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들어 산림에는 멧돼지 개체수가 많아지면서 묘지를 훼손하는 일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조상의 묘가 도굴 당한 것처럼 파헤쳐진 것을 보면 후손은 여간 죄스러운 것이 아닌데, 멧돼지 습성을 파악해 묘지에 멧돼지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 본다. 이처럼 묘지관리가 점점 어려워지면서 기존의 묘지를 화장 후 가족묘 형태로 한 곳에 집묘(集墓)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멧돼지 습성 멧돼지는 시력은 나쁘지만 후각과 청력이 뛰어난 짐승이다. 또 바람을 싫어하고 양지바른 곳을 좋아하는 습성이 있다. 그래서 잠자리를 정할 때 바람이 치지 않는 곳을 선호하는데, 대부분의 묘지가 양지바른 따뜻한 곳에 자리하기 때문에 멧돼지가 좋아하는 장소가 된다.
멧돼지는 원래 초식성이어서 고구마, 콩 등의 농작물을 재배하는 농가의 피해가 심하다. 그러나 먹이가 부족한 겨울철에는 잡식성이 되어 작은 포유류나 곤충, 지렁이 등을 먹기도 한다. 즉, 멧돼지가 묘지를 파헤치는 것은 지렁이나 곤충의 애벌레 등을 먹기 위한 것인데, 특히 지렁이는 멧돼지가 염분기를 보충하는 좋은 먹이가 된다. 따라서 묘지에 멧돼지 접근을 막기 위해서는 먹이감이 생기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토양살충제 사용 묘지의 봉분은 흙을 쌓아 조성한 것이기 때문에 멧돼지 먹이감인 작은 곤충이나 지렁이 등이 서식하기 좋은 환경이 된다. 단단한 생토가 아니어서 벌레나 설치류가 쉽게 땅을 파고 들기 때문이다. 그 뿐 아니라 처음 묘지를 조성할 때 애초부터 잔디뿌리 속에 지렁이가 있는 경우도 많다. 습한 잔디 속 환경이 지렁이가 서식하기 좋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묘 봉분에 곤충이나 지렁이 등이 번식하지 못하도록 토양살충제를 주기적으로 뿌리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된다. 묘지는 유기농 경작을 하는 밭이 아니기 때문에 환경피해는 거의 없는 편이다. 그러나 과립형태의 토양살충제는 오래 지나면 빗물 등에 녹아 효과가 떨어지므로 몇 년에 한 번씩 뿌려주는 것이 좋다. 가장 좋은 것은 묘지를 조성할 때 토양살충제를 뿌리고 잔디를 심으면 효과가 더욱 좋게 된다. 토양살충제 주의할 점은 멧돼지는 특히 막걸리를 좋아하기 때문에 제를 지내고 묘지에 막걸리를 뿌리거나 음식물을 남겨두는 것은 절대 금물이다. 후각이 좋은 멧돼지가 막걸리 냄새를 맡고 그 지점을 집중 파헤치기 때문이다. 참고로 예전에 농촌에서는 멧돼지를 잡기 위해 구덩이를 깊이 판 후 막걸리를 놓아두면 멧돼지가 들어와 갇히는 경우도 있었다. 막걸리를 좋아하는 멧돼지 습성을 이용한 포획방법이다. 묘지의 경우 잡풀이 무성한 곳의 피해가 더 심한데, 습한 환경 속에 멧돼지 먹이감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벌초는 짧게 해주어 햇빛을 많이 받게 하는 것이 벌레의 번식을 예방할 수 있다.
나프탈렌 Or 크레졸 사용 나프탈렌은 좀약이라 부르기도 하는데, 옷장이나 신발장에 벌레가 생기는 것을 방지하거나 탈취제로 쓰인다. 나프탈렌은 휘발성 벤젠 성분으로 멧돼지가 싫어하는 냄새가 나기 때문에 묘지 주변에 군데군데 걸어두면 멧돼지를 퇴치하는 효과가 있다. 크레졸 비누액(CRESOL SAPONATED) 역시 병원에서 살균제로 사용하는 약품으로 역한 냄새로 인해 멧돼지가 기피한다고 알려져 있다. 사용방법은 크레솔 용액과 물을 1:1 비율로 혼합하기도 하지만, 100% 크레솔 용액 만 사용해도 된다. 이때 용기 내에 빗물이 들어가면 희석되어 효과가 떨어지므로 상석 아래 두거나 혹은 가림막을 만들어 묘지 주변에 2~3개 놓아두면 된다. 액체 상태인 크레졸은 방향성이 강하기 때문에 더욱 효과가 크다. 다만, 얼마가 지나면 멧돼지도 학습효과가 있기 때문에 농작물 등에는 효과가 떨어지게 된다. 일시적인 냄새보다 먹이의 충동이 더 강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묘지에는 먹이감이 별로 없기 때문에 이 방법은 효과가 좋다.
묘지 둘레석 사용 묘지 아래 석물로 둘레석을 설치하면 멧돼지가 땅을 파헤치기 쉽지 않기 때문에 효과가 있다. 그러나 석물의 설치는 비용도 만만치 않을 뿐 아니라 봉분의 무게로 인해 둘레석이 벌어지는 일이 자주 발생한다. 벌어진 석물 사이로는 나무뿌리나 해충이 침입하기 쉽고 빗물까지 스며들어 광중 속에 물이 차는 피해가 생기기도 한다. 작업 시 둘레석이 벌어지지 않게 볼트 등으로 결합하지만, 여름과 겨울의 기온 차가 심하기 때문에 틈새는 점점 벌어지면서 보수 비용도 적지 않다. 그리고 멧돼지는 먹이감이 있으면 웬만한 석물은 부수고 침입하기 때문에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어느 곳에서는 아예 석물로 묘지 전체를 덮기도 하는데, 가장 확실한 방법이지만 다소 낯설게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울타리 설치 묘지 주변에 견고하게 펜스를 둘러주는 방법이다. 멧돼지가 침입할 수 있는 공간이 없음으로 인해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그러한 까닭에 대규모 문중이나 혹은 상징적인 묘를 보호할 때 사용한다. 그러나 개인 묘지에서는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부담이 크다. 간혹 태양열을 활용한 전기 울타리도 사용하지만 잦은 방전 등으로 지속적인 관리가 쉽지 않은 편이다. 맺음말 이상 살펴보았듯이 묘지에 멧돼지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멧돼지가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을 봉쇄하는 것이다. 식탐이 강한 멧돼지는 먹이감이 있으면 민가도 가리지 않기 때문에 묘지에 지렁이나 벌레 등의 먹이감이 없도록 관리하는 것이 최선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묘를 조성할 때 잔디를 심기 전에 토양살충제를 뿌리면 미생물의 번식을 예방할 수 있다. 다음으로는 묘지 주변에 멧돼지가 싫어하는 냄새를 풍기는 나프탈렌이나 크레졸을 설치하면 효과적이다. 이 방법은 농작물이 많은 밭에서는 효과가 떨어지지만 멧돼지 먹이감이 많지 않은 묘지에서는 효과가 크다. 한편 벌초할 때는 가급적 잔디를 짧게 깍아주어 햇빛으로 미생물이 번식할 수 있는 환경을 차단하는 것이 좋다. 당연히 묘지 주변에 잡초 또한 깔끔하게 제거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묘지 주변에 텃밭을 만드는 것도 멧돼지를 불러들이는 것이 되므로 삼가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묘지에 와서 제를 지낼 때 막걸리나 음식물을 뿌리는 것은 절대 금해야 한다. 이러한 방법으로 조상의 묘를 관리하면 비용도 매우 저렴할 뿐 아니라 노동력도 거의 필요하지 않으니 가성비 최고의 묘지관리가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