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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선(螺線)의 우주
#1. 지구력2095년. 우주력 원년 10년 전. 화성생명법인에 관한 기록. 이번 이야기의 서장
생체예술은 인간계의 불멸 추구를 표방한 두 가지 큰 흐름으로부터 파생된 것이었다. 종교가 주장하는 기적의 증명으로 불치병자의 치유를 추구한 일파는 인간재생을 찾았고, 생명창조라는 조물주의 영역에 도전장을 낸 일파는 영혼창조에 초점을 맞춘 인조생명 창작에 관심을 기울였다. 생명의 본색 찾기와 본능 회복에 의의를 두고 기존의 윤리관에 반기를 드는 것으로 색깔을 삼던 파괴예술가들이 생체예술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위의 두 흐름 모두가 법률이라는 강력한 적을 맞아 타격을 받은 데 원인이 있었다.
종교적인 목적에서 인간재생을 연구한 세력들은 질병의 치유를 목적으로 한 생명연장이 의학의 발달로 기적의 대접을 받지 못하게 되자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극한을 추구하게 되었다. 죽은 자의 부활이 그것인데, 정부가 황급히 인간존중법을 제정하여 막은 탓에 유행으로 번지지는 못했지만, 법 제정 전의 짧은 시간 동안에 비윤리적인 사건들이 있었음은 공인된 사실이었다.
새로운 생명의 창조를 택한 쪽도 형편이 나은 것은 아니었다. 인조 생명은 애완용 동식물들의 창작으로부터 시작되어 인간형 로봇으로도 불리는 안드로이드의 창작으로 초보적인 완성을 보았다고 할 수 있었다. 인간계의 편리 추구 성향이 부른 가사 보조용 로봇의 유행에서 시작된 인간형 로봇의 발전은 궁극으로 인조 지성체의 창작을 눈앞에 두고 있었는데, 역시 인간윤리보존법의 제정을 불러 일대 타격을 받았다.
생체예술의 두 흐름이 한곳으로 모이게 된 데는 두 세력의 유력자들이 법의 제재를 피하기 위해 대거 화성행을 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 21세기 파괴예술 흐름의 중심축을 이룬 나그네족의 화성 대이동과 같은 맥락의 도피 행각이었다.
화성에는 그들을 맞아줄 세력으로 화성생명법인이 있었다. 인간재생학연구소를 간판으로 내세우고 있는 화성생명법인은 21세기 후반 지구 세계의 파괴예술가들을 위한 총본산이었다. 불치병자의 장기를 재생하여 생명을 연장시키고 가능하면 완치의 방법을 찾겠다는 목표를 앞세워 2060년대 초에 일개 의료법인으로 출범했던 인간재생학연구소는, 22세기를 10년여 남긴 시점부터는 새로운 품종의 동식물 창작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여 사실상 화성식민지 공동체의 중심 역할을 하고 있었다.
#2. 우주력 6세기 초. 타이탄의 무역선 장미13호. 통제실
그날 타이탄의 장미장원이 자랑하는 무역선 장미13호의 통제실에서는 우주선교사 수선013이 항해일지를 들추어 우주사의 초기 기록을 엿보고 있었다. 일개 무역선 서기의 기록인 항해일지는 기록자의 본심이 담긴 낙서가 숨어 있기 마련이었으므로 우주사의 이면에 흥미를 갖고 옛 기록을 찾고 있던 수선013으로서는 좋은 목적형 독서가 되는 셈이었다.
무역선 복분자호의 선목 수선013은 타이탄의 장미장원에 ‘빌려줌’의 몸이 된 후로 몇 차례 임무를 맡아 우주의 오지 곳곳을 방문했는데, 이번의 항해는 지구행으로 인연이 있는 사람을 찾는 임무도 포함되어 있었다.
“로테003이 실종되었다네요. 복분자호의 분들이 여신002로 부르던 예쁜 여인 기억하시죠? 당신이 우리 장미장원에 모셔왔던…… 지구별에 간 후 옛 이름을 찾았다는데…… 원래 로테였대요…… 지구의 옛날 연애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의 여주인공 이름이래나 뭐래나…… 우리 장미장원의 사람들이 찾고는 있지만…… 우린 대외적으로는 지구별에 사람을 두지 않는 것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쉽지가 않은가 봐요…….”
엘리자벳024가 가져 온 소식의 전부였다. 수선013은 전날의 여신002를 떠올려 보았다. 구해 냈을 때 일개 여신상의 조각품이던 여신002를 –지금은 로테003인 모양이지만- 인간의 형상으로 조형하고 생명을 불어 넣은 이는 무역선 복분자호의 재생의료전문가 간디149였다. 수선013은 여신002 시절의 로테003을 타이탄으로 호송해 왔고, 인간격의 지성을 갖추게 하는 데 한몫을 했었다.
“지구별로 가시게 된다고 들었어요. 지구별의 종교연합회의 원로원에 호출이 되셨다고…… 혼날 일만 있을 거라고 유라 언니가 말씀하시던데…… 그 회의의 영감님들 우주에서 제일 완고하다던데 잘 치루시고 혹 시간이 되시면 그때의 여신…… 로테003의 연고지에 찾아가봐 줘요.”
부탁의 형식을 빈 명령이었다. 이번의 지구행도 장미장원의 부탁을 받고 외계의 한 행성을 여행한 결과물이었다.
“그 ‘숲의 별’에서의 일은 미안하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결과가 좋았으니 당신도 만족했으리라고 언니들이 말씀하시더군요. 저도 그렇게 생각하는데……”
엘리자벳024는 한 차례의 재생을 더하여 전생테를 스물 네 개로 늘여놓고 있었다. 여전히 앳된 얼굴에 말끝을 흐리는 독특한 화법을 사용하는 엘리자벳024는 장미장원의 대외 창구로 접대역을 맡고 있었다.
“이번 여행에는 아무도 동행을 못해요. 우리 장미장원은 비사법지역으로 독립된 행정권을 갖는 대신 외계로 나갈 수 없도록 되어 있으니…… 용병들이 따라갈 거예요. 마덕 대장이 지구별의 동아시아 출신이라니 도움이 될 거예요…….”
수선013은 엘리자벳024의 천진스런 목소리의 이야기를 들으며 500세 이상의 삶을 산 지성체가 여전히 20대 초반의 앳된 얼굴과 태도를 유지할 수 있고 상대방에게 그렇게 믿도록 할 수 있다는 데 대해 경이를 느끼고 있었다.
#3. 타이탄의 무역선 장미13호. 통제실
장미13호의 수부장으로 용병 일색의 선원들을 통솔하는 마덕254는 40대의 신사였다. 깔끔한 차림새와 날카로운 느낌의 얼굴은 ‘용병대장의 본색은 이러한 것이다’라고 모범을 보이는 것 같았다.
“마덕254입니다. 최근에 죽어서 새 몸을 받고 전생테가 하나 더 늘어났는데 아직 익숙지가 않아 허리를 굽히지 못합니다. 용서하시기를.”
시작부터가 용병본색의 인사말이었다. 요컨대 수하가 아니니 대등하게 대해달라는 뜻이라고 읽혀서 수선013은 ‘이거 뜻밖에 된 시어머니를 만났나보다’하고 긴장을 했다.
“‘숲의 별’에서 용병들을 잘 통제하셨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때문에 뵙고 싶었는데 다행입니다.”
수선013은 답례를 하며 그가 말하는 ‘숲의 별’에서의 사건을 되새겨 보았다.
#4. 앞 장면의 직전 시대. 은하계 외곽의 어느 삼연성 태양계. 행성 ‘숲의 별’
크고 작은 태양이 맞은 편 지평선을 넘기와 떠오르기를 하여 임무 교대를 하고 있고, 엉뚱하게 커다란 죽은 태양이 중천에 떠 있는 행성의 상공에 홀연 우주선이 나타났다. 선체 전부를 황금색으로 장식한 중무장 전함이었다. 예의 황금전함은 행성의 상공에 멈추어 단승비행정들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같은 시각, 황금전함의 출현을 지켜보고 있는 두 세력이 있었다. 뱃전에 해골깃발을 그려 넣은 검은색 전함과 장미꽃과 십자문형의 깃발을 나란히 내세운 무역선이었다.
황금전함과 해골깃발 전함은 서로 상대를 의식하고 있었던 듯 선수를 마주하고 중무장 단승정들을 날려 보내고 있었다. 공간을 가득 채우고 어지럽게 떠오른 양측의 단승정들이 전장을 연출한 것은 잠깐 사이의 일이었다.
#5. #4의 연속. 선교선 장미13호. 통제실
수선013은 장미13호의 통제실에 앉아 전망창을 통해 전투를 지켜보고 있었다. 전망창은 통제실 중심에 수정구 형태로 떠오른 입체영상이었는데, 영상 속의 전장은 벌써 결말을 보이고 있었다.
공간 가득 무리지어 적을 향해 달려간 단승정들이 홀연 시야에서 사라졌다. 잠깐 공허를 보았는가 하는 순간, 공간은 파괴된 소형 우주선들로 가득했다. 시간은 아직 현재에 있는데, 전장은 타임슬립을 한 듯 전혀 다른 상황으로 변해 있었다.
시작과 끝은 있었지만 중간 과정이 없는 전쟁이었다. 홀연 시작한 전쟁이 홀연 끝이 난 전장을 보며, 수선013은 장미13호의 선원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용병부대는 나와 함께 별에 상륙합니다. 상륙부대 외의 여러분은 대기하세요. 전쟁에 개입하는 것은 용서하지 않습니다.”
전망창에 떠오른 영상은 황금전함과 해골깃발 전함이 각기 의료정들을 발진시켜 전사자들의 시신을 수습하는 장면을 보여주고 있었다. 수선013은 수하 용병들이 단승정에 오르는 것을 지켜보며 수정구 속의 영상을 과거로 돌렸다.
#6. 앞 장면의 세부 장면. 장미13호의 수정구 속에 재생된 직전 영상
기묘한 전투였다. 빛의 속도로 마주 부딪친 두 세력이 홀연 마이너스 시간 속으로 들어 느린 장면의 현재를 연출하고 있었다. 단승정에서 뛰어내려 공간에 드러난 병사들은 서로 상대를 찾아 드잡이를 시작했는데, 돌연 나타났는가 하면 홀연 사라져서 적의 시야를 흐리고, 다음 순간 다시 존재를 현현시켜 적의 급소에 칼날을 찔러 넣었다. 시작과 결과가 순서에 구애됨 없이 수시로 뒤엉켜 나타나고 사라지는 불안정한 현실 속의 전투였다.
수선013은 고금 불변의 해적 깃발인 해골기를 단 일단의 선원들이 황금전함 측의 병사들에게 쇄도하는 장면을 보던 중에, 그들의 무질서한 우격다짐식 전투에서 일정한 질서를 발견했다. 무작정 날아올라 상대와 부딪치는 난삽함 속에 뜻밖의 규범이 숨어 있었던 것이다. 그들은 호적수를 찾아 드잡이를 벌이는 것으로 추구하는바 살인예술의 성취도를 높이고, 가진바 전투력을 최후의 한 방울까지 발휘하는 데서 극한을 맛보고 있었다.
초특급 살인전문가들이 연출하는 파괴예술의 현장에서는 여분의 죽음이 없었다. 그들은 서로 상대를 죽이는데 전력을 다했다. 죽이는 자는 두 번의 칼놀림을 필요로 하지 않았고, 죽는 자는 가장 아름다운 죽음으로 상대의 승리를 축하해 주었다. 추호의 허점도 허용하지 않는 아름다운 전쟁…… 우주력 6세기의 살인전문가들이 연출하는 파괴예술의 극치를 관람하는 현장에서 수선013은 그렇게 스스로 몰아에 들어 평화를 맛보았다.
관전에 몰두하고 있던 수선013은 낯익은 얼굴을 발견하고 시선을 집중했다. 최일선에 서서 대검을 휘두르고 있는 해적의 얼굴은 수선013의 가장 가까운 친구 오덕양의 것이었다. 인식표가 드러나는 부위인 귓불을 확대하여 조사한 해적 오덕양의 전생테는 401이었는데, 해적 오덕양401과 무역선 복분자호의 오덕양082는 전생테의 차이로 동일 인물이 아님을 나타낼 뿐 외모는 머리카락 한 오라기까지 흡사해 보였다.
오덕양401의 상대는 류우 가의 젊은 장교였다. 은하연방 제일의 명문인 류우 가는 수평 복제를 허용하고 있어 동일한 전생테를 가진 사람이 많다고 하였다. 수선013은 그의 귓불에서 407개의 전생테를 발견하고 전날 ‘푸른 게’별에서의 류우401을 되새겼다.
(의욕 과잉으로 폭주를 했지만 괜찮은 친구였는데, 어찌 되었는지…… 407개의 전생테를 가진 류우가 우주에 나왔다면 그때의 류우는 지워졌다는 결론…… 안 됐군.)
수선013이 옛 정을 새기는 사이에도 오덕양401과 류우407은 초광속계 전사의 대표주자로 치열한 전투를 치르고 있었다. 오덕양401이 류우407의 창끝에 쫓겨 홀연 마이너스 세계로 사라지자 류우407이 뒤따라 들어와 공세를 계속했다. 반세계(反世界)에서의 일인지라 류우407의 공격은 진행세계에서의 공격 자세 그대로 역진이 되어 창날을 거두고 있었고, 먼저 마이너스 시간계에 들어 조건이 유리해진 오덕양401의 반격으로 류우407의 심장은 피를 뿜었다.
수정구 속의 시간계는 0에 멈추어 있는데 세계와 반세계를 넘나들며 진행 시간계와 역진 시간계를 넘나드는 해적들과 황금전함의 병사들은 수없는 사상자를 냈다. 수선013은 오덕양401과 류우407이 서로 죽여 굳어진 몸으로 우주의 무중력 속에 몸을 뉘이고 관성을 따라 흐르고 있는 모습을 보며 혀를 찼다.
(재생이 약속되었다고는 하지만, 죽음의 순간이 고통인 건 다르지 않을 텐데, 잘도 저렇게……)
#7. #5의 연속. 삼연성 태양계의 행성 ‘숲의 별’
상선 장미13호의 단승정들이 착륙한 별은 지구형 숲이 우거진 초록색 세계였다. 별에 첫발을 내딛은 수선013은 공기의 맛을 음미하며 자신이 받은 명령을 새겼다.
“그 별에 생명정보가 있다는 보고가 들어와 있습니다. 지구계 생물의 흔적이라고 분석되는 구조 요청이라는데 때마침 당신이 있어 다행입니다.”
샤넬079는 당연히 부탁을 들어줄 것이라고 믿는다는 듯 편한 목소리로 명령을 전했다. 장미장원의 객원 포교사인 수선013은 어느새 자신의 선교선이 되어버린 장미13호에 올랐다.
“신천지호와 황금전함도 같은 조건일 것입니다. 상황에 맞게 대응하세요.”
이즈음 수선013은 ‘우주 어딘가에 무언가가 있다는 정보를 얻었다’의 진정한 뜻을 새길 수 있었다. 그 의례적인 보고형식의 한 줄 문장은, 해적선 신천지호와 은하연방의 지배자 류우 일가의 사설함대 황금전함이 사건 현장에 나타난다는 말과 동의어였고, 또 한 차례의 전쟁이 있게 된다는 예고이기도 하였다.
(저들이 찾는 걸 밝혀내어 매듭을 풀어주지 않으면……)
해적선 신천지호와 류우 가의 황금전함은 만나면 으레 드잡이판을 벌리고, 승패가 가름되기 전에 어느 순간 갑자기 전투를 멈추곤 하였는데, 수선013은 그 이유를 ‘목표물의 정체를 확인한 때문’이라고 풀었다. 기왕 목표로 했던 ‘그 무엇’을 찾지 못했으니 싸움이나 한 바탕 해보자는 식의 폭거라는 해석이었다. 전쟁이 도락인 듯싶은 어처구니없는 행태들이어서 평화주의자인 수선013의 심정을 상하게 하였는데, 때문에 그는 스스로 어떤 사명감을 만들고 있었다.
(내가 할 일이야. 저들을 영원한 은원관계에서 구해 줄 사람은 나밖에 없어. 저들이 내 선교선을 묵인하고 있는 이유를 알기 위해서도……)
“문명을 찾았습니다.”
탐색대의 보고였다. 보고는 계속 이어졌다.
“사람이 있습니다. 주로…… 아닙니다. 모두가 아이들인 세계입니다.”
“공격을 받고 있습니다. 반격을 해야 할지 결정을 내려 주십시오.”
#8. 수선013의 ‘숲의 별’ 탐색 보고
…별은 세 번째 태양에 너무 가까이 간 때문에 멸망의 위기에 있었습니다. 삼연성계를 헤엄치듯 공전하던 별이 제3 태양의 중력 폭주로 그 나마의 균형을 잃고 나선형 궤도를 그리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우리가 찾은 별의 문명은 우주의 심술이 빚은 초상식의 세계였습니다. 누군가 별의 역사 초기에 심어 놓은 동력이 스스로 진화하여 주인을 찾은 결과였습니다.
처음 우리는 과거에 본 적이 없는 새로운 형태의 문명을 발견하고 어리둥절해 있었습니다. 별은 온통 푸른 색깔 숲으로 덮인 낙원이었는데, 동물이 전혀 보이지 않는 기형적인 것이었습니다. 그 중심에 우뚝 솟은 건물들과 첨탑들과 탈 것들의 완벽한 아름다움과 질서 있는 운행을 보았을 때 탄성을 올렸습니다만, 다음 순간 ‘이건 이상하다’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별 안의 모든 탈 것들을 조종하는 조종자들은 어린이의 형상을 한 생명체였는데, 우리는 이내 그들이 자아를 갖지 못한 무생명(無生命)임을 밝혀냈습니다. 분명 첨단 문명의 현장인데 위화감이 느껴졌던 이유는 그 때문이었습니다.
우리는 도시를 통제하는 또 다른 무엇이 있다는 전제를 갖고 조사를 시작했습니다. 별은 지구형의 수풀이 우거져 있어 우리가 명명한 ‘숲의 별’이라는 이름을 충족시켜 주었습니다. 다만 미생물계와 동물계가 전혀 없어 정상적인 진화의 길을 밟지 않았음을 보여 주었는데, 곧 그 이유가 밝혀졌습니다.
우리가 발견한 문명의 중심에 거대한 발전소가 있었습니다. 세 개의 태양이 번갈아 뜨고 지는 인력의 차이를 이용한 에너지 발생장치였는데, 사실상 영구동력인 셈이었습니다. 그 중심에 구원을 청한 ‘그 무엇’이 있다는 결론을 얻은 우리는 병력을 모아 탐색을 시작했습니다. ‘그 무엇’에 가까워진 순간부터 ‘숲의 별’의 모든 것으로부터 공격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건물들은 스스로 형체를 변형시켜 우리를 향해 무너져 내렸고, 조용한 푸름의 풍경이던 풀과 나무 모두가 날카로운 이파리를 갖추고 우리를 향해 쇄도해 왔습니다. 별 안의 탈 것 모두가 흉기로 변해 사방에서 육박해 왔는가하면, 도로와 교량 등 모든 조형된 것이 조각조각 나뉘어 각 개별로 생명인 듯 움직임을 보여 순식간에 우리를 포로로 만들었습니다. 건설장비를 비롯하여 평화를 위해 만들어진 탈 것 모두가 선봉에 서서 공격해 왔는데, 그 조종자는 어린아이의 모습을 한 유사생명이었습니다.
예의 어린애 형상 생명에게는 영혼이 없었습니다. 그 증거로 스스로 형체를 무너뜨려 건물의 잔해와 함께 돌격해 오기도 하고, 다시 조합되어 인간형을 만들기도 하였습니다. 목적은 오로지 에너지 발생장치 안에 감추어져 있는 ‘그 무엇’의 보호인 듯했습니다.
우리는 그들이 필사적으로 보호하고 있는 에너지 발생장치를 향해 적당량의 반물질을 발사했습니다. 그 결과 에너지 발생장치와 그로부터 동력을 공급받고 있는 도시의 모든 기능을 멈추게 하였는데, 그때에 우리에게 들리는 소리가 있었습니다. “살려주세요. 우리를…” 하는, ‘그 무엇’으로부터의 구원 요청이었습니다.
결과는 보고 드린 바와 같습니다. ‘그 무엇’의 청을 들어 우리는……
#9. #3의 연속. 타이탄의 무역선 장미13호. 통제실
“부분이 전체이고 전체가 부분인 생명이 주인인 별이었지. 생존이라는 목표를 가졌을 뿐인 전체 생명……”
‘숲의 별’에 상륙했던 용병들 중의 하나가 무용담을 자랑하고 있었다. 마덕254의 수하로 장미13호의 지구행에 동행한 용병 중의 하나인 론733이라는 이름의 선원이었다.
“우리가 행동을 멈춘 이유는 선목님의 명령에 따른 것이기도 했지만, 싸울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닌 탓이기도 했어. 그 별 전체가 들고 일어나서 공격해 오는데, 조종자라는 게 모두 어린아이들이었으니…… 명색이 용병인데 아이들 상대로 무기를 들 수는 없었지.”
‘숲의 별’의 모든 것이 공격을 해오는 급박한 상황 속에서도 무기를 휘두르지 않은 론733은 긍지에 찬 목소리로 설명을 계속했다.
“그 별의 아이들은 어머니를 지키려고 그렇게 열심이었다네. 오로지 지키려는 마음뿐인 아이들이 주인인 별…… 그런데 그 아이들이 지키려고 들던 어머니라는 게……”
#10. #8의 연속. 지구종교연합회 청문회
-흥미로운 보고서였네. 우주시대 초기의 원죄가 그 같은 결과를 낳았다는 이야기로군.
-그렇습니다. 우리가 찾은 그 별의 어머니는 타임캡슐 속의 미라였습니다. 생존유지장치가 스스로 진화하여 지구별을 떠날 때 받은 명령을 이행한 결과 그 같은 상황이 만들어진 것입니다.
-그 상황이라는 것에 대해 설명해 보게.
-그 별의 모든 생명의 모체인 미라는 끝없이 아이를 낳고 있었습니다. 최초의 모체는 불치의 환자로 임신 중이었는데, 훗날 의술이 발달하면 모체와 아이를 모두 살리겠다는 목적 하에 우주로 발사된 타임캡슐이었습니다. 그 초기의 명령이 생존조건으로 받아들여져서 생명유지장치가 충실히 이행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엉뚱한 사례가 만들어졌군.
-그 별의 어머니가 낳은 생명체가 모두 어린이의 형상이라서 해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랬겠군. 그대도 지구교의 선교사였으니 당연히…… 그렇더라도 그대는 별의 역사에 개입하여 예정된 질서를 `바꾸어 놓았네.
-그 행성…… ‘숲의 별’의 사정이 급했기 때문입니다. ‘숲의 별’은 세 태양 중 반성에 해당하는 세 번째 태양…… 감마성의 궤도에 가장 가까워지는 시점에 있었습니다. 세 개의 항성이 난궤도(難軌度)를 만드는 삼연성계를 헤엄치듯 돌고 있었는데, 1000년을 주기로 그 같은 위기를 겪게 되는 듯싶었습니다.
-그래서 무질서를 묵인했다?
-제 신념이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27세기일세. 우주력 6세기이기도 하고…… 우리가 표준으로 하고 있는 신에 대한 관념을 기억하고 있나?
-현세 지구계 인류의 신관(神觀)의 표준은 우주와 우주 질서라고 배웠습니다.
-우주의 존재함이 신의 존재하심이고 우주 운행의 질서가 신의 뜻, 즉 선의의 신의 현현이심은 기본 교리일세. 그대의 이번 폭거는 우리의 윤리관에 상처를 주었네.
-달리 선택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그렇게 하는 게 신의 뜻이셨다 싶기도 했고……
-쉽게도 신을 빌리는군.
-신의 이름을 부르는 구원 요청이었기 때문입니다. 500년 전, 타임캡슐이 유행하던 시절 지구계 신의 대표적인 이름을 빈 구원 신호였기 때문에……
-!
-인간 구원을 교리로 내세우던 당시 종교 모두의 신이 일컬어지고 있었습니다. “…신이여, 우리를 도우소서!”하고.
#11. #9의 연속. 타이탄의 무역선 장미13호. 통제실
“그런데 말이야. 우리 선목님은 정말 물건이더라고. 어떻게 처리하나 지켜보았는데…… 글쎄 그 아이들을 위해 별의 궤도를 바꾸라는 명령을 내리지 뭐야!”
론733은 떳떳한 일을 했다는 데 대한 자부심에 가득한 표정으로 설명을 계속했다.
“그 별의 세 번째 태양은 빛을 내지 못하는 죽은 별인데 궤도가 불안정해 ‘숲의 별’을 위협했어. 우리 친구들의 계산에 의하면 1000년에 한 차례 그 같은 위기가 오는데, 선목님 왈, ‘감마별의 궤도를 300년만 현재에 멈추시오’였네. 이유를 물었더니 ‘300년이면 저 친구들이 충분히 위기에 대처할 만큼의 문명을 갖출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라더군. 선목님이 말한 ‘저 친구’들은 그 별의 어린아이들이었는데, 우리가 그 아이들에게 인간으로서의 자각을 주었거든. 반대할까 싶어 우리끼리 처리했는데 이미 알고 있었던 거야. 그 때문에 이번 지구별 종교연합회의 호출을 받고 이렇게 달려가고는 있지만…… 아무튼 우리는 제법 괜찮은 보스를 모시고 있음을 확인한 셈이라서 기분이 좋았어. 너무 기분을 내느라고 취하도록 마셔서 용병료는 한 푼도 남지 않았지만……”
론733은 장미주를 한 잔 맛있게 들이킨 후 결론을 내렸다.
“그때에 보스의 입에서 다른 명령이 나왔다면 우리가 반란을 일으켰을 거야. 아이들을 본적 있나? 귀엽더라고. 고놈들 제 어미를 지키겠다고 필사적으로 반항하는 모습이 어찌나 예쁘던지…… 고것들에게 손해를 끼치는 일이라면 어떤 결정을 내렸더라도 반대했을걸.
이번 지구별 여행에 따라나선 이유도 아이들을 보고 싶어서였네. 지구별 아니면 순수 자연산 아이들을 볼 수 없는 세상이 됐으니…… 몹쓸 세상에 살고 있는 것 맞지?”
#12. 지구별. 2603년. 역사박물관의 열람실
마덕254는 말없이 입체영상 발생기를 작동시켰다. 그의 두뇌 속에 심어진 기억재생기였는데, 그가 조사한 상황의 보고인 셈이었다.
초췌한 형색의 로테003이 무덤 앞에 쪼그려 앉아 있었다. 덩그러니 묘비가 세워져 있을 뿐인 무덤은 주위에 가득한 닮은꼴 무덤들로 인해 그곳이 고대에 만들어진 장묘공원의 일부분임을 알게 해주었다.
“저렇게 무덤을 지키고 있은 지 3년이랍니다. 그때에 우리 장미장원의 보호를 벗어난 직후부터 저런 모습이었던 거죠.”
로테003은 망연한 눈빛으로 묘비만 쳐다보고 있었다. 수선013은 처음 발견했을 때의 ‘여신’과 현재의 로테003을 비교하여 상황의 비극성을 실감하고 있었다.
“우리는 저 묘비의 주인공에 대해 조사해 보았습니다. 제법 그럴듯한 사정이 있더군요. 우주시대 초기의 지구별과 화성과 타이탄에 얽힌…… 동아시아연방의 역사박물관에 저 친구의 기록이 있던데, 보시겠습니까?”
수선013은 마덕254의 제안에 동의했다. 늘 벼르고 있던 우주시대 초기의 비사를 엿볼 수 있는 기회라 싶어 마다할 수 없었다.
#13. 역사 기록기 재생화면. 2078년 봄. 서울. 어떤 생체예술가의 수기
화성의 인공 열풍에 시달려 붉게 익은 얼굴로 여객선을 나섰을 때 송영대의 사람들 속에서는 그대가 보이지 않았네. 으레 그러리라 짐작했고 또 그렇게 되는 것이 바른 길이리라 생각해 왔으면서도, 정작 그대의 얼굴을 찾아내지 못하는 상황을 접하자 나는 여간 충격이 크지 않았네.
공항은 화성과 금성을 오가는 우주선들로 혼잡을 이루었지만 환송객이라거나 접영객의 수는 15년 전과 차이가 있어 보이지 않을 만큼 드물었네. 하기는 당시에도 외계로 돈벌이 가는 사람들은 지구 인간계의 말종(末種)으로 백안시되었는데, 지구정부와 정치 경제적 유대관계를 단절한 2078년의 금성과 화성 출신의 귀환 광부가 순종 지구인의 환영을 받지 못함은 당연한 일이었을 것이네.
공항을 나와 시내행 부유택시에 오른 이후 나는 내내 생각을 하였네. 지금쯤 그대는 어떠한 모습을 하고 있을 것인가.
15년 전의 그대가 현재의 그대와 외모가 같지 않을 것임은 자명한 사실인데, 공항에서의 내가 그대를 찾은 방법은 15년 전의 기억을 되살린, 15년 전의 그대가 남겼을 법한 흔적이었네. 재생 장기의 주문 시에 옛 모습의 특징을 살려 과거와의 끈을 잇는 이들이 있다는 소문이 들리기는 하지만, 완전한 재 조형으로 새로운 젊음을 구가하고 싶어 하는 이들이 대부분인 시대에 과거의 연인을 찾는 방법으로 옛 기억을 더듬는 것은 합리적이지 못하다는 사실을 모르는 바도 아니면서, 나는 그대의 환상을 쫓아 분주히 눈동자를 굴렸네.
지구는 여전히 생명이 충만한 별이었네. 2078년의 지구계 지성체가 알고 있는 별세계 중 유일하게 어머니별인 지구만이 소유하고 있는 생명의 색깔은, 패션으로 정착된 듯싶은 전신 노출로 치부를 제외한 육체 전부를 드러내고 다니는 소년 소녀들의 풋과일 같은 알몸에서도 빛을 발했고, 푸름과 맑음으로 대표되는 지구의 온갖 자연과, 더러 보이는 재생 육체를 가진 창부들의 출렁이는 젖가슴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아져, 긴 세월 외계의 나그네가 되었던 초로의 귀향인의 가슴을 아릿하게 조여 왔네. 화성의 인공 중력과 인공 열풍, 인공 태양의 무겁고 덥고 탁한 빛에 길들여졌던 내 육체는 모처럼 되찾은 고향별의 싱그러운 생명 빛에 감격해 하며, 주인 되는 두뇌의 아픔은 아랑곳없이 15년 전의 감각을 되살리기에 열심이었네. 나는 옛 기능을 회복한 감각기관들의 힘을 빌려, 부유택시의 차창에 스치는 찰나인 양 짧은 경치들 속에서, 영원인 양 생명력이 긴 추억들을 어렵지 않게 살려 내곤 하였네.
떠나던 날 그대가 퍼붓던 저주의 말들이 이별의 현장을 지나게 되자 오늘의 사건처럼 귓전을 울려왔네. 그대는 저 일곱 색깔 무지개의 분수대 아래 그늘에 숨어 나를 기다리고 있었네. 약속했던 시간을 꼬박 채워 도착한 내가 화성행 여객선의 시간표를 보이며 이별을 서두르자, 그대는 전날 내가 그대의 재생기념일을 자축하고자 사랑의 증표로 사주었던 1995년산 골동품 목걸이시계를 채찍 삼아 휘둘러 나를 공격해 왔고, 나는 당연히 감내해야 할 시련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네.
"간다고? 나를 이렇게 만들어 놓고 혼자만 도망치려고? 이런 파렴치한! 당신은 말이야! 파렴치한에 비도덕적인 인간과 색정광, 성도착자, 정신분열증환자, 피해망상증환자를 겸한 아주아주 나쁜 사람이야!”
그대는 나에 대해 알고 있는 모든 흑색 대명사를 동원하여 나를 공박해 댔네. 한 단어마다 한 차례씩의 채찍질을 하여 내 얼굴이며 목 팔 등의 노출된 부위마다 핏줄기가 종횡으로 얽히도록 하였고, 때때로 채찍을 버리고 눈물과 한숨으로 무기를 바꾸어 내 마음을 돌리려고 하였네. 그러나 그대의 그러한 노력은 이별의 행사를 더욱 극적으로 만드는 효과를 낳았을 뿐, 그대가 원하는 결과를 만들지는 못했네.
그대의 이별사가 진행됨에 따라 내 시름도 터질 듯이 팽창하고 있었네. 나는 시름을 통곡으로 터뜨리고 그대의 채찍질이 강요하는 대로 주저앉고 싶었네. 그대를 끌어안고 마구 입맞춤을 해대고, 언젠가 그러했던 것처럼 육정의 환희를 만끽하고 싶었네.
그러나 그럴 수 없었네. 그대는 옛날의 그대가 아니었고, 나만이 옛날의 나였네. 우리는 옛날에 허투루 가졌던 불장난을 계속할 자격을 잃고 있었네. 나는 그대의 채찍질을 감내하며 묵묵히 가야 할 길을 재촉했네.
와앙! 울음을 터뜨리며 주저앉아 발을 구르는 그대를 뒤로하고 떠나던 15년 전의 그 길을 역행하고 있구나……하는 감상에 잠겨 있는 사이에, 부유택시는 어느새 추억의 거리를 지나 도심가로 접어들고 있었네. 환락과 절망이 공존하는 별인 지구의 대도시는 예나 다름없이 홍등을 휘황하게 밝혀 자기 안의 주민과 외계의 나그네의 타락을 부추기고 있었네.
나는 부유택시의 기사에게 목적지를 설명해 두었는데, 기사가 얼핏 경멸의 표정을 보였던 이유를 비로소 이해할 수 있었네. 부유택시는 유흥가의 중심에 멈추었고, 나는 하차 즉시 “멋진 오라버니, 환영!”을 합창하는 밤거리의 꽃들에 포위되어 부유택시의 기사가 보냈던 경멸의 시선을 합당한 것으로 만들어 주었네.
“곤욕을 치르셨지요? 아무튼 이 거리의 아가씨들은 대단해서.”
카이젤 수염의 중년 사내가 잔뜩 반가운 인사를 하였네. 그는 나보다 반 배분쯤 연치가 높은 이로 과학정보국의 중간급 간부였는데, 평생을 과학정보국의 사람으로 살아온 사람답지 않게 목소리가 맑았네. 저 거리낌 없는 태도 덕택에 자신이 유형을 보냈던 범죄자에게서도 원망을 사지 않는 것이리라 하고, 나는 오랜 숙적을 대하고서도 노여움이 일지 않는 자신의 마음을 정의했네.
“제멋대로 들어섰어요. 원래 과학정보국이 조금 어두운 면이 있지 않습니까? 홍등가와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도 있으니, 잘 어울리는 이웃인 셈이지요.”
15년 전, 나를 화성으로 추방할 때 카이젤 수염은 ‘밝음을 가장한 어두움’으로 자신이 속한 과학정보국의 색깔로 비유한 적이 있었네. 그때의 기억을 되살린 홍등가와 정보국의 비교…… 나는 예나 다름없이 침묵을 지켜 상대의 본심이 나오기를 기다렸네.
“이곳입니다. 여기에 당신을 초청한 이유가 있어요.”
카이젤 수염은 엄중히 밀폐된 방의 문 앞에 서서 목소리를 높였네. 성문감식장치가 된 듯한 육중한 문이 좌우로 활짝 열려 우리를 맞았네.
안개가 짙다……싶을 정도로 시계차단입자가 과도히 방출된 방안으로 들어섰을 때 나는 부지중에 신음을 흘렸네. 안개 저편으로 골격뿐인 인간형 로봇이 뚜벅뚜벅 걷고 있는 양이 흐릿하게 보였는데, 한눈에 내 손길이 스쳤던 여성형 로봇임을 알아 볼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어떤 상황이 불현듯 연상되었기 때문이었네.
카이젤 수염은 손을 꼬옥 잡아 발작하려는 나를 진정시켜 주었네. 15년을 하루같이 시름으로 간직해 왔던 업의 결산이 저기에…… 나는 엄습해 오는 전율을 견디지 못하고 잠깐 비틀거렸네.
“역시 지우지 못했군요. 나이만큼이나 감상이 크신 우리 교수님……”
카이젤 수염이 딱하다는 듯 중얼거리며 팔을 잡아끌었네. 카이젤 수염에게 끌려 방을 나서면서 나는 힘겹게 질문을 던졌네.
“어떻게 그녀가? 왜 저런 모습으로?”
“복제 피로현상이라고 하더군요. 현세에서는 치료방법이 없다고 하는 불치의 병……”
#14. 지구력 2603년. 지구공항. 화성행 우주선 송영대. 이번 이야기의 종장
“꼭 가야겠소?”
“다녀와야 할 것 같습니다. ‘숲의 별’ 사건으로 내 선교사 자격이 정지되기도 하였으니, 이 기회에 모든 걸 알고 싶습니다.”
수선013은 마덕254에게 간단한 인사를 한 후 화성행 우주선에 올랐다. 마덕254는 장미13호를 끌고 타이탄으로 돌아갈 것이었다. 수선013의 선목 자격이 정지됨으로 무역선으로 돌아간 장미13호에는 지구산 흙이 가득 실려 있었다. 가장 많은 미생물을 함유한 살아있는 흙은 지구가 수출할 수 있는 최고가의 상품이라고 하였다.
수선013의 곁에는 마덕254가 특별히 붙여준 용병 론733이 있었다.
“때로는 알아서 비극이 되는 경우도 있다네. 그래도 괜찮다면 내가 따라가지. 난 우주시대 초기부터 마덕대장을 따라다녔던 몇 중의 하나라서 제법 아는 게 많으니. 이렇게 733개나 전생테를 얻다보니 필요한 것을 뺀 나머지는 다 잊었지만, 그래도 조금은 도움이 될 걸.”
론733이 중얼거리고 있었다. 용병으로 늙은 그는 수선013의 심정이 편치 않다는 것을 짐작하고 자꾸 말을 붙였다.
“마덕대장이 그러더군. 당신이 찾으려는 과거의 그 친구는 제법 대단한 사람이었다고. 로테003이던가? 그 여신상을 우주로 쏘아올린 사람 말일세. 일개 생체예술가의 수준을 벗어난 거인이었다던가. 대장은 무언가 알고 있는 눈치던데, 귀띔해주지 않던가?”
해줄 리가 있나? 내 화성행도 막으려 들던 사람인데. 내 스스로 아는 게 중요해. 상선 복분자호와 해적선 신천지호와 타이탄의 장미장원과 황금전함의 류우 일가의 은원이 얽힌 우주사가 시작된 이유……
우주선은 이륙한 순간 광속을 돌파했고, 출발과 같은 시각에 화성의 스키아파렐리 우주공항에 도착해 있었다.
첫댓글 미래 공상 만화같은 SF 소설입니다.
마치 우주 은하철도 999 나,
미국 드라마 V 를 보는 듯한 느낌이지요.
정서가 메마른 성인들에겐
허황된 이야기이나
어린이,청소년, 그리고
미래의 지구 운명에 관해
관심있는 과학자들에겐
참고되는 내용이라 생각되네요.
지금도 좀 아쉬운 건
수자로 표현된 사람 이름을
영어식으로 조금만 더 손보면 내용이
덜 난해할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그리고 독자들에게 좀 더
현실적으로 다가가기 위해
실감나는 전투장면과
미녀들과의 육감적인 사랑을 그린
007같은 현대 첩보전도
생각해 보심이 어떠실런지요
아직 써보지도 못한 단편소설에
주제넘게 참견해서 죄송합니다.
좋은 충고 감사합니다. 말씀처럼 재미있게 써볼 욕심이기는 한데 설정을 '우주선교사'로 해놓으니 변형이 쉽지 않네요. 이 시리즈를 20부작 정도로 마감하고 다음번에 스토리를 확 바꿔서 시도해 보아야겠습니다.
이 연작소설은 연재를 위해 해본 건데 실력이 닿지 않는 것 같습니다. 주인공을 함께 하고 이야기를 매회 다르게 하는 우주판 로드무비를 지향해 본 건데 역시 어렵네요.
매번 좋은 충고를 주셔서 고맙습니다. 응원을 힘입어 분발해 보겠습니다.
소설 수준이 아주 준수 하시네요~감사하게 잘봤습니다~
그렇습니까. 칭찬 감사합니다.
잘읽고갑니다
잘읽고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