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천 하남면 서오지리에 있는 연꽃마을에 수련을 담으로 다녀왔다. 연꽃 자생 군락지인데 아직 계절이 일러서 연은 대만 올라왔고 수련만이 만개해 있었다. 우라지게 더웠던 날... 땀을 한 말은 쏟아가며 오전 내내 연꽃마을에서 수련을 담고 집에 돌아와 사진을 보며 내린 결론은 ‘정말로 꽃 사진 우라지게 못 찍는다.’였다. 사실 집에 돌아오기 전에 LCD로 보고 이미 알고 있었다. 다른 사진도 잘 찍는다고 하기에 무리가 있지만 꽃 사진은 넘을 수 없는 장벽같은 느낌이다.
그다지 좋은 성격은 아니지만 굳이 장점을 찾아본다면 단순하다는 것이다. 점심시간이 되고 동행하신 분이 초계탕을 먹으러 가자는 말에 출사를 망쳤다는 사실은 연기처럼 사라져 버렸다. ‘까짓거 좋은 사진 못 담았으면 어때! 난 초계탕을 먹을거라구!!’
메밀전은 맛은 깔끔했으나 차갑게 서빙되어서 그닥 감흥이 없었다. 언제부터인지 차갑게 식은 전에는 손이 가지 않는다. 주문과 동시에 부쳐서 내주는 것이 그리 힘든 일은 아니라는 생각인데...
시원~~~~~~하고 아삭아삭 경쾌한 느낌을 주었던 평양식 물김치는 새콤하면서도 적당하게 익어서 시원한 맛이 난다. 이 물김치와 육수가 만나서 초계탕의 국물이 되지 않을까 싶다.
예상치 못했던 비주얼로 등장한 닭날개
정말이지 개갈 안 나는 모습으로 등장한 닭날개는 예상외로 좋은 맛이었다. 물에 담궈서 삶은 닭고기가 아닌 찜솥에서 쪄져 기름기가 쫙 빠진 닭고기의 쫀득함이 그대로 살아 있는 이 맛!!! 담백하고 쫀득한 맛이 입안에 착착 감기는 것이 꽤 만족스러웠다.
닭고기를 차갑게 즐길 수 있는 전통음식인 초계탕은 북한의 함경도와 평안도 지방에서 추운 겨울에 먹던 별미로 닭 육수를 차게 식혀 기름을 걷어 내고 식초와 겨자로 간을 한 다음 삶거나 찐 닭살코기를 잘게 찢어 넣어 먹는 전통음식이다.
국을 탕이라 부르던 궁중의 명칭이 붙은 것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원래는 옛 궁중 연회에 올렸던 국으로 일반인에게는 전해진 것이라 한다.
그 옛날 궁중에서 왕들만 먹었다는데 세상이 좋아지면서 평민의 신분으로도 영접할 수 있는 영광을 누리게 되었다. 가끔씩 드는 생각인데 삼국시대나 고려시대는 말 할 것도 없고 조선시대 왕들보다 현대의 소시민의 삶이 더 낫다는 생각이 든다.
그들이 석빙고에서 얼음을 꺼내 먹었다면 우리는 냉장고에서 아이스크림을 꺼내 먹는다. 그들이 흔들리는 가마를 타고 며칠에 걸쳐서 온천으로 휴양을 갔던 것에 비해 우리는 안락한 승용차를 타고 몇 시간만 가면 된다. 물론 그들의 삶이 우리보다 나은 부분도 없지는 않았겠지만, 우리는 그들이 누렸던 것보다 훨씬 많은 것들을 누리고 살고 있으면서 불평만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醋鷄湯(초계탕)은 醋(식초), 鷄(닭), 湯(육수)을 합친 이름이다. 그런데 ‘鷄’는 처음부터 닭을 가리키던 것은 아니고 ‘겨’자의 평안도 사투리였다고 한다. 초계탕에 들어가는 고기가 꼭 닭고기가 아니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계’가 처음부터 닭을 의미하지 않았다는 주장에 일리가 있어 보인다.
옛날 궁중에서는 주로 꿩이나 닭을 이용하여 요리를 하였지만 지금은 전통음식으로 개발되어 기름을 완전히 제거한 토종닭에 잣, 고추, 겨자, 후추, 오이, 식초, 얼음육수 등과 함께 천연조미료만을 이용하여 맛을 내기 때문에 새콤, 달콤, 담백하며 토종닭 고기와 야채로 속을 채운 다음에는 메밀면을 육수에 풀어 시원하게 먹을 수 있는 최고의 보양식이다.
초계탕 주재료가 되는 닭은 중간 크기 이상의 토종닭을 사용하고 감초, 황기 등 약재와 고추씨, 생강 등이 들어가 특유의 누린내를 잡아준다고 한다.
살얼음이 살짝 언 육수에 닭고기와 오이 그리고 물김치가 적당히 어우러져 담겨 있다. 며칠이 지난 지금... 살얼음 육수만 봐도 시원함이 전해진다.
쓰윽 비벼서 한 그릇씩 퍼 담는다. 그냥 먹어도 되지만 초계탕은 겨자와 식초가 들어가야 제 맛이기에 겨자를 적당히 넣는다. 역시 매콤하고 새콤함이 강해져서 더 맛깔스럽다. 국물이 시원해져서 자꾸만 숟가락이 바빠진다.
얼핏 보아도 알 수 있겠지만 육수는 기름이 거의 없이 깔끔하다. 쫄깃한 고기를 물김치랑 곁들여서 먹으니 일품이다. 채소는 아삭하게 그리고 고기는 쫄깃하게 씹히는 맛이 궁중요리로서의 특별함이 있다. 톡 쏘면서도 향긋한 육수와 담백하면서도 쫄깃한 닭고기 이거 정말 별미다.
이렇게 초계탕을 먹고 나면 메밀막국수가 나온다. 메밀국수라고 하기엔 좀 무리가 있는 매끈한 느낌이다.
초계탕 국물에는 푸짐한 막국수의 면과 그 맛있는 물김치를 듬뿍 넣고는...
식사는 다시 시작된다. 이런 기분 너무 좋아!!
닭고기도 먹고 막국수도 먹고... 땀 흘리고 기운 없을 때, 이렇게 시원한 초계탕과 막국수 한 그릇이면 더위 안녕~~~!!
조만간 다시 가서 닭무침도 맛보고 싶다.
평양 막국수 초계탕 주소: 강원도 화천군 화천읍 대이리 2 전화: 033) 442-1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