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주로 본 체질진단 &자연치유법 -- 7-1
필자가 중국 베이징대학에 연구학자로 머물던 1998년, 한 한국인 사업가의 초청으로 그의 가족들과 함께 저녁식사를 하게 됐다. 그런데 동석한 그의 부인이 어딘지 초췌하고 핏기 잃은 얼굴에 인당(印堂 :양미간)이 맑지 못하고 어두운 빛이 서려 있었다.
부인의 사주를 보니 1960년 12월 ○○일 새벽 2시, 천지 기운으로 볼 때 매우 차가운 시기에 태어나 체질도 차가움 그 자체였다. 체질이 한랭한 사람은 대개 신장과 방광이 크지만 허하고, 심장과 소장의 기능이 약해서 저혈압일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속에 열이 부족해 소화기능이 좋지 못할 뿐 아니라 자다가 가위에 눌리거나 자주 놀라며 손발이 시리고 저린 증세가 나타난다. 문제는 1998년 이후 천지자연의 운행 기운을 따져본 결과 이 부인의 건강이 위태롭다는 것이었다. 5년 안에 심장마비로 사망할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망설이던 끝에 그 부부에게 조심스레 필자의 소견을 전했다. 그 말을 듣고 긴장한 부인은 그 후 얼마간 한랭한 체질을 따뜻하게 바꿔줄 약을 복용하면서 양생법(養生法)이나 기공 등으로 심장기능을 강화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반신반의했고 그만큼 건강에 무심해졌다. 결국 얼마 전(2003년 8월20일 새벽 2시경) 그 부인이 심장경색으로 숨을 거두었다는 소식을 접하고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 불과 마흔셋의 한창 나이였다.
필자는 그동안 많은 사람들의 체질과 운명을 분석한 끝에 체질을 개선하면 운명도 바꿀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러나 대개의 경우 앞의 여성처럼 처음에는 긴장했다가 며칠 지나면 대수롭잖게 여긴다. 그리고 1년 혹은 몇 년이 지나 필자의 경고대로 병을 얻고서야 허둥지둥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다.
천지 기운 따라 타고나는 체질
사람은 천지자연의 기운에 상응해 체질이 형성되고 모습이 정해지며 성격은 물론, 지혜와 운명에 이르기까지 일체가 정해진다. 체질이 차고 습한 사람은 더운 것을 좋아하고, 한랭 다습한 지역과 계절을 견디기 어려워해서 그에 따른 병이 들기 쉽다. 반면 체질이 덥고 건조하고 조열(燥熱)한 사람은 추운 것을 좋아하고 더운 지역과 계절을 견디기 어려워하므로 역시 그에 상응하는 병에 걸리기 쉽다. 이는 적자생존의 자연계 원리로서 음양의 조화가 이루어져야 생존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사람의 체질을 분류해보면 대개 건조(乾)하고 습(濕)한가 하면, 차(寒)거나 덥(溫)고, 냉(冷)하거나 열(熱)한 등 사람마다 각기 다른 6가지 성질을 갖고 있다. 그리고 건조하고 습하면 그로 인해 병이 생기고, 한랭하고 온열하면 또 그로 인해 병이 생긴다.
사람마다 체질이 다르게 형성되는 것은, 마치 찬 물건을 더운 곳에 두면 더워지고 더운 물건을 찬 곳에 두면 차가워지듯, 사람의 몸은 기물(氣物)이므로 천지자연의 기운에 상응해 더울 때 태어나면 더운 체질이 되고 추울 때 태어나면 추운 체질이 되며, 건조할 때 태어나면 건조한 체질이 되고, 습할 때 태어나면 습한 체질이 되는 이치다. 그리고 그런 체질이 바로 오장육부의 강약허실이 되고, 곧 그 사람의 성격과 지혜와 부귀빈천, 수명(壽命) 등 운명까지 주관한다.
자신의 체질을 분석하고 오장육부의 허실을 스스로 판단하면 병이 닥치기 전에 건강을 지킬 수 있다. 일단 발병 후 치료하려면 육체적, 경제적 고통이 클 뿐 아니라 한번 망가진 자동차 엔진이 수리 후에도 계속 말썽을 일으키듯 우리 몸의 병도 쉽게 재발한다. 병의 예방은 평소 음식이나 양생법으로도 충분하다. 그것이 ‘자연치유법’이다.
가장 훌륭한 의사는 사람이 병들지 않도록 체질과 오장육부의 허실을 미리 알아서 예방할 수 있도록 지도하는 사람이며, 두 번째로 훌륭한 의사는 병증을 정확히 분석해 적합한 약을 쓰는 사람이다. 세 번째 의사는 병증을 분석하되 알맞은 약을 처방하지 못하고 이 약 저 약 함부로 남용하는 사람이다. 가장 저급한 의사는 병의 원인도 모르고 약도 제대로 처방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이런 점에서 보면 어쩌면 가장 훌륭한 의사는 바로 자기 자신일 것이다. 사주를 통해 자신의 체질과 오장육부의 허실을 정확히 파악하면 예방은 의외로 간단하다. 필자가 이를 학문적으로 체계화한 것이 의명학(醫命學)이다.
의명학이란 말 그대로 의학과 명리학을 결합한 것이다. 의명학 이론은 사람이 제아무리 만물의 영장이라 해도 천지자연에 운행되는 기운의 변화에 상응함으로써 생로병사 혹은 부귀빈천이 정해진다는 사실에 근거하고 있다. 가령 인체의 변화를 보면 겨울과 밤에는 피부가 수축하고, 봄과 아침에는 수축된 피부가 열리며, 여름과 낮에는 피부가 최대한 확장됐다가 가을과 저녁에는 다시 수축한다. 이처럼 인체는 천지자연의 기후조건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피부의 수축과 확장 작용은 그대로 오장육부의 작용에 영향을 미친다. 즉 체질이 한랭한 사람은 겨울과 저녁이 되면 장부의 기능이 위축되어 병이 생기지만 더운 기운을 만나면 건강해진다. 또 체질이 온열한 사람은 여름과 낮에 장부의 기능이 본래 이상으로 확장되기 때문에 병이 생기지만 추운 기운을 만나면 반대로 건강해진다.
오장육부의 작용은 운명과도 직결된다. 즉, 체질이 한습한 사람은 추운 천지 기운을 만나면 운명이 빈천해지고 더운 기운을 만나면 부귀해지며, 체질이 온열한 사람은 더운 천지 기운을 만나면 빈천해지고 추운 천지 기운을 만나면 부귀해진다. 이는 바로 음양의 조화 없이는 부귀도 생존도 어려움을 의미한다. 이처럼 사람의 병증은 물론, 운명조차 천지자연의 기운의 변화에 상응해 가므로 옛 현자들은 낮과 여름에는 일하고 밤과 겨울에는 쉬며, 해가 긴 때는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났으며, 해가 짧을 때는 일찍 자고 늦게 일어나 천지의 운행에 맞춰 생활했다.
탄생일보다 합방일이 더 중요
인체와 운명이 천지자연의 기운에 상응하면서 변화해간다는 것은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므로 사람의 체질 형성과 운명의 조건은 잉태될 때와 태어날 때 정해진다. 조상의 내림이라 할 유전인자를 제외하고는 잉태의 순간 작용한 천지자연의 기운과 태어날 때의 기운이 체질과 운명 전체를 주관하는 것이다. 따라서 선조들은 합방 시간을 매우 중시했고 다만 태어날 때는 그 운을 하늘에 맡겼다.
현인들의 지혜로운 합방 택일 원칙은 허준의 ‘동의보감’에도 기록되어 있으니 눈비 올 때와 뇌성 번개가 칠 때, 일식과 월식이 있을 때, 큰바람이 불 때, 밝은 대낮이나 환하게 불을 켜놓은 곳, 음습한 장소와 무덤 주변, 또는 신상(神像)이 있는 곳에서의 성교를 가장 금기했다. 또 일진(日辰)으로 보아 병(丙), 정(丁)일도 금기일로 정하고 그 외는 자유롭게 하도록 했다. 특이한 경우 천체의 움직임을 보고 날을 받기도 했으나 대개는 금기사항을 지키는 것으로 충분했다.
허준 선생에 따르면 금기사항을 어기고 함부로 합방해서 아이를 낳으면 반드시 신체불구 아니면 천하에 불효하고 나라에 불충한 자식을 낳는다고 했다. 천도교의 종주 수운 최제우 선생은 사람이 잉태될 때 조상의 유전인자와 천지에 운행되는 기운의 성질에 의해 체질과 운명의 조건이 약 30% 가량 형성된다고 했다.
이 말은 태어날 때 천지자연의 기운에 의해 체질과 운명이 70% 가량 후천적으로 정해진다는 말이 된다. 따라서 생년월일시에 작용한 천지의 기질을 파악하면 체질과 오장육부의 허실뿐만 아니라 운명까지 정확히 알 수 있다.
여기서 한 50대 남자의 사주를 통해 평소의 건강상태를 예측해보자. 1950년 음력 3월 ○○일 새벽 2시에 태어난 이 남자의 경우, 범띠(寅)인데 음력 3월은 시기적으로 매우 습한 용띠(辰) 달이다. 그리고 태어난 날짜도 물(水)의 기운이 범람하고 시(時)는 하루 중 가장 냉한 새벽 2시이다. 그러므로 이 사람은 매우 냉하면서도 습한 체질이다. 이 경우 심장과 소장이 작고 허약하며, 특히 비·위가 너무 냉습해서 비·위의 혈액 순환이 원활하지 못하다.
따라서 이 사람은 따뜻하고 더운 운을 맞이하면 건강하고, 차고 냉습한 운을 만나면 큰 병을 앓고 운명도 쇠락한다. 이 사람이 지나온 세월을 살펴보면 40대 후반까지는 화(火) 운을 맞이해 건강할 뿐 아니라 상당한 재산까지 모았다. 그러나 50대 초 금(金)의 찬 기운을 만나자마자 조금씩 재산을 잃기 시작했고 올해 양력 2월(음력 2003년 1월로 가장 냉한 시기)에 위암 선고를 받았다. 현재는 췌장, 대장, 폐에까지 암세포가 전이된 상태다.
딱한 일이지만 이 사람은 올해 음력 9월쯤 사망할 가능성이 높고 음력 12월을 넘기기 어렵다. 만약 자신의 체질과 오장육부의 허실을 미리 알고 건강할 때 지속적으로 몸을 따뜻하게 해주었다면 위암이라는 불치의 병에 이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건강 체크를 위한 명리학 기초
반면 비슷한 체질의 다른 한 남자는 5년 전 같은 병에 걸렸으나 찬 체질을 개선하기 위해 몸을 따뜻하게 해주는 삼 종류를 지속적으로 복용한 결과 초기에 말끔히 치료할 수 있었다.
몇 가지 기공술과 수행법을 병행했으나 근본적으로는 음양의 조화를 잃은 체질을 조화롭게 해주는 섭생법만으로 완치할 수 있었다.
과연 전문가도 아닌 일반인이 어떻게 자신의 체질과 오장육부의 강약허실을 알 수 있을까. 다음 지시대로 하면 자신의 체질과 오장육부의 허실을 예측할 수 있음은 물론, 스스로 처방까지 할 수 있다.
甲 寅 乙 卯 3개 이상이면 위장병
먼저 자신을 나타내는 여덟 글자를 쓰고 각각의 기질을 적어 본다. 즉 갑(甲)과 인(寅)은 목(木)이며 따뜻함을 뜻한다. 단 인(寅)은 추위가 남아 있는 기운이라 본다.
갑과 인은 오장육부 중 담(膽)에 속하는데, 여덟 글자 중 갑(甲) 인(寅) 을(乙) 묘(卯)가 3개 이상이면 위장병을 앓을 가능성이 많고, 하나밖에 없으면 간(肝) 담(膽)이 약한 사람이다. 특히 경(庚) 신(辛) 신(申) 유(酉)가 많을 때 반드시 간·담에 병이 온다.
목(木)이 많으면 간담이 너무 크고 실해서 성질이 급하고 스트레스를 잘 받으며 목소리가 큰 편이다. 반대로 하나밖에 없으면 간담이 허약하고 심약한 면이 있다.
다음으로 여덟 글자 중 병(丙) 정(丁) 사(巳) 오(午)가 많고, 임(壬) 계(癸) 해(亥) 자(子)가 하나밖에 없으면 신장·방광이 작고 허약하며 소위 정력이 부족한 사람이기 쉽다.
만약 임(壬) 계(癸) 해(亥) 자(子)가 하나뿐이고 경(庚) 신(辛) 신(申) 유(酉)가 하나뿐이면 폐·대장이 나쁘고 호흡기 질환이 오기 쉽다.
그러나 화기(火氣)가 하나나 둘뿐이고 임(壬) 계(癸) 해(亥) 자(子) 등 수기(水氣)가 많거나 경(庚) 신(辛) 신(申) 유(酉) 등이 많으면 심장과 소장이 작고 허약해서 저혈압 증세가 있으며, 때에 따라 저혈압 고혈압으로 변하기도 한다.
다음은 무(戊) 기(己) 축(丑) 미(未)가 과도하게 많고 임(壬) 계(癸) 해(亥) 자(子)가 적으면
반드시 신장·방광이 작고 허약해서 정력이 떨어지고 건망증이 심하며, 때에 따라서는 당뇨병을 앓을 수 있다. 또 토(土)가 많은 것은 비·위가 크다는 의미이므로 비만해지거나 협심증, 위장병을 앓게 된다. 반대로 토기(土氣)가 적고 목기(木氣)나 수기(水氣)가 과다하면 반드시 비·위가 상해서 때에 따라서는 위암이 될 수도 있다.
또 경(庚) 신(辛) 신(申) 유(酉)가 과다하고 갑(甲) 인(寅) 을(乙) 묘(卯)가 적으면
간·담이 작고 허약해서 반드시 병이 오는데 특히 경(庚)과 갑(甲), 신(申)과 인(寅)이 나란히 있으면 간·담에 큰 병이 온다. 반대로 금(金)이 적고 목(木)이 많으면 폐·대장이 작고 허약해서 혈액병, 동맥경화 등의 병을 앓기 쉽다.
또 임(壬) 계(癸) 해(亥) 자(子)가 과다하고 목(木)이 하나뿐이면
간·담에 병이 오고, 특히 진(辰)이 하나 있으면 반드시 위장병을 앓는데, 만약 인(寅)이 있다면 위암 등 큰 병을 앓을 수 있다.
그리고 수(水)가 많은데 목(木)이 적고 병(丙) 정(丁) 사(巳) 오(午)가 하나뿐이면
심장·소장이 작고 허약하며 저혈압 증세가 있으며 나중에 고혈압으로 쉽게 전이된다.
오장육부의 강약허실은 위와 같은데 체질에서 화(火)가 적고 수(水)가 과다하면 몸이 찬 체질이다.
여기에 축(丑)이 있으면 한랭하고, 진(辰)이 있으면 한습하며, 축(丑)과 진(辰)이 있으면 한랭 다습한 체질이어서 심장병, 위장병, 대장병을 앓기 쉽다.
반대로 화(火)가 많고 금수(金水)가 적으면 몸에 열이 많다. 특히 오(午) 사(巳) 인(寅) 등이 섞여서 과다하면 매우 열이 많은 체질이고, 여기에 미(未)가 있으면 조열한 체질이며,
술(戌)이 있으면 건조한 체질이다. 건조하거나 열이 많으면 폐·대장·신장·방광이 작고 허약하며, 한랭 다습하면 심장·소장·위장·비장·대장에 위험한 병이 올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이상의 내용대로 천기와 지기의 성질과 오장육부의 배속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木 : 甲(갑), 寅(인)은 담이고, 乙(을), 卯(묘)는 간이며, 따뜻한 기질이 있다.
火 : 丙(병), 巳(사)는 소장이고, 丁(정), 午(오)는 심장이며, 더운 기질이 있다.
土 : 戊(무)는 위이고, 기(己)는 비장인데, 다른 천기와 지기의 성질에 따라서 변화되며, 辰(진)은 위이고 습하며, 술(戌)도 위인데 건조하며, 丑(축)은 비장인데 냉하고 未(미)도 비장인데 조열한 기질이 있다.
金 : 庚(경), 申(신)은 대장인데, 건조하고 서늘하며, 辛(신), 酉(유)는 폐인데, 역시 서늘하고 건조한 기질이 있다.
水 : 壬(임), 亥(해)는 방광인데 찬 성질이 있고, 癸(계), 子(자)는 신장인데 냉한 성질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