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기행 1
일본관광 4박5일 팀의 전야제
2010년 5월6일 오후 2시30분
3박4일 일정의 일본 관광을 하려고
집을 막 나서려는데
아내로부터 문자가 왔다
‘좋은 추억 많이 만들고
즐거운 시간 보내세요.’
아내에겐 미안하지만 나는
휘파람을 불며
멀리서 오는 초등학교동창들의
일본관광전야제를 위해
서울 성내역으로 가는 중이다
원주의 원흥렬과 원상규
대구의 이성우와 인천의 정인환(필자)
서울의 박옥선...
오후 5시, 서울 성내역에서 만나
식사를 하는 동안 우리는
51년의 세월을 단숨에 뛰어 넘어
주책없이 야자 하며 파안대소하는
철부지 초등학생이 되고 말았다.
고희를 바라보지만 여전히
초등생인 걸 어찌하랴.
시간은 꿈결처럼 흐르고
아득히 잊고 살았던 유년의 추억은
고운 무지개로 피어올라 우리 마음을
곱게 물 드리는데
장진성이네 집에 모인
4박5일 팀의 전야제는 깊어만 가고...
서순실, 안명자, 이순희, 이정수,
정원자, 지선남, 하필태, 황정자
구보한, 권영철, 류승희, 송종현 우상하는
내일 아침 7시면
인천국제공항에서 합류하리라
아아 설렘으로 잠 못 드는 밤이여.
일본기행 2
후쿠오카를 향해 새처럼 날다
나는 지금 후쿠오카를 향해
새처럼 날고 있다
13000미터 상공에서 보면
하늘과 땅의 경계가 무너져
유엔의 파란 깃발처럼
자유와 평화의 물결이 출렁이는데
저 아래 있을 일본은
어떤 나라일까?
4000여개가 넘는 크고 작은 섬으로
국토면적은 한반도의 1.7배에 달하지만
대부분이 산지여서 경지면적은 고작 16%인
인구 일억 이천 팔백(2005년 현재)여만 명으로
끊임없이 분쟁紛爭을 획책하며
대륙진출의 야욕을 꿈꾸는 섬나라
어느 날 박쥐처럼 날아와
어둠에 싸인 대한제국을 침탈하여
모국어와 성씨를 말살하고
신사神道참배를 강요하며
의용군과 종군위안부로...
전쟁산업 일꾼으로...
강제 징용하여
선량한 피를 빨던 나라 일본.
생각할수록 치가 떨리는
이 울분을 어찌하랴 가서
저들을 보고 오리라
이 눈으로 똑똑히 보고 오리라...
대한민국의 아시아나 항공이
일어, 한국어, 영어의 순으로
기내 방송을 하다니 나는
밸이 꼴려 헛구역질을 연신 해댔다
지문감식을 하는
일본공안원의 눈빛이
차갑고 매섭게 보인다.
일본기행 3
벳부의 대머리, 벳부만 고겐산
항공거리 1시간 30분 정도로
한국에서 가장 가깝고 많은
유학생과 제일교포가 살고 있다는
큐수의 관문이자 명소인 후쿠오카...
공항을 출발한 관광버스가
벳부를 향해 신나게 달리니
삼나무 숲이 산문山門을 열고 반긴다.
한적한 시골 휴게소에서 잠시 쉬고
가파른 산길을 숨 가쁘게 오르는데
갑자기 확 트인 시야로 들어오는
아아 경이로운 자연의 신비여...
자연이 빚어 낸
저 놀라운 장관을 보아라.
벳부의 대머리 고겐산은
고산 중령을 갈라놓은 듯
수목한계선 위로 푸른 초원의
민머리를 내밀더니 아래는
바다가 보이는 무성한 나무숲을 펼친다.
볼수록 기이하여 신비감을 자아내는
고겐산의 민머리는 봄엔
풀밭에서 우마를 방목하지만
갈대가 욱어진 가을엔 불을 놓아
황량한 적막감마저 감돈다는데
아득히 저 아래 졸고 있는 배들도
평화로이 나는 *갈매기도
하얀 목에 걸린 사파이어처럼
눈부시게 아름다운 해안도...
산 위에서 보면 모두가 순한 사랑이다.
아아 자연의 신비는
얼마나 경이로운가.
*갈매기; 아침에 보니 까마귀였다. 벳부의 해안엔 갈매기가 없다.
일본기행 4
일본 제일의 온천도시 벳부
지열地熱을 주체할 수 없어
열병을 앓고 있는 고겐산은
천혜의 온천지대다
하루 용출량 13만 6571 kl로
원천수 2848개소의 세계 제일을 자랑하며
누구나 신청하면 온천을 개발할 수 있어
벳부, 묘반, 하마와키, 시바세키,
칸나와, 칸가이지, 호리타, 가메가와의
8개 온천으로 이루어진 인구 10만의
아름다운 해안도시 벳부
구불구불 산길을 돌아 내려
시내로 들어서니
열대의 야자수와 마을이 어우러져
아름다운 정취를 풍기는데
소중한 다짐의 묵시黙示처럼
사방에서 피어오르는
하얀 수증기의 숨결...
온천을 이용한
유기농재배단지와 지옥온천메구리로
생계를 잇고 있는 벳부는
온천관광도시다
어디를 가나 말끔하게 정리된
깨끗하고 상쾌한 거리...
아아 이 어인 일인가
바람에 날린 티끌도 부끄러워
그 모습을 감추었는가?
얼굴이 확 달아오른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 말라는 말을
제일 먼저 자녀에게 가르친다는 일본...
우리는 무엇을 가르치는가?
더럽혀진 조국의 산하여
너는 말하라.
네 조국은 금수강산이라고.
일본기행 5
효탄온천장에서 온천욕을 즐기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물의 부드러움과 따뜻함의 조화
대나무로 지은 120년 전통의
벳부 칸나와 온천마을의 효탄온천장에선
노천탕과 안개탕,
남녀 혼욕이 가능한 모래탕 그리고
보행탕과 폭포탕을 즐길 수 있다
각탕을 두루 체험하고 나른한 몸을
노천탕에 담그니
고겐산의 속살을 연 금빛바위는
비단잉어의 비늘인양 아름다운데
대나무 사이로 햇살이 들어와
미풍을 타고 하늘거리니
아늑한 풍광에 여독이 풀려 금세
심신이 날아갈 듯 상쾌해진다
신경통, 화상, 부인병과
만성소화기질환에도 효능이 있다기에
찝찔한 온천수를 시음하고 밖으로 나오니
확 트인 시원한 태평양바다...
마당 한 자락을 차지한
거목 아래 지은 신당이 왠지
을씨년스럽고 으스스 하다.
하루에도 5,6 차례씩 발생하는 지진과
폭풍우로 인한 위험에 직면해 있어
나무로 지은 작고 낮은 집에서 살며
씨족신과 수호신을 신사에 모시고
신도神道를 섬기는 저들
재앙을 막는 힘의 능력은 흉물스런
저 신당에 있는 걸까
신당 위로 땅거미가 내리고 있다.
일본기행 6
신장된 국력을 실감하다
씨웨이브호텔에 여장을 푼 우리는
서둘러 저녁을 먹고
바다야경을 보기로 했다
길을 몰라 지나는 행인에게 물으니
한국인관광객이 길 안내를 해 준다
저 멀리 지하도 입구에서
한글과 일어, 한자로 뜨는 ‘지하도’ 안내문
세계 어디에서나 쉽게 볼 수 있는
한국인관광객의 물결 그리고
그를 위한 한국어 안내방송과 안내문...
신장된 국력을 실감하며
어깨가 절로 으쓱해진다.
전쟁폐허에서 반세기만에 일궈낸
세계경제 11위권의 대한민국
도움 받던 최빈국最貧國에서
도움을 주는 최혜국最惠國으로 비약한....
굶주리고 헐벗던 전쟁세대가
세계여행을 다니다니 생각하면
격세지감을 금할 수 없다
유미(you me)마트 앞 방축에서
야경을 즐기며 옥잔을 기우리니
야경은 술에 취해 황홀하고
사람은 야경에 반해 취하는데
잔잔한 바다는 취기가 돌기도 전에
벌써 잠이 들었나 보다
호텔침대에 가지런히 놓인 잠옷과 타올
용도와 용법이 한글과 일어로 씌어있다
방이 너무 협소하다
방 크기 13평방미터, 침대길이 120~125센티
상규, 선남, 성우, 영철, 옥선, 인환(필자), 흥렬,...
일본 잠옷 바람에 술잔을 기우리며
*‘아리고도 열었다 마스...’
*‘아리고도 닫았다 마스...’
밤이 이슥하도록 수다를 떨다 굳 나잇!
* 우리 끼리 취기에 나누던 농지거리
일본기행 7
벳부의 밤거리를 거닐다
재일교포와 유학생이 많아
아르바이트하기 편하다는, 벳부의 밤거리
게딱지처럼 달라붙은 1,2층짜리
목조건물이 대부분인 번화가를 거닌다.
식당과 주점이 즐비한 유흥가는
깊은 고요에 싸여 한산하고
기모노차림의 아가씨가 술로 유혹하는
춘화春畵 간판은 일제강점기日帝强占期,
*김두한의 활동 무대를 보는 듯한데
망국의 한을 품은 애국지사들은
무슨 생각을 하며 걸었을까
우린 임들이 부른 노래를 모른다.
눈물로 얼룩진 그 세월을 알지 못한다.
피맺힌 한을 헤아릴 수 없는 우린
선열 앞에 죄인이 아닌가?
착잡한 생각에 젖는데
꽃다운 아가씨 둘이 다가와 일본말로
말을 건넨다.
‘I am korean!’ (나는 한국 사람입니다)
‘관광중이세요? 저도 한국인 이예요.’
환한 미소로 반색하며 돌아서는
어둑한 골목길을 오가는 취객들...
명멸하는 불빛 속으로
마사지 안내 간판이 보이고
포르노영화 포스터가 기웃 거린다.
목욕탕 카운터에 앉은
여탕남자와 남탕여자가 표를 받으며
욕탕관리를 해도 죄가 되지 않는 나라...
지금도 남녀 혼욕이 허용되는
성性문화가 개방된 낯선 땅에서
유학생들은 무슨 아르바이트를 할까
언젠가의 신문기사가
아렴풋이 떠오르다 사라진다.
*김두한; 영화 ‘야인 시대’에 나오는 김좌진 장군의 아들
일본 기행 8
벳부의 까마귀
여명에 산책을 나서니
예저기서 얼굴 내미는
도심 속 신당들...
신당에 밝힌 촛불과 향이
으스스한데 난데없이
‘까악 까아악...’
우악살스레 우짖는 까마귀 소리에
초풍하여 바라보니
떼 지어 날며 소란을 피우는
까치의 두 배는 됨직한 까마귀 떼...
아아 까마귀!
곳곳에 세워진 신당엔
무슨 신을 모신 걸까?
갈매기를 볼 수 없는 이곳에선
흉악스런 저 까마귀들이
터줏대감 노릇을 하고 있다
히로시마 원폭으로
강물에 휩쓸려 떠내려가며
모국어로 ‘살려 달라’ 외쳤기에
구조에서 철저히 외면당한 채
원한의 나라 일본에서
한 많은 생을 마감해야 했던...
산업 일꾼으로
강제징집 되어 끌려간
‘조센진!’
한수산의 중편소설
‘까마귀’가 생각나는
이 아침.
까마귀들의 소란스런 광란이 자꾸만
나를 슬프게 한다
일본기행 9
벳부의 일출을 보며
태평양바다 위로
붉은 해가 솟는다.
천황이 내린 술 석 잔에
진주만으로 날아간 가미가제특공대는
저 태양을 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나는 지금
조국광복을 위해 목숨 바친
선열의 넋을 기리고 있다.
아아 이준 열사여
윤봉길과 안중근 의사여
조국을 위해 싸우던 독립투사여...
임들이 목 놓아 부른 광복의 노래는
마침내 싹을 틔우고
자유와 평화의 꽃을 피워
한강의 기적을 이루었지만
임들이 바다에 뿌린
망국의 한과 눈물은
역사의 뒤안길로 흘러가고
낙조에 한숨짓던 망향의 슬픔도
바람에 날려 흩어졌나니...
오오 일출을 보는 감회感懷여
나 홀로 서글픔이여...
임이 아니면
무지렁이가 어이 했으리
임들은 조국이시여!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이시여!
우리 어찌 임이 부른 노래
한 맺힌 광복의 노래를 잊을까 보냐
떠오르는 태양을 보면 안다
출렁이며 밀려오는 힘찬 저 소리
‘대~한 독립. 만세~ 만세~ 만세~’
그 피를 토하는 절규를...
귀를 씻고 들어보면 안다.
일본기행 10
태재부천만궁에서 시인을 만나다
수령미상의 고목이 울창한, 숲 사이로
거대한 매화나무(도비우메; 飛梅)가 보인다.
왕의 총애를 한 몸에 받던 시인이자 학자이며
철학가인 스가와라노 미치자네가
정적政敵의 시기와 질투로 큐수의 자이후에서
귀양살이를 하다가 죽자. 그가 죽은 날
매화가지가 교토에서 큐수로 날아와
하루밤새에 6천 그루나 꽃을 피웠다는...
학문과문화의 신을 모신 태재부천만궁.
이곳에 오면 모두 시인이 되고 학자가 된다.
일본에도 덕망 있는
시인학자가 있었구나. 그래서
저를 학문의 신으로 모시고
‘우메가에 모치’ 떡을 수험생에게 먹이며
자녀의 합격을 기원하는 간구가
육필의 꽃을 피우고 있었구나.
도리이(馬居;외양간) 앞에 소가 앉아 있다
스가와라노 미치자네의 시신을
운구하던 소가 꼼짝 않고 서 있어
이곳에 묘를 쓰고 정적들이
이유모를 사건과 병으로 모두 죽자
태재부천만궁을 짓게 됐다는...
눈에 보이는 것마다
시가 되고 기도가 되는 성스러운 곳
소뿔을 만지면 머리가 좋아진다는데
수학여행 온 일본학생들이 소를 보고 있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일본의
아시아 침략사를 알기나 할까?
붉은색 아치형으로 만들어진
현세와 내세를 이어 준다는
코바이시 다리를 건너면서
왜곡된 역사를 가르치는
일본지식인의 양심에 호소하여
조용히 저들을 성토해 본다.
일본기행 11
카마도지옥에서 족욕을 하며
지옥온천메구리의 하나인 카마도지옥
붉은 사자가 눈을 부라리며
사나운 기세로 내려다보는 유황불못에선
90도 이상의 열탕과 증기가
용출되고 있다
온천수로 익힌 계란을 시식하고
족욕을 하며 가만히 생각해 보니
화산과 지진, 태풍으로 시달리는 일본은
지옥불 속에서 살고 있다. 그래서
재앙을 막기 위해 신사를 짓고
*신도(神道)를 섬기며 사는 건 아닐까?
문득, 신도의 나라가 부富를 누리는
비결이 궁금해진다. 물론
생사화복을 하나님이 놓으셨으니
육신의 삶이야 공히 같겠지만...
믿음과 빈부의 삶은 다른 거라고
송종현 장로가 넌지시 일깨운다.
아무리 살펴도 보이지 않는 십자가
찾을 수 없는 교회와 성당건물...
아기를 낳으면 신사에서 건강과 미래를 빌며
집안에 물고기 깃발을 띄우고 결혼식은
성당이나 교회에서 성대히 치러도 장례식은
사후세계의 안녕을 위해 불교식으로 치른다는
현대와 옛것이 공존하지만 토속신앙인
신도를 주로 섬기는 나라 일본. 저들이
대동아전쟁과 태평양전쟁을 일으킨
그 곡절은 무얼까
까마귀!
벳부의 하늘을 뒤덮었던 까마귀의
우악살스런 울음소리가 자꾸만
내 귓전을 울린다.
*신도; 씨족신과 수호신을 신사에 모신 토속신앙
일본기행 12
유후인의 선경 킨린호수
물고기가 평화로이 헤엄치는
맑은 개울을 따라 오르니
유후다케(1584m의 산지)로 둘러싸인
고요하고 아늑한 분지에 자리한
아름다운 호수가 보인다.
호수 바닥에서
냉천冷泉과 온천溫泉이 함께 솟아
음양陰陽의 조화를 이루며
유후인 안개의 원천이 된다는
신기한 호수...
새벽안개로 씻은 뽀얀 살결에
11월의 옷을 입히면
유후인 분지엔 마치 호수처럼 보이는
해맑은 이슬이 흘러들어
온도차가 높아지는 특징을 보인다는데
석양 노을이 곱게 물든 저녁이면
호수면을 뛰어 오르는 붕어비늘이
금빛처럼 아름다워
금린호金隣湖로도 불리는 킨린호수...
아무라도 저 선계에 들면
이슬처럼 정결한 선인이 되어
순결의 옷을 입어야 한다.
오오. 바람이여 제발
저 안개를 걷우지 말아다오
호숫가 선경에 초옥을 짓고
새벽 기도로 흘린 눈물을 모아
이슬처럼 해맑은
시꽃(詩花)을 피울 수 있다면, 나도
고운 노을을 바라보며
맑음으로 한 세상
흐르고 싶구나.
일본기행 13
유후인의 민예촌마을
오밀조밀한 기념품점과
레스토랑, 카페 등이 즐비하여
연인들이 찾아와 좋은 연분을 맺고
불화한 부부는 화해하여
인력거나 꽃마차를 타고
밀월여행을 떠난 다는...
용서와 화해, 사랑과 낭만이 출렁이는
아름다운 유후인의 민예촌(민속촌)마을
마부와 인력거꾼이 호객하는
마을 안을 돌아보니. 마치
동화 속의 소인국을 찾아온 듯
아기자기하게 모인
작고 아담한 가게들이
눈인사를 한다.
달고 맛있는 다과를 음미하며
맛깔스럽게 세워 놓은 석상들의
소박한 미소가 정겨워
가게 앞에 서니 쇼윈도에선
익살스런 문자文字들이 웃고
가게 안엔 해학諧謔적인 민예품이
예쁘게 진열되어 있는데
그것을 보며 생각에 잠긴다.
순박한 일본인을 연상시키는
소박한 저 미소와
침략근성을 보이는
변이의 사이에 가려진
일본인의 진면목은 무얼까?
저들도 가면을 벗어야 한다. 그래서
지순한 사랑으로 순애殉愛하는
저 연인이나 부부들처럼
용서와 화해로 서로를 배려하며
진실한 믿음으로 신뢰를 쌓아가는
진면목을 보여야 하리라
일본기행 14
유노하나유황 재배지에서
순수 온천성분인 유노하나유황은
짚으로 엮어 만든 움집에서 재배하며
벳부시의 무형문화제로서
전통적인 채취방법에 의해 생산 된다
각종피부병과 기저귀발진,
무좀, 류마티스, 신경통에 효과가 있어
삼백여년 전 에도시대부터 전해오며
지금도 많은 이들이
병을 치료하기 위해 찾는 곳.
약용효과가 뛰어난 천연입욕제인
유노하나를 욕조의 더운 물에 풀어
가볍게 저어서 사용하면
겨울에는 몸을 따뜻하게 해 주고
여름에는 상쾌한 기분을 느끼게 하여
가정에서 즐기는 온천욕으로 제격이란다.
뽀글뽀글 하얀 김을 내 뿜으며
용암의 열기로 조금씩 자라
서릿발처럼 예쁜 꽃을 피우는
유노하나 유황꽃...
저 고운 미소엔
창조의 비밀이 숨겨져 있어
조용히 귀를 기우리면 내밀한
태고의 신비를 속삭이는 듯
창조주의 말씀이 아련히 떠오른다.
저 명반온천에 몸을 담아
내 몸의 질병을 치료하듯 나는
알싸한 유황냄새를 맡으며
유노하나유황을 재배하는 움집에서
심호흡을 크게 해 본다
일본기행 15
맥주공장을 견학하다
후쿠오카 평야에 펼쳐진
황금 보리의 끝없는 물결
백년을 이어온 저 물결은 아직도
그 맛의 깊이를 더하며
아사히 맥주회사로 흐르고 있다
세상에 대가 없이 이룬 것도 있던가?
일본 8개 맥주회사 중에 하나로
100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세월 속엔
역경과 고난을 견디며 인내로 비즌
주향酒香의 비밀이 숨겨져 있다
그 맛의 진가를 세계에 알리며
한국에도 수출한다고 자랑하는 저들...
아가씨의 친절한 안내로
공장을 견학하고
시원한 생맥주로 여독을 푸니 모두들
희색이 만연하여 희희락락...
융숭한 대접에 마음이 흐뭇한데
호텔에 묵어도 팁을 받지 않고
물건을 사도 엔화만을 고집하는
콧대 높은 저들이
국제적인 위상과 경제발전에 놀라
한국을 다시 보고 배우자며
엄살을 떨고는 있지만
앙큼한 것
침략야욕을 빼고 나면 언제 우리에게
관심이나 있었던가.
물건의 품질이나 상품 가치가
한국과 엇비슷한데다
중국산이 태반이고 보니
면세점에 들려도 별로 살 것이 없어
건어물, 과자류나 들고 돌아서는 우리...
한국에서도 많이 애용해 달라는
아가씨의 당부를 귓전으로 흘리며
‘우리 것이 좋은 것이여!’
가만히 뇌까려 본다.
일본기행 16
운하위의 도시 캐널시티 하카다
워싱톤호텔에 여장을 풀고
자유관광 길에 나선다.
다양한 휴식공간시설과 쇼핑몰,
복합 예술 공간을 갖추고 있어
야외무대에서 많은 행사가 열리는
길이 180m의 인공운하로 연결된
운하위의 도시 캐널시티 하카다
다정한 연인이나 직장 동료 혹은
쇼핑을 하고 여가를 즐기는 가족들이
붉은 색 광장에 모여
도시락을 먹거나 커피를 마시며
시간대별로 음악에 맞춰 보여주는
분수 쇼를 보기도 하고...
물방울이 튀어 올라
아이들이 재미있게 물놀이하는
스타코트(star court)분수를 보며
시간을 보낼 수 있어 즐겨 찾는 곳
몇 개 층이 확 튀어나온
유리천정의 대공간 벽면에는
180개의 모니터가 연출하는 백남준
‘비디오아트’가 전시된다는데 밤이면
화려한 야경을 찾아
불나비처럼 몰리는 인파, 인파들...
캐널시티의 운하는
그 모두를 아우르며
잠잠히 흐른다 그리하여
유장한 시간 위로 출렁이는
자유와 평화의 저 물결은
서로의 마음을 사랑으로 엮는다.
그렇게 운하위의도시 하카다는
정겨운 구도 속에
인연을 잉태하며 유유히 흐르고...
나도 저 물결에 싸여
아름다운 밤을 함께 흐른다
일본기행 17
캐널시티의 포장마차
노을 풀린 고운 강물에
별들이 내려와 꽃등을 띄우면
꽃물결을 타고 흐르는
선연鮮姸한 야경...
거리의 악사가 부르는
애절한 노래는 가로등을 맴돌고
박수 소리에 계면쩍게 웃던 악사는
주섬주섬 악기를 챙기는데
둑길을 따라 깜박이는 포장마차가
손짓을 한다.
제한된 지역에서
야간에만 허용된다는 포장마차...
인파를 헤치며 한자리 잡으니
무지개 난간에 걸린 달은
술잔 위에 찰랑이고
풀벌레 소리 미풍에 은은한데
취흥에 겨워 오뎅국물 더 청하니
막무가내 주지 않는 고약한 인심...
젊은 두 남자 주인의
곱지 않은 눈총에 괜스레
서러움이 목 메이는 밤
타국의 외로움을
한잔 술로 달래노니
아아 내 사랑 시심詩心이여!
나 이제 어이 할거나
고향의 포장마차
그 맛깔스런 손맛과 푸짐한 인정...
수더분한 고향 인심이
마냥 그리움이여
일본기행 18
아소신사에서 소원을 빌다
세계 최대의 칼데라 복식화산이 있는
면적 380평방킬로미터 길이
동서18km, 남북24km, 둘레128km 인
네코다께, 다카다께, 나카다께,
기짐마다께, 에보시다께의 다섯 개
봉우리로 이루어진 아소산
아소산 불신이 감응하는
기도응답의 증표일까?
출산을 기다리는 만삭의 여인처럼
남북으로 길게 누워 용암을 분출하는
나카다께 분화구에서
양수 같은 하얀 수증기가
간헐적으로 솟구치고 있다
그래서 저 산의 영험을 받아
불신을 모시며
마을의 안녕과 질서를 기원하는
아소신사에서 기도를 하면 누구나
소원을 이룰 수 있나 보다.
하여, 좋은 연분을 맺으려는
연인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절절한 기원의 북소리가
끊임없이 울려 퍼진다.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먼저 대접하라’ 눅6;31
말씀에 순종하여
먼저 마음을 열면 한일관계도
응어리진 역사의 한을 풀고
진정한 우방으로 거듭날 수 있을까
간절한 소망을 담아
저 북을 힘차게 두드려 본다.
일본기행 19
아소의 불축제
온 마을이 한데 어울려
화려하게 펼쳐지는 불축제.
아소에 어둠이 내리면
신사에서 밝힌 불의 향연은
불신을 감동시키고...
‘둥둥둥둥...’
현란하게 두드리는 북소리를 따라
제물을 인 소복의 여인들은
아소산을 향해
걸음을 재촉하는데
화산과 지진
사무라이의 억압과 수탈에 대한
아소의 분노와 한은
울분을 토하듯 북을 두드리며
광란의 불춤을 추게 하고...
마을의 안녕과 복락을 빌며
절정으로 치닫던 불꽃놀이는 그렇게
마을의 결속을 다지며 다짐하며
아쉬운 축제의 막을 서서히 내린다.
아아 생존을 위해 발산하는
저 거대한 힘의 응집력. 저것이
사무라이가 일장기를 앞세워
임진왜란을 일으키고
대한제국을 침탈한 원흉이던가?
분하고 또 분하구나
한일합방의 치욕이여...
국권상실의 아픔이여...
사무라이로 결속된 일본의 야욕은
결코 잠들지 않는다
율곡의 예언을
잊지 말아야 하리라!
일본기행 20
칼데라 복식화산으로 가는 길
아소신사를 출발한 관광버스가
일본 최초의 국립공원인
나카다케 칼데라 복식화산을 향해
가파른 아소산을 오른다.
지루한 삼나무숲을 빠져나와
고도 1100km의 수목한계선을
숨 가쁘게 오르니
광활하게 펼쳐진 초원지대...
주위의 경관을 둘러보니
한가로이 풀을 뜯는 우마의 모습은
아름다운 한 폭의 수채화인데
아아 태고의 신비를 벗기며
억겁의 비밀을 펼쳐 보이는
아득히 황홀한 비경이여...
고메즈카 기생화산을 중심으로
예저기 유기농채소와 과일을 재배하고
젖소와 우마를 방목하는
저 까마득한 분지 아래로
고즈넉이 아미 숙인 아소신사가 보인다.
지금은 물이 말라 풀밭으로 변한
구사센리 분화구휴게소에서 점심을 먹고
멀리 바라보니 고봉 저 너머로
하얗게 피어오르는 수증기...
칼데라 복식화산이 아득히 멀다.
지금도 용암을 분출하고 있는
높이 1328km, 폭1.1km, 깊이 100km의
나카다케 화산 폭발은
삼천만 년 전부터 계속됐으며
현재의 모습은
십만 년 전 대폭발로 형성됐다니 그저
감개무량하여 넋을 잃고 바라만 본다.
일본기행 21
칼데라 복식화산 분화구에서
해발 1328km에서 화산활동을 하고 있는
세계 최대의 칼데라 복식화산은 고지대여서
기상이변에 의한 날씨나 유황분출에 따라
관광이 제한되기도 하는 곳이다
케이불카로 분화구를 오르니
호흡기에 손상을 준다는
알싸한 유황냄새가 코를 찌르고
산은 온통 불에 탄 화산재와 돌덩이 뿐인데
분화구 입구의 온도가 100~200도요
용암의 온도는 1000도가 넘는다니...
웅대하고 장엄하여 위압감을 주는
폭 1.1km, 깊이 100km 에서 분출되는
용암의 색깔을 보니 에메랄드 빛...
비취보석처럼 아름다운
용암을 보고 있으면
갑자기 괴성을 지르며 솟구쳐 올라
온 세상을 집어 삼킬 것 같은 흉물스런
괴물의 눈알을 보는 것 같아
아찔한 현기증이 인다.
벌레도 죽지 않는 다는 지옥은
영원히 꺼지지 않는
유황불 못이라고
성경은 말하고 있다
세상에 죄 없는 자 누구인가
이곳에 와서 저 불지옥의
끓어오르는 용암을 보아라.
옷깃을 여며 조용히 무릎 꿇고
눈물 흘려 회개해야 하리라
기도해야 하리라
일본기행 22
구마모토성의 천수각을 오르다
1607년에 축성된 구마모토성은
천수각이 인상적인 일본 삼대 성의 하나로
조선침략의 원흉인 히데요시가 큐수를 통일한 후
임진왜란을 일으킨 그의 가신
가토이요마사를 시켜 칠년에 걸쳐 축성했으나
세이난전쟁(서남전쟁)으로 소실되고
세계2차 대전으로 파괴된 것을
1960년 콘크리트공법으로 복원했다
지금은 성이나 영주와 관련된
자료와 물건을 전시하는
박물관으로 사용하고 있지만
임진왜란 때 끌려와서 축성에 동원된
조선인 포로들의 피 맺힌 한이 서려있다니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
천수각을 오르니 층마다 전시된 유물들...
성주의 갑옷과 투구, 가면이 유난이 눈에 띈다
왜소한 체구를 감추기 위해
체수에 맞지 않게 부풀린 갑옷
지나치리만큼 길게 늘인 투구와 장식품
적에게 위압을 가하려고 꾸민 가면 탈...
구마모토성은 일본의 신적 존재이며
정신적인 지주요 역사인
사무라이의 상징적인 성이다
조용히 보고 있으니
조선의 이종무장군이 세종1년(1417년)에
일본의 약탈근성을 징치懲治하고자
군사 1만 7285명을 태운 배227척을 이끌고
대마도정벌에 나섰을 때
해태조각상을 배에 싣고 가서 보이며
이 짐승을 풀어 다 물어죽이겠다고 협박하여
항복을 받아냈다는 일화가 생각난다.
섬나라 왜구의 침략근성 저들은 지금도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고 있다
천벌을 받을 파렴치한 범죄 집단...
징치를 받아 마땅하지! 아암, 그렇고말고.
일본기행 23
일본경제를 이끈 힘은 무엇인가
한국행 비행기에 오르며
조용히 생각해 본다
일본경제를 이끈 힘은 무엇인가
아기가 말을 배우기 시작하면
제일 먼저 가르치는 말이
남에게 피해를 주지 말라는 것이고
고교를 졸업한 미진학자는
자립생활을 해야 한다는 일본문화...
길 드려진 자립정신으로 돈이 아니면
살 수 없다는 위기감을 인지認知시켜
어려서부터 상술商術을 배우며
자세를 낮춰 기회를 엿볼 줄 아는
약삭빠른 처세술로 숙련된 간사함...
부모를 섬기거나 부양하지 않으며
노후를 자식에게 의탁하지 않는
자립심과 자존심...
공휴일이면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오락실로 달려가 새벽부터 줄을 서고
그곳에서 온종일 일확천금을 노리며
요행을 낚고 있는 일본인들...
아르바이트로 번 돈 80여 만원으로
월세 40여 만원을 내면
생활이 빠듯하다는 젊은이의 얼굴엔
남모를 수심이 가득하여도
경제적 동물이란 애칭을 받는
자유분방한 삶엔 활기가 넘친다.
일본기행 24
일본의 침략 야욕은 끝나지 않았다
꼭두각시 천황을 내 세워
황민의 자긍심을 부추기며
신사참배를 강요하고
사무라이정신으로 복종심을 유발하여
흩어진 국민의 결속을 다지며
대륙진출을 위한 분쟁을 일삼는
간악한 섬나라 근성 ...
세계 2차 대전을 일으켜
아시아를 식민지화하려다가
미국의 원자폭탄을 맞고 무조건
항복문서에 서명한 전범국가로
한국전쟁의 호기를 틈타
세계경제 2위권으로
유엔안전보장이사국이 되어 국가위상을
단번에 끌어올렸으면서도
반성은커녕 피해국에 대한
진정한 사죄 한마디 없이 여전히
대륙침략의 기회를 엿보며
자국 청소년들에게
왜곡된 역사관을 주입시켜
한일합방은 합법적이었다고 젊잖게
우겨대는 몰염치하고 파렴치한 나라...
사무라이가 일본을 지배하는 한 저들은
대륙진출의 야욕을 채우기 위해 호시탐탐
그 교두보에 있는 한반도를
침탈하려 할 것이다 그래서
우리의 국력이 약화되는 날 어떡하든
제2의 한일합방을 이루려할 것이다
외침으로 얼룩진 금수강산을
굳건히 지켜온 반만년의 유구한 역사...
사랑하는 배달겨레여!
유비무한의 정신으로 국력을 신장하여
조국을 굳건히 지켜야 하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