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독 등 반
조장빈(근대등반사팀)
1931~32년 임무의 동계 금강산 비로봉 단독등반기다. 내금강코스로 올랐고 사선교 오두막을 지나 비로봉을 오르다 폭설과 눈사태로 후퇴를 하였다. 짧은 등반이었지만 최초의 동계 단독등반 시도다. 기록이 전하는 3회에 걸친 그의 비로봉 동계등반 이후 클라이머들의 발걸음이 “銀領行”의 비로봉 스키등반으로 설악으로 관모봉으로 이어졌다.
금강산 비로봉 스키 하강(1938. 3)
제 경험을 이야기해서 뭐하지만, 제가 스키를 시작한 것이 재작년으로 처음 삼방산에서 스키를 처음 접한 후 열심히 스키를 타며 호연지기를 길렀습니다. 작년 12월 말 무렵에 일본 알프스에 갈 수는 없어도 금강산이라도 스키등반을 해 보자는 생각을 하였고 드디어 등반에 나서게 되었습니다. 12월 30일경 눈이 쌓인다고 해서 적설을 조사해보니 4~5치(寸)이고 비로봉 윗쪽은 4~5척(尺)이라 합니다. 30일 늦게 금강산으로 출발해서 철원역에 내려가 보니 눈은 4~5치가 쌓였습니다. 역장님께 물어보니 여기가 4~5치 쌓이면 할 수 있다고 해서 그곳을 31일에 출발했습니다. 그리고 전차 안에서 새하얗게 내리는 눈을 보며 이번에야말로 등정을 할 거라는 확신을 가졌고 31일 3시경 (내금강산역에) 도착했습니다.
눈은 2척 5촌 내지 3척이고 사람의 발자국이 전혀 없는 단애절벽을 향해갑니다. 절벽 사이 계곡을 힘겹게 지난 것은 31일 늦은 시간이었습니다. 마하연 사찰에서 많은 얘기를 전해 들었고 약 20정(町) 앞에 사선교 오두막이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렇게까지 열심히 (마하연까지 오려고) 한 것입니다. (다음날) 눈은 깊어 족히 3척 정도는 됩니다. 사람의 발자국도 아무것도 없는 (사선교) 오두막에 도착한 것이 5시 반경이었습니다.
(마하연암에서) 식사를 마치고 비로봉에 오르기 위해 준비하고 나온 4시경부터 눈은 맹렬히 내렸었습니다. 그래도 비로봉에 오를 것을 생각하면서 6시 반경 즐겁게 준비를 미치고 6시 40분 사천교 오두막을 출발했습니다. 계곡이 깊기 때문에 쌓인 눈은 5척 남짓이나 되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첫 눈사태는 다리를 건너 골짜기를 건너려고 할 때 바람이 불며 나무 위의 눈이 떨어져 그대로 다리 아래로 추락했지만 다행이도 다치지는 않았습니다.
스키를 타고서 등반에 실패한다는 것은 생각하지 않았고 “이번에야말로...”라고 생각하며 (내금강역에서) 마하연으로 나아간 것입니다. 비로봉 아래쪽에 닿았을 때까지 2시간 10분 정도소요 되었고 비로봉을 쳐다보니 워낙 안개가 짙고 눈은 펑펑 쏟아져 내렸습니다. 조금 오르니 큰 눈사태로 눈보라가 휘몰아쳐 아래로 칠팔간(間)을 떠내려갔습니다. 륙색을 벗으려고 했지만 아무리해도 벗을 수가 없었고 마치 구름 속을 헤엄친 듯했습니다. 그래서 한 시간을 고생했습니다.
(마하연암에서) 식사를 마치고 비로봉 위에 올라가려고 준비를 하는데 4시가 지났고 그곳까지 2시간 걸려 6시였습니다. 비로봉까지는 약 10정(町)이나 남았습니다. 산정에서 내려가려면 1시간 이상 걸리고 산행 시간은 7시간이 넘게 걸리는데, 눈에 흠뻑 젖어가며 부지런히 가면 신라 대제의 무덤이 있을 것입니다. 근처 오두막에는 산친구인 누군가 온돌을 피워 준비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할 수 없었고 결국 후퇴하는 것이 현명할 것 같아서 하산한 것입니다. 9시 반이었습니다.
몇 개의 크고 작은 눈사태가 일어나 쏟아지는 눈으로 위험했습니다. 그리고 서툴렀습니다. 온돌 안에 몸을 누이고 눈을 감고 생각해보니 순간 마음이 가벼워지기도 했습니다. 그대로는 도저히 비로봉을 오를 수 없었기 때문에...그래서 산친구의 (사선교) 오두막으로 왔고 그곳에서 나카무라씨를 만났습니다. 그때 나카무라(中村兩造)씨는 저보고 혼자 오두막에 오는 것은 위험하다고 말하였습니다. 그리고 함께 마하연에서 후퇴하고 스키에 대한 여러 가지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런 무모한 짓을 저질렀습니다. 매우 따분한 이야기입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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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글은 임무의 발언을 기사로 작성한 것이다. 기사 작성부터 오류가 있으나 필자가 번역에 서투르기도 하다. 대개 순차적으로 기록된 등반 시간이 맞지 않아 아래 이이야마(飯山)의 비로봉 등반(1932.1)을 참조하여 윤문한 것이다.
- 내금강으로의 비로봉 코스 소개
내금강역 - 마하연암 약 8.5km (2시간), 마하연암 - 비로봉 정상 약 7.5km (3시간)
내금강역 근처의 장안사마을에는 내국인이 운영하는 여관 두 채가 있는데 사계절 숙박이 가능하다. 마하연암 근처에도 숙박할 곳이 한 채가 있어서 단체탐방시즌(매년 5월부터 10월)에는 이용 가능하지만 겨울에는 마하연암의 온돌방 신세를 지지 않을 수 없다. 마하연암 보다는 정상으로 가는 도중 사선교 근처에 마을사람이 운영하는 찻집이 하나 있는데 탐방객 상대로 영업을 하고 있으면 주인에게 부탁해 숙박신세를 지는 것도 가능하다.
- 실제 등반 일정
1월1일 : 오전 10시 15분 경성역 출발-오후 4시 10분 내금강역 도착-오후 7시 30분 마하연암 도착-마하연암 숙박, 1월2일 : 이른 아침 마하연암 출발-오후 1시 비로봉 정상 도착-외금강에서 올라온 팀 만남-외금강팀과 온정리로 동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