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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제 린저(Luise Rinser.1911.4.30∼2002.3.18)
독일의 대표적 전후 여류소설가. 독일 피츨링에서 출생했다. 독실한 기독교 가정의 교육자 집안에서 자란 그는 14세 때 독일어 교사로부터 시인 횔덜린의 비극적 생애를 듣고 휠더린의 <히페리온>을 암송하며 문학적 소양을 키우기 시작했다. 뮌헨대에서 심리학과 교육학을 전공하며 니체 헤겔 쇼펜하우어 야스퍼스 하이데거 등의 책을 탐독한 그는 대학 졸업 후 1935년 고향에서 교편을 잡았으나 나치에 가입하라는 압력에 저항해 학교를 떠났다.
1939년 결혼한 뒤 소설 창작을 시작한 그는 2차 세계대전의 와중인 1940년 유명 출판사인 피셔사의 의뢰로 <처녀작 파문>을 완성, 이 소설을 읽은 헤르만 헤세가 병상에서 찬사의 편지를 보낼 정도로 큰 반응을 얻었다.
반나치 활동에 간여하던 그는 첫 남편이 러시아 전선에서 전사하는 불운을 겪은 뒤 그는 1944년 반역죄로 구속돼 사형선고를 받았으나 집행되기 직전 전쟁이 끝나 석방된다. 석방된 그는 <옥중기>에서 이 때의 경험을 사실적으로 묘사했으며 자신의 내면 풍경을 묘사하는 것에서 한걸음 나아가 인류의 세계사적 비극에도 눈을 돌리게 됐다.
1950년 발표한 <생의 한가운데>는 당대의 정신 사조와 맞물려 전후 독일 문단뿐만 유럽 문화계를 뒤흔들었다. 자존심 강하며 자립적인 여주인공 니나를 통해 개개인이 삶의 주인임을 일깨워준 이 소설은 실존주의적 사상과 정치적 진보주의를 암시하며 '여성을 통한 구원'이라는 괴테적 이상주의를 결합시켜 여러 계층에서 호응을 얻었고 서유럽 모든 국가의 언어와 한국 일본 중국어를 비롯한 여러 언어로 번역되었다. 소설에서 알콜 중독자이며 몰핀 중독자인 음악가 마우리체는 패배자의 절망감으로 여주인공 니나에게 매달린다. 니나는 작가로서 두 아이의 엄마로서의 자기를 버려둔 채 마우리체의 갱생을 위해 헌신한다.
1953년 그는 소설 다니엘라 에서 인류의 구원이라는 문제를 확대해 전개했으며 한 여성이 가지는 사회적 신념과 그 의지를 극명하게 드러내보였다.
그 후 그의 작품은 사회성이 짙은 경향을 띠기 시작했다. 1954년에는 <칸타타 카르미나 부라나>를 작곡한 대작곡가 칼 오르프와 재혼했으며 그 뒤 매년 꾸준히 작품을 발표하는 왕성한 활동을 멈추지 않았으나 훗날 오르프와는 별거에 들어갔다.
현실 참여적 발언을 늦추지 않았던 그는 만년에 북한에 경도, 1980년에는 북한을 방문하여 김일성 주석과 각별한 교분을 맺었다. 작가 황석영은 북한을 방문했을 때 김일성 주석이 린저에게 "이 요리는 언 감자로 만든 거요"라고 설명하자 그가 "언 감자로 요리를 만드는 곳은 북한밖에 없을 것"이라고 화답하는 등 "절친했던 관계를 소개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가 쓴 <북한기행문>은 나아가 80년대 국내외 반정부 세력의 '필수교재'로 사용됐다. 이 대학가 운동권 의식화교육의 필수교재였던 적이 있었다. 이 책에서 그는 "북한에 다녀오자마자 김일성의 사상과 실천은 대안이자 제3의 길임을 알게 됐으며, 김일성을 만나고 인류의 미래를 믿게 됐다"고 썼다. 그는 안내원의 말을 빌려,
"뛰어다니는 사람이 아무도 없습니다. 노동자 농민은 과로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항상 앉아 있습니다. 주석께서는 인민들이 고요하고 편하게 일하는 것을 좋아하십니다"
라고 소개하는 등 북한 체제에 대한 무비판적 찬양 때문에 한국뿐 아니라 유럽에서도 다양한 비판에 직면하기도 했다.
그는 작곡가 윤이상과도 친분을 맺어 그의 사망 후 전기 상처받은 <용>을 집필해 큰 반향을 얻기도 했다.
【작품】<파문>(1940.처녀작) <옥중기>(1946) <얀 로벨>(1948) <생의 한가운데>(1950) <다니엘라>(1953) <덕성의 노험>(1957) <완전한 기쁨>(1962) <토비아스>(1967) <검은 당나귀>(1973) <미리암>(1983) <아벨라르의 사랑>(1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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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제 린저의 인생 에세이 ‘내가 아닌 사람과 사는 지혜’> - [연합뉴스](2001. 11. 7)
<생의 한가운데>의 작가 루이제 린저가 쓴 인생 에세이집 <내가 아닌 사람과 사는 지혜>(지식공작소刊)가 나왔다.
1970년대 출간된 이 책은 애초 독일 여성잡지 [퓌르 지](Fur Sie)에 연재했던 글을 모은 것으로 대중적이고 쉬운 문장에 저자의 인생에 대한 통찰을 담았다.
예컨대 ‘사랑'을 주제로 한 글은 다음과 같은 장면을 소개하는 데서 시작한다.
친절하고 선량해 보이며 검소하게 차려입은 두 중년부인이 앉아 있는 기차 안으로 십대처럼 청회색으로 염색한 머리에 빨간색 매니큐어를 바른 40대 여자가 들어온다. 이 여자가 주변 사람들에게 별다른 해가 되는 행동을 하지 않았는데도 두 중년부인은 그에게 차디찬 거부의 눈길을 보낸다. 왜 그럴까?
린저는 이 같은 반감이나 혐오가 이성적인 것이 아니라 '피'와 '본능'이 숨어사는 그곳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자신과 다른 식으로 사는 사람이 적대자로 보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린저는 이처럼 다른 사람의 다른 식의 존재에서 오는 불안이나 위협감을 버리고 다른 존재를 받아들이는 것, 다양성을 인정하는 것이 곧 사랑이라고 정의한다.
린저는 또 '친구' '신뢰' '체념' '예절'에 대해 각각 서로 아첨하면 안 되는 사이, 타인의 침묵을 존경하는 것, 진정한 행복이 오는 곳, 인간에 대한 예의라고 말하고 있다.
책은 이외에도 행복, 꿈, 돈, 질투, 용기, 운명, 고독, 성실 등 모두 38개의 주제를 다루고 있다.
린저는 전후 독일의 가장 뛰어난 산문작가, 시몬 드 보부아르와 함께 현대 여성계의 양대 산맥이라고 평가받고 있으며 작곡가 윤이상과의 대담록 <상처입은 용>, 북한 방문 후 쓴 <또 하나의 조국> 등의 저술을 발표하기도 했다.
<타계한 ‘생의 한가운데’ 작가 獨 루이제 린저> - [동아닷컴](2002. 3. 19)
17일 91세로 사망한 <생의 한가운데>의 작가 루이제 린저는 남북한을 아우른 한반도와의 각별한 인연으로 우리의 관심을 끈다. AP통신 등 외신들도 ‘북한의 전 지도자 김일성 예찬자’로서 그의 모습을 소개하는 데 많은 부분을 할애했다.
린저씨가 한국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전남편인 <카르미나 부라나>의 작곡가 카를 오르프를 통해 당시 독일에서 활동 중이던 작곡가 윤이상씨를 알게 되면서부터. 윤이상씨가 ‘동백림 사건’에 연루돼 납치되면서 그의 한국에 대한 시각은 나치시대에 체험한 공포 정치와 겹쳐지게 됐다.
▼작곡가 윤이상과 친분 : 1975년 10월 당시 문학사상사 이어령 주간(전 문화부 장관) 의 초청을 받아 한국을 방문했으나 27일간의 여정은 시작부터 순탄치 않았다. 당초 예정된 통역자가 각각 ‘정보기관과 연계돼 있다’ ‘좌익분자다’는 의심을 받아 두 차례나 교체됐던 것. 갑작스레 통역을 맡게 된 전영애씨(현 서울대 독문과 교수)는,
“방한 기간 내내 린저는 불안에 사로잡힌 모습이었고 나를 ‘딸’이라 부르며 의지했다”
고 회상했다.
당시 한국에서는 의식께나 있다고 생각하는 여성의 대부분이 자신을 <생의 한가운데>의 주인공 니나와 동일시할 정도로 이 작품은 인기를 끌었다. <생의 한가운데>가 그의 사전 동의 없이 한국에서 번역 출간된 사실도 그를 불쾌하게 했다. 린저는 한국의 풍광과 팬들의 열성에 매료됐지만 여러 예기치 않은 상황과 마주쳐야만 했다. 일부 재야 인사들이 한밤중에 그를 ‘납치하듯’ 데려가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전영애 교수는,
“가까이서 본 린저는 세심하면서 감정의 진폭이 큰 사람이었다. 우연한 일정 변경까지도 의심을 갖게 됐으며 점점 의심이 커져갔다”
고 말했다. 그와 한국의 관계는 6개월 뒤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에 그의 방한 회상기가 연재되면서 파국을 맞았다. 뒤에 슈피겔에 반박문을 게재한 이어령씨는,
“린저는 한국을 정보기관의 감시가 판치는 억압국가로 묘사했으며 육영수 여사 저격 사건마저 한국 정부의 조작극이라고 썼다”
고 회상했다.
1980년 당시 김일성 주석의 초청으로 처음 북한땅을 밟은 린저는 ‘지상낙원’이라는 북한당국의 선전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였다. 방북 후 출간된 수기 <또 하나의 조국>에서 그는 김일성을 ‘평화밖에 염두에 두지 않는 지도자’로 묘사하며 ‘환영회장에 내 이름이 Ruise Linser가 아닌 Luise Rinser로 옳게 쓰여 있더라’며 감동할 정도였다. 김일성 주석과 각별한 친분을 맺게 된 그는 이후에도 국제정치 현안에 대해 김일성에게 수시로 편지와 전화를 보내는 등 ‘북한에 가장 영향력 있는 서구인’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10여개 출판사서 번역출간 : 이런 현실과 대조적으로 북한 일반 대중이 접할 수 없었던 대표작 <생의 한가운데>는 한국에서 10여개가 넘는 출판사에 의해 번역돼 나왔다. 1967년 <생의 한가운데>를 처음 펴낸 문예출판사의 전병석 사장은,
“문예출판사만 지금까지 어림잡아 40만 부가량을 판매한 것으로 추산되며, 다른 출판사의 번역분까지 합치면 이보다 훨씬 많을 것”
이라고 밝혔다.
<‘생의 한가운데’ 독일작가 루이제 린저 사망> - [동아닷컴](2002. 3. 18)
'생의 한가운데'의 독일 여류 작가 루이제 린저가 17일(현지 시각) 뮌헨의 암 파르크제 요양원에서 별세했다. 향년 91세.
1911년 독일 바이에른주 피츨링에서 출생한 린저는 전후 독일의 가장 뛰어난 산문 작가로 평가받고 있으며 프랑스 소설가 시몬느 드 보부아르와 함께 현대 여성계의 양대 산맥으로 일컬어진다. 그는 히틀러 정권 당시 사형 선고까지 받았으나 1945년 종전으로 석방됐다.
린저는 <처녀작 파문>을 비롯해 <옥중기> <완전한 기쁨> <검은 당나귀> <다니엘라> 등의 작품을 남겼으며 80∼82년 북한을 세 차례 방문한 뒤 <또 하나의 조국>을 쓰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