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차 해파랑길 걷기를 정동진역에서 마치고 택시로 묵호항으로 되돌아와 주차했던 차를 몰고 40코스 출발점인
사천진리해변으로 온다. (36코스에서 39코스 까지 4개코스는 스킵한다.)
이 4개 코스는 부분적으로 몇번씩 걸었던 길이며 무엇보다 내륙으로 깊게 빠지거나 도심을 거치기 때문이다.
첫날 숙소로 잡은 모텔이 칙칙하고, 냄새나는 방이었던지라 2일차 숙소는 사천진리해변 해파랑길 옆 펜션으로 정한다.
성수기이지만 평일인지라 비어있는 방들이 있다.
3일차 걷기도 이른 아침부터 시작한다.
오른쪽으로 연곡해변을 보면서 솔향기캠프장과 해안로를 지나 원래의 해파랑코스인 왼쪽 방향을 접고
오른쪽 영진항 방향으로 향한다. 조용한 거리에 트랭글의 경로이탈 경고음이 자동차 경적처럼 울린다.
영진해변로에 들어서니 일부구간에서 도로공사를 한다.
아스콘피치의 매케한 냄새가 싫어 뛰다시피 걷는데 드라마 도깨비촬영장이 나온다.
잠시 멈추어 디카를 꺼내든다.
재미난 포토존도 있다...... '예쁜척 하고 있네... 안그래도 예쁜게' ㅎㅎㅎ
신리하교의 양쪽 다리 난간에 꽃이 만발해 있다.
조화이든 생화이든 정성이 대단하다고 생각하며 호기심에 꽃잎을 살짝 만져보니 생화이다.
마음속으로 강릉시에 박수를 보낸다.
이제야 잠에서 깨어나고 있는 주문진항을 지나니 코스가 또 갈린다.
이번에는 해파랑길이 내륙으로 빠지는데 좀더 지름길인듯하다.
그러나 나는 돌아가더라도 해변길을 선택한다. 이틀 동안 본 바다가 아직도 지겹지 않고 그리운거다...
소돌항을 지나니 길이 또 갈리는데 자전거 도로가 지름길로서 내륙으로 빠지며 해파랑길은 해변으로 빙돌아 간다.
지체없이 해파랑길로 들어선다.
이곳이 소돌해안 아들바위 공원이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수천, 수만년의 세월의 풍파를 견디어 내며 온몸을 다듬어 낸 모습들이 경탄을 자아낸다.
어느 조각가의 손끝이 이토록 섬세할 수 있을 것인가.....
주문진해수욕장을 지나 남애항으로 가는 7번 국도 보도길에서 보도블럭과 가로등지주대 틈새에서 한송이 양귀비를 본다.
어찌어찌하여 넌 이곳에 자리잡고 그 강한 생명력을 키워냈는지...
3일째 해파랑길을 걷고 있는 나에게 길가의 한송이 양귀비꽃이 그 꽃말처럼 한순간의 휴식과 위안을 안겨준다.
멀리 강원도 3대 미항 중 하나인 남애항의 방파제가 보이고...
노란등대..... 색깔만으로 유명해진 등대...
유니크한게 인정 받는 시대...ㅎ
죽도산을 돌아 나가는 죽도정과 죽도암에서 바라보는 전경들.....
이곳도 소돌해안 아들바위공원 못지않게 기이한 바위들이 많다.
41코스 도착 지점인 죽도정 입구 카페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38선휴게소로 내려서는 길...
휴게소 옆 광장에는 의류할인 행사장이 있는데 공장부도로 원가이하의 세일을 한다는데
트롯트메들리가 경쾌하게 울려 나온다...ㅎ
철조망 안쪽데크길이 하조대 등대 가는길...
하조대...
수령이 250년 정도된 소나무... (입틀막하고 한참을 멍 때린다.)
하조대에서 내려와 부근 콘도텔에 방을 예약하고, 콜택시를 불러 사천진리해변으로 가서 차를 가지고 다시 이곳으로 온다.
택시를 타고 당일 출발점으로 되돌아 가는 길은 많은 구간이 걸어 왔던 길과 겹쳐
몇 시간 전의 이 길을 걷고 있었던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인생도 어느 시간의 구간을 이렇게 반추하며 사는 것이 아닐까....
암튼 숙소로 와서 짐을 풀고 늦은 점심을 먹으러 부근 식당에 갔는데 이렇게 노골적으로 거부한다... ㅎ
혼밥족이 증가하는 추세에 도시의 식당들은 혼밥석을 만들어 내고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는데...
차를 몰고 좀더 떨어진 음식점으로 가서 식사를 하고 나오는데 옆 작은 마트에서 낚시도구를 판다는 광고가 붙어있다.
머리가 재빠르게 회전한다.
왼쪽발 새끼발가락의 바닥부분이 어제부터 큰물집이 생겨 오늘 하루종일 걷는데 고통스러웠는데
이제는 발가락 전체가 온통 물에 차있어 발톱이 덜렁 거린다.
그러나 물집을 따낼 방도가 없어 저절로 터지기를 기다렸는데...
지금으로서는 낚시바늘이 최선이다는 생각으로 가게에 들어서 낚시바늘을 살피는데 젊은이가 섬세하게 말을 걸어온다.
"무슨 고기 잡을실건데요...?"
"............ (멋적게 웃으며) 아니 고기를 잡으려는게 아니고 발가락 물집을 잡으려는데...."
순간 젊은이가 빵 터진다.....ㅋㅋㅋㅋㅋㅋ
첫댓글 동해안길 시작 하셨군요
해안길은 말 그대로 해안길이니 격식을 차리거나 둘레길에 얽 메이지 마시고
그저 눈에 담을 수 있는 해안만 생각 하시고 걸음 하시면 좋겠습니다.
푸른 바다와 모래가 가득한 동해안길 멋지구요 안전한 발걸음 기원드리겟습니다.
조언 감사드립니다...^^
풍류가객처럼 유유자적하게 걷고 잠시 쉬면서 음유시인이 되어 보는 해파랑길 추억 만들어 보렵니다. 건강하세요....
오랜만에 보는 동해안길 푸른바다와 어우려진
해인선 풍경들이 눈을 정화시켜 주는
느낌입니다
우리나라도 참 아름다운 곳들이 많이 있습니다.다녀온지 며칠 되지도 않았는데 그리워지는 정감 어린 곳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