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력이 소실 되고 안구가 돌출 되고 청각이 감소 된다 하더라도
걱정하지 말고 지금 이 순간을 만끽해야 한다. 살 만큼 살았는데
설령 수술 부작용과 후유증으로 좀 그렇게 되면 어떤가.
○무관심과 정서장애가 뇌수막종 때문이라면 병이었다는 이야기
아닌가. 운명을 거역하는 잔꾀가 아니었다면 차라리 다행이다.
내가 무엇을 추구한다는 것이 언제나 부끄럽고 겸언쩍었다.
○항상 소원이 할머님처럼 어머님처럼 저녁밥 잘먹고 잠 잘자고
아침에 오줌 잔뜩 지리고 가는 것이었는데 내게 두 분 같은 복이
있을 것 같지 않아 한숨이 절로 나온다.
○사람다운 생각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몰라도 할 수 있을 때
까지라도 사람답게 인간답게 살고 싶은데 그런 시간이 주어질지
자신이 없다.
○아버님과 한치도 한뼘도 다르지 않은 삶을 살고 가는 것 같다.
원망했던 만큼 원망 듣고 부끄러웠던 만큼 무시 당하고 아팠던
만큼 앓고 가는 것이다.
○안면화상장애, 공황장애, 고혈압, 무릅관절, 만성치질, 우울증,
이명, 뇌졸중, 폐암, 뇌수막종 등 소문나고 이름난 큰 병은 많이
걸리고 오래 앓고 떠나는 것 같다.
○누가 있어 가는 길을 막아 주고, 누가 있어 손 잡고 가랭이 잡아
주겠는가. 빗길 눈길 미끄러지지 않고 낭떠러지 구르지 않으면
지옥 가는 길이라도 비단길이라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