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 유달산 / new model
1년전 오랜만에 유달산에 갔다.
늘 가던 곳에서 올라가는 길.
산밑에 염소 다섯마리가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다.
젖이 통통 불은 까망 염소 한마리와
조금은 색다른 색깔을 지닌 염소.
그리고 새끼 까망이 세마리.
저만치서 커다란 검은 사냥개를 데리고 오던 남녀 일행이
염소를 보고 반갑게 인사를 건넨다.
아마 자주 오가면서 마주치곤 했었나보다.
그런데 데리고 오던 사냥개가
무섭게 으르렁거리며 덤비려 하는데도 염소들은 별다른
반응이 없다.
개를 달래는 주인으로 보이는 남자.
까망이들을 보니 문득 어린 시절의 기억 하나가 떠오른다.
어릴적 집에서 염소가 새끼를 낳았다.
그런데 엄마께서 산후조리를 해준다고 보리쌀을 삶아서 먹였는데
너무 많이 먹어서 위장이 터져서 죽고 말았다.
남겨진 새끼가 불쌍했던 엄마는
분유를 사오셔서 먹이고 돌보셨다.
그 때문인지 아기 염소 하양이는 엄마랑 나를 강아지처럼 따라다니곤 했다.
엄마가 밭으로 가면 밭으로 쫒아가고
내가 아궁이에 불을 때고 있으면 옆에와서 재롱을 부리고.
강아지보다 더 사람을 잘 따르고 재롱을 부리던 하양이.
엄마는 분유를 먹이셨지만 동네 어르신 한분은 자신의 젖을 먹여서 염소를 돌봤고
아기 염소는 엄마를 찾듯
음메..음메..하며 일하시는 곳까지 따라다니며 젖을 먹였단다.
유난히 정이 많고 생명에 대한 경외심이 강하던 옛날 어르신들은
짐승에게까지 그렇게 사랑을 베푸셨다.
산으로 오르는 오르막길을 오르는데 숨이 찬다.
예전에 산을 동네 놀이터처럼 다니면서도
그런것을 느끼지 못했었는데
세월이 어느새 나를 그렇게 약하게 만들었나보다.
그래도 나는 워낙에 산을 다녀서 견딜만 했는데
같이 가던 동생은 다리가 후들거린다며 간신히 따라오다 쉬어가자고 한다.
저만치 보이는 목포대교와 다도해의 풍경들에 감탄이 쏱아진다.
맑은 날씨 덕분에 바다 빛깔은 더욱 선명하게 푸르고
그위를 달리는 배의 뒤꽁무니에 아이스크림 같은 하얀 거품이 인다.
봄날의 선물같은 풍경에 잠시 취해있다 다시 출발.
처음에는 힘들다 하던 동생이 중간쯤 가자 마치 날개를 단듯 계단을 뛰어 오른다.
그 모습이 마치 아이같아서 웃음이 나온다.
이난영님의 기념비 아래 벤치에 세 남자가 오수를 즐기고 있다.
햇살이 제법 따가운데도 그 온기를 즐기면서.
옷을 갈아입기가 귀찮아서 검정 스키니진을 입고 갔더니
햇살을 그대로 흡수하고 땀이 나자 점점 조여들이 발걸음을 더디게 한다.
아...바지를 벗어버리고 싶다.! 는 충동을 느낀다.
산에 오를때는 타이트한 바지를 입으면 산행이 두배로 힘들어진다.
저만치 앞에서 몸에 피트되는 레깅스를 입은 젊은 여자들이 걸어온다.
몸매의 곡선이 그대로 드러나서 잠깐 시선을 두기가 민망해지지만
그것도 자신감의 표현이겠지.
조각 공원에 이르자 일을 하던 어르신들이 그늘에 쉬고 있고
몇분은 아예 바닥에 드러누운채 휴식을 취하고 있다.
나는 일을 하는 그분들이 부러운데
어쩌면 그분들의 눈에는 유유자적 등산이나 하는 내가 부러워 보일수도 있겠지.
전에 꽃집에 다닐때 출근길에서 벤치에 앉아서 여유로워 보이는 사람들을 보거나
커피숍에 앉아서 모닝 커피를 즐기는 사람들을 보면
그들의 아침의 여유가 참 부러워 보였었다.
창밖에서 보이는 모습과 창안의 모습은 전혀 다를수 있다는 것을
이제야 느낀다.
어쩌면 나처럼 그들도 아침에 분주하게 출근하는 내 모습이 부러웠을지도 모르는데.
나무가 많아서 그늘이 많은 유달산 둘레길.
처음에는 바위산이어서 나무나 풀들이 많이 없는 민둥산이었는데
그곳에 나무를 심고 풀을 심어서 지금의 모습이 되었단다.
저멀리 삼학도가 보인다.
가슴 아픈 전설이 깃들어 있는 곳.
옛날에 무과를 준비하던 남자가 무술을 연마하기 위해 유달산을 찾아와서
산밑에 있는 집에서 잠시 머물렀다고 한다.
그 집에는 세명의 자매가 살고 있었는데 그 남자의 늠름한 모습을 보고 반해 버렸는데
정작 그 남자는 무술만 연마하느라 세 자매에게 관심을 두지 않았단다.
무과 시험을 치러 떠나는 날.
자기를 좋아하는 세 자매가 혹시 자기의 가는 길을 방해할까봐
유달산 꼭대기에서 만나기로 거짓 약속을 하고 떠나 버렸다.
기대와 설레임으로 유달산에 올랐던 세 자매는 그 남자가 배를 타고 떠나는 것을 보고 자기들이 농락 당했다는 것을 알고 산아래로 몸믈 던졌단다.
그런데 떨어진 세 자매는 학이 되어 그 남자의 배를 쫒아갔고
떠나던 남자는 두려움에 학을 쏴서 떨어뜨렸단다.
죽은 세자매가 떨어진 곳에 세개의 산이 솟아나 삼학도가 되었고
무과에 급제해서 돌아온 그 남자는
세 자매의 원혼을 달래주기 위해 유달산에 절을 지었다는 전설.
예전에 사람들이 살았다는 터를 지나서 다시 출발한 곳에 도착.
무겁던 몸과 마음이 가벼워지고 행복해진다.
그래서 나는 산을 내 앤인이라 부른다.
이제 날도 따뜻해졌으니 내 애인 만나러 가봐야겠다,
카페 게시글
일반 게시판
목포 유달산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