콤팩트 카메라가 캠코더에 버금가는 동영상 촬영 기능을 갖추면서 카메라와 캠코더의 경계는 점차 흐려지고 있습니다. 특히 동영상 촬영 품질로 유명한 산요 작티 시리즈는 카메라와 캠코더의 영역을 아우르는 '듀얼 카메라'라는 새로운 개념의 신제품을 선보였습니다. 2009년 산요가 선보인 듀얼 카메라 라인업 6종은 모든 제품이 HD급 동영상 촬영 기능을 지원하고, 기존의 독자적인 버티컬 그립 디자인 외에도 캠코더와 유사한 슈팅형 디자인을 선보였습니다. 이번에 소개하는 TH1은 바로 슈팅형 디자인을 갖춘 제품으로, 캠코더 보다 뛰어난 사진 촬영 기능과, 카메라보다 뛰어난 동영상 촬영 기능을 갖춘 독특한 듀얼 카메라 입니다.
산요 작티 VPC-TH1은 캠코더 형태를 지닌 만큼 사진보다는 동영상 촬영 기능에 치우친 제품입니다. 보급형 카메라도 1천만 화소 이미지 센서를 쓰는 마당에 TH1의 110만 화소 이미지 센서는 해상도와 품질면에서 기존 콤팩트카메라와 비교하기에 불리합니다. 하지만 프로그램, 조리개 우선, 셔터 스피드 우선, 수동 모드 등 4개의 노출 모드를 지원하고, 매뉴얼 포커스를 갖춰 어떤 캠코더 보다 뛰어난 스틸 이미지를 찍을 수 있고, 30배 광학 줌을 이용한 동영상 기능은 어떤 콤팩트 카메라보다 뛰어난 영상을 촬영합니다. 한 마디로 캠코더와 콤팩트 카메라를 쓰면서 아쉬웠던 점을 적절하게 해소해 주는 제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캠코더를 닮은 디자인

산요 작티 VPC-TH1의 외형은 일반적인 캠코더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플래시 메모리를 쓰는 최근 캠코더 제품과 비교해보면 약간 더 작은 편입니다. 한 손으로 쥐기에 적당한 크기이나, 제품을 그냥 파지할 경우 엄지손 하나로 제어하는 후면의 조작부를 다루기가 어렵습니다. 함께 들어있는 그립 벨트를 이용하면 안정적인 자세로 촬영할 수 있습니다.

제품 전면의 작티 HD 렌즈는 35mm 필름 규격 환산 43mm 표준 화각부터 1,290mm 초망원까지 초점거리를 지원합니다. 렌즈 밝기는 F1.8 - 4.3으로 준수한 편입니다.
렌즈 하단에는 스테레오 스피커가 자리잡고 있으며 스피커 아래로 내장 플래시가 배치되어 있습니다. 왼쪽으로 보이는 은색 고리는 함께 들어있는 그립 벨트를 고정하는 역할을 합니다.

후면에는 작티만의 독특한 인터페이스 디자인이 적용되어 있습니다. 사진 촬영 버튼과 동영상 촬영 버튼을 좌우로 배치하고, 재생 버튼을 한 가운데 놓아 엄지손가락 하나로 모든 조작을 할 수 있습니다. 스틱 형태의 셋 버튼과 메뉴 버튼도 엄지손으로 다루기에 어려움이 없습니다. 그 밑으로 충전을 위한 어댑터 단자 덮개와 배터리 덮개 잠금 버튼을 얹었습니다.

측면의 디스플레이를 열어보면 전원 버튼과 USB/AV 단자, HDMI 단자, 그리고 SD 카드 슬롯을 볼 수 있습니다. 전원 버튼을 눌러서 전원을 꺼두면 배터리를 보다 오래 쓸 수 있지만, 다시 전원을 켰을 때 기동시간이 오래 걸리므로, 장소를 이동할 때는 그냥 디스플레이만 덮어두면 다음 촬영을 할 때 빠르게 촬영 준비가 완료됩니다.

제품 상단에는 줌 레버와 스피커가 배치되어 있습니다. 줌 레버는 2단계 속도를 제공해 빠르게 혹은 천천히 밀고 당길 수 있습니다.

3.0형 23만 화소 LCD 디스플레이는 280도 회전하여 다양한 앵글을 제공합니다. 넓은 화면을 제공하는 만큼 터치스크린을 기대했는데 아쉽게도 터치스크린 디스플레이는 아닙니다. 밝기는 야외에서 보아도 만족스러운 수준입니다.
| 안정적인 촬영을 위해 필요한 것
산요 작티 TH1의 전체적인 형태를 보았을 때 알 수 있는 사실은 버티컬 그립 디자인과 달리 슈팅형 디자인을 지닌 TH1은 기존 엄지손가락 조작 방식을 적용했을 때 뒤에서 손으로 누르는 힘을 앞에서 지지해 줄 장치가 없습니다.
동영상 촬영시에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사진 촬영시에 셔터를 누르는 힘 때문에 사진이 흔들리기 쉽습니다. 또한 셔터 버튼이 매우 무거운 편이기 때문에 삼각대를 이용하거나 그립 벨트로 지지해주지 않은 상태에서 흔들림 없는 사진을 찍기 어렵습니다.

그립 벨트 없이 사진을 촬영하면 보통 이렇게 한 손으로 디스플레이를 잡은 상태에서 찍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디스플레이 역시 회전하는 경첩으로 고정되어 있기 때문에 임시방편은 될 수 있지만 흔들림을 줄이는 해결책은 되지 못합니다.

그립 벨트를 이용한 상태에서 안정적이고 우아한 모습입니다. 단순히 그립벨트를 더한 것 만으로 흔들림이 크게 줄었고 촬영이 더욱 안정적입니다. 특히 손이 작은 사람들에게 약간 부담스러웠던 후면의 조작부도 매우 빠르고 쉽게 다룰 수 있습니다.

<"넌 이미 찍혀있다.">
| 손쉽게 다루는 메뉴
TH1은 수동 기능을 지원하고, 동영상 편집 메뉴까지 갖췄습니다. 이용자들이 기대하는 기능을 빠짐없이 지닌 셈입니다. 많은 기능을 제공하는 것에 비해 설정은 간단한 편입니다. 또한 초보 이용자를 위해 기본 메뉴를 더욱 간소화한 심플 메뉴를 제공합니다.

촬영 메뉴 1에서는 동영상 해상도, 사진 해상도, 장면 모드, 필터 효과, 플래시 기능, 셀프 타이머 등을 설정할 수 있습니다. 동영상은 1,280 x 720 HD 해상도 영상을 초당 30프레임으로 찍거나 640 x 480 VGA 해상도 영상을 초당 60프레임으로 찍을 수 있습니다. 사진 해상도는 TH1의 기본 화소수인 110만 화소 외에도 화소 보간을 통한 200만 화소 해상도를 설정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결과물이 110만 화소 사진보다 못한 경우가 많습니다.

촬영 메뉴 2에서는 손떨림 보정, 포커스 방식, AF 포커스 모드, 측광 방식, ISO 감도 등을 설정할 수 있습니다. 포커스 방식은 표준, 매크로, 수동 초점을 선택할 수 있고, 포커스 모드는 9점 AF와 중앙 스팟 AF를 지원합니다. 감도는 ISO 50 부터 ISO 1600까지 설정할 수 있습니다.

촬영 메뉴 3에서는 화이트 밸런스, 노출 모드, 얼굴 인식 기능, 고감도 지원 여부, 디지털 줌 이용 여부를 설정할 수 있습니다.

재생 메뉴는 슬라이드 쇼, 재생 음량, 삭제 금지 기능, 삭제, 회전 등 재생에 관련된 다양한 기능을 제공합니다.

재생 메뉴 2에서는 사진을 후보정 하거나 간단한 동영상 편집을 할 수 있습니다.


사진 편집 기능은 흔들림 보정, 적목 보정, 대비 보정등의 기능을 지원합니다. 대비 보정을 제외한 흔들림 보정과 적목 보정은 카메라가 해당 현상을 감지하지 못할 경우 보정이 실패했다는 메시지가 뜹니다. 특히 흔들림 보정은 제대로 인식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동영상 편집 기능은 잘라내기와 합치기 두 가지를 제공합니다. 비록 두 가지 뿐이지만 카메라 안에서 동영상을 간편하게 편집하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초보 이용자의 설정을 돕는 심플 모드입니다. 심플 모드 메뉴를 이용해 해상도, 포커스 모드, 플래시 모드만 설정하면 나머지는 모두 카메라 임의로 설정해 주기 때문에 초보자들도 어려움 없이 원하는 사진을 찍을 수 있습니다.
| 20세기의 향수를 느끼게 하는 사진 품질
이렇게 다양한 기능을 갖춘 TH1의 사진 찍는 실력은 어떨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1/6형 110만 화소 이미지 센서의 물리적인 한계는 극복하지 못했습니다. 다양한 수동 기능을 갖췄고 뛰어난 촬영 편의성을 제공하지만, 이미지 품질은 10년 전 출시된 100만 화소대 콤팩트 카메라의 향수를 느끼게 합니다.

43mm 최대 광각으로 찍은 사진입니다. 리사이징하여 크게 티가 나지 않지만 원본 사진을 보면 과감하게 생략된 디테일에 감탄사를 터뜨리게 됩니다.

1,290mm 최대 망원으로 찍은 사진입니다. 신도림역 서점이 보이네요. 광학줌의 한계이므로 디지털 줌으로 어떤 책을 팔고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중국인'이라는 책입니다. 사진으로서의 가치는 없지만 수백 미터 떨어진 곳의 책 제목까지 알아보는 것은 일반 콤팩트 카메라나 DSLR 카메라로 할 수 없는 일입니다.

같은 위치에서 도림천과 아파트 단지 너머에 있는 고층 건물을 30배 광학 줌으로 당긴 사진입니다. TH1은 디지털 50배 줌까지 지원하기 때문에 최대 1500배 확대가 가능합니다. 하지만 미세 진동에도 떨림이 심하고, 초점을 제대로 잡지 못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상황에서 1500배 줌을 이용할 일은 거의 없습니다.

광학 30배, 디지털 50배 총 1500배 줌의 위력입니다. 수 킬로미터 떨어진 건물의 창문을 이렇게 크게 찍을 수 있다니! 하지만 그 이상의 의미는 없는 것 같네요.
감도는 ISO 50부터 ISO 1600까지 지원합니다. ISO 200 부터 색번짐과 해상력 저하가 나타남을 알 수 있습니다. 110만 화소 1,184 x 888 해상도 이미지는 300dpi로 출력할 경우 7 x 10cm 이미지를 뽑을 수 있고, 150dpi로 출력할 경우 15 x 20cm 이미지를 뽑을 수 있어서 인화하기 어려운 수준은 아닙니다. 하지만 리사이징 없이 최대 해상도로 인화해야 이정도 크기의 사진을 얻을 수 있고, 해상력 증대와 노이즈 감소를 위해 리사이징이 동반될 경우 인화 이미지는 그만큼 작아지기 때문에 인화를 생각하고 있다면 감도 선택의 폭이 좁은 편입니다.
이미지 품질이 마음에 드는 편은 아니지만 셔터 스피드와 조리개 수치를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기 때문에, 수동 기능을 잘 이용하면 자동 카메라로는 얻을 수 없는 이미지를 찍을 수 있습니다.
조리개 수치와 셔터 스피드 조절 인터페이스가 매우 간편하게 구성되어 수동 조작이 번거롭게 느껴지지 않는 편입니다.

TH1의 이미지 센서는 물리적인 한계로 섬세한 표현력을 기대하기 어렵지만 단순하고 표면이 매끄러운 피사체를 찍을 때는 제법 훌륭한 표현력을 보여줍니다.


수동 초점 기능을 이용할 때 다른 카메라처럼 중앙부가 확대되지 않습니다. 디스플레이를 보면서 초점을 조절하는 방식으로, 한 눈금의 초점 거리 차이가 제법 큰 편입니다.따라서 원하는 피사체에 초점이 정확히 맞아떨어지도록 설정하기는 약간 어려운 편이고, 보다 섬세하게 초점을 맞추려면 직접 몸을 움직여가며 피사체와 거리를 조절해야 합니다.
| 만족스러운 동영상 촬영
산요 작티 VPC-TH1은 캠코더를 닮은 외모답게 동영상 촬영에 강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1,280 x 720 HD급 해상도를 지원해 사진처럼 섬세한 영상을 찍고 연속 AF 성능도 뛰어난 편입니다. 색수차가 눈에 띄긴 하지만 CMOS 센서를 쓰는 보급형 디지털 캠코더들이 공통으로 가지고 있는 문제이므로 TH1 만의 결함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1,280 x 768 / 16초 / 18.3MB

1,280 x 768 / 16초 / 18.4MB

1,280 x 768 / 32초 / 35.8MB
동영상 촬영시 줌은 매우 부드럽게 작동합니다. 일반 자동카메라의 줌을 마티즈의 승차감에 비교한다면 산요 작티 VPC-TH1은 벤틀리 컨티넨탈에 비교할 수 있습니다. 줌레버를 당기는 정도로 줌 속도도 조절할 수 있기 때문에 피사체를 놓치는 일 없이 찍을 수 있고, AF 성능도 매우 뛰어납니다. 망원에서 피사체 주변에 장애물이 있을 경우 제대로 된 초점을 잡지 못하고 피사체와 장애물 사이에서 초점이 갈등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약간 아쉬운 점입니다.
| 캠코더가 아닌 듀얼카메라

산요는 올해 작티 신모델 6종을 출시하면서 '듀얼 카메라'라는 새로운 개념을 선보였습니다. 그 가운데 TH1은 보급형 HD 듀얼카메라 제품군에 속합니다. 기능적으로 완전 수동 카메라로 부를 수 있고, HD 캠코더로 쓰기에도 손색없습니다. 하지만 1/6형 110만 화소 이미지 센서의 화질은 기대 이하의 결과물을 보여줍니다. 결과물만 보고 냉정하게 따지면 TH1은 카메라가 아닌 캠코더에 가까운 제품입니다.
그러나 어떤 캠코더도 산요 작티 VPC-TH1 만큼의 사진 관련 기능을 제공하지 않으며, VPC-TH1의 필터, 포커스, 노출 등 사진 관련 기능은 동영상 촬영시에도 그대로 적용돼 이용자가 원하는 영상을 찍을 수 있도록 돕습니다. TH1은 동영상 촬영 기능에 정지 영상 촬영 기능이 덤으로 포함된 일반 캠코더와는 확실히 차별화되는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광범위한 초점거리와 완전 수동 기능을 지원하고, HD 캠코더에 필적하는 동영상 성능을 갖춘 TH1은 산요가 선보인 듀얼 카메라의 즐거움을 확실하게 맛보여줍니다.
TH1을 써 보니 우산장수 아들과 짚신장수 아들을 둔 어머니의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동영상 기능은 캠코더보다 못하고, 사진 기능은 카메라보다 못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캠코더보다 나은 사진을 찍고, 카메라보다 좋은 동영상을 찍을 수 있습니다. 카메라와 캠코더 본연의 기능을 추구하는 이용자라면 다른 선택을 하는 것이 현명하겠지만, 카메라와 캠코더 기능을 동시에 누리고자 하는 이용자에게는 듀얼카메라 제품군이 좋은 선택이 될 것입니다. 카메라와 캠코더가 추구하는 컨버전스의 접점이 바로 산요의 듀얼카메라이기 때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