족과 음식, 집안의 풍습을 구체적으로 나열해 공동체의 삶을 생생하게 재현한다. 방언과 토속적인 어휘를 활용해 한국 전통 생활문화의 정서를 드러낸다.
4.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1930년대 후반 대표작
눈 내리는 밤의 풍경 속에서 화자가 사랑하는 대상과 함께 현실을 떠나고 싶어 하는 마음을 드러낸다. 흰 눈과 당나귀, 가난한 삶의 이미지가 어우러져 낭만적이면서도 쓸쓸한 분위기를 만든다.
5.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 1940년대 발표작
타향에서 의지할 곳 없이 지내는 화자의 고독과 자기 성찰을 담은 작품이다. 외부 세계의 고난을 경험한 화자는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다시 살아갈 힘을 모색한다.
6. 《집게네 네 형제》(1957) 아동문학
동물과 자연을 소재로 삼아 이야기의 재미와 시적 리듬을 결합한 작품집이다.동화시라는 형식을 통해 이야기와 운율, 교육적 요소를 결합하며 아동문학의 표현 가능성을 넓혔다.
『개구리 한솥밥』, 『준치가시』를 읽고
『개구리네 한솥밥』은 개구리가 쌀을 얻으러 형의 집에 가던 중 위험에 처한 소시랑게, 방아깨비, 쇠똥구리, 하늘소, 개똥벌레를 구해준다. 돌아오는 길에서는 개구리가 위험에 처하게 되는데 이들의 도움으로 무사히 집에 도착하여 함께 한솥밥을 나누어 먹었다는 이야기다.
개구리는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길을 나서지만, 가는 길에 도움이 필요한 존재들을 만나고 그들을 외면하지 않는다. 목적지에 얼마나 빨리 도착하느냐가 아니라 다른 존재의 어려움을 알아보고 그냥 지나치지 않는 마음, 보상을 바라지 않고 시간과 수고를 들여 돕는 태도, 각기 다른 생명체들이 자신의 장점을 발휘하여 함께 목적을 이루어내는 장면이 감동이다.
크기도, 생김새도, 살아가는 방식도 다르지만 각자의 능력이 모아져 결국 한솥밥을 완성하는 이야기 속에서 공동체도 이와 같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공동체란 서로 비슷한 사람들끼리 모여 있는 곳이 아니라, 서로 다른 존재들이 각자의 힘을 보태어 도움을 주고 받으면서 함께 살아가는 곳이며, 한솥밥을 먹는다는 것은 단순히 음식을 나누는 일을 넘어, 서로의 수고와 마음을 나누고 관계를 맺는 일일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이야기의 전개와 시의 운율이 어우러져 읽는 재미를 더하면서도 함께 살아가는 삶의 의미를 따뜻하게 전해 주었다.
『준치가시』는 준치가 가시가 많아진 유래를 익살과 시적 운율을 실어 창작한 동화시이다.
옛날에 준치는 몸에 가시가 없는 물고기였다. 준치는 다른 물고기들이 가진 가시를 부러워하여 이웃 물고기들에게 가시를 나누어 달라고 부탁한다. 이웃 물고기들은 기꺼이 자신의 가시를 나누어 주지만, 준치가 충분히 가시를 얻은 뒤에도 나눔을 멈추지 않는다. 결국 준치는 온몸에 가시가 많은 물고기가 된다.
‘그 꼬리에 자꾸만 가시를 꽂았네’라는 대목에서는 준치가 느꼈을 괴로움이 크게 다가온다. 처음에는 준치가 원해서 시작된 나눔이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준치에게 고통을 주는 일이 되어 버린다. 나눔이 언제나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생각하게 한다. 상대방을 위하는 마음도 중요하지만, 상대방의 의사를 존중하고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살피는 태도, 과하지 않는 적당 선을 지킬 때 비로소 배려가 될 수 있다.
다른 사람의 장점을 부러워하며 자신의 모습을 부족하게 여기지는 않는지, 누군가를 위한다는 이유로 상대방이 원하지 않는 도움을 주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게 한다. 진정한 나눔이란 무엇인지, 타인의 차이를 존중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지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었다.
또한 준치의 선택과 이웃 물고기들의 행동을 통해서 나눔의 의미와 책임, 타인과의 비교, 서로의 차이를 존중한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를 생각해 보게 하였다.
<나누고 싶은 이야기>
1. 개구리는 형에게 쌀을 얻으러 가는 바쁜 길에서도 어려움에 처한 친구들을 도와주었다.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요? 개구리의 선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2. 『개구리네 한솥밥』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과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3. ‘한솥밥을 먹는 관계’란 어떤 관계일까요? 나는 누구와 그런 관계를 맺고 있나요?
4. 준치의 가시는 선물일까요, 짐일까요?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선물이 오히려 짐이 되었던 경험을 나누어요.
5, 누군가에게 받은 도움이나 베푼 마음 중 기억에 남는 일과 이 경험이 나의 삶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나누어요.
6. 『개구리네 한솥밥』에서는 도움이 서로에게 힘이 되지만, 『준치가시』에서는 나눔이 고통으로 이어진다. 두 작품에서 나눔의 결과가 달라진 이유는 무엇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