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찬이 노래한번 해봐라"
옛날에 30년도 더 전에 바위하다 핏치 끝나고 쉬고 있으면, 선배들이 이렇게 노래를 시키곤 했는데요.
일요일에 Modern Times 를 식겁하고 올라서 기분이 좋아져 성길환이 빌레이 보면서, 노래를 목청껏 불렀었죠.
아득히 솟아오른 바위를 보며
숨결을 고르면서 계곡에 잠겨
자일과 햄머 하켄 카라비나로
젊음을 태워보세 숨은벽에서
그러니까 어디선가 이노래의 2절이 들리는 거예요. 보이시지는 안지만, 옆의 High Exposure 를 선등하시고 조재호를 빌레이 보시던 승모형님이 2절로 화답하시는 거였어요... 이 게시글 맨 밑에 유튜브 링크를 걸어 놓았으니 한번 들어 보세요.
아래글은 신승모 형님의 페이스북 포스트에서 옮겨온 것입니다. 한번 읽어 보세요.
침니도 크랙들도 오버행들도
우리들 땀방울로 무늬를 지며
찬란한 햋빛들과 별빛을 모아
젊음을 그려보세 숨은벽에서
바위여 기다려라 나의 손길을
영원히 변치않는 산사람 혼을
울리는 메아리에 정을 엮어서
젊음을 노래하세 숨은벽에서
어쩌다 백경호 형이 만든 숨은벽
찬가가 떠올라 목청이 터져라
불러댔다. 바로 옆코스의
박승찬이 부르는 노래의 화답이다.
이날 나는 체중이 좀 나가는 둘을 데리고 살내
리는 코스를 잡았다. 후등자가 나보다 몇십
파운드는 더 나가는 걸 인지하고 로프를 매고
루트 끝 마루턱에 오르자 일부러 손가락이 넉넉히
들어갈 크랙을 찾아 3번 캠 다섯개를 꽂았다.
이탤리언 힛치를 걸고 빌레이 자세에 들어가며
출발하라고 외쳤다. 래디오를 쓰라고 종종 권고를
받아 왔지만 매번 빼어먹고 오른다. 그래 목청껏
소리쳐 외쳐댄다.
실은 로프를 세번정도 윗쪽으로 힘껏 당기면 올라
오라는 신호로 대체될 수 있긴하다. 후등자가 힘든듯
여러차례 로프에 갑작스레 묵직하게 당겨진다. 약간
오버행진 루트라 다이내믹한 동작으로 오르지 않고
시간 끌면 하박근에 펌핑이 오는 것이다.
잠시 팔을 바위면에 죽펴고 펌핑을 풀라고 주문한다.
오버행을 오르다 보면 갑자기 패닉상태로 빠져 앞쪽
확보지점에서 카라비나를 빼지 않고 아랫쪽으로 엮인
로프만 걸어주는 실수가 잦다. 이렇게 되면 후등자가
이내 몸이 올라가야 하는데 하네스에 걸린 로프가 꺽여
급기야 로프를 풀어달라는 신호를 보내야 한다.
마음이 침착한 경우 바위에 잠시 매달려 로프의 여분을
만들어 확보지점에서 앞줄을 빼낼 수 있다. 약간 당황
해하게 되면 줄을 풀어달라고 크게 외치게 된다. 실내
암장의 경험이 많다 하더라도 자연암장에서 등반할 때
마인드 코트롤은 중요하고 섬세하게 발디딤을 골라 쓸
줄 알아야 한다.
홀드를 잡는 손도 구멍엔 흔들리지 않는 록킹을, 작은
홀드에서는 클림핑을 잠시나마 정확히 해 주어야 한다.
프리솔로이스트 알렉스호놀두는 크랙에 손가락을 넣을 때 검객처럼 냉정하게 꽂아 넣는다고 하던가.
무거운 후등자 빌레이는 다행히 이태리언 힛치 빌레이
덕에 잘 먹혔고 드디어 무표정한 후등자의 헬멧이 암벽면 위로 솟아 올랐다.
이어 삼등자,사등자 빌레이를 연속으로 잡아 주었다.
박승찬이 선등했던 오버행 낙오자들이 내 코스로 줄줄
따라 오른 형국이 된 것이다. 삼등자에게 얼른 빌레이를 넘겨준 나는 코스 정수리를 올라 하강 볼트 뒤로 너머 내가 오른 코스 옆 돌출 바위에 자릴 잡고 마지막 등반자 촬영에 돌입했다.
암벽의 Arete가 훤히 대각선으로 내려다 보이는 황금 뷰 스폿이다. 외지에서 온 클라이머들과 오를 경우 이 자리에서 잡은 등반기록을 남겨 건네면 상당히 흡족해 한다. 오래전 뉴욕 출신인 Lynn Hill의 등반모습도 이자리를 이용한 샷이었다.
이번 가을에는 아직도 캠 쓰기를 거부하는 헨리바버의
바버월 핑거크랙을 쬐기러 준비해야 할 것 같다.
https://youtu.be/KWcI3PcTge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