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막걸리 어때? 막걸리 한 잔 하러 가자!”
요즘 저녁약속을 잡을 때 쉽게 들을 수 있는 말이다. 작년 한해 동안 가장 큰 화두로 떠오른 막걸리는 이제 단순한 열풍을 넘어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았다. 백화점은 물론 마트의 주류코너에 가보면 수십여 종의 막걸리들이 판매되는 것을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요즘 새로 오픈 하는 술집들을 살펴보면 막걸리를 전면에 내세운 곳들이 대부분이다.
특히 그 동안 허름한 민속주점 형식의 획일적인 분위기를 벗어나 다양한 인테리어와 콘셉트로 손님을 맞고 있는 개성 있는 막걸리 전문점들도 늘고 있다. 소위 막걸리 바(Bar)라고 불리우며 막걸리 문화의 새로운 장을 열고 있는 주점들이 그 주인공이다. 젊음의 거리 홍대와 압구정 일대에서 눈에 띄는 막걸리 바 두 곳을 레스토랑 가이드 다이어리알(www.diaryr.com)이 소개한다.
압구정 막걸리계 대표주자, 달빛술담 문자르
경쾌한 분위기가 돋보이는 압구정동의 막걸리 바다. 얼핏 보면 최근 한창 유행하는 모던 빈티지풍의 카페 같다. 막걸리 보다는 커피나 브런치가 어울릴 법한 인테리어다. 오랜 기간 외식업에 종사한 이승택 사장이 몇 해간 준비 끝에 작년 11월 오픈했다. 2~3년 전 일본에서 막걸리 붐이 일어나기 시작했을 때, 국내에서도 새로운 분위기의 막걸리 전문점을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준비하게 되었다고.


오랜 기간 공들여 문을 연 공간인 만큼 공력 있는 메뉴리스트가 돋보인다. 주류리스트의 경우 막걸리를 기본으로 남한, 북한, 일본 소주와 명품주도 판매한다. 다양한 종류의 막걸리가 익숙하지 않은 손님들을 위해 대통령막걸리, 명품막걸리, 청와대칵테일로 나누어 쉽게 선택할 수 있게끔 했다. 직접 빚은 누룩으로 술을 담그는 금정산성막걸리나 친환경 국산 햅쌀로 담근 배다리누보막걸리 같은 유명한 막걸리들로 그 리스트를 채웠다. 복분자나 유자가 들어간 칵테일막걸리는 물론 포항지역의 한 도가와 손을 잡고 이곳에서만 맛 볼 수 있는 달빛술담막걸리도 선보인다.
술을 마시는 상황에 맞게 안주의 종류와 양을 달리한 안주리스트도 재미있다. 가볍게 한 잔 하고 싶을 때는 ‘눈썹달’, 살짝 출출한 감을 달래며 진득히 술을 마시고 싶을 때는 ‘반달’, 푸짐하게 차려놓고 마음껏 술을 즐기고 싶을 때는 ‘보름달’에서 메뉴를 선택하면 된다. 가장 인기 있는 아이템은 보름달 리스트에 있는 옥돌수육&보쌈김치. 옥돌 위에 올려진 수육과 함께 곁들임으로 굴이 듬뿍 들어간 배추김치와 부추무침이 제공된다. 칼칼하면서도 감칠맛이 도는 김치에 싸먹는 촉촉하게 잘 삶아진 수육은 끊임 없이 막걸리를 부르는 술도둑이다.
달빛술담막걸리 7000원, 복분자막걸리 1만2000원, 옥돌수육&보쌈김치 2만9000원. 강남구 신사동 644-19(02-541-6118)
홍대 막걸리계 신성, 부르주아 피그
영화감독 김동빈이 오픈한 귀엽고 아담한 막걸리 전문점이다. 가정집으로 쓰이던 건물의 벽을 허물고 방을 개조해 가게를 꾸몄다. 그래서인지 집처럼 아늑하다. 인테리어는 아트디렉터가 맡아서 했으며 영화 콘티작가가 그림을 그려 장식해 곳곳에서 영화인들의 손길이 느껴진다.


5가지의 막걸리를 마실 수 있는데, 매달 변화를 주어가며 이달의 막걸리를 한 가지씩을 소개하는 것이 재미있다. 5대째 술을 빚고 있는 양조장의 막걸리를 비롯해 승려들이 마셔온 백련잎을 이용한 막걸리 등 엄선된 막걸리리스트가 눈에 띈다. 김 사장은 시원한 맛의 덕산쌀막걸리와 청량감이 우수하고 깔끔한 맛의 고양 배다리생막걸리는 날이 더워지는 요즘 같은 시기에 제격이라고 추천한다. 막걸리 1병의 가격이 모두 5천원으로 저렴한 편이라 주머니가 가벼운 학생들도 부담 없이 마실 수 있다.
기본 안주로 멸치와 견과류가 제공된다. 전주 가맥에서 영감을 얻어 착안한 황태구이가 가장 인기다. 가맥은 슈퍼에서 테이블 몇 개를 가져다 놓고 포나 오징어와 같이 간단한 안주에 맥주를 마시는 것으로 전주지역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술문화이다. 전주 영화제 때나 영화 관계자들은 흔히 가맥을 즐기는데, 서울에는 없는 것이 아쉬워 가맥 스타일의 안주는 선보이게 되었다고. 강원도산 황태를 사용해 껍질을 제거한 후 그릴에서 구워낸 황태구이는 먹기 좋게 잘라 전주에서 가져온 특제 소스와 함께 먹으면 된다. 조만간 테라스를 오픈 할 예정이라니 야외에서 시원하게 마시는 막걸리를 원한다면 추천할만하다.
고양배다리생막걸리 5000원, 황태구이 1만2000원, 골뱅이무침 1만5000원. 마포구 서교동 397-10(02-338-42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