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만 들어도 가슴 설레는 눈꽃열차. 1998년 12월 첫 운행을 시작한 이래, 현재까지 40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이 열차를 이용했습니다. 이름대로 겨울에만 운행하는 테마열차인 눈꽃열차가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발이 푹푹 들어가도록 쌓인 눈이 쌓인 산골에서 마음껏 구르고 싶다는 도시 사람들의 꿈을 코레일에서 적절하게 읽었기 때문이겠지요. 한 예로, 환상선 눈꽃열차가 2008년과 2009년에 눈이 거의 내리지 않자 이용객이 예년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가, 다음 해 폭설이 내리자 관광객 수를 회복한 것이 이를 증명합니다.
<눈이 오면 한층 즐겁게 달리는 눈꽃열차> (사진 : 연합뉴스)
지금의 눈꽃열차는 다양한 여행사와 연계되어 있지만, 목적지는 거의 같습니다. 눈꽃의 대명사인 대관령과 태백산, 그리고 추전역-승부역-풍기역을 한데 묶은 환상선입니다. 그래서 눈꽃열차의 목적지인 이곳들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겠습니다. 여러분의 시간은 소중하니까요.
눈 하면 대관령! 대관령 눈꽃축제의 현장 속으로
평창에 대해서는 ‘동계올림픽이 시작되는 평창, 그곳에는 어떤 볼거리가’ 편에서 자세히 다루어지므로, 여기서는 대관령 눈꽃축제 이야기만 해 드리겠습니다. 눈꽃열차는 날짜를 잘 맞추면 대관령 눈꽃축제와 함께 더욱 알찬 여행을 하실 수 있는데요. 올해로 20회를 맞은 이 축제는 2012년 1월 13일부터 21일까지 9일간 진행됩니다. 국내 최고의 적설량을 자랑하는 강원 평창인 만큼, 축제에 사용할 눈이 부족했었던 적은 없었습니다. 덕분에 늘 다양하고 화려한 볼거리를 관람객들에게 제공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작년의 눈꽃축제가 동계올림픽을 기원하는 행사였다면, 올해는 올림픽이 확정된 것을 자축하는 의미에서 더욱 즐거운 축제 분위기가 조성될 것으로 보입니다. 축제가 열리는 장소는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 횡계리 일원 메인행사장 등지인데요. 눈꽃열차를 이용하게 되면 원주역 등 근처 역에서 하차한 후 연계 버스를 이용해 1시간 30분가량 이동하게 됩니다. 눈꽃열차라고 해서 꼭 열차만 이용하란 법은 없겠지요. 그리고 이는 태백산 눈축제에 갈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총 네 개로 이루어진 널찍한 행사장 안에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잔뜩 준비되어 있습니다. 눈으로 만든 거대한 조각들과 성, 세계의 눈조각 전시 및 시연, 이글루 촌을 비롯하여 눈썰매장, 얼음썰매장(팽이치기), 스노 오토바이와 스노 봅슬레이 체험 등이 마련됩니다. 이중 주목할 만한 것은 제1행사장의 초대형 눈조각 프로젝트로, 국내 최대 70M의 초대형 눈조각으로 동계올림픽 종목과 눈조각 중앙에 평창의 상징물을 표현한다고 합니다. 이 외에도 이글루 안에서 불을 피워도 얼음이 녹지 않는 걸 보며 신기해할 수도 있고, 재미있는 눈조각들을 보며 감탄할 수도 있답니다.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기원했던 많은 사람> (사진 : 연합뉴스)
한편, 1월 15일에는 재미있는 행사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먼저 대관령 눈꽃 등반행사인데요. 구 대관령 휴게소에서 능경봉 코스를 거쳐 축제장에 오는 행사로, 완주자 대상으로 행운권 추첨을 통해 경품을 증정한다고 합니다. 눈꽃이 흐드러지게 피어난 절경을 감상하며 경품까지 탈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니 관심 있으신 분들은 꼭 가시길 권해 드립니다. 다음 행사는 올해로 19회째를 맞는 국제 알몸 마라톤 대회입니다. 그냥 보기엔 평범한 대회 같은데, 가운데에 겨울과 어울리지 않는 알몸(!)이란 말이 있네요. 5km 코스와 10km 코스가 있는데, 1~10위까지 시상하며 단체상과 최고령자상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또 완주자와 참가자 전원에게 소정의 기념품을 증정한다니 기분 좋게 땀 흘릴 수 있는 자리가 되겠습니다.
<일단 달리자, 지금이 겨울인 건 그다음에 생각하자> (사진 : 연합뉴스)
때깔 고운 눈꽃이 보기도 좋지, 태백산 눈축제
태백산으로 가는 코스는 제천역 등 인근 역에서 하차한 후 연계 버스로 태백산 도립공원으로 이동하는 방식입니다. 제천역에서 목적지까지는 1시간 10분가량 걸리는데요. 태백산에 도착한 관광객들에게는 도착하면 두 가지 선택권이 주어집니다. 태백산 눈축제를 구경할 것인가, 태백산 천제단을 등반할 것인가? 어느 쪽을 선택하든 눈꽃에 푹 파묻힐 수 있으니, 행복한 고민입니다.
그럼 먼저 올해로 19회째를 맞는 태백산 눈축제를 살펴볼까요? 태백산 도립공원 황지연못 02리조트에서 개최되는 이 축제는 2012년 1월 27일부터 2월 5일까지, 열흘간에 걸쳐 진행됩니다. 축제는 태백산 도립공원과 오투리조트, 황지연못 등에서 이루어질 예정입니다. 이 축제는 개막식부터 남다릅니다. 2010년에 5,387명의 대규모 인원이 눈싸움을 벌여 기네스에 등재되었는데, 그 기념으로 개막식장에서 누구나 참여 가능한 눈싸움대회를 여는 것이지요. 그렇게 시끌시끌한 눈싸움이 끝난 후에야 흥분을 가라앉히고 차분히 태백 일대를 둘러볼 여유가 생기는데요. 눈썰매나 스노래프팅 타기, 눈?얼음 미끄럼 타기, 스노캔들 만들기, 은하수터널 등의 체험을 할 수 있고, 이글루 카페에서 따뜻한 음료를 마시며 사진을 찍거나 도립공원 당골광장에서 매일 열리는 공연행사를 관람할 수도 있습니다. 참, 그리고 눈썰매는 대인 5,000원, 소인 4,000원인데요. 혹시 축제기간 외에 이곳을 방문하시더라도 눈썰매는 항시 타실 수 있답니다.
<이색적인 거대 눈조각을 관람하는 사람들> (사진 : 한국관광공사)
태백산 눈축제에서는 상설 이벤트 프로그램으로 세 가지를 준비했습니다. 황지연못 캐릭터쇼(13:00~13:30 / 15:00~15:30), 태백시 일원 캐릭터 퍼포먼스[황지연못(13:30~13:40), 태백역 광장(14:00~14:10), 태백관광안내소 뒤(14:20~14:30), 노동부 뒤 주차장(14:40~14:50)], 태백 시내 캐릭터 야간 퍼레이드[황지연못→중앙로→태백역(18:00~18:30)]입니다. 그리고 이것 말고도 깨알 같은 이벤트를 많이 준비했는데, 삼행시 짓기나 방문 후기 공모, 사진공모전 같은 것들이지요.
축제를 충분히 말씀드렸으니 이번엔 태백산 천제단 등반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여기는 축제기간 중인 2월 5일 오전 9시에 열리는 ‘태백산 눈꽃등반대회’에서 8.7km 구간과 9.3km 구간 중 선택해 오르실 수도 있고, 아니면 아무 때나 다녀오셔도 무방합니다. 사람들이 언제 방문하든, 겨울의 천제단은 눈에 덮인 채 묵묵히 제자리를 지키고 있으니까요.
천제단은 태백산 정상에 자연석을 쌓아 만든 3기의 제단입니다. 부족국가 시절부터 지금까지 쭉제사를 지내고 있는 유서 깊은 장소이지요. 이곳에 오를 땐 보통 당골광장(해발 870M)에서 반재와 망경사를 거쳐 천제단에 도착하는 ‘당골 코스’를 많이 활용하는데요. 거리는 4.4km, 도착시간은 2시간 30분인 비교적 무난한 코스입니다. 그렇지만 고지대다 보니 매우 추운 편이고 다른 지역보다 눈이 많이 쌓여 있으니 월동 장비를 충실히 갖추고 오셔야 할 것입니다.
<매년 개천절에 천제단에서 거행되는 단군제> (사진 : 한국관광공사)
천제단까지 올라가는 길에는 매서운 추위가 도사리고 있지만, 반가운 것도 접하실 수 있습니다. 바로 우리나라 주목 서식지 중 가장 크다는 태백산 주목 군락지입니다. 천제단을 중심으로 유일사에서 올라오는 능선 중간과 문수봉으로 가는 중간에 군락을 이루고 있는데, 여기에 간혹 안개가 끼거나 서리가 내리면 환상적인 상고대를 보실 수 있답니다. 그렇게 눈꽃 가득 피어난 주목 군락지를 지나 위엄 서린 천제단을 직접 보신다면, 태백산이 내쉬는 숨이 가슴 가득히 들어오는 듯한 느낌을 받으실 수 있을 것입니다. 오랜 세월 유지되어 온 천제단과 ‘한배검(대종교에서 단군을 높여 이르는 말)’이라 쓰여진 비석을 보며, 반만 년 우리나라의 역사를 생각하는 시간을 잠시 가져 보시길 바랍니다.
환상선 눈꽃열차의 원조 코스, 추전역과 승부역
환상선 눈꽃열차라는 이름은 우리나라 열차 이름 중 가장 낭만적입니다. 한글로 표기된 걸 보고 있으면 환상적인 눈꽃 여행이 절로 연상되는데요. 그런데 한자로 표기해 놓으면 어쩐지 의아합니다. 평소 쓰던 그 환상(幻想)이 아닌데? 란 생각이 들어 사전을 뒤져보니, 여기 쓰인 말은 ‘환상(環狀)’, ‘즉 고리처럼 속이 비고 둥글게 된 꼴’이란 뜻입니다. 그러니까 환상선이란 순환해 돌아오는 열차를 가리키는 말이지요. 환상선은 본래 청량리 등지에서 출발한 후 추전역을 지나 승부역에서 돌아나오는 식이었습니다. 요새는 거기에 단양역과 풍기역 등이 추가되어 추전-승부-단양역이나 추전-승부-풍기역 등의 조합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여기서는 옛 정취를 살리기 위해 추전역과 승부역 위주로 다뤄 보겠습니다. 추전역은 해발 855M에 자리잡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역입니다. 그런 만큼 적설량도 가장 많고 연평균 기온도 역 중에서 가장 낮아 한여름 외에는 난로를 틀어야 할 정도랍니다. 1973년 역이 생길 당시 이곳에 싸리나무가 많이 자란다고 해서 추전역으로 이름지어졌습니다. 초창기에는 태백선과 연결되어 무연탄을 수송하는 중요한 거점이었지만, 석탄산업이 사양세로 접어들며 손님이 뜸해져 무정차역으로 변했습니다. 하지만 환상선 눈꽃열차가 운행되면서 겨울이 되면 다시 활기를 찾고 있습니다.
<추전역을 향해 달리는 ‘뮤직카페 트레인’> (사진 : 연합뉴스)
보통 눈꽃열차는 이곳에서 10~30분 정도만 정차하니, 여기서는 서둘러 움직이셔야겠습니다. 일단 이곳의 옛 대합실에는 승무원의 모자와 제복이 준비되어 있어, 이를 착용하고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동네 주민들이 역 주변에 먹거리를 내다 팔고 있으니 이걸로 요기하시는 것도 좋습니다. 또 철길이나 근처에 세워진 기차 사이를 거닐며 ‘태백에는 흰색과 검은색만 존재한다’라고까지 일컬어졌던 태백의 석탄 산업을 되짚어보실 수도 있답니다.
추전역에 이어 도착하는 승부역은 영동선(경북 영주~강원도 강릉)의 간이역입니다. 험준한 태백준령이 일대를 가로막고 있어, 오직 자가용이나 5일에 한 번 다니는 마을버스, 아니면 열차로만 올 수 있습니다. 이곳을 우리나라 최고의 오지역이라고 부르는 데 사람들이 주저하지 않는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이곳에서 19년을 일한 역무원은 ‘승부역은 하늘도 세평, 꽃밭도 세평이나 영동의 심장이요 수송의 동맥이다.’란 말을 남겼는데, ‘하늘도 세평, 꽃밭도 세평’이란 낭만적인 어구 덕분에 승부역이 기억하는 사람들이 늘게 되었답니다. 하지만 이 말은 엄연히 사실에 근거한 말입니다. 역이 골짜기 사이에 끼어 있어 하늘이 세평 정도만 보일 뿐이고, 철길 바로 아래엔 낙동강이 흐르니 꽃밭을 가꿀 자리도 세평밖에 나오지 않으니까요.
<역무원의 시가 적힌 비석> (사진 : 연합뉴스)
승부역에 도착하면 산골 주민들이 관광객을 환영해 줍니다. 추전역과 달리 이곳에서는 45분~1시간 30분가량 정차하기 때문에 한결 여유있게 소박한 장터를 둘러볼 수 있습니다. 이들은 산나물이니 꼬치니 더덕구이니 하는 것을 내놓는데, 그 소박함은 도시와는 다른 푸근한 맛을 선사합니다. 돈을 벌러 나온 게 아니라 사람이 그리워 나온 이들이기에, 여러분이 원하던 시골의 정이란 걸 상상 이상으로 여러분께 안겨 드릴 것입니다. 리고 장터를 다 보셨으면 등골이 서늘할 만큼 본격적으로 흔들리는 출렁다리를 건너 보거나, 아래로 내려가 꽁꽁 언 낙동강 위에서 얼음 지치기 등을 하며 재미있게 놀 수도 있으니, 시골에서만 즐길 수 있는 이런 겨울의 묘미들을 그냥 지나쳐서는 안 되겠습니다.
눈꽃열차는 아무래도 기상 상황을 잘 파악하는 게 요구됩니다. 눈이 오지 않을 때 가는 건 아무래도 본래 목적을 100% 충족하긴 힘들 테니까요.
눈꽃열차를 타고 창밖을 바라보는 여러분의 눈에 함박눈 송이송이가 가득 맺히길 바라겠습니다.
이름만 들어도 가슴 설레는 눈꽃열차. 1998년 12월 첫 운행을 시작한 이래, 현재까지 40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이 열차를 이용했습니다. 이름대로 겨울에만 운행하는 테마열차인 눈꽃열차가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발이 푹푹 들어가도록 쌓인 눈이 쌓인 산골에서 마음껏 구르고 싶다는 도시 사람들의 꿈을 코레일에서 적절하게 읽었기 때문이겠지요. 한 예로, 환상선 눈꽃열차가 2008년과 2009년에 눈이 거의 내리지 않자 이용객이 예년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가, 다음 해 폭설이 내리자 관광객 수를 회복한 것이 이를 증명합니다.
<눈이 오면 한층 즐겁게 달리는 눈꽃열차> (사진 : 연합뉴스)
지금의 눈꽃열차는 다양한 여행사와 연계되어 있지만, 목적지는 거의 같습니다. 눈꽃의 대명사인 대관령과 태백산, 그리고 추전역-승부역-풍기역을 한데 묶은 환상선입니다. 그래서 눈꽃열차의 목적지인 이곳들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겠습니다. 여러분의 시간은 소중하니까요.
눈 하면 대관령! 대관령 눈꽃축제의 현장 속으로
평창에 대해서는 ‘동계올림픽이 시작되는 평창, 그곳에는 어떤 볼거리가’ 편에서 자세히 다루어지므로, 여기서는 대관령 눈꽃축제 이야기만 해 드리겠습니다. 눈꽃열차는 날짜를 잘 맞추면 대관령 눈꽃축제와 함께 더욱 알찬 여행을 하실 수 있는데요. 올해로 20회를 맞은 이 축제는 2012년 1월 13일부터 21일까지 9일간 진행됩니다. 국내 최고의 적설량을 자랑하는 강원 평창인 만큼, 축제에 사용할 눈이 부족했었던 적은 없었습니다. 덕분에 늘 다양하고 화려한 볼거리를 관람객들에게 제공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작년의 눈꽃축제가 동계올림픽을 기원하는 행사였다면, 올해는 올림픽이 확정된 것을 자축하는 의미에서 더욱 즐거운 축제 분위기가 조성될 것으로 보입니다. 축제가 열리는 장소는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 횡계리 일원 메인행사장 등지인데요. 눈꽃열차를 이용하게 되면 원주역 등 근처 역에서 하차한 후 연계 버스를 이용해 1시간 30분가량 이동하게 됩니다. 눈꽃열차라고 해서 꼭 열차만 이용하란 법은 없겠지요. 그리고 이는 태백산 눈축제에 갈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총 네 개로 이루어진 널찍한 행사장 안에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잔뜩 준비되어 있습니다. 눈으로 만든 거대한 조각들과 성, 세계의 눈조각 전시 및 시연, 이글루 촌을 비롯하여 눈썰매장, 얼음썰매장(팽이치기), 스노 오토바이와 스노 봅슬레이 체험 등이 마련됩니다. 이중 주목할 만한 것은 제1행사장의 초대형 눈조각 프로젝트로, 국내 최대 70M의 초대형 눈조각으로 동계올림픽 종목과 눈조각 중앙에 평창의 상징물을 표현한다고 합니다. 이 외에도 이글루 안에서 불을 피워도 얼음이 녹지 않는 걸 보며 신기해할 수도 있고, 재미있는 눈조각들을 보며 감탄할 수도 있답니다.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기원했던 많은 사람> (사진 : 연합뉴스)
한편, 1월 15일에는 재미있는 행사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먼저 대관령 눈꽃 등반행사인데요. 구 대관령 휴게소에서 능경봉 코스를 거쳐 축제장에 오는 행사로, 완주자 대상으로 행운권 추첨을 통해 경품을 증정한다고 합니다. 눈꽃이 흐드러지게 피어난 절경을 감상하며 경품까지 탈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니 관심 있으신 분들은 꼭 가시길 권해 드립니다. 다음 행사는 올해로 19회째를 맞는 국제 알몸 마라톤 대회입니다. 그냥 보기엔 평범한 대회 같은데, 가운데에 겨울과 어울리지 않는 알몸(!)이란 말이 있네요. 5km 코스와 10km 코스가 있는데, 1~10위까지 시상하며 단체상과 최고령자상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또 완주자와 참가자 전원에게 소정의 기념품을 증정한다니 기분 좋게 땀 흘릴 수 있는 자리가 되겠습니다.
<일단 달리자, 지금이 겨울인 건 그다음에 생각하자> (사진 : 연합뉴스)
때깔 고운 눈꽃이 보기도 좋지, 태백산 눈축제
태백산으로 가는 코스는 제천역 등 인근 역에서 하차한 후 연계 버스로 태백산 도립공원으로 이동하는 방식입니다. 제천역에서 목적지까지는 1시간 10분가량 걸리는데요. 태백산에 도착한 관광객들에게는 도착하면 두 가지 선택권이 주어집니다. 태백산 눈축제를 구경할 것인가, 태백산 천제단을 등반할 것인가? 어느 쪽을 선택하든 눈꽃에 푹 파묻힐 수 있으니, 행복한 고민입니다.
그럼 먼저 올해로 19회째를 맞는 태백산 눈축제를 살펴볼까요? 태백산 도립공원 황지연못 02리조트에서 개최되는 이 축제는 2012년 1월 27일부터 2월 5일까지, 열흘간에 걸쳐 진행됩니다. 축제는 태백산 도립공원과 오투리조트, 황지연못 등에서 이루어질 예정입니다. 이 축제는 개막식부터 남다릅니다. 2010년에 5,387명의 대규모 인원이 눈싸움을 벌여 기네스에 등재되었는데, 그 기념으로 개막식장에서 누구나 참여 가능한 눈싸움대회를 여는 것이지요. 그렇게 시끌시끌한 눈싸움이 끝난 후에야 흥분을 가라앉히고 차분히 태백 일대를 둘러볼 여유가 생기는데요. 눈썰매나 스노래프팅 타기, 눈?얼음 미끄럼 타기, 스노캔들 만들기, 은하수터널 등의 체험을 할 수 있고, 이글루 카페에서 따뜻한 음료를 마시며 사진을 찍거나 도립공원 당골광장에서 매일 열리는 공연행사를 관람할 수도 있습니다. 참, 그리고 눈썰매는 대인 5,000원, 소인 4,000원인데요. 혹시 축제기간 외에 이곳을 방문하시더라도 눈썰매는 항시 타실 수 있답니다.
<이색적인 거대 눈조각을 관람하는 사람들> (사진 : 한국관광공사)
태백산 눈축제에서는 상설 이벤트 프로그램으로 세 가지를 준비했습니다. 황지연못 캐릭터쇼(13:00~13:30 / 15:00~15:30), 태백시 일원 캐릭터 퍼포먼스[황지연못(13:30~13:40), 태백역 광장(14:00~14:10), 태백관광안내소 뒤(14:20~14:30), 노동부 뒤 주차장(14:40~14:50)], 태백 시내 캐릭터 야간 퍼레이드[황지연못→중앙로→태백역(18:00~18:30)]입니다. 그리고 이것 말고도 깨알 같은 이벤트를 많이 준비했는데, 삼행시 짓기나 방문 후기 공모, 사진공모전 같은 것들이지요.
축제를 충분히 말씀드렸으니 이번엔 태백산 천제단 등반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여기는 축제기간 중인 2월 5일 오전 9시에 열리는 ‘태백산 눈꽃등반대회’에서 8.7km 구간과 9.3km 구간 중 선택해 오르실 수도 있고, 아니면 아무 때나 다녀오셔도 무방합니다. 사람들이 언제 방문하든, 겨울의 천제단은 눈에 덮인 채 묵묵히 제자리를 지키고 있으니까요.
천제단은 태백산 정상에 자연석을 쌓아 만든 3기의 제단입니다. 부족국가 시절부터 지금까지 쭉제사를 지내고 있는 유서 깊은 장소이지요. 이곳에 오를 땐 보통 당골광장(해발 870M)에서 반재와 망경사를 거쳐 천제단에 도착하는 ‘당골 코스’를 많이 활용하는데요. 거리는 4.4km, 도착시간은 2시간 30분인 비교적 무난한 코스입니다. 그렇지만 고지대다 보니 매우 추운 편이고 다른 지역보다 눈이 많이 쌓여 있으니 월동 장비를 충실히 갖추고 오셔야 할 것입니다.
<매년 개천절에 천제단에서 거행되는 단군제> (사진 : 한국관광공사)
천제단까지 올라가는 길에는 매서운 추위가 도사리고 있지만, 반가운 것도 접하실 수 있습니다. 바로 우리나라 주목 서식지 중 가장 크다는 태백산 주목 군락지입니다. 천제단을 중심으로 유일사에서 올라오는 능선 중간과 문수봉으로 가는 중간에 군락을 이루고 있는데, 여기에 간혹 안개가 끼거나 서리가 내리면 환상적인 상고대를 보실 수 있답니다. 그렇게 눈꽃 가득 피어난 주목 군락지를 지나 위엄 서린 천제단을 직접 보신다면, 태백산이 내쉬는 숨이 가슴 가득히 들어오는 듯한 느낌을 받으실 수 있을 것입니다. 오랜 세월 유지되어 온 천제단과 ‘한배검(대종교에서 단군을 높여 이르는 말)’이라 쓰여진 비석을 보며, 반만 년 우리나라의 역사를 생각하는 시간을 잠시 가져 보시길 바랍니다.
환상선 눈꽃열차의 원조 코스, 추전역과 승부역
환상선 눈꽃열차라는 이름은 우리나라 열차 이름 중 가장 낭만적입니다. 한글로 표기된 걸 보고 있으면 환상적인 눈꽃 여행이 절로 연상되는데요. 그런데 한자로 표기해 놓으면 어쩐지 의아합니다. 평소 쓰던 그 환상(幻想)이 아닌데? 란 생각이 들어 사전을 뒤져보니, 여기 쓰인 말은 ‘환상(環狀)’, ‘즉 고리처럼 속이 비고 둥글게 된 꼴’이란 뜻입니다. 그러니까 환상선이란 순환해 돌아오는 열차를 가리키는 말이지요. 환상선은 본래 청량리 등지에서 출발한 후 추전역을 지나 승부역에서 돌아나오는 식이었습니다. 요새는 거기에 단양역과 풍기역 등이 추가되어 추전-승부-단양역이나 추전-승부-풍기역 등의 조합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여기서는 옛 정취를 살리기 위해 추전역과 승부역 위주로 다뤄 보겠습니다. 추전역은 해발 855M에 자리잡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역입니다. 그런 만큼 적설량도 가장 많고 연평균 기온도 역 중에서 가장 낮아 한여름 외에는 난로를 틀어야 할 정도랍니다. 1973년 역이 생길 당시 이곳에 싸리나무가 많이 자란다고 해서 추전역으로 이름지어졌습니다. 초창기에는 태백선과 연결되어 무연탄을 수송하는 중요한 거점이었지만, 석탄산업이 사양세로 접어들며 손님이 뜸해져 무정차역으로 변했습니다. 하지만 환상선 눈꽃열차가 운행되면서 겨울이 되면 다시 활기를 찾고 있습니다.
<추전역을 향해 달리는 ‘뮤직카페 트레인’> (사진 : 연합뉴스)
보통 눈꽃열차는 이곳에서 10~30분 정도만 정차하니, 여기서는 서둘러 움직이셔야겠습니다. 일단 이곳의 옛 대합실에는 승무원의 모자와 제복이 준비되어 있어, 이를 착용하고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동네 주민들이 역 주변에 먹거리를 내다 팔고 있으니 이걸로 요기하시는 것도 좋습니다. 또 철길이나 근처에 세워진 기차 사이를 거닐며 ‘태백에는 흰색과 검은색만 존재한다’라고까지 일컬어졌던 태백의 석탄 산업을 되짚어보실 수도 있답니다.
추전역에 이어 도착하는 승부역은 영동선(경북 영주~강원도 강릉)의 간이역입니다. 험준한 태백준령이 일대를 가로막고 있어, 오직 자가용이나 5일에 한 번 다니는 마을버스, 아니면 열차로만 올 수 있습니다. 이곳을 우리나라 최고의 오지역이라고 부르는 데 사람들이 주저하지 않는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이곳에서 19년을 일한 역무원은 ‘승부역은 하늘도 세평, 꽃밭도 세평이나 영동의 심장이요 수송의 동맥이다.’란 말을 남겼는데, ‘하늘도 세평, 꽃밭도 세평’이란 낭만적인 어구 덕분에 승부역이 기억하는 사람들이 늘게 되었답니다. 하지만 이 말은 엄연히 사실에 근거한 말입니다. 역이 골짜기 사이에 끼어 있어 하늘이 세평 정도만 보일 뿐이고, 철길 바로 아래엔 낙동강이 흐르니 꽃밭을 가꿀 자리도 세평밖에 나오지 않으니까요.
<역무원의 시가 적힌 비석> (사진 : 연합뉴스)
승부역에 도착하면 산골 주민들이 관광객을 환영해 줍니다. 추전역과 달리 이곳에서는 45분~1시간 30분가량 정차하기 때문에 한결 여유있게 소박한 장터를 둘러볼 수 있습니다. 이들은 산나물이니 꼬치니 더덕구이니 하는 것을 내놓는데, 그 소박함은 도시와는 다른 푸근한 맛을 선사합니다. 돈을 벌러 나온 게 아니라 사람이 그리워 나온 이들이기에, 여러분이 원하던 시골의 정이란 걸 상상 이상으로 여러분께 안겨 드릴 것입니다. 리고 장터를 다 보셨으면 등골이 서늘할 만큼 본격적으로 흔들리는 출렁다리를 건너 보거나, 아래로 내려가 꽁꽁 언 낙동강 위에서 얼음 지치기 등을 하며 재미있게 놀 수도 있으니, 시골에서만 즐길 수 있는 이런 겨울의 묘미들을 그냥 지나쳐서는 안 되겠습니다.
눈꽃열차는 아무래도 기상 상황을 잘 파악하는 게 요구됩니다. 눈이 오지 않을 때 가는 건 아무래도 본래 목적을 100% 충족하긴 힘들 테니까요.
눈꽃열차를 타고 창밖을 바라보는 여러분의 눈에 함박눈 송이송이가 가득 맺히길 바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