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장의 바둑판식 수색정찰이 허리아래 원칙적 입수로 둔갑하는 과정을 살펴본다.
억수같은 호우로 인해 산사태가 나고 주민이 실종되는 등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산사태가 난 원인이 무엇일까? 혹시 수십년 자란 나무를 통째로 베어낸 그것이 원인이 아니었을까? 아니다. 예천의 양수발전소 관리 도로의 조그만 붕괴가 발단이 된 것이라 한다.
2023.8.1. 현재 이 산사태로 예천에서 15명이 사망했으며 2명이 실종되었다.
트리거된 아젠다는 스스로 생장한다
D-2 (채일병 사망 2일전 : 20230717)
A. 사단장 지시 : 바둑판식 수색정찰
B. 여단장 지시 : 석관천 일대 수변 실종자 수색정찰
간부대화방 "장화들 지참하고 수변 끝까지만 가고 절대 물에 들어가는 일이 없도록 재강조됨"
B. 여단장 지시 : '수변 수색활동이 원칙이고 입수는 금지하나, 의심지역 수색필요시 장화 착용 높이까지는 들어갈 수 있다'
C. 대대급
18:11 육군이 지난주 도보정찰 위주 실시하였으나 못발견 한 것을 우리가 발견함에 의미
및 사례분석 교육->바둑판식으로 무릎아래까지 들어가서 찔러보면서 정성껏 탐색할 것
D-1
21:49 11대대장님 및 7대대장님 지시사항입니다.
안전이 최우선 과도한 수색 X / 허리 아래쪽까지는 허용
D데이
물가, 휴대폰 침수
중대대화방 내용
(여단장 지시)
수변 수색정찰이고 정찰 중 예외적으로 물이 고인 곳일지라도 장화착용 높이까지 입수가능하다
그런데 중대 대화방의 그림과 대화내용을 보면 수색장소가 수중으로 바뀌고 점점 깊어졌다.
수변이라는 용어가 전파되는 과정에서 변질된 것 아닐까?
(채 상병 소속의 포7대대는 석관천의 간방교부터고평대교까지 11km구간이다.-군인권센터 배포 자료)
7대대장이 자료사진이라고 전송한 사진의 구도를 보면 정확하게 수변의 의미를 인식하고 있다고 할 수 없을 정도로 이상하다. 그 이상한 수변일대 사진을 보고도 별 반응 없이 소통을 이어간다는 것은 11대대장도 수변을 같은 의미로 이해하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존재하지 않는 이미지입니다.
아래 3장의 사진들을 '미호교'라 표현하였음
수변을 뭍(땅)에 가까운 물이라 인지했다면 그것은 수중수색이다. 다시 정리하자면 수변 수중의 경계선 땅과 물이 만나는 경계라인을 물가라 한다. 땅과 물의 경계선에서 물에 가까운 땅 주변이 수변이다.
중대장간부대화방에서 "물가위주 수색"이라는 표현이 이채롭다. 이 표현은 수색 첫날인 7월17일 밤 그러니까 채상병이 사고를 당한 이틀 전 밤부터 등장한다.
생각해 보자. 물가는 그야말로 물과 땅이 만나는 경계선이다. 선, 곧 1차원이다. 두께가 없다. 수변은 그에 비해 인문사회학적 용어로서 물가와 일정한 목적을 위한 땅의 공간폭으로서 면적의 개념인 두께가 있는 2차원이다.
물가 : 검정선으로 표현했지만 두께가 없는 선이다.
수변수색이 중대장간부방 대화에서 '물가위주' 수색으로 변질된 것이다.
이제 1차원 선(물가) 좌우 수색은 수변뿐 아니라 수중이 포함된다. 지시의 변질이고 본질이 바뀌었다.
곧이어 10분도 못 돼 수중수색의 깊이가 무릎에서 허리 아래까지 입수가능으로 확장된다.
무릎, 허리라는 기준은 모호하다. 둘쑥날쑥 키나 체형에 따라 높이가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수변수색이 아닌 수변,수중수색으로 원 지시를 다르게 수용하면서 점점 깊어진 즉, 아젠다 변질이 아닐까?
아래는 보도된 MBC뉴스데스크의 자막 내용이다.
포11대대장-포7대대장 통화 (음성변조, 2023년 7월 18일 : 사고 하루 전날)
"야 이거 수변을 어떻게 내려가냐? 못 합니다. 선배님 이거 하면 안 됩니다. 위험합니다. 그 장화 신고 들어가면 지금 못하고 물이 더 빠져야지…
그 뿐 아니다. 장화속으로 물이 들어가면 보행할 수 없다는 말도 나왔다. 그래서 군화로 바꿔달라는 내용까지 나왔다.
수변을 어떻게 내려가냐? 어떤 상황일까? 수변이라는 공간이 급경사졌을 때 쓸 수 있는 말이다. 그런데 중령인 대대장이 위험하다고 못한다고 말한다. 점입가경이다. 그 장화신고 들어간다는 걸 염두에 둔 내려간다는 말이었다.
즉 7대대장에게 수변은 두께가 없는 선(물가)을 중심으로 수중변(물속)의 장화착용높이를 가리키는 것이라야 앞뒤 정황상 부합되는 것이다..
수변으로 내려가라는 말(정확한 사단장이 발화한 정확한 표현인지는 확실치 않음)은 정확하게 풀어보자면
내려간다는 건 공간의 고저차이가 있음을 전제로 한다. 수변은 물가로부터 적정한 필요에 의해 사려되는 땅(면적)을 말한다. 경사진 수변의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이동하는 것이 수변으로 내려가는 것이다.
사단장의 지시란 물가 가까이까지 내려가 실종자 시신을 수습하라는 것이 아니었을까?
그런데 7대대장의 표현의 정황으로 보건대 물속으로 입수하는 것을 수변으로 여기는 것이다. 필자의 해석이 문제있는가? 7대대장이 11대대장에게 전송한 물이 대부분인 사진, 수변을 어떻게 내려가냐라는 방백(?)... 물가위주 수색...
물가(선)의 좌우를 염두에 두고 수변이 아닌 수중변을 수변으로 여기는 게 아니면 저런 얘기가 나올 수 없을 것이다.
이러한 수변이라는 용어에 대한 개별적 인식은 진술내용을 일별하면 금새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수변과 물가는 전혀 다르다. 변질돼 수색할 대상인 공간이 바뀌어 버렸다.
장화착용 높이와 무릎높이 허리높이도 전혀 다르다. 장화착용높이가 절대적이라면 무릎과 허리높이는 상대적이다.
명령은 정확하고 간단해야 한다. 장화착용 높이까지 예외적으로 입수 가능이라는 지시내용을 무단으로 어긴 것은 항명이다. 장화착용 높이까지는 객관적으로 정확히 측정가능하지만 무릎높이까지는 이미 최초의 아젠다인 장화착용높이와 의미가 달라져 버린다.
공장에서 찍어내는 장화높이는 mm단위의 차이도 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구성원들의 무릎높이는 다양할 것이다. 지시가 모호해진 것이다.
원칙적 입수금지가 대대장선에서 원칙적 입수수색으로 변질되고 점점 깊어진 것이다.
왜 깊어진 것일까? 상황이 그렇게 몰아간 것일까?
장화착용 자체가 위험하다고 얘기하는 까닭은 물속에 들어가면 장화속으로 물이 들어가 기동하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당연히 나올 수 있는 우려이다.
그런데 상부에서 그걸 무시했다는 것은
수변수색이고 예외적 장화착용 높이까지 입수라는 지시 상황을 기초할 때, 별로 들어줄 만한 건의가 아닌 무가치한 건의인 것이다.
그렇지만 수중수색으로 지시가 수용되어진 경우라면 건의가 무시된 상황에 대한 반감이 들게 마련이다. 그 반감의 표현이 장화착용의 위험성을 건의했지만 무시되었다는 불만이 터져나온 것이다.
아무튼 성과를 보이기 위해 무리한 허리아래 까지의 입수를 허용하려면 그에 상응한 조치가 수반됐어야 한다.
위험성평가를 아예 생략했다는 중대한 실수에 더해 구명조끼없이 하다못해 구명밧줄조차도 활용하지 않았다.
보기엔 사단장은 8자 바둑판식 수색정찰을 얘기했고
여단장은 예외적으로 필요시 장화착용 높이까지 물속에 들어갈 수 있는 바둑판식 수변수색을 지시했다.
여기까지의 지휘라인에선 수중수색이 없다.
그런데 대대장급 아래로 내려가며
수중수색(원칙적 입수)으로 변질되고 무릎높이에서 10분도 안돼 허리높이로 바뀐 상황이다.
진실은 머지않아 가려질 것이다.
사건관계인들의 진술은 객관적 진실이 아니다. 자기가 갇힌 우물 속에서 보는 하늘로 얘기한다.
매스컴의 보도내용들도 인간의 일인지라 의도를 갖고 취사선택돼 내보여지는 메시지이다.
아젠다가 발화돼서 매개를 거쳐 최종 수명자에게 도달하여 발현하는 모습은 늘상 벌어지고 있다.
아젠다는 트리거되면 그 자체 생명을 갖고 생장하는 것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