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동부 인도양 연안에 위치한 작은 섬
'잔지바르'Zanzibar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듯 하다.
하지만 아프리카 여행을 계획해 본 사람은
의외로 이 섬에 대한 다양한 정보들을 보게 된다.
특별히 고운 모래 해변과 뜨거운 햇살, 인도양 맑은 물을 찾아
할리우드의 유명 배우들이 자주 찾아 온다고 해서 더욱 유명하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역사적으로는 과거 17-18세기 흑인노예무역에 있어
동부 아프리카의 최대 노예시장이었고 유출항구였다는 점도 분명하다.
그 기억을 남기고자 당시 노예의 모습과 그들의 생활상을 모은 박물관
또 나중에 속죄의 의미로 지었다는 영국교회 등을 보면서
이 작은 섬이 짊어졌던 어두운 무게를 생각하게 된다.
<잔지바르 노예글의 토굴 거처. 허리를 펼 수 없게 만들었다>
<영국교회>
탄자니아가 탕가니카(Tanganyika)와 잔지바르(Zanzibar) 라는
두 나라의 연합국가라는 점은
탄자니아에서 잔지바르의 위치를 가늠하게 한다.
퇴락한 옛 술탄(왕)들의 왕궁이 폋쳐져 있는 해변가엔
번성했던 무역항으로서의 잔지바르의 영화가 드러나보이기도 한다.
최근 갑자기 국내에서 새롭게 조명된
영국의 록그룹 <Queen>의 메인보칼이었던 프레트 머큐리는
잔지바르의 구시가지 좁은 골목 스톤타운에서 성장하였다.
록그룹 퀸을 다룬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가 히트하면서
그 보컬 프레디 머큐리의 고향이 잔지바르라는 점이 부각된 것이다.
머큐리는 인도계 혼혈인이었다.
그것은 잔지바르가 유럽과 인도의 향신료 무역항이었기 때문이다.
잔지바르를 향신료의 섬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스톤타운의 머큐리 생가>
지금 머큐리의 집은 호텔로 개조되어 운영되고 있다.
문 위에 머큐리의 집이었음을 표기하고 로비엔 그의 사진들을 전시하고 있다.
머큐리가 뛰어 놀던 스톤 타운은
비좁은 골목이 거미줄처럼 이어지는 미로골목이다.
자칫하면 길을 잃고 미아가 되기 십상이다.
그렇게 골목을 형성하고 집을 지어야만 했던 역사의 그늘이 짐작되는 곳이다.
<잔지바르의 스톤타운>
인근의 돌로 집을 지었고 녹슨 철문들은
인도와 이슬람의 문양으로 만들어졌다.
잔지바르는 향신료와 노예무역으로 인해
인도나 아랍, 유럽과 수많은 교역이 이루어지는 역사적 항구였던 것이다.
잔지바르에 더해진 많은 아름다움과 즐거움의 요소들 중
가장 특별한 것은 프리즌 아일랜드이다.
금방이라도 파도가 집어삼킬 것 같은 쪽배를 타고
잔지바르에서 30분 정도의 거리에 떨어져 있는 이 작은 섬은
맑은 물과 고운 모래, 그리고 프리슨 아일랜드(창구 섬)으로 유명하다.
옛 슐탄의 감옥섬이라거나
노예를 가두어 두었던 감옥 섬이라는 스토리로 인해
그 이름이 더욱 오래 기억되는 섬이다.
<프리슨 아일랜드 부교>
프리슨 아일랜드가 실제로 노예를 가두어두었는지에 대한
분명한 자료는 없다고 한다.
그러나 이렇게 아름다운 섬을 감옥으로 사용한다면
나는 얼마동안 그 섬에 갇히고 싶다.
프리즌 아일랜드에 가면 또 다른 볼거리가 있다.
대왕거북 무리이다.
두꺼운 갑옷을 입은 듯한 이들 거북들은
관광객이 던져주는 야채를 받아먹으며 느린 움직임으로 평화롭다.
때로 부끄럼 없이 사랑을 나누기도 하는 그들은
100살을 넘긴 나이이기도 하단다.
지금도 잔지바르에 가면
항구의 부두에서 연달아 바다로 뛰어드는
건강한 구릿빛 갈색 젊은이들을 볼 수 있다.
노을 지는 해안가 옹벽에 걸치고 앉아
이 먼 땅 아프리카에서 맞이하는 어느 하루의 오후를
가만히 바라보는 것은 진실로 감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