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사르코지-이명박 닮은꼴?…정치이력서 말투까지 유사
6일 실시된 프랑스 대선 결선투표에서 승리를 거머쥔 니콜라 사르코지 당선자와 한나라당 대선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닮은꼴’이어서 관심을 끌고 있다.
두 사람은 인생사와 정치경력에서 유사점이 많다. 유·소년기 가난을 딛고 자수성가한 경험이나 주류 엘리트 코스보다 비주류 출신에 속한다는 점이 그렇다. ‘청계천’이 이전시장의 대선 발판이 됐다면 사르코지에겐 내무장관 시절 강력한 범죄정책이 자랑거리다. 강력한 추진력도 공통적이고 직선적인 말투, 이로 인해 이따금 말실수를 빚는 점도 비슷하다. 사르코지는 2005년 비행청소년들을 “쓰레기”라고 불러 폭동을 부채질했다. 이전시장도 경쟁자인 박근혜 전 대표를 겨냥해 “아이를 낳아봐야 보육을 얘기할 자격이 있다”고 해 물의를 빚었다.
두 사람 모두 보수 우파이면서 ‘개혁’ ‘변화’ 이미지로 자리매김한 점도 특이하다. ‘탈 이데올로기’의 ‘실용론’을 내세운 것과 무관치 않다. 사르코지는 전문가들 사이에선 ‘르펜 라이트’(극우주의자 장 마리 르펜의 아류)라는 비판을 듣지만 대중에겐 ‘늙은 프랑스’에 새 바람을 몰고 올 것이란 기대를 모으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개인은 닮았을지 모르지만 양국의 정치·사회·문화적 배경과 구조가 판이한 만큼 섣부른 일반화는 곤란하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단적으로 한나라당이 사르코지의 승리에 맞춰 의미를 부여한 ‘복지 피로증’의 경우, 복지재정 악화가 오래 곪아온 프랑스에 비해 한국은 아직 부끄러운 수준이다. 한국은 2004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복지재정 지출이 8.7%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로 28.5%인 프랑스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특히 프랑스의 경우 1인당 국민소득 1만달러를 달성한 1979년 이미 GDP의 23.4%를 복지비에 지출했다. 프랑스의 경우 ‘시장’과 ‘경쟁’이 ‘변화’를 상징하는 단어일 수 있지만 한국에선 아직 ‘보수세력의 캐치프레이즈’라는 지적이 가능하다.
정당정치 측면에서도 프랑스의 경우 1960년대 ‘68세대’ 이후 오랜 좌파적 전통이 뿌리를 내린 점에서 단선적 비교는 어렵다. 더욱이 최근의 프랑스 우경화엔 이민자 문제로 인한 극우주의 부상이라는 ‘역사적 퇴행’이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강원택 숭실대 교수는 “프랑스 대선 결과를 경제적 안정과 성장 중심으로 해석하는 것은 굉장히 단순화하는 이야기”라며 “대선의 판단기준은 이미지가 아니라 정책과 정체성”이라고 말했다.
〈김광호·파리|최희진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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