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어김없이 유정란 공급을 하고 돌아 왔습니다.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 오후엔 하늘이 두 쪽 나도
회원들 가정으로 유정란 배달을 나섭니다.
170 가구 정도의 회원들 대부분 진주의 아파트 지역에 삽니다.
배달을 할 때면 열심히 사는 많은 사람들을 만납니다.
철가방 청년, 젊은 집배원, 피자집 총각, 분식집 아줌마,
학습지 선생님, 택배 직원, 할인 매장 배달원, 청소부 아줌마...
엘리베이터라는 좁은 공간에서 서로의 땀 냄새를 나눕니다.
어쩌다 그 아파트에 사는 고교 동창들을 만나기도 합니다.
그럴 때마다 내 속의 내가 적나라하게 보입니다.
2,500원 짜리 유정란 한 꾸러미 배달하고 있는...
정말 보여 주고 싶은 저의 모습입니다.
귀농을 하겠다는 사람들이 어찌 어찌 소문을 듣고는
저희 농장으로 자주 찾아오십니다.
결혼을 약속한 젊은 연인에서부터 정년 퇴임하신 어르신까지.
그 때마다 감히 전 말씀을 드립니다.
귀농 성공률이 5% 될까 말까 한다고,
그리고 생산한 농산물을 시장 난전에 앉아 팔 각오가 되어 있냐고.
귀농을 한다고 해서 생태적 삶이 보장되는 건 결코 아닙니다.
결국은 자신 속에 있고 마음 다스리기라는 생각입니다.
오늘처럼 바람이 차가운 날,
반갑게 맞아주는 회원들의 환한 얼굴과
공급을 마치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듣는 <세상의 모든 음악>과
김미숙씨의 편안한 목소리,
그리고 숲 속 작은 통나무집에 돌아와 마시는 소주 한 잔과 좋아하는 음악
이런 것들이 있어 하루의 고단함은 충분히 보상이 됩니다.
이렇게 유정란을 통해서 회원들과 만난 지도 벌써 3년이 되었네요.
숲 속에 살면서도 언제나 기다려 주는 사람이 있다는 이 사실에
저는 진정 행복합니다.
이 행복함을 우리 꼬꼬氏들에게 돌리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