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개인적으로 이승환과 채림에 대한 느낌을 가지고 있지 않다. 이승환의 몇몇 노래를 들어보기는 했지만 나의 취향은 아니었다. 그런데 생각외로 주변에 이승환을 좋아하는 팬들이 많아서 놀랐다. 지금도 공중파에는 잘 나오지 않지만 콘서트를 하면 꽉꽉 들어찬다고 한다. 역시 알아보는 눈이 있으면 먹고 살기는 어렵지 않는 것 같다.
오늘 포탈사이트는 둘의 이혼 소식으로 뜨겁다. 그런데 알려진 바에 의하면 그들 둘은 '혼인 신고'를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리 예상해서인가. 늘 알려지듯이 이혼 사유는 '성격 차이'라고 하는데. 그렇다면 이것은 "이혼"이 아니라 "사실혼 관계 해소"이다.
사실혼에 대한 이해를 구하려면, 사실혼 관계가 대한민국 법률에 의하여 어떻게 보호되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 우리 법률은 법률혼을 채택하고 있다. 법률혼의 요건은 바로 '혼인 신고'이다. 혼인신고를 하지 않으면 법률상 배우자로서의 모든 혜택이 주어지지 않는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상속권이다. 배우자가 다른 동순위 상속인들보다 1.5배나 받을 수 있는 그 상속권을 전혀 인정받지 못한다.
그렇지만, 특별히 법률에서 정하고 있는 경우에는 사실혼 배우자도 보호받는 경우가 많다. 노동법 등의 유족보상에 대한 조항에서 많이 열거되고 있다.
그러면 법률혼과 다른 사실혼은 어떻게 구분할까. 뭐 구분할 필요가 없다. 법률혼에서 "혼인 신고"만 빼면 된다. 판례는 이렇게 설명한다.
"사실혼이란 당사자 사이에 주관적으로 혼인의 의사가 있고, 객관적으로도 사회관념상 가족질서적인 면에서 부부공동생활을 인정할 만한 혼인생활의 실체가 있는 경우"(대법원 2001. 4. 13. 선고, 2000다52943 판결)
그러면 만약 법률혼을 하고 있는 사람이 다른 사람과 사실혼 관계를 맺고 있을 때 보호가 될 수 있을까. 이거 복잡한 문제다. 법상으로 보호 가치가 있을까. 있을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법원은 보호 가치를 부인하고 있다. 이 상태의 경우 뒤에서 얘기할 재산분할도 인정하지 않는다.
"법률상 혼인을 한 부부가 별거하고 있는 상태에서 그 다른 한 쪽이 제3자와 혼인의 의사로 실질적인 부부생활을 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를 사실혼으로 인정하여 법률혼에 준하는 보호를 할 수는 없다."(위 2000다52943 판결 참조)
그런데 그 중간 단계도 존재한다. 약혼을 하고 신혼여행을 다녀오고 바로 헤어지는 경우이다. 이 경우에도 사실혼 관계처럼 보호받을 수 있을까. 여기서 보호는 바로 "계약 파기의 책임"이다. 즉, 계약파기의 책임이 있는 당사자에 대한 손해배상(정신적인 손해배상인 '위자료' 포함)이다. 사실 결혼도 계약이고, 사실혼 관계도 계약인데, 특별한 사정이 없는한 일반인들은 이것을 "계약"으로 인식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것이 남녀 관계의 신비이다. 관계가 나빠졌을 경우에야 그것은 계약으로서의 효력을 발생한다. 위의 경우는 어떻게 될까. 법원은 사실혼 관계가 아니라는 것은 분명히 하면서도 보호를 할 수 있다고 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결혼식(또는 혼례식)이라 함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혼인할 것을 전제로 한 남녀의 결합이 결혼으로서 사회적으로 공인되기 위하여 거치는 관습적인 의식이라고 할 것이므로, 당사자가 결혼식을 올린 후 신혼여행까지 다녀온 경우라면 단순히 장래에 결혼할 것을 약속한 정도인 약혼의 단계는 이미 지났다고 할 수 있으나, 이어 부부공동생활을 하기에까지 이르지 못하였다면 사실혼으로서도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고 할 것이나, 이와 같이 사실혼으로 완성되지 못한 경우라고 하더라도 통상의 경우라면 부부공동생활로 이어지는 것이 보통이고, 또 그 단계에서의 남녀 간의 결합의 정도는 약혼 단계와는 확연히 구별되는 것으로서 사실혼에 이른 남녀 간의 결합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고 할 것이므로, 이러한 단계에서 일방 당사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로 파탄에 이른 경우라면 다른 당사자는 사실혼의 부당 파기에 있어서와 마찬가지로 책임 있는 일방 당사자에 대하여 그로 인한 정신적인 손해의 배상을 구할 수 있다."(대법원 1998. 12. 8. 선고, 98므961 판결 참조)
그러면 사실혼 관계가 단기간에 해소되면 어떻게 될까. 굳이 이야기하면 '계약해소에 따른 정산 문제"가 남는다. 법원은 1개월만에 파탄이 된 경우 손해배상 청구를 부인한 적이 있다. 이 경우 자기 돈으로 산 물건은 "부부 공용"으로 보지 않는다. 뒤에 이야기 하겠지만, 법원은 사실혼 관계가 해소된 경우에도 법률혼의 "재산 분할"에 관한 민법 규정을 적용할 수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즉, 재산분할이라는 개념은 "부부 공동 재산"이라는 개념을 담고 있는 것이다.
위 1개월만에 해소된 경우 혼수 구입비용의 손해배상 청구를 법원은 부인하면서, 구입한 혼수는 "돈을 낸 사람 소유"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그리고 결혼 후 동거할 주택구입 명목으로 돈을 주었다면 그 돈은 낸 사람에게 전액 돌려주어야 한다고 하고 있다. 역시 조기 청산이 이루어진 경우 부부 공동 재산으로 삼을 만한 "기여"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원·피고 사이의 사실혼관계가 불과 1개월만에 파탄된 경우, 혼인생활에 사용하기 위하여 결혼 전후에 원고 자신의 비용으로 구입한 가재도구 등을 피고가 점유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여전히 원고의 소유에 속한다고 할 것이어서, 원고가 소유권에 기하여 그 반환을 구하거나 원상회복으로 반환을 구하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이로 인하여 원고에게 어떠한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할 수 없다. 원고가 결혼 후 동거할 주택구입 명목으로 피고에게 금원을 교부함으로써 피고가 자신의 명의로 주택을 소유하게 되었을 뿐 아니라 향후 그 주택의 시가상승으로 인한 이익까지 독점적으로 보유하게 된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결혼생활이 단기간에 파탄되었다면 형평의 원칙상 위 금원은 원상회복으로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전액 반환되어야 한다."(대법원 2003. 11. 14. 선고, 2000므1257(본소),1264(반소) 판결)
사실혼 관계의 해소에 따른 손해배상은 계약 위반에 대한 책임이다. 여기서 계약은 무엇일까. 얘기하자면 법률혼 배우자의 의무와 같다. 즉 혼인 관계에 있는 사람에게 대한 동거의무, 같이 먹고 살아야 하는 부양의무 등이다. 법원도 이를 당연히 인정하고 있다. 이러한 위반 부분을 고려하여 사실혼 관계가 깨어졌을 때 위자료 산정에 반영하고 있다.
"사실혼관계에 있어서도 부부는 민법 제826조 제1항 소정의 동거하며 서로 부양하고 협조하여야 할 의무가 있으므로 혼인생활을 함에 있어 부부는 서로 협조하고 애정과 인내로써 상대방을 이해하며 보호하여 혼인생활의 유지를 위한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것인바, 사실혼 배우자의 일방이 정당한 이유 없이 서로 동거, 부양, 협조하여야 할 부부로서의 의무를 포기한 경우에는 그 배우자는 악의의 유기에 의하여 사실혼관계를 부당하게 파기한 것이 된다고 할 것이므로 상대방 배우자에게 재판상 이혼원인에 상당하는 귀책사유 있음이 밝혀지지 아니하는 한 원칙적으로 사실혼관계 부당파기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면할 수 없다. 사실혼관계의 부당파기로 인한 위자료의 액수산정은 반드시 이를 증거에 의하여 입증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므로 법원은 유책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와 정도, 파탄의 원인과 책임, 당사자의 연령·직업·가족상황과 재산상태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참작하여 경험칙에 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그 직권에 의하여 액수를 결정할 것이다."(대법원 1998. 8. 21. 선고, 97므544,551 판결)
위에서 말했듯이 사실혼 관계는 외관적으로 혼인의 관계를 분명히 하고 있으므로 공동재산이라는 개념(즉 상대방의 재산 형성에 대한 '기여')을 인정하고 있다. 따라서 사실혼 관계가 해소된 경우 "재산을 분할"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법원은 민법의 재산분할 규정이 사실혼 관계의 해소에도 적용(직접 적용이라기 보다는 유추 적용을 말한다)된다고 보고 있다.
"사실혼이란 당사자 사이에 혼인의 의사가 있고, 객관적으로 사회관념상으로 가족질서적인 면에서 부부공동생활을 인정할 만한 혼인생활의 실체가 있는 경우이므로, 법률혼에 대한 민법의 규정 중 혼인신고를 전제로 하는 규정은 유추적용할 수 없으나, 부부재산의 청산의 의미를 갖는 재산분할에 관한 규정은 부부의 생활공동체라는 실질에 비추어 인정되는 것이므로, 사실혼관계에도 준용 또는 유추적용할 수 있다."(대법원 1995.3.28. 선고 94므1584 판결 참조)
이상으로 사실혼 관계 해소에 따른 법률상식을 알아 보았다.
2년 몇 개월을 혼인신고도 하지 않고 살고, 전화 통화로 사실혼 관계를 해소했다는 보도를 접하면서, 그들에게 "결혼"이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었을까 생각해 보았다. 악세사리?
어쨌든 뒤에 일어날 둘의 다툼을 위 법률상식으로 한 번 바라보기로 하자.
뭐. 둘 다 스타로서 많이 버니까. 그래 '니꺼 너 하고, 내꺼 내 할께"할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