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는 길에>
몽골은 내가 평생에 꼭 한 번 가보고 싶었던 곳이다. 이곳에 가기 위해 여행카페를 여러 곳 돌아보며 마땅한 곳을 찾던 중 “중년의 세계일주 여행”에서 내가 원하던 것을 찾았다. 생각했던 것보다 기간이 짧고 스케줄이 타이트했으나, 이만한 것을 찾은 것이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내가 몽골에 여행 간다는 말을 딸에게 하자, 딸은 2년 전에 태국에 갔을 때처럼 외손자(락규)를 데리고 가기를 원했다. 이제는 락규의 체력이 좋아졌고, 배낭여행을 한 경험도 있으므로 흔쾌히 승낙했다.
여행은 아는 것만큼 보이는 것이다. 때문에 언제나처럼 사전에 여행할 곳을 공부하기 위해 3개월 전에 책을 구입했다. 가능한 한 조금 비싸더라도 정보가 많이 들어 있는 것을 골랐다. 인터넷에 올라온 카페의 여행일정을 보면서 책을 꼼꼼히 훑어보았다. 역시 알고 있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엄청 많았다. 평균 15일 정도 간격을 두고 5회 정도 읽었다. 필요한 경우에는 인터넷 검색도 했다. 그러나 인터넷에 올라온 정보는 서로 다른 것이 많아 어느 것을 선택해야 될지 망설여졌다.
드디어 여행할 날이 다가왔다. 출발은 7월 27일이지만, 오전 11시가 집합시간이었다. 자가용을 가지고 가지 않고서는 당일에 가는 버스가 없었다. 게다가 20여일을 공항에 주차하기도 마땅치 않은데다, 어차피 락규와 동행하기 때문에 함께 가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하루 전인 7월 26일, 부천에 사는 딸집까지 아내와 같이 가기로 했다. 아내는 모처럼 딸집에 가기 때문인지, 옥수수를 찌고, 포도주, 감자, 돼지고기, 깻잎 등 온갖 잡동사니를 준비했다. 별로 마음이 내키지는 않았지만, 아내가 준비한 것을 하나하나 차에 싣고 평창을 출발했다.
평일이고 휴가철이라 수도권에서 강원도 쪽으로 내려오는 차는 많았으나, 올라가는 차는 제 속도를 냈다. 2시간 40분 만에 딸집에 도착해서 점심을 먹었다. 이어서 락규 짐을 챙겨보니, 뺄 것과 추가할 것이 있었다. 일주일 전에 준비할 물건들을 이메일로 보냈으나, 점검한 결과 추가할 것 중 집에 없는 것은 가게에서 새로 구입하기도 했다.
사위는 요즘 회사일이 바빠서 저녁시간에 들어오지 않았다. 나는 저녁을 먹으며 혼자서 소주를 마셨다. 락규는 여행갈 마음에 들떠있었고, 외손녀는 오랜만에 만난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 앞에서 그동안의 일을 조잘거렸다. 집에서도 9시뉴스가 끝나면 자는 시간이므로, 여기서도 어김없이 잠자리에 들었다. 그러나 그 때까지 사위는 들어오지 않았다.
락규는 엄마가 사준 “일생에 한 번은 몽골을 만나라(최성수)”는 책을 읽은 것 같았다. 나는 언제나와 같이 아침 일찍 일어나, 그 책을 3시간동안 모두 읽었다. 어린이용이라 글씨가 많지 않았고, 사진도 여러 장 넣은 것이었다. 내용은 여행기간이 짧아 우리가 가는 곳보다 적은 지역이었고, 고비사막도 울란바타르에서 달랑자드가드까지 비행기로 이동한 것이었다. 저자도 교육자인 것 같았다. 글을 쉽게 써서 어린이들이 보기 좋게 되어 있었다.
사위는 새벽 3시에 들어와 자고 있었다. 그러나 오늘은 토요일이라 쉬는 날이기 때문에, 아침을 먹지 않은 상태에서 나와 락규를 영종도 국제공항까지 태워주었다. 가는 길은 기분 좋게 뚫려 있어 약속시간보다 20분 전에 공항에 닿았다. 드라이브하는 기분으로 온 식구가 모두 공항에 왔다가, 우리가 일행과 만나는 것을 보고 돌아갔다.
만날 장소인 인천국제공항 E카운터에는 벌써 대부분의 일행이 모여 있었다. 일행 중 3분의 2는 아는 사람이라 반갑다며 인사를 나누었으나, 3분의 1은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그러나 얼핏 보아도 그들이 우리의 일행이라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그들과도 일일이 첫인사를 나누고, 큰 짐을 붙이고 13시에 출국수속을 마무리했다.
<인천공항 E카운테에 대기 중인 일행들 1>
<인천공항 E카운테에 대기 중인 일행들 2>
<인천공항 풍경>
시간에 맞춰 몽골비행기에 탑승했으나, 무슨 일인지 비행기가 꼼짝도 하지 않았다. 20여분이 지연된 후, 드디어 비행기가 움직이기 시작했다(14:40). 고도를 잡고 조금 시간이 흐르자 땅콩(비너스)을 주더니, 1시간 반이 지나자 기내식이 나왔다(16:10). 매년 2번 이상 해외여행을 하지만, 점심으로 빵을 먹었기 때문인지 매우 맛있게 먹었다.
18시(몽골시간 17시, 이하 몽골시간을 사용)에 몽골 울란바타르의 칭기즈칸(Chinggis Khan)공항에 도착했다. 기내에서는 아무런 말이 없더니, 입국신고를 하는 곳에서 입국신고서를 쓰라고 했다. 그러나 신고서 서식이 어디에 있는지 한참 찾아다녔다. 서식을 구한 다음, 의자는 물론 책상도 없는 곳에서 여권을 살피며 신고서를 썼다. 글씨가 엉망이었으나 아무런 문제는 없었다. 이런 것은 “비행기에서 서식을 나누어 주고 쓰라고 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항 밖으로 나오니 일행을 안내할 가이드(앙카)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를 따라 버스를 타고 한식을 하는 보야게 호텔(Voyage Hotel)음식점에 도착하여 김치찌개를 먹었다. 오늘 저녁은 이것이 끝인 줄 알았는데, 삼겹살이 추가로 나왔다. 우리나라 같으면 삼겹살에 술을 한 잔 마시고 김치찌개를 뒤에 먹었을 텐데, 식습관이 우리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몽골에서의 첫 식사는 한식으로 테이프를 끊었다. 또한 이 자리에서 대장의 소개로 일행 모두가 인사를 했다.
20시가 되었으나 이곳은 아직 해가 비치고 있었다. 여름에는 북반구 쪽으로 태양이 돈다는 것을 증명했다고 할까. 일행은 다시 버스를 타고 수흐바타르광장을 지나 숙소인 로얄 하우스 호텔(Royal House Hotel)에 도착했다. 락규와 함께 방을 배정 받아 짐을 정리하고, 몽골의 첫 밤을 맞이했다.
첫댓글 역시! 떠나려는 여행지에 대해 몇 개월전부터 인터넷 찾아보고,, 관련 책자를 구입하여 읽으시고 자료 준비하시는 그 열정!! 여행을 즐기는 자가 배워야 할 덕목이라고 생각됩니다. 락규도 잘 지내고 있죠? 그 할어버지님에 그 외손자! 라는 말이 생각납니다. 몸과 마음이 반듯하게 자란 락규를 보면서 많이 부러웠답니다. 여행 일정을 하루 하루 꼼꼼하게 메모하셔서 여행기 정리하여 올려주셔서 고맙습니다. ^*^
워낙 아는 것이 없다보니 공부할 수밖에 없었죠.
락규는 잘 있어요. 헌데 편한세상님도 잘 계시죠~~~
저도 잘 지내고 있습니다. 언제 기회되면 백호님 뒤만 졸졸 따라가봐야겠어요. ^*^ (ㅎㅎ 그럼 나도 쬐끔은 자랄 수 있을까??)
본격적인 백호님의 몽골 여행기가 올라옵니다
레 라닥 여행에서 후기 써 보려고 메모했다가 후기를 쓰지 않아서 이번에는 메모조차 하지 않았더니 기억이 가물 가물 합니다
자세한 후기를 보니 그날의 기억들이 새롭게 다가 오네요 ..
다음편도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립니다
혜전님의 글이 감칠맛 나고 좋은 것 같아요~~~
백호님 글 기다리다가 기린이 되어갔답니다 뒤늦게라도 오셔서 후기글 올려주시니 참 감사합니다
서투리님 생각해 주어서 고마워요.
이제 늦게나마 올리니 계속 봐주길 바래요~~~
첫날 많은 회원들이 일사 불란하게 짐을 붙이고 비행기에 탑승하는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한식당도 좋은곳으로 안내해주어서 모두 흡족한 저녁이나 보네요. 처음부터 조짐이 좋은 하루였습니다.
모두 아주 좋았어요. 몽골에서의 첫식사가 한식이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