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마달] 흑풍령 (제1권) 13

[민호]

■ 黑風令 제1권  제3장  죽음의 牢獄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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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영 하나가 그의 뒤에 서 있었다.

    복도에서 들어오는 불빛의 후광(後光) 때문에 얼굴을 제대로 식별
    할 수 없었다. 환우령은 이 갑작스런 상황에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헌데 어깨를 잡은 그 인물은 환우령을 마주보며 빙긋이 웃는 것이
    아닌가?

    "이 녀석아! 아비가 아직도 이 곰팡내 썩어가는 뇌옥에 곰처럼 웅
    크리고 앉아 있을 줄 알았더냐?"

    이때였다. 환우령의 두 눈이 휘둥그래하게 떠졌다.

    "아니?  황보……"

    생김새는 다르지만  그것은 분명 청년의  아버지인 황보의 절절한
    음성이었다. 환우령은 반가움보다 놀라움이 앞섰다.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죠?"

    "허허…… 너에게 야황백팔비예(夜皇百八秘藝)를 가르쳐준 사람이
    누구더냐?"

    환우령은 두 번 다시 생각하고 싶지 않은 어두운 과거가 떠오르는
    듯 인상을 찡그리며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물론 황보지요."

    환우령이 알고 있는 모든 도행비술(盜行秘術)은 황보가 직접 가르
    쳐준 것이었다.

    -야황백팔비예(夜皇百八秘藝)!

    대화를 나누는 사이에 상대의 속옷조차도 감쪽같이 훔쳐내는 신투
    술(神偸術)!

    아무리 견고한 철옹성(鐵瓮城)이라  해도 연기처럼 감쪽같이 스며
    들 수 있는 무영잠입술(無影潛入術)!

    십성의 경지에 이르면 자신의  그림자조차 떨쳐버릴 수 있다는 어
    풍비행술(御風飛行術)!

    손바닥만큼 작은 공간에서 단지  일흔 두 가지의 보법(步法)의 변
    화만으로도 신형을 빛살보다 빠르게 움직여 자신의 모습을 완벽하
    게 감추는 전설상의 신법(神法)인 표형분광신법(飄形分光神法)!

    각종 기관진식(機關陣式)의 원리를  응용하여 복잡난해한 진식(陣
    式)이나 죽음의 관문(關門)이라 해도 가볍게 통과할 수 있는 묘진
    파해요결총록(妙陣破解要訣總錄)!

    어떠한 자물통이라 해도 일각 이내에 열 수 있는 만종약시비술(萬
    種約 秘術)!

    실로 귀신조차 혀를 내두를  정도로 기묘하고 치밀한 고도의 도행
    술(盜行術)들!

    그러나 야황백팔기예를  터득하기까지 소요된 십이년(十二年)이라
    는 장구한 세월은 환우령에게는  결코 유쾌한 순간들로 기억될 수
    는 없었다.

    황보……

    자신의 부친(父親)이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황보가
    자식에게 야황백팔비예를 가르치던  방법은 그야말로 피(血)도 눈
    물도 없이 비정하고 혹독했다.

    환우령은 태어나는 그 순간부터 짐승처럼 토민가 꼭대기에 세워진
    통나무집 골방에 갇혀서 키워졌다.

    잠자고 밥먹는 것은 물론  심지어 대소변까지 환우령은 모든 것을
    골방 안에서 해결해야 했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환우령은 황보가 갖다주는  수백, 수천 개의
    갖가지 이상한 형태의 자물통을  장난감 삼아 가지고 놀아야 했으
    며 밥숟갈 놀리는 방법보다는  열쇠로 자물통 여는 방법부터 가르
    치던 황보였다.

    두 살…… 세 살……

    어린 환우령의 사고능력이  깊어감에 따라 황보는 야황백팔비예의
    가장 기초적인 만종약시비술부터 가르치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피눈물나는 도행비술의 수련(修鍊)이 본격적으로 시작됐
    다.

    황보는 하루에 한 가지씩  가르치며 그날 이내로 터득하기를 요구
    했다. 환우령은 그날 가르쳐준 것을 완벽하게 터득하지 못하면 밥
    먹는 것을 포기해야 했다.

    처음에는 밥먹는 날보다 굶주리는 날이 더 많았다.

    게다가 집 밖으로의  외출은 야황백팔기예를 완벽하게 터득하기까
    지 십 이 년의 세월 동안 단 한 번도 용납되지 않았다.

    실로 철없는 어린아이에게 있어서는 고통과 원망과 증오로 점철되
    는 악몽의 세월이었다.

    허나 환우령은  야황백팔기예를 완벽하게  터득하던 그날, 황보가
    자신의 손을 꼭 쥐고 달빛 부서지는 숲길을 산책하며 들려주던 말
    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우령아! 아비가 원망스러우냐?

    환우령은 입술을 꾹 다문 채 단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황보가 자신의 아버지라는 사실조차 의심스럽다는 듯 증오의 눈초
    리로 쏘아보고 있었다.

    녀석아, 옛 성현의 말씀에  이런 금언(金言)이 있다. 딸을 낳으면
    부모된 자는 그 딸이 시집갈  때 함께 보낼 장농의 재목감으로 앞
    뜰에 오동나무(梧桐木)를 심어야  하고, 아들을 낳으면 그 아이가
    백일(百日)이 되기 전에 모진  풍파에도 의연히 우뚝 선 천년거암
    (千年巨岩)처럼 이 드넓은 세상  아래 자신의 자리를 찾아 스스로
    의 두 발로 굳건히  설 수 있도록 평생대계(平生大計)를 세워주는
    것이 아비된 자의 도리란다.

    환우령은 그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자식의 평생대계를 세워주는 것과 환우령이 십 이 년 동안 골방에
    갇혀서 굶기를 밥먹듯이 하며 보낸 어둠의 세월과 무슨 연관이 있
    단 말인가.

    단지 이제까지 보아왔던 차갑고  비정한 아버지의 모습과 전혀 다
    른 자상하고 인자한 내면을 어렴풋이 느끼고 있을 뿐이었다.

    황보는 걸걸한 음성으로 덧붙였다.

    우령아! 너도 언젠가는 이 아비의 진심을 이해하게 될 것이다. 이
    아비는 나의 목숨보다 너의 머리카락 한 올을 더욱 소중하게 생각
    할 정도로 아낀다는 사실을……

    십 구 세 청년이 된  지금 환우령은 독자적인 생(生)을 살아갈 수
    있도록 온갖 증오와 원망 속에서도 자신을 꿋꿋하고 강인(强靭)하
    게 성장시킨 황보의 뜻을 확연히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나 십 구년 간 청년의  가슴 깊이 뿌리 내려온 증오의 잔재는
    아직도 그의 마음 한 구석에 돌처럼 응어리져 남아 있었다.

    "족쇄를 풀고 철창 문을 연 것이 뭐 대수로운 일입니까?"

    환우령은 퉁명스럽게 말했다.

    허나 내심으로는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듯 아무런 도구도 없
    는 빈 손으로 족쇄와  형구(刑具)를 풀어낸 절묘한 수법에 탄복하
    고 있었다.

    그렇다.

    뇌옥에 갇히는 죄인이라면 의당히  온몸을 샅샅이 수색 당했을 것
    이다. 황보의 수중에 족쇄, 형구를  감쪽같이 풀 수 있는 어떤 도
    구가 남아 있을 리 만무했다.

    환우령은 궁금증 때문에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어떤 방법을 썼습니까?"

    황보는 얼굴을 감쪽같이 변장한 역용액을 지우며 너털웃음을 흘렸
    다.

    "왜…… 배우고 싶으냐?"

    돌연 환우령은 고개를 홱 돌리며 소리쳤다.

    "제가 배우고 싶어서 이러는 줄 아십니까?  말해주기 싫으면 그만
    두세요."

    언제나 그랬다. 어린 시절에  황보에 대해 품고 있던 증오심의 잔
    재 때문에 환우령이 황보를 대하는 태도는 항상 반항적이었다.

    그래도 황보는 늘 자애스러운 미소를 잃지 않았다.

    "허허…… 아무  쓸모없는 나같은  늙은이를 구하겠다는 일념으로
    생사(生死)를 초월하고 이 자금별부까지 들어올 사람은 하늘 아래
    우리 우령이밖에 없지, 암……!"

    아들이 대견스러운 듯 황보는  흡족한 미소를 머금으며 말을 이었
    다.

    "네 마음이 갸륵해서 아비의 비결을 가르쳐주마."

    이때 환우령은 황보의 얼굴을 곁눈질로 쳐다보며 혼잣말처럼 중얼
    거렸다.

    "제가 황보를  구출하려고 여기까지 들어온  줄 아세요? 권노인이
    만두를 전해 달라니까 대신 가지고 들어왔지."

    "허허허…… 우리 우령이가 언제나 철이 들어서 아비의 말에 고분
    고분하게 대답할까?"

    "황보가 제게 예절 따위는 안가르쳐 주셨잖아요!"

    황보는 아들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래, 네 마음은 아비가 잘 안다."

    "……"

    "그리고 비록  잡초처럼 거칠기는  하지만 야생마처럼 싱싱하고
    활달한 네 성격이 더욱 마음에 든다."

    (누가 황보 비유를 맞추려고  이러는 줄 아시나? 타고난 성격이니
    까 어쩔 수 없는거지!)

    변장한 역용액이 완전히  지워지자 황보 본래의 얼굴이 드러났다.
    역광을 받아 희미하게 보이는 노인의 얼굴이었다. 그저 중원 어디
    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촌노(村老)의 모습이었다.

    칠십 이 세 고령의 나이를 말해주듯 얼굴 가득 주름이 져 있었다.
    파뿌리처럼 흰 수염이 별로  다듬지 않은 자연스러운 상태 그대로
    가슴까지 드리워져 있었다.

    황보의 전신에서는 무상의  기도(氣度)라든가 태산같은 위엄 따위
    는 눈 씻고 찾아봐도 티끌 만큼도 발견해 낼 수 없었다.

    그러나 못생겨서 친근감을 주는  얼굴에 머금고 있는 온화한 미소
    ……

    바닷가에 서면 어부가 되고, 괭이를 들면 농부가 되고, 산 기슭에
    서 있으면 그대로 산사람으로 보일 정도로 언제 어디서나 자연(自
    然)과 쉽게 동화될 수 있는 대연(大然)함이 가장 특징지어주는 느
    낌이었다.

    문득 황보는 걸걸한 음성으로 말했다.

    "우령아, 현명한 사람은 안락무사(安樂無事)한 평상시에도 태만하
    지 않고 언제 닥쳐올지 모를 최악의 경우를 대비해서 최후의 안배
    를 준비해 두는 법이란다."

    말과 함께 황보는 바지  뒷춤에 손을 넣어 부스럭거리더니 뭔가를
    꺼냈다.

    "이것이 아비의 비결이다."

    목통(木筒)!

    오랜 세월 손때가 묻어  표면이 반지르르한 갈색목통은 손가락 만
    한 굵기에 손가락 길이 정도의 크기였다.

    환우령은 목통을 살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 목통이 무슨 효능이 있다는 거죠?"

    황보는 의미를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으며 나직이 말했다.

    "목통을 양쪽으로 당겨 보거라."

    "……?"

    환우령은 아버지의 말대로 목통 끝을 양손으로 잡아당겼다.

    순간 미세한 틈도  보이지 않던 목통이 소리도  없이 두 토막으로
    나뉘어졌다.

    목통의 속은 텅빈 공간으로  깊이 파여져 있었다. 그 속에는 환우
    령이 소지하고 있는  만능약시(萬能約 )처럼 가느다랗고 작은 갖
    가지 형태의 쇠철사 열 개와  머리카락 세 배 정도로 가늘도 납작
    한 쇠톱 두 개가 빽빽이 들어 있었다.

    환우령은 이제야 알겠다는 듯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랬었군!"

    그렇다. 일반 사람들 보기에는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는 이
    작은 쇠철사들이 어떠한 효능을  가지고 있는지 환우령은 잘 알고
    있었다.

    이 목통만 자신의 품 속에 간직하고 있다면 아무리 견고한 뇌옥에
    갇힌다 해도 족쇄나  목에 씌워지는 칼 따위는  눈 깜짝할 사이에
    풀고 자기집 변소문을 열고 나오듯 뇌옥에서 유유히 탈출할 수 있
    는 것이다.

    일순 환우령은 황보의 얼굴을 마주보며 피식 웃었다.

    "너무 깊은 곳에 감추어 두었던 목통이라 구린내가 나는데요.  하
    기야 엉덩이 사이에 숨겨 두었으니까 간수(看守)들이 온몸을 샅샅
    이 수색해도 이 목통을 발견해 내지 못했겠지만……"

    "허허…… 마음에 드느냐? 아비가 오십여 년 간 몸에 지니고 다녔
    던 생화목통(生華木筒)이다. 이제는 너에게 주마."

    "정말이요? 하지만 별로 소용이 없습니다. 저는 늙어 죽을 때까지
    뇌옥에 갇히는 일은 절대로 없을 테니까요."

    "녀석, 사람의 앞일이란  그렇게 함부로 장담하는 것이 아니란다.
    운명(運命)이라는 심술 궂은 놈은  언제 어떻게 바뀔지 예측할 수
    없는 변덕꾸러기니까."

    "……"

    "게다가, 네 녀석의 그  두려움을 모르는 대담성과 매사에 도전적
    인 집념 때문에 아비는 깜짝깜짝 놀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환우령은 불만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황보 자신께서 신념이 굳은  남자는 하늘 아래 그 무엇도 두려워
    할 것이 없다 라고 가르쳐 주고서는……!)

    이어지는 황보의 음성에는  끈끈한 부성애(父性愛)가 진득하게 묻
    어나고 있었다.

    "방금 전에도 오물통을 메고 거침없이 들어오는 네 녀석의 모습을
    발견하고 아비가 얼마나 당황했는지 아느냐?"

    환우령이 비록 변장을 하고  있다고 해도 멀리서 걸어가는 환우령
    의 뒷모습만 보고도 자신의  아들인가 아닌가를 단번에 알아볼 수
    있는 황보였다.

    "이제부터는 아비를  위해서라도 생화목통을  반드시 몸에 지니고
    다니도록……"

    말을 하다가 돌연 황보의 안색이 흠칫 구겨졌다.

    "으음…… 누군가가 이리로 다가오고 있다."

    바로 그 순간이다.

    철컹!

    쇳소리와 함께 지하 삼층 뇌옥 입구의 철창이 열리는 소리가 음산
    하게 울려 퍼졌다. 뒤이어 뚜벅거리며 다가오는 발자국 소리가 적
    막을 흔들어 깨우며 들려왔다.

    뚜벅……뚜벅……

[무로]

즐감!

[바람도사]

잘보고갑니다..~~

[피그말리온]

ㅈㄱ~~~~~~~~~`````````````````````

[상아노]

즐감 했습니다

[날으는곰]

고맙게 잘보고 있어요~~~

[가을날]

즐감~~^*^

[황돔]

즐감,,,

[연령초]

즐독~

[감사실]

즐감^^

[호준]

즐감요

[나의사랑미야]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감사해요~~~

[그마]

즐독

[강원도신사]

대비가 최고의 안전이죠?

[봉우재]

ㄳㄳ

[한 팔]

.독. , 항상 감사므

[홀인원leewoo]

감사합니다.

[송학산]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