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삽화=박소향) [골프타임즈=신화원 시인] 나는 지금 세 번째 병풍 앞에 서 있지. 사진을 찍거나 의식을 위해서가 아니고 뒤숭숭하게 주춤거리는 마음을 달랠까하고....
어수선하고 뒤죽박죽인 가을. 피부의 감정을 긁어 파는 가장 비굴한 가을. 모든 것을 풍부하게 해 주는 가을.
그러나 한 순간 쌀쌀하게 소멸시켜 버리는 혼백 같은 이 가을. 그래서 나는 소멸하기 전 빙하처럼 마음이 피곤해져.
소멸되기 위해 익어가는 것들은
연한 햇살이 찬 이슬에 파르르 떨어 되도록 심각해 져야지 하면서 마른가지 바삭거리며 부서지듯 기억이 자주 소멸되는 것을 느껴
널 기다리며 익어가는 동안 반복이 가능한 모퉁이에 앉아 부어오른 입김을 진정시키고 있어 설익은 여름에 오라고 귀신고래를 돌려낸 뒤 간밤에 젖은 우편함에서 졸고 있는 너의 구겨진 얼굴을 말렸어 소멸되어 가는 어느 여인의 울음처럼 태양의 간곡한 부탁이 아니어도 우주의 배려나 간섭이 아니어도 길게 호흡하며 나와 함께 익어가는 것들
내가 원하지도 선택하지도 않았던 것들 하지만 지금 나는 원하고 선택해 버렸어 숱한 말과 말들을 부풀려가면서 익어가거나 익어버린 것들에 대한 소멸을 알면서
첫댓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공기가 차가워지고 있습니다. 건강하시기를 기원합니다.
'한 순간 쌀쌀하게 소멸시켜 버리는 혼백 같은 이 가을. 그래서 나는 소멸하기 전 빙하처럼 마음이 피곤해져.
소멸되기 위해 익어가는 것들은'
긴 여운을 남기는 글밭을 하냥 서성이면서 사색하면서...
'소멸되기 위해 익어가는 것들'을 그려봅니다.
감사합니다.
행복한 하루되시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