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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달 흑풍령
■ 黑風令 제1권 天使의 눈(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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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경(燕京).
행정상(行政上) 북경(北京)이라 불리우는 이름이 있지만 대륙인
(大陸人)들은 북경이라 칭하지 않고 연경이라 부른다.
서안(西安)의 옛 지명인 장안(長安)을 잊지 못해 그곳 사람들은
장안 사람이라 스스로 칭하고, 금릉(金陵)이란 옛 이름을 동경해
온 남경(南京)사람들이 여전히 남경을 금릉이라 칭하듯 북경을 대
륙인들은 연경이라 부른다.
그것은 단지 옛 향수(鄕愁)를 못잊어서가 아니다.
자신들만의 자부심(自負心) 때문이다. 대륙 서북방의 중심인 장안
(長安), 강남의 중심 금릉(金陵), 동북방의 중심인 연경(燕京)은
그 지방의 산업과 정치의 핵이기 때문에 그곳 사람들의 자부심은
상당하다.
또한 길게는 몇백 년, 짧게는 몇십 년씩 중원대륙을 지배해온 왕
조(王朝)의 땅이기에 그들은 그곳에 산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다른
지방 사람들에게 묘한 우월감(優越感)을 가진다.
연경은 당금 명조(明朝)의 황도(皇都)다.
아득히 멀리 원시림으로 뒤덮인 운남(雲南)의 오지(奧地)로부터
동정호(洞庭湖)를 거쳐 동해(東海)의 상해항(上海港)까지, 장장
일만 이천 리(里)에 걸쳐 중원대륙을 동서로 횡단(橫斷)하며 도도
히 흐르는 대하(大河)인 양자강(揚子江)의 하류를 끼고 대륙 평야
의 중심부에 우뚝 선 중원 최대의 성시(盛市)가 바로 이곳이다.
수륙양로(水陸兩路) 사통팔달(四通八達).
황궁(皇宮)인 자금성(紫禁城)을 중심으로 사방 백여 리에 걸쳐 원
형(圓形)을 이루고 있는 연경성시(燕京盛市)는 한낮의 따사로운
양광(陽光) 아래서 보면 그 호화찬란함에 눈이 멀 지경이다.
그러나 밝음(光)이 있으면 어둠(暗)이 있고 양지(陽地)의 뒤편에
는 항상 음지가 존재하는 법!
웅장하고 호화로운 고관대작, 거호부상들의 거대한 장원(壯院)과
고루거각(高樓巨閣)과는 달리 연경성의 관리들이 항상 눈의 가시
처럼 생각하는 빈민굴(貧民窟)이 있었다.
토민가(土民街).
연경의 높디 높은 성벽의 북문(北門) 밖.
만리장성보다 높은 성벽과 맞닿아 이어진 민둥한 야산(野山) 기슭
에 위치한 토민가는 입김만 세게 불어도 곧 와장창 쓰러질 것 같
이 낡은 움막 수백 채가 개딱지처럼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백정, 창부, 장인, 보부상, 점소이, 장의사, 맹인, 불구자 등의
비천한 신분의 빈민들이 모여 사는 곳.
토민가는 진흙 속에 나뒹구는 허접쓰레기처럼 보잘 것 없는 인간
들이 모여 산다하여 조정의 높으신 관리들이 붙여 놓은 이름이었
다.
시뻘건 황토흙으로 이루어진 야산의 중턱.
수백 채의 움막들과는 유난히 동떨어져 멀찌기 세워진 작은 통나
무집이 있었다. 손톱 만큼 작은 잔월(殘月)이 의미한 월광(月光)
을 뿌리는 여름밤(夏夜)이면 통나무 집은 황량한 벌판에 홀로 선
고목(古木)처럼 쓸쓸한 적막감에 휩싸인다.
쾨쾨한 곰팡내가 나는 구석진 골방 안에 홀로 앉은 인영이 있었
다.
(나 환우령(環宇翎)은 십 구 세 생일 기념으로 금강신묘정(金剛神
妙晶)을 훔쳐내기로 결정했다!)
어깨까지 완전히 드러나는 검은 가죽 조끼를 걸치고 대초원을 질
타하는 야생마(野生馬)처럼 날렵하게 균형잡힌 체격.
준수한 이목구비의 청년 환우령은 지금 얼기설기 불균형하게 만들
어진 탁자 위에 무엇인가 펼쳐놓고 열심히 들여다 보고 있었다.
"……"
의미한 등잔불 아래 환우령이 고심하는 표정으로 보고 있는 것은
중원전도(中原全圖)였다.
지도 위에는 한 줄기 붉은 선이 꼬불꼬불 그어져 있었다.
그것은 백혈태무존의 탄신일 이갑자(二甲子) 축하 선물로 금강신
묘정을 가지고 들어오는 서장 합밀사원의 대법왕 일행의 움직임을
옥문관(玉門關) 이후부터 낱낱이 기록해 놓은 행로(行路)였다.
살아있는 생불(生佛)이라고 추앙되는 서장의 노활불(老活佛)인 살
가대법왕(薩伽大法王).
그는 한 달 전에 옥문관에 들어서면서 중원대륙의 암흑가를 향해
다음과 같이 선포했다.
노납은 금강신묘정의 행로 예정을 사전에 밝히고자 한다.
본시 보물(寶物)이란 능력있는 자가 취함은 당연한 결과이니 스스
로 생각컨대 자신이 금강신묘정의 주인이 될 능력이 있다고 생각
하는 자는 서슴지 말고 노납의 수중에 있는 금강신묘정을 취하라.
허나 능력이 따르지 못하는 지나친 탐욕은 화(禍)를 불러들이는 법.
이후에 일어나는 불미스러운 사태는 노납이 책임질 수 없노라.
매우 온유한 표현을 쓰고 있으나 실로 칼날 위에 서린 냉기(冷氣)
처럼 섬뜩한 의미를 담고 있었다.
동시에 대법왕은 자신을 수행하는 합밀사원의 백팔장로들로 하여
금 예정행로를 표시한 지도 일만 장을 중원 각처에 배포하도록 하
였다.
그리고 그날 밤 웬만한 중소방파(中小幇派)의 전체를 합한 힘을
능가할 만큼 무공(武功)이 뛰어난 감숙성(甘肅省) 제일의 대도(大
盜)인 표풍삼십육도가 대법왕의 신변 가까이 접근해 보기도 전에
떼죽음을 당한 것이다.
환우령이 보고 있는 지도 또한 대법왕 일행이 배포한 예정 행로
지도 중 하나였다.
지도 위 붉은 선상에는 검은 점 수십 개가 찍혀 있었다. 그것은
대법왕 일행이 숙박하는 곳을 일일이 기록해 둔 곳이다.
드문드문 찍혀 있는 점은 연경에서 멈추어져 있었다.
대법왕 일행이 연경에 들어온 것은 옥문관을 출발한 지 꼬박 한
달이 소요된 어젯밤이었다.
"오늘 밤 훔쳐낼까……?"
그러다가 문득 환우령은 진중한 표정을 지으며 느릿하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야. 조급하게 서두르다가 만약 실패할 경우…… 나와 아버지
의 목숨은 끝장이다. 좀 더 신중한 계획을 세워야 한다."
나직한 독백을 흘리며 환우령은 중원전도를 걷어내고 그 다음 지
도를 유심히 살피기 시작했다. 그것은 놀랍게도 천하최강의 철옹
성(鐵瓮城)이라고 일컬어지는 공포의 절대 마역 백혈군마성(白血
群魔城)의 내부 배치도였다.
지도에는 후원에 심어진 회양목 한 그루까지 세밀하게 표시되어
있었다.
"내 무공(武功) 실력으로 그들과 정면으로 상대해서 금강신묘정을
탈취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어떤 방법으로 천사의 눈이라고 불리우는 그 환상처럼
신비로운 꿈의 보석을 훔쳐낼 것인가?
환우령의 안색은 심각하게 굳어졌다.
"천사의 눈은 지금 연경 제일의 보석상인 금문세가(金門世家)에서
백 팔 개의 묘안석(猫眼石)으로 주위를 장식하여 지상 최고의 아
름다운 목걸이로 세공(細工)되고 있다."
환우령은 습관처럼 콧등을 만지작거렸다.
"금문세가라면 손바닥 들여다 보듯 훤하게 알고 있는 나다. 금강
신묘정이 금문세가에 머물고 있는 지금이 슬쩍 하기에는 절호의
기회다."
그러다가 일순 환우령은 씁쓸한 고소를 머금었다.
"그러나 황보와 전노야(全老爺)의 친분을 생각하면 도저히 그런
파렴치한 방법을 쓸 수는 없다. 또한 대법왕 일행도 촉각을 곤두
세우고 하루 열두 시진 내내 철통같이 엄중한 호위를 하고 있을
것이다."
생각을 거듭할 수록 천사의 눈을 훔친다는 것은 불가능한 쪽으로
기울어가고 있었다.
그러나 환우령은 한 번 점찍은 물건은 절대로 포기하지 않는 성품
이었다. 황후(皇后)의 속옷이라 해도 한 번 점찍으면 반드시 훔쳐
내야 직성이 풀릴 정도로……
게다가 그는 지난 삼 년 간 이백 삼십 칠 번이라는 신화(神話)적
인 도행(盜行)을 해오면서 실패한 경우는 단 한 번도 없었다.
환우령의 시선은 다시 지도 위에 집중됐다.
백혈군마성의 내부를 샅샅이 머릿속에 기억하려는 듯 지도를 보는
환우령의 눈에는 활화산 같은 집념이 불꽃처럼 조용히 타오르고
있었다.
"……"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돌연 환우령의 뇌리를 섬전처럼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사람이란 누구나 남이 탐낼만한 귀중품을 몸에 지녔다고 생각하
면 신경이 극도로 예민해진다. 그럴 경우 상대가 비록 열 살박이
어린아이라 할지라도 그의 품 안에 있는 물건을 감쪽같이 훔쳐낸
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기에 내가 그 물건을 반드시 훔쳐내기로 결심했다면 먼저 상
대의 주위를 산만하게 하여 극도로 곤두선 신경을 다른 곳으로 쏠
리게 한 다음 그 찰나적으로 생기는 허(虛)한 틈을 타서 감쪽같이
훔쳐내는 것이다.
그러나 만약 그 방법도 실패할 경우, 노리는 상대가 가고자 하는
목적지까지 당도하도록 조용히 내버려 둔다.
목적지에 당도한 상대는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극도로 예
민했던 긴장을 풀고 편히 쉬고 싶다는 헤이한 마음이 생긴다.
그때가 바로 가장 완벽한 기회다!
그것은 환우령에게 신투술(神偸術)을 가르쳐 준 황보의 걸직한 음
성이었다.
황보라는 인물은 칠십 이 세의 술주정뱅이 노인(老人)으로 바로
환우령의 부친(父親)이기도 했다.
자신의 아들에게 도둑질을 가리킨 괴팍한 기인(奇人). 환우령은
아버지 생각을 하자 또 다시 머리가 지끈거렸다.
"제길…… 허구헌 날 술(酒)에 쩔어 돈을 물 쓰듯 하고 다니니…
…"
그렇다.
바로 삼 일 전만해도 환우령이 병부시랑(兵部侍郞) 조충헌(趙忠
憲)의 장원에서 훔쳐왔던 물경 은자 육천 냥에 달하는 금은보석
(金銀寶石)들을 터래기 하나 남기지 않고 빡빡 긁어가지고 나가서
다음 날 아침 동전 한 닢 남지 않은 빈털터리가 되어 술이 만취된
상태로 들어온 것이다.
그래도 거기까진 좋았다.
곤히 잠들어 있는 환우령을 발로 차서 깨우며 고작 한다는 말이…
…
-이놈아! 아비 속 쓰리다. 얼큰하게 해장국 좀 끓여 와라!
언제나 그랬다.
천만금을 들고 나가도 다음날 아침이면 어김없이 빈털터리로 들어
오는 황보의 낭비력은 밑 빠진 독에 물붓기였다.
"오늘밤에도 어느 도박장에서 골패(骨牌)나 돌리고 있겠지."
나직이 흐르는 씁쓸한 음성.
환우령은 이미 황보의 낭비력과 술주정에 무감각해져 있었다.
문득 턱을 괴고 두 눈을 지그시 감는 환우령의 미간에는 깊은 골
이 패였다.
"으음……"
어느 순간 번쩍 뜨는 환우령의 두 눈에 기광(奇光)이 어렸다.
"결정했다. 백혈군마성에 도착했을 때 훔치는 것이다."
환우령의 짙은 검미(劍眉)가 가볍게 오므려졌다.
"대법왕 일행은 무사히 도착했다는 안도감에 긴장이 풀릴 것이고
백혈군마성의 백혈태무존 또한 체면상 보석에 대해 별반 흥미를
나타내지 않을 것이다. 금강신묘정은 축하 선물로 받자마자 그의
거처에 있는 비밀 금고로 들어가게 될 것이다. 바로 그때가 완벽
한 기회다."
계획의 골격은 섰다.
그러나 백혈군마성에는 어떤 방법으로 들어 갈 것인가?
강호에 아무런 이름도 없고 무림인도 아닌 환우령에게 백혈태무존
의 초대장이 보내질 리는 만무했다.
"허나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어떤 기발한 생각을 해냈음인지 의자에서 일어나는 환우령의 입가
에는 실낱같은 미소가 스치고 있었다. 환우령은 자신의 침실로 돌
아왔다.
그는 항상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서 황보조차 모르는 비밀 장소에
황금 오천 냥의 값어치에 달하는 금품(金品)을 숨겨두고 있었다.
"크크…… 천하제일의 보석 금강신묘정을 훔쳐내는데 투자 금액을
아껴서는 안되지."
침상 밑,
이곳이 바로 귀신 뺨친다는 황보조차 모르는 환우령 자신만의 비
밀 금고였다.
환우령은 침상을 한쪽으로 밀어내고 미세한 틈도 없이 완벽하게
위장된 한 자 넓이의 바닥 판자를 들어냈다.
이어 그 속에서 판자 크기 정도의 거무튀튀한 철괴를 들어냈다.
환우령은 흡족한 눈빛이었다. 이 철괴 속에 들어 있는 황금 오천
냥을 생각할 때면 황보가 아무리 낭비벽이 심하다 해도 항상 마음
이 든든했기 때문이다.
헌데 덜컹하고 철괴가 열리는 순간 환우령의 두 눈이 휘둥그래졌
다.
"이…… 이럴 수가……!"
경악(驚愕)…… 분노(忿怒)…… 허탈(虛脫)……
환우령의 안색은 찰나간에도 수십 번이나 복잡미묘한 감정을 나타
내고 있었다.
없었다.
늙은 노파의 쌈지돈처럼 소중하게 간직해 오던 황금 오천 냥에 달
하는 귀금속(貴金屬)들이 감쪽같이 없어진 것이다.
극도의 분노로 인해 환우령의 입술 근육이 부르르 떨렸다.
"황보가…… 이것마저……"
아무리 들여다 봐도 철괴의 바닥은 도굴 당한 무덤처럼 텅 비어
있었다.
쾅!
환우령은 철괴가 찌그러져라 세차게 뚜껑을 닫았다.
그는 흐트러진 침실을 그대로 놔두고 퉁기듯이 통나무집을 뛰쳐
나왔다.
밖은 칠흑같이 어두운 밤(黑)이었다.
휘스스스……
끈끈하고 후덥지근한 여름 밤의 야풍(夜風)이 환우령의 귀밑 머리
를 스쳐갔다. 암천(暗天)에서는 손톱만한 잔월(殘月)이 실구름 사
이를 넘나들어 희미한 빛을 뿌리며 그의 어깨 위로 부서져 내렸
다.
일순 환우령은 가슴속에서 솟구치는 흥분을 삭이며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아니야…… 이렇게 된 바에야 황보를 찾아서 따지는 것보다 자금
을 마련하는 일이 더 시급하다."
환우령은 다시 통나무 집으로 들어가 도행(盜行)에 필요한 야행복
(夜行服)과 몇 가지 도구를 준비해 가지고 나왔다.
연경성시로 들어서는 환우령의 뇌리에는 오늘 밤에 어느 집을 털
것인가를 고심하고 있었다.
밤은 깊어 삼경(三更).
지나다니는 행인 한 사람도 발견할 수 없는 연경성시의 드넓은 관
도(官道)는 죽음의 벌판처럼 적막하고 을씨년스러웠다.
연경성시의 남쪽은 곧 쓰러질 듯한 움막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토민가와는 달리 고관대작들의 으리으리한 장원(莊院)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는 귀족가(貴族街)였다.
이 거리에는 대낮에도 걸어 다니는 행인은 눈을 씻고 봐도 찾을
수 없었다.
모두 마차(馬車)를 타고 다니기 때문이다.
환우령은 어두운 담그늘 속에 몸을 숨기고 쥐를 쫓는 고양이처럼
사뿐한 걸음걸이로 어둠을 헤치며 귀족가 어귀로 들어섰다.
"이제부터 신중하게 행동해야 한다. 이 귀족가는 깊은 밤중에도
순라군들이 쉴 새 없이 지나다니며 조금이라도 행동이 수상한 인
물은 무조건 잡아들이는 곳이다."
환우령은 자신에게 타이르듯 중얼거리며 주위를 살피다가 돌연 후
미진 골목으로 재빨리 몸을 숨겼다. 저 멀리 두 명의 순라군이 서
슬이 퍼런 장창을 움켜쥐고 뚜벅뚜벅 걸어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환우령은 그들이 완전히 지나간 후에도 담벼락 뒤에 숨어서 호흡
을 멈춘 채 한 동안 꼼짝도 하지 않았다.
어둠 속에서 두 눈이 반짝인다.
환우령은 주위를 예리하게 살피다가 재빨리 도행(盜行)의 준비를
서둘렀다.
"오늘밤은 예부상서(禮部尙書) 율상관의 집을 방문해야겠군. 그는
일 년 전에 맞아들인 셋째 부인 염교교의 미모에 흠뻑 빠져 그녀
가 청하는 것이라면 그 즉시 승낙할 정도라지…… 염교교는 갖은
교태를 부리며 지난 일 년 간 수많은 보석을 선물 받았다는 것은
밤거리에 파다하게 소문날 정도다."
환우령은 손등까지 덮이는 검은 야행복으로 갈아 입었다.
"지금쯤이면 상당한 금은보석을 모아 두었을 거야."
그는 품 안에서 검은 역용액을 꺼낸 후 얼굴은 물론 양손까지 노
출되는 피부에는 전부 검은 역용액을 발랐다.
순식간에 그의 얼굴이 깜둥이처럼 변했다. 그리고는 훌쩍 담장 위
에 올라선 후 담장을 타고 독수리보다 민첩하게 신형을 날렸다.
그는 순라군들의 눈을 피하기 위해 으슥한 골목길만을 택해 움직
였다.
스스스스스……
바람을 가르며 움직이는 환우령의 모습은 마치 어둠의 덩어리가
움직이는 것 같아 가까이 다가가서 보기 전에는 식별이 불가능했
다.
저 멀리 예부상서의 저택이 보이는 지검에서 환우령은 걸음을 멈
추었다. 뒤 이어 도행 준비의 마지막으로 두 발에 두툼한 덧신을
신었다.
발바닥 부분에 한 치의 두께로 푹신한 솜이 깔려있는 이 덧신은
아무리 빨리 달려도 소리가 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높은 곳에서
뛰어 내려도 충격을 흡수해 주기 때문에 여간 긴요한 것이 아니었
다.
이 덧신은 환우령이 어느날 순간적으로 고안해낸 걸작품(傑作品)
이었다. 지금은 연경 일대의 도둑들에게는 필수품이 된 덧신.
어쨌든 지금 예부상서의 대저택은 황제의 자금성(紫禁城)을 옮겨
놓은 듯 호화찬란하고 방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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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감사,,,,,,,,,,,,
잘봅니다..^^
감사
감사
즐감.
즐감~~
즐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