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리 찾아주기
따시최된 이새담
바람이 마른 가지의 씨앗을 날리느라 분주하더니 오늘은 겨울 햇살이 뜨락에 길게 누워 낮잠을 잔다.
초겨울이라 나무가 잠을 잔다고 하기에 잠잘 때에 살며시 옮기기로 작정을 하고 자리가 안 좋은 곳에 있는 나무 몇 그루를 옮기로 했다.
몇 년 전, 심은 매화나무가 그늘진 곳에 심어서인지 크지를 못하고 몸살을 앓는 것 같다. 내 년 봄에 일찍이 매화꽃으로 봄맞이를 하고 싶은 마음에 거실에서 바로 보이는 따듯한 남쪽 화단 밑으로 옮겨심기로 하여 삽질을 해보니 밑에 자갈이 받치고 있어 뿌리가 내리지 못해 앙상하다.
그동안 고생했을 나무가 안쓰러워 여기저기 둘러보니 오가피나무도 대추나무에 치어 고생을 하고 있고 대나무도 제자리가 아닌 곳에서 쳐다본다.
삽을 들고 대나무를 캐려고 힘자랑을 하는데 뿌리가 땅속에서 내년에 올라올 새순을 안고 있고 개구리도 깜짝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쳐다본다.
미안한 마음에 “놀라게 해서 미안해 여기 말고 다른 곳으로 이사 시켜줄께“ 하고 개구리를 들고 다른 곳에 묻어 주었다.
개구리가 생각할 때에는 황당하기 그지없었을 것이다.
자기가 원하지 않은 보금자리에서 한 겨울 나를 원망 할지도 모른다.
한곳에 있는 대나무를 몇 개로 나누어 울타리를 만들면 좋을 것 같아 전지가위를 들고 뿌리를 나눠 네그루로 만들어 심다가 겨울에 집안거실에 파아란 댓잎이 나풀거리면 좋을 것 같아 화분에 옮겨 심었다.
땀을 흠뻑 흘리고 무슨 큰일이나 한 것처럼 기분이 좋아져 전지도 해주고 낙엽 청소도 하며 겨울 채비를 했다.
그런데 저녁때가 되어 대나무를 집안으로 들여 놓으려고 쳐다보니 잎이 모두 도르륵 말리고 시들시들 하니 살아날 것 같지 않았다.
아무래도 잘 못 건드린 것 같아 가슴이 콩닥거려 다시 울타리에 심어주고 미안하다며 꼭꼭 발로 밟아 공기가 들어가지 않도록 해주었지만 개운치는 않다.
알게 모르게 수많은 죄를 지으며 가책도 없이 살아가는 나른 발견하는 계기가 되었다.
울적한 마음에 대나무 심었던 화분에 크리스마스나무라고 하는 빨간 포인세티아를 사다가 심어 들여놓았더니 빨간 잎이 여름을 보는 것 같아 기분이 새로워진다.
화원 주인 말로는 겨우내 빨알간 나뭇잎이 있을 거라 하니 올겨울에는 새로운 친구가 생긴 것 같아 가슴이 뛴다.
사람이나 식물이나 모두 제 자리에 있어야 편안하고 자기가 원하는 모든 힘을 다 쏟아 힘이 나서 모든 일이 쉽게 이루어 질것이다.
잘한 일인지 잘못한 일인지, 지혜안이 없으니 괜한 일을 한 것 같아
저절로 숙연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