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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욱아빠의 평화강정! 스크랩 강정 구럼비 해안, 전환과 일상 그리고 사람들
민욱아빠 추천 0 조회 353 12.05.25 14:20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4월 14일 강정의 푸른밤 콘서트 이후의 분위기는 약간의 허탈함에 많은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쉬고싶다는 생각이 있었음이 사실이었습니다.  많은 이들이 박차를 가하여 부서지고 있는 구럼비에 대한 안타까움과 고통을 넘어 허탈함과 자괴감에 휩싸이기도 했습니다.  저 역시 그런 기분에서 자유롭지는 못했습니다.  강정에 마음을 다하기엔 너무 괴롭고 허탈하여 한동안 다른 일들에 매진하기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저항은 멈출 수 없는 일입니다.  힘들어도 내색조차 못할 강정마을 사람들은 그렇게 저항을 이어나갔습니다.  그런 그들을 보고 있자면 잠시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린 저는 참 부끄러운 사람입니다. 

 

  저항의 장소는 이제 도청이 되었습니다.  해군과의 시뮬레이션 검증을 바탕으로 공사중지 명령을 결정하겠다는 도지사는 구럼비가 다 깨어지도록 묵묵부답의 입장입니다.  사람들은 이제 도청앞에서 직접적인 행동과 요구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도청정문을 마주한 길 맞은편에 저항의 장소가 꾸려졌습니다.  이곳에서 촛불시위도 하고, 하루에 천번의 절을 올리는 천배 시위도 행해졌고, 노숙저항도 이루어졌습니다.  

 

  얼마전에는 삼일 연속 천배시위로 총 삼천배를 올리는 극한의 저항도 보여주었죠.  하지만 도지사는 묵묵부답입니다.  공사중지는 당장 내릴 수 없다고 합니다.  해군측의 시뮬레이션결과는 상관없이 도 자체 시뮬레이션을 하겠다고 하고 그 기간은 한달 정도 예상 중에 있습니다.  구럼비는 폭파작업이 거의 마무리되고 이제 수중폭파작업이 진행될 예정입니다.  구럼비가 온전히 파괴된 다음에야 도지사는 결단을 내리겠다는 이야기나 다름없지요.  그게 무슨 소용일까 싶습니다.  이제 강정마을 사람들은 도지사의 퇴진을 구호로 내걸고 저항을 시작합니다. 


 

  5월 중순의 강정바당은 해녀들의 물질이 한창입니다.  저 멀리 바다 한가운데 점점이 해녀들의 물질모습이 보입니다.  잘 바라보지 않으면 안보일 수 있을 정도로 해녀들은 저 멀리 먼바다에서 작업중입니다. 


 

  가까이서 물질을 하던 해녀들은 바위 위로 오를 채비를 합니다.  오면서도 물속을 들여다보면서 이런저런 건질 것이 있는지 찬찬히 살피며 옵니다.  바위 위에는 해녀할망들을 도울 어르신이 한 분 대기하고 계시네요.


 

  해녀할망이 바위에 다가오면 그물주머니를 받아올려줍니다.  준비된 마대에는 잡아온 바닷것들을 담아 들고 오시겠죠.  할망을 기다리며 바다를 바라보는 할아방, 어쩌면 두 부부의 이제껏 삶을 지탱해왔던 물질을 앞으로 얼마나 더 할 수 있을까요.  이제는 더 이상 강정 앞바다에서 물질을 할 수 없음을 어떤 마음으로 받아들일까요?  아니면 이 지긋지긋한 물질 이제는 그만해야지 하는 생각을 하고 계실까요?


 

  물질하여 올린 것들은 주로 뿔소라들입니다.  실한 뿔소라뿐만 아니라 돌틈의 낙지 문어들도 종종 올라오곤 하죠.

  열심히 종패를 뿌리고 맑고 풍요로운 강정 앞바다에서 자란 뿔소라들은 이제 아름답고 풍요로웠던 옛날의 기억으로 사라질지 모릅니다. 채취량과 싱싱함은 이제 서서히 줄어들겠죠.  그것은 강정마을 사람들의 삶도 서서히 변화하며 기억의 저편에 묻어야 할 것임을 의미하는 일입니다.


 

  온전한 구럼비 앞바다에 가지 못한채 저 멀리 오탁방지막 앞에서나 자맥질을 해야하는 지금의 모습..  물속으로 거꾸로 자맥질해 들어가는 해녀할망의 마음은 어떠할지, 지금 저 모습은 이제 강정과 구럼비가 바뀔 미래를 앞에 둔 마지막 모습일지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시간과 자연의 흐름에 순응하며 이제껏 해오던 노동으로 스스로의 삶을 꾸려오던 이들이 이제는 막막한 벽을 앞에 마주한 채로 알 수 없는 앞으로의 날들에 답답하기만 합니다.  경계란 있을 수 없는 너른바다의 공간에서 그저 갑자기 둘러쳐진 오탁방지막의 경계가 주는 막연한 위압감같이 말입니다.


 

  한달 새, 구럼비도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폭파로 인한 암반파편들을 실어나르도록 안쪽까지 덤프트럭이 다닐 길이 생겼네요. 

  곳곳에서 폭파와 평탄화를 위한 작업들이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구럼비의 살은 전보다 더 많이 쌓였습니다.  마치 시체가 산을 이룬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이제 구럼비는 지상면의 폭파작업이 거의 마무리단계에 있다고 합니다.  이제 수중폭파작업이 진행될 것이라고 합니다.  공사중단여부 결정명령은 내려지지도 않은채, 질질 시간만 끌며 눈치만 보는 도정의 우유부단과 교묘함 사이에서 구럼비는 시간을 더할 수록 더 많이 파괴되고 있습니다.  시뮬레이션 검증이 의미하는 것은 같은 결과를 통한 해석의 재구성일 뿐, 시간을 끌 수 있다는 것 외의 어떤 의미도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파괴될 대로 파괴된 구럼비의 처참함은 위정자들과 토건자본의 배를 불려줄 다른 형태의 핑계가 되어줄 것입니다.

  구럼비 앞바다에도 이젠 바지선이 세 척이나 떠있습니다.  그 중 두 척이 작업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주말 오후에도 작업은 끊임없이 진행 중에 있습니다.  다급해보인다는 표현 외에는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어보이는 저 모습..  뭐가 저리도 급한 걸까요.

  바닷속의 바위들은 쉴새없이 올려집니다.  거대한 철제발톱은 단 한번의 실수도 없이 정확하게 바위를 끄집어 내고 있습니다.

  바지선 위엔 그렇게 올려진 바위들이 엄청난 양으로 쌓여 있습니다.  물 위에서 물 아래에서 파괴는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었고 무엇엔가 질주를 계속하는 듯한 그 조급함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질리게 만듭니다.  그리고 이 뻔한 파괴를 보며, 대체 쉽게 납득할 수 없는 공사의 강행을 보며 자연스레 오르는 분노는 어디에 두고 풀어야 할지 몰라 하염없는 허탈함에 빠져들곤 합니다.  차라리 보고 있지를 말아야 하는 걸까요?

  해경은 저들이 생각하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포구에 대기 중입니다.  무엇을 해야할지 무엇을 감시해야할지도 몰라 주변을 어슬렁거리거나 차안 좌석에 기대누워 스마트폰이나 만지작거립니다.

  포구에서 구럼비로 향하는 길쪽에 대기하던 전경버스는 여전히 배치중에 있습니다.  단지, 행사가 없고 사람이 모이지 않으니 버스 하나 달랑 놓고 대기모드에만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니까 버스는 철수하고 전경 몇몇이서만 저 자리를 지키더군요.

  바다직박구리를 비롯한 갯가의 목숨들도 포구 안에서 노닙니다.

  시야 안에 있는 구럼비, 포구, 그리고 바다안의 모든 것들, 강정포구와 구럼비를 중심으로 이질적인 것들과 자연스러운 것들이 서로 뒤섞여 공존하고 있습니다.  그 이질감은 사뭇 묘해서, 건들면 일촉즉발의 상황이 발생할 수 있을 것 같지도 않고, 건들기엔 너무도 풀어진 듯한, 그래서 뭉그러진 분노감과 허탈감밖에 들지 않는 아주 묘한 분위기입니다.  모두가 조금은 풀어지고 힘이 빠져 서로를 마주하고 있고, 그 뒤에서 자본과 위정자, 해군이라는 공권력은 자신들의 이득과 기득을 위한 움직임만 발빠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런 묘한 상황을 오늘도 여전히 한라산은 굽어내려 봅니다.  허탈감도, 탐욕도, 분노도, 파괴도, 묘한 분위기도 모두 자신이 보듬어야만 하는 그런 것이라 생각하는 걸까요?

  강정포구에서 올레 7코스를 따라 대평포구쪽으로 걸어가다보면 달팽이버스라는 까페가 있습니다.  얼마전부터 운영을 시작한 까페의 주인장은 - 제 기억이 맞다면 - 영화관련 일을 하시다 약 1년여전부터 강정에 머물러 계시는 분이시죠.  친하게까지는 않았어도 강정을 오가며 인사를 나누며 알게 된 분이십니다. 

  노마드적 삶을 꿈꾸는 주인장님은 버스를 직접 꾸미고 여기서 생활도 꾸려나갑니다.  강정의 거의 모든 활동과 구럼비의 변화를 주욱 지켜보던 이가 이곳에 자리를 잡고는 제게 말합니다.

 

  "구럼비 깨지는 거 보면 정말 마음답답해 어찌할 줄 모르겠는데, 여기서는 그나마 구럼비가 안보여 한결 마음이 편해요."

  강정 미디어팀으로 트윗홍보를 도맡던 이 분..  여전히 강정을 지키며 강정의 사람들과 어울립니다. 경찰차에 발을 밟혀 깁스도 하고, 저항에 참여하다가 연행도 당하던 그는 총선이후로 사람들이 빠져나가 조금은 한산해진 강정에서 여전히 여일한 표정으로 활동중입니다.  도청의 투쟁과 강정의 변화를 수시로 트윗에 알리며 말이죠.  때로는 냇길이소에서 호흡명상도 하면서 말입니다.

  강정에서 결성된 밴드 '신짜꽃밴'도 달팽이버스로 모입니다.  한동안을 담소로 이야기를 나누더니 바닷가 정자에 올라 연습겸 즉석공연을 벌입니다.  표정은 역시 평온하고 즐거워보입니다.  강정은 이렇게 사람들이 모여 삶과 저항을 이어나가고 있는 중입니다. 

  마을사거리 평화센터로 가 보았습니다.

  이 안에는 사람들이 오간 흔적들, 사람들의 손길과 이런저런 이야기거리들이 담겨있습니다.  누군가 마을주민들을 대상으로 그린 캐리커쳐도 있고 각종 안내포스터도 걸려있습니다.

  지금 해군기지 공사중단을 위한 국정조사요구를 위해 서명을 진행중이라는 안내도 있네요.

  강정 평화상단은 강정에서 나는 한라봉과 해산물로 강정을 도울 수 있는 방법들을 제시합니다.  저도 이전에 소라젓, 전복젓, 굴비젓갈을 주문해 먹었었죠.  지금은 한라봉을 주문해 어르신들께 돌릴까 하고 있습니다.

  강정천으로 발길을 돌려봅니다.  강정천 물살은 여일하게 흐릅니다.  이제 날이 따뜻해지니 은어들이 제 몸을 돌바닥에 부비며 반짝거리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자연은 언제나 여일하게 그때그때의 순환을 반복합니다.  마치 모든 것은 자신의 몫이라는 듯 아무렇지 않게 말입니다.

  공사장 입구는 경비 외에 아무도 없습니다.  새까맣고 위압적이던 중무장의 전경들도 모습을 감추었습니다.  단지 이중으로 가로막고 있는 펜스와 적막감이 마음을 은근히 짓누르는 역설적인 느낌만이 존재합니다.

  공사차량들이 드나드는 입구는 경비용역 세 사람만이 지키고 있습니다.  그 중 하나는 여성이네요.  아무런 경계나 긴장감없이 건들거리는 움직임과 헤픈듯한 웃음은 동네건달 이상도 이하도 아닌 천박스러움이었습니다.  그것이 상대를 위협하는 공포의 모습 자체라면, 이들을 내세운 토건자본과 해군의 수준역시 천박함 이상도 이하도 아닐 겁니다.

  공사장 주변으로는 전경버스는 커녕 모자쓴 전경이나 사복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얼핏 보아서는 모든게 마무리된 듯한 분위기..  하지만 이곳은 집회금지구역으로 지정되었죠.  집회라는 것은 사람들의 자유의지에 따른 것이고 법적으로는 신고의 대상이건만, 법은 무작정 집회를 금지한다 선포했습니다.  법은 평등과 공존을 위한 최소의 원칙이 아닌 가진자들의 편의를 위한 무기가 되어버렸습니다. 

  혼란과 피곤, 분노의 와중에도 강정은 저항을 계속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저항의 방법을 구상하고 때마다 우리가 무엇을 요구해야하는가를 고민하고 그리고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중입니다.  저항하는 이의 마음은 변화가 없고 저항을 해야만 하는 환경역시 변함이 없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총선이후로 사람들은 조금 지쳤습니다.  강정에서도 함께 싸우던 이들의 모습은 그 수가 줄어든 모습이 확연합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여전히 강정을 지키고 저항을 이어나갑니다.  저마다의 생각으로 의지로, 그리고 저마다의 방법으로 여전히 자리를 지킵니다.  답답한 마음을 조금이나마 추스리고, 잠시 숨을 고른다는 마음으로 사람들은 천천히 나아가는 중입니다.  강정은 지금, 전환의 시간을 거치며 마음을 추스리고, 새로운 저항을 진행중입니다.  그리고 그들의 삶을 이제껏 가능케 했던 일상을 꾸리며 시간시간을 이어나가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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