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음악 마니아들이 '쎄시봉'을 부러워하지 않던 이유였던 '무아 음악감상실'이 무아음악회로 재조명받고 있다.
문화공연단체 무아음악회는 "매월 세 번째 일요일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약 두 시간 동안 부산 광복로 시티스폿에서 무아 음악감상실 유행 노래를 공연하는 무아음악회가 열린다"고 3일 밝혔다. 공개적인 무아음악회를 앞두고 지난해 11월에 열린 시범공연에서는 많은 시민들이 함께해 음악회의 가능성을 열었다.
무아음악회는 3월부터 매월 정기적인 무대를 통해 옛 '무아 음악감상실'을 광복로에서 재현한다는 계획이다.
무아 음악감상실은 부산 광복동에 있었던 음악다방으로 1970년대 중반부터 1990년대 후반까지 전국을 주름잡던 음악다방이었다. 당시 유행했던 수많은 음악다방은 LP판 구하기가 쉽지 않았는데 밀수품이 많았던 부산은 LP판 구하기가 서울이나 타 지방에 비해 쉬웠다.
이러한 이점 때문에 무아 음악감상실에서 가장 먼저 새로나온 팝을 접했고 부산에서 입소문을 타고 인기팝이 돼 서울로 전파됐다. 당시 음악계의 트렌드를 부산에서 주도했던 셈이다.
무아 음악감상실의 명성은 부산에서 꼭 가봐야하는 장소로 해운대해수욕장, 보수동 책방골목과 함께 무아 음악감상실이 포함될 정도였다. 수많은 7080세대의 데이트 필수코스기도 했다.
이러한 인기 때문에 무아 음악감상실은 DJ를 공개 모집할 정도로 자부심이 높았는데 이곳에서 최종혁, 하수영, 최백호, 배경모 씨 등이 활약하며 큰 인기를 얻었다. 특히 배 씨는 유명 음악 프로그램 '별이 빛나는 밤에'의 DJ로 스카우트되기도 했다.
또 무아 음악감상실을 배경으로 수많은 작품이 만들어졌다. 배 씨가 1978년 직장암으로 사망하며 아내에게 바친 시에 최종혁 씨가 곡을 붙여 명곡 '윤시내-열애'가 탄생하기도 했다.
또 배 씨의 일생을 다룬 영화 '열애'도 개봉됐다. 영화 속에는 윤시내 씨의 '열애', 'DJ에게', 최백호 씨의 '아내에게 쓴 마지막 편지", "너를 사랑해" 등 당시 음악감상실을 채우던 음악이 흘러나왔다. 당시 이 영화가 300만 명이라는 관람객을 모았다는 점에서 무아 음악감상실의 인기를 가늠해볼 수 있다.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던 무아 음악감상실은 90년대 후반 소위 비디오가 라디오스타를 없앤다는 'Video kill the radio star' 시대를 거치며 인기를 잃어갔고, 엎친데 덮친 격으로 건물주가 은행빚 때문에 건물을 팔면서 문을 닫게 됐다.
무아음악회 이덕형 대표는 "7080세대의 감성을 아우르는 좋은 공연이 되도록 노력하겠다"며 "광복로를 걷다 익숙한 음악이 들린다면 잠시 걸음을 멈추고 귀를 기울여달라"고 말했다.
부산일보 / 7080 전설의 공간 '무아', 음악회로 부활하다
입력 : 2015-03-03 22:31:51 수정 : 2015-03-05 10:47: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