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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병숙 프로필 ◈ 연극 탱자꽃, 엘레판트맨, 연애수첩, 그대 꿈꾸고 있는가, 살아있는 이중생 각하, 에쿠우스, 리어왕, 돼지와 오토바이, 아름다운 거리, 시련, 이혼의 조건, 불타는 소파 外 다수
◈ KBS TV 젊음의 행진, 하나둘셋, 아침마당
◈ KBS Radio 가위 바위 보, 가요앨범, 7시에 만나요, 통일열차
◈ 수상경력 사랑의 연극제 조연상
겨울이 녹고 있는 요즘. 봄이 오고 있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오고 있다. 사람들의 얼굴에는 예년 같지는 않지만 또 다른 한해를 준비하는 사람들의 발길이 여전히 대학로를 활기차게 한다.
발렌타인 극장에서는 활발한 방송 활동과 연극무대에 서고 있는 성병숙씨의 모노 드라마 ‘발칙한 미망인’이 공연 중에 있다. 15일 인터뷰를 위해 극장을 찾은 날 극장 안 희미한 무대조명 빛 아래 서 있는 그녀를 보았다. 공연을 앞두고 몇 시간 전부터 관객을 맞이 하기위해 숨을 고르고 있는 것 같았다.
텔레비전 방송과 외화더빙 그리고 연극무대에 서는 시간으로 인해 현실무대와 연극무대에서 자신의 정체성에 약간은 혼동이 되는 그녀를 보면서 오로지 자신이 좋아서 가는 길을 가고 있는 행복한 그녀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약간은 도도하면서도 발칙한 그녀와의 일문일답을 실어본다.
성우는 어떻게 보면 목소리의 마술사 같기도 하고,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면 어쩌면 목소리가 저렇게 아름답고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성우가 되려면 어떠한 조건이 있는지와 목 관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 달라.
☞ 옛날에는 예쁜 목소리여야 했는데 요즘에는 예쁜 목소리가 오히려 폭이 좁다. 진짜 필요로 하는 목소리는 개성 있는 목소리이다. 그리고 연기력이 정말 있어야 한다. 목소리 관리는 건강하면 된다. 우선 건강해야 한다. 일단 건강을 잃으면 목소리에 윤기가 없게 되고, 힘도 없어진다. 표현 할려고 하는 것을 못하게 된다. 건강이 가장 중요한 것이다.
『발칙한 미망인』이 작품이 주는 메시지는 무엇인지에 대해 들려 달라.
☞ ‘있을 때 서로 잘하자’란 것이다. 우리가 살면서 처음 만나서 뜨겁게 사랑하고, 결혼까지 하게 되고 그러는데 애 낳고, 생활 하다보면 그런 것이 다 퇴색 돼 버리고 진짜 껍데기만 남게 돼 버린다. 껍데기만 남아 있을 때 서로 상처주고, 실망하게 하고, 외롭게 하는 점 때문에 부부사이가 알게 모르게 다 금이 가 있다. 어느 집이나 들여다보면 정말 사랑하고, 애틋하게 사는 집은 거의 없는 것 같다. 열 집에 아홉 집은 없는 것 같다. 진짜 이런저런 문제로 다 남편과 아내 사이는 갈라져 있다. 이 연극을 보고 나서 하는 말들이 옛날의 뜨겁고 사랑했던 감정을 살려야 하겠다하는 말들을 듣게 된다. 집에 가서 아내나 남편한테 잘해야지 하는 그런 생각들을 하는 것 같다. 오죽 했으면 남편을 죽일 생각을 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고...... (웃으며) 죽임을 당하지 않으려면 정말 아내한테 잘해야 할거란 생각이 들고 또한, 아내로서는 내가 돌아 버리지 않을 려면 서로 대화하고 노력해야 하겠다는 생각들을 하게 된다.
이 작품에 출연하게 된 동기는 무엇인가
☞ 40대를 거쳐 가면서 깨어진 가정, 상처받은 여자들에 대한 작품을 해 보고 싶었다. 많은 사람들이 나이가 차면 결혼하고, 애 낳고 하는 길을 걸어가게 된다. 누구나 성공적으로 행복한 가정들을 꿈꾸지만 깨어진 가정들이 반 이상이다. 그런 사람들, 중년의 얘기, 인간의 사랑에 대한 얘기, 여인의 사랑에 대한 갈증의 연기를 해 보고 싶었다.
배우의 길로 들어서게 된 결정적인 이유가 되었던 계기가 있으면 들려 달라
☞ 대학교 다닐 때 방송반과 극회 두 가지 활동을 했었다. 나는 좋아서 했을 뿐인데 알고 봤더니 내속에 그런 영혼들을 품고 있다는 걸 느꼈다. 생각 해 보니 나는 처음에 연예계 쪽으로는 전혀 상관이 없는 사람인걸로 알았는데 중학교 때부터 벌써 ‘작은아씨들’이라는 영어 연극을 했었던 사진을 보게 되었다. 아! 내가 그 옛날부터 나도 모르게 그런 것을 가지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우리 집안에는 연예인이 하나도 없다.
처음에 대학교 입학 하는 날 극회를 찾아 가면서 연극을 하게 되었다. 학교 졸업 하면서 방송국 시험을 봤었는데 붙었다. 아나운서 시험을 먼저 봤다면 아나운서가 되었을 건데 운명의 길이 성우의 길을 가려고 해서인지 성우시험이 먼저여서 성우가 되었다. 처음부터 운이 참 좋았단 생각이 든다. MC를 시켰고, DJ를 시켰고, 성우니까 라디오 했었고, 텔레비전도 그래서 하게 되었고, 그래서 나는 삼류나 아니면 처음부터 일없고 하는 그런 시기는 없었다. 첫 스타트가 좋았다. 한마디로 운이 좋았다는 생각이 든다.
연기생활을 해 오면서 가장 재미있었던 에피소드. 하나를 들려달라
☞ 내가 제일 행복한 생각이 든 때가 ‘고대 80주년 기념공연’의 ‘시련’이란 작품을 했었다. 처음에 내 성격은 굉장히 내성적이고, 소극적인 성격을 가진 아이였다. ‘에비 게일’은 굉장히 섹시한 반면에 ‘매리 워렌’역은 순박하고, 착한역이다. ‘시련’은 10대 소녀들의 광기가 어린 이야기인데 내가 ‘매리 웨렌’역에 캐스팅이 되었다. 연극장면 중에 미친 것 같이 뒹구르고 소리지르는 장면이 있었는데 부끄러워서 그 장면을 못하겠더라.
그 당시에 유인촌씨의 형 되시는 유길촌 선생님이 연출 하셨는데 무대에 담요를 깔아주기도 했고, 무대에서 뒹구르기도 하고, 미쳐보라고 주위에서 많이 격려를 해 줬는데 끝내 연습 때는 소리를 못 지르고 말았다. 근데, 정작 공연에 들어가고 나서는 미친 듯이 공연을 해서 정신이 없을 정도로 배역에 몰입을 했었다. 그러고 나서 공연이 마치는 날 홍수가 터진 것 같이 운적이 있었다. 다시는 이 연극을 못하겠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저녁 7시30분만 되면 이 밤에 나는 뭘 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시간만큼은 무대에 푹 빠져 행복했었는데 이제 7시30만 되면 어디 가서 무엇을 하나 하는 허전한 생각에 펑펑 울었었다.
그 뒤로 연극이 하고 싶어 연극무대를 찾아 다녔다. 그 당시에는 선후배간에 종교처럼 신성하고, 거룩하게 연극을 했었다. 나이가 적은 배우가 늦게 되면 나이 많은 선배에게 무릎을 꿇고 깍듯이 인사를 했다. 50대의 나이에 있는 사람도 60대의 선배에게 무릎 꿇고, 그러한 것들이 행복한 기억들로 기억된다. 그 행복감에 30편의 연극들을 했다. 매 연극작품을 할 때 마다 재미있는 기억들이 있다.
삶을 살아오면서 연기자로서의 길을 걸어 왔는데.... 현실에서는 어떤 애로점을 겪었지에 대해서 들려 달라.
☞ 연극에서는 끝을 알 수 가 있다. 아무리 어려움이 있고, 표현 하는 어려움이 있다고 해도 내가 그 사람이 돼야 하고, 내가 그 입장이 되어 나를 표현할려고 하는 점이 있지만 그래도 그 안에서는 찾을 길이 있다. 그러나 인생은 끝없는 선택의 길이다. 이것을 선택 할 것인지 버릴 것인지 , 내가 이 길을 갈 것인지, 저 길을 갈 것인지, 이걸 할 것인가 안할 것인가 하는 끝없는 선택의 삶이다. 작년부터 올해까지 연극 작품을 4편을 했다. 무대 위에서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낮에 방송하고, 저녁에는 연극하고 그러는 삶을 살다보니 연극 무대의 삶이 어쩌면 내 인생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참 편안하고 행복하다. 어떨 때 현실에 돌아가서 정작 결정해야 할 문제가 생기면 참 힘이 든다. 그래서 극 속에 있을 때 휠씬 행복하다.
삶의 지침이 되는 문구가 있다면 무엇이고, 그 이유에 대해서 이야기 해 달라
☞ ‘최선을 다하자’하고, ‘마음껏 즐기자’이다. ‘최선을 다하자’라는 것은 내 인생을 돌아 봤을 때 대충 살아 온 것 같단 생각이 들어서이다. 두 번 다시 할 수 없는 인생이고, 얼마 남지 않은 인생을 생각 할 때 정말 최선을 다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상가집 갈 때마다 그런 생각이 든다. 부모님 연세의 친구 분들이 많이 상을 당하고 있다. 거의 한달에 3번꼴로 상가집에 들러는데 그때마다 재미있게 살고 싶고,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서도 정작 집에 돌아오면 잊어버리고 급한 일부터 하게 된다.
『발칙한 미망인』이 12월에 바탕골 소극장에서 올려진 후 현재 발렌타인 극장에서 올려지고 있는데. 달라진 점과 바탕골에서 올려질 때의 관객들의 반응을 고려하여 발렌타인 극장에서 극을 올리고 있는지에 대해서 이야기 해 달라
☞ 바탕골에서 했을 때와는 지금은 조금 다르다. 처음 극으로 들어갔을 때 정신이 약간 나간 여자의 연기인데 젊은 사람들이 왔을 때에는 표현이 처음부터 너무 표현이 들뜨서 흥겹게 가고 그러는데 어느 정도 나이가 있으신 분들이 온 날은 잔잔한 그런 것은 있는데 융화가 되지 못하고, 분위기가 조금 처져 있는 분위기를 느낀다. 그래서 처음 도입부분 20분을 어떻게 갈 것인지에 대해 연출과 많은 고민을 했었다. 처음의 장면을 처음부터 관객들과 얘기 하는 부분으로 풀어냈더니 아주 깨끗이 그 고민을 풀 수가 있었다. 처음부터 업 되어 아주 즐거워하면서 끝까지 1시간 10분을 따라 오더라. 그래서 역시 공연은 고쳐가면서, 만들어가면서 완성도를 높여 가는 부분이 너무나 좋다.
가령, ‘실미도’라는 영화는 한번 찍으면 그만인데 연극은 살아있기 때문이다. 요즘의 연극이 좋은 것은 관객들이 보는 것만이 아닌 들어갔다 나왔다하며 서로 함께 즐기며 교감하고 하는 부분인 것 같다. 앞으로 그런 연극 쪽으로 갈 것이란 생각이 든다. 이 연극이 올 연말에 3탄으로 나올 예정인 것 같은데 그때는 더 아이디어를 내서 새롭게 더 완성도를 높이고, 더 자극적이고, 재밌게 만들 생각이다.
방송과 연극 그리고 성우로서 활동하고 있는데 이 세 가지의 각기 다른 점과 이 세 가지 중에 가장 애착이 가는 곳은 어느 곳인가
☞ 어느 할 것 없이 세 가지 다 애착이 간다. 다양한 장르가 좋다. 이제까지 이런 생활을 20년을 했다. 옛날에 외화를 하면서 연극대사 같다는 소리를 듣기도 했고, 또, 연극을 하면 소리만 동동 떠다니는 성우 같다는 소리를 들었다. 어느 틈엔가 서로 이쪽저쪽이 편안해 졌다. 이제 맘껏 누리고 싶은 생각이 있다.
다른 점은 들라면 연극은 관객과 함께 하다보면 기가 있어서 관객의 기를 흡입을 해야 한다. 댕기기도 하고 놔 주기도 하면서 같이 관객과 호흡하는 요리를 할 줄 알아야 한다. 연극을 하다보면 느낌이 전해 온다. 방송은 정말 열심히 하는 것과 외화는 거의 외우고 있을 정도로 봐야 한다.
라디오 드라마는 라디오 드라마대로 매력이 있다. 하고 나면 뭔가를 했다는 후련한 기분이 든다. 뭔가 예술을 했다. 끼를 풀었다. 하는 느낌이 든다. 매일 라디오 MC를 하며 전화로 인터뷰 하다 보면 생활을 느낄 수 있다. 정보도 많이 배우고, 사람과 인터뷰 하면서 저 사람에게 무엇을 꺼 집어 낼 것인가, 또,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어떤 걸 물어 볼 것인가,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어떻게 몰아 갈 것인가 하는 기술을 배우고, 터득하게 된다. 라디오 작업도 재미있는 작업이다. 다 틀리다.
『발칙한 미망인』 이 작품에서 약간의 욕설과 어떻게 보면 약간은 발칙한 행동(?)들을 연기를 보이는데, 연기를 하면서 어떤 생각이 드나
☞ 나는 참 욕을 못하는 사람이다. 이 연극에서 최고의 욕이 (웃으며) 웃으면서 아주 편안하게 깜찍한 말로 ‘씨발’하면 관객들은 다 웃는다. 그러고 나면 다 풀리고, 시원하단 느낌이 든다. 왠만해서는 나는 얼굴 붉히는 일은 없다.
자동차 운전중에 자동차 접촉사고가 나거나 트럭 운전사가 막 욕을 하는 말을 듣게 되도 얼른 (웃으면서)미안합니다 하면 운전사 얼굴 표정도 뜨아~~ 하면서 놀라고 나서 그냥 투덜투덜 하면서 가게 된다. 나는 전염이라고 생각한다. 아침에 기분 나쁘게 누구하고 트라블이 생기고, 물고 물리는 점점..... 불쾌한 일이 연속이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서 나는 아침에 밖에 나올 때 거울을 보며 밝게 웃으면서 ‘오늘 하루도 즐겁게 보내자’ 라고 생각하며 밖을 나온다. 그래서 욕할 기회가 별로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면서 정말 슬프고, 화나고, 정말 불공평 하다고 생각되고, 열 받을 때는 욕 하면서 속을 푼다.
20년 전의 연극 풍경과 지금의 연극풍경은 많이 달랐을 거란 생각을 한다. 그때와 지금을 비교할 때 달라진 점을 이야기 해 달라
☞ 먼저 변화되지 않은 점부터 이야기 하겠다. 분장실이 하나도 달라진 점이 없다. 찌그러진 의자며 튀어 나온 못이며,... ‘살아있는 이중생’ 앵콜공연 때문에 연우무대를 10여년 만에 갔는데 하나도 달라진 점이 없더라. 등 하나도 달라진 것 없이 낙후된 채 그대로 있는 것을 봤을 때 우리 연극이 참 열악하구나하는걸 느꼈다. 소극장 의자가 편안하지는 않은 부분이 있다. 소극장 의자나 좌석이 극장처럼 편안하지 않은 부분. 그런 점이 변하지 않은 점이다.
변화된 부분은 사람들이다. 옛날에는 연극 작품 한편을 하게 되면 거의 2달을 같이 동거동락을 하면 식구보다 가까운 생활을 했었다. 속마음을 같이 털어 놓으며 같이 생활을 했었는데 지금은 그런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필요한 씬 딱딱 나눠서 바쁜 사람 먼저 오고, 나중에 조립하기도 하고, 유명한 탤런트나 인기 있는 사람 한두 명 끼워 있어야만 장사가 되고 점점 그런 식으로 가고 있다. 그런데도 앞으로 가야 될 길은 사람들이 이 시대에 뭘 요구하는지? 알아야 된다고 생각을 한다. 영화에 사람들이 몰리고 있는 것처럼 연극에서 영화와 다른 뭔가를 보여 줄 수 있는지에 고민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얼마나 죽기 살기로 최선을 다하며 사람들에게 보여 줘야 그 사람들에게 책임을 다하는지에 대해서 앞으로 해야 될 일이고, 달라져야 할 일이라고 본다.
마지막으로 연기를 지망하는 후학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말을 해 달라
☞ 많이 봐라. 연극, 영화, 비디오를 많이 봐라. 많이 보는 것만큼 공부 되는 것이 없다. 그리고 자기가 연기자의 몸과 마디를 만들어야 한다. 정신이 최선을 다한다는 것과 통한다. 대충대충 무엇을 할려고 하지 말고, 기회가 나에게 올 때를 기다리지 말고 뭔가를 배워 놓아야만 한다. 요즘 연기는 노래, 춤, 창등 너무나 여러 가지를 원하기 때문에 이런 부분들을 찾아 다니면서 배워 놔야 한다. 탭도 배우고, 다 해 놔야 한다. 그리고 많이 보러 다니고 하다보면 기회는 꼭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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