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0. 20
론다.Ronda
누에보 다리와 스페인 최초의 투우장으로 유명한 도시이다.
도시의 역사는 로마시대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우리의 관심은 온통 누에보 다리에 머문다.
무엇이 그토록 누에보를 사랑스럽게 만들까.
68m.
론다의 누에보다리 puente nuevo는 너무 짧다.
다리를 건너는 동안 의미있는 이야기를 나눌 여유가 없을만큼 짧다.
헤밍웨이가 "누구를 위해 종을 울리나"의 배경으로 삼았다곤 하지만 어디까지나 그건 픽션이다.
이 짧은 다리의 진실은 무엇일까.
과다레빈강의 거대한 바위 협곡인 타호협곡 El Tajo Gorge으로 갈라진 구시가지와 신시가지.
다리는 운명처럼 마주보며 그리워하는 두 마을을 이어주는 징검다리이다.
실제로 두 마을이 그리워하는 관계인지는 알 수 없다.
대체로 인간사회의 이웃은 그리 친절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이해관계가 맞닥뜨리기 때문이다.
거의 120m, 40층 아파트 높이의 협곡은 그 압도적인 위용이 감히 인간의 접근을 허용하지 않을 것만 같다.
1735년 최초에 35m 높이의 아치교가 세워졌으나 무너져 50여명의 사상자를 냈고,
98m 높이의 현재 다리는 1751년부터 1793년까지 42년이 걸렸다.
현대와 같은 발달된 교량건축기술이 있었다면 68m의 폭이야 전혀 어려울 것 없는 현수교 거리지만,
1700년대 건축기술로는 꽤 어려운 작업이었을 것이다.
실제로 다리를 보면 암석 위에 하나하나 벽돌을 쌓아 올린 모습이
마치 거대한 요새 성벽을 쌓은 듯하다.
론다에 가서 누에보를 보려는 사람들의 마음은 어쩌면 다리의 경관이 아니라
그걸 쌓아 올린 인간의 위대한 능력을 확인하고 싶은지도 모른다.
중간 교각의 상단에 있는 작은 방은 때로 감옥으로,
때로 술집으로 사용되었고 지금은 전시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스페인 내전 당시에 양 진영이 서로의 포로를 고문하거나
심지어 아래로 던져 떨어뜨렸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사실이 아니기를 바라지만 인간은
충분히 그렇게 하고도 남을만큼 잔인하다는 사실을 역사는 늘 증명해왔다.
누에보다리의 진실은 이 장대한 건축물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인간의 위대함과,
그 안에 감추어진 인간의 잔혹한 성정과,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이어가려는 소통과 유대의식에 대한 것이었던 듯하다.
어쨌거나 이 모든 것을 뛰어넘는 것은
엄청난 깊이의 협곡을 이루는 거대한 바위 기둥들이 만들어낸 웅장한 협곡과
그 사이에 창조해낸 누에보의 웅혼한 아름다움의 조화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