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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오스 시골길
황금 연휴에 미얀마에 가려고 벼르고 있었는데 참석 안 할 수 없는 제자의 결혼 때문에 이틀을 허비하고 나니 남는 날이 4박 5일 미얀마는 최소 일주일은 잡아야 한다.
미얀마는 국경이 맞닿아 있으면서도 육로로 입국이 불가능하고 항공편으로 랭구운으로만 입국이 가능한지라 번거롭기도 하고 만만한 게 버스니 그냥 버스로 메콩강을 건너 간 라오스 타켁.
가다가 만만한 길이 나오면 들어 가 본다. 잘 다져진 황톳길 우거진 숲 뒤로 솟은 수려한 산 .
이만한 길이면 지나칠 수 없는 길이다.
들어서서 모퉁이를 돌자 다시 너른 들판이 나오고 그림같은 전원의 풍경이 펼쳐진다. 와우, 와우.. .
평소 같은면 황토 먼지에 주변 나무나 풀에 황토 먼지로 색이 벌겋게 들었을 테지만 요즘 우기라 그런지 나무며 풀들이 반짝일 만큼 깨끛하다. 촉촉한 흙 길. 포장 도로보다 더 부드럽게 나간다. 정말 상쾌하다.
어, 뭐지? 폼 나는데..
폼나는 오토바이 한 대가 앞에서 얼쩡거린다.
야, 저 거 따라가 봐야지..
내가 따라가니 신나는 아저씨 가다가 동네 앞에 세우더니 내게 뭔가 보여줄 게 있단다. 저 많은 짐 중에 제일 번쩍이는 긴 대롱을 뽑아 들더니 근사하게 한 모금 빤다.
캬아.. 이 맛이야.. 표정이 쥐긴다.
뭐지? 순간 혹시 대마? 담배 , 담배를 저렇게 피는구나..
크아.. 근데 이 오토바이도 명품이네. 누가 디자인한 건지...
언제 부턴가 꼭 공사하다 만 파리의 퐁피두 센터처럼 골조 노출 건축이 예술품으로 추앙을 받던데 오토바이도 그런게 있었네.
오토바이를 세웠으니 여기가 이제 장터. 동네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 든다.
양은 다라부터 공구 주방 용품...등 일상 용품은 다 있는 거 같다.
오토바이 한대가 작은 이동 마켓이다.
울 밑에 있는 맑은 샘 하늘빛 물이 든 샘물 물빛이 신비롭다.
우물가 나무 축대?도 눈에 익고.
그리고 이 샘 옆에 있는 천연 수영장
내가 본 어느 수영장 보다 자연스럽고 맑고 깨끛하다.
특히 그 물빛이 신비로울 정도로 아름답고 그래선지 수영하는 애들도 더욱 순수하고 예뻐 보인다.
분명 둘레는 논과 연결 된 논두렁의 진흙이라 흙탕물이 일만도 한데 그런데 물은 어떻게 저렇게 맑고 깨끛하지? 더구나 저렇게 아이들이 휘저으며 노는데 왜 흙탕물이 안 일까?
불가사이하다.
물놀이 기구도 기가 막힌다. 튜브나 고무 보트 ?
굵직한 대나무 토막이 튜브를 대신하고 판자대기가 보트를 대신한다.
나도 뛰어들어 저 대나무 튜브에 매달리고 판다대기에 올라타고 싶다.
그래, 망설일게 뭐 있나.. 내가 지금 어딜 가야하는 것도 아니고 또 갈 곳도 없고. 그렇다고 딱히 할 일이 있는 것도 아니니 오늘은 여기까지..
여기서 놀자.
계곡물에는 자주 들어 가지만 이런 들판 가운데 툼벙 수영장은 첨이다. 새로운 경험이다.
대충 세운 오토바이를 한적한 곳에 다시 세운다. 물에 들어 가기 전에 사진 아이들 사진 몇 장 더 찍자.
자, 잠깐 이리 나와 이 거 찍고 나도 같이 수영, 아니 멱 감자..
얘들은 수영복과 일상복의 구분이 없다. 특히 여자 애들은, 남자 애들 중엔 가끔 웃도리 정도 벗고 물에 들어 가는 애들도 있기는 하나 여자 애들은 한결같이 입던 옷 그대로 물놀이 하다가 물에서 나오면 그 게 다시 평상복이다. 그럼 빨래까지 겸하는 거니 일석 이조? 아니 거기에 젖은 옷은 시원하기까지 하니 일석 삼조?
도랑치고 가재 잡고 마당쓸고 동전 줍고 정도가 아니라 수영하고 빨래하고 빨래하고 피서하고... 정말이지 편하게 산다.
요즘 우리나라에서 팔리는 고가의 기능성 옷이 전혀 필요 없는 애들이다. 오히려 그런 고가의 기능성 옷은 쉽게 마르니 싸구려 취급 받을지도 모르겠다.
맨날 몰래 또는 후딱 마구 찍던 사진인데 이번엔 오랬만에 하나 둘 셋..찰칵..
진지한 표정이 고맙다.
나도 옷을 벗는 대신 주머니에 있는 소지품 꺼내 가방에 깊숙히 넣고 가방은 잘 보이는 툼벙(천연 수영장) 가 풀이 소복한 뚝에 잘 올려 놓았다. 다시 가방 위에 헬멧을 올려 놓았다.
그리고 물에 뛰어 들었다. 옷을 입은 채로.. 와아..하는 환호성이 들린다.
툼벙을 개헤염으로 한 바퀴 돈 다음 대나무 통에 매달려도 보고 판자 위에 올라 갔다가 뒤집혀 허부적 거리기도 했다.
애들이 얼마나 좋아 하는지.... 근처있던 어른들도 나와 구경하며 즐거워하고.. 이동 슈퍼 아저씨도 장사할 생각은 안하고 나만 쳐다 보며 친한 척 한다.
저 천진한 아이들이 혹시 가방 뒤질까 염려해 짐을 단속?했는데 내 염려와는 달리 내가 함께 물에서 논다는 것을 저렇게 좋아하는 애들인데 괞한 의심?을 하는 거 같아 미안한 생각이 든다.
암튼 오늘 여기서 이 아이들의 기쁨조 역할을 톡톡히 했다. 물론 나도 얼마나 즐거웠는지 모르고.. 또 그 맑고 깨끛한 물에 목욕을 했으니 십년을 젊어졌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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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천진스럽고 귀여운 친구같으니라고....... 한 10년은 젊어졌을 듯
동심으로 돌아가 그 어여쁜 천사들과 한바탕 어울렸으니 얼마나 좋았겠나
글쎄
이렇게 혼자 떠돌다 보면 어디서든 쉽게 사람을 만나 어울리게 되지.
그러나 떠나고 나면 그저 추억 한편의 작은 조각..다시 보려면 한참을 뒤적여 찾지 않으면 언제 누구와 그렇게 떠들썩하게 어울렸는지 기억조치 없더군
그런데 고향 친구들은 찾기 전에 늘 가슴에 꽉 차있으니 매일 여기 이렇게 들어와 본다네.
샘터 친구 덕분에 세계일주 잘했다네 ~~!! 항상고마운 마음 ^^**
이렇게 친구들과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기쁨인지 모른다네.
우리의 옛 모습을 반추할 수 있는 저런 모습을 볼 때 마다 더욱 진하게 친구들이 생각나고 말일세..
늘 저런 모습을 추억하며 즐기려면 우리도 건강해야겠더라고.
마음은 아직 저 속에 있는데 어느새 우리가....
친구는 라오스 시골에서 배낭여행 메고 걸으면서 아이들과 목욕도 하고, 시원한 여름 잘 가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