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악산이 기가 막혀!!!
▲치악산 비로봉에서의 남쪽 조망.
◐ 프롤로그 ◑
산 생각을 내려놓고 잠시 멍 때려보자 했습니다.
산을 그냥 바라보기만 하자, 그리 마음먹었습니다.
한데, 만사가 늘 그렇듯 그게 마음대로 안 되더이다.
외곽을 도는 위성처럼 떨어져서 산을 바라보았더니,
산으로 향하는 생각들만 돌탑처럼 수북이 쌓여 가고
산자락에서 불어오는 바람과 냄새가 그립기만 하더이다.
강물 위로 던진 돌이 담방담방 물수제비를 만들 듯
심장 속에서 자꾸 발자국 수제비가 떠지는 걸 어이할거나.
다시, 마루금에 발자국을 한 땀 한 땀 떠 넣기로 했지요.
발걸음 하나에 행복 한 점, 그렇게 거리를 좁혀 가렵니다.
자신한테 화가 났을 뿐, 어떻게 산을 잊을 수 있으리이까?
※용어 정리
첫째. 기맥이냐 지맥이냐.
100km 기준, 그 이상이면 기맥, 그 미만은 지맥으로 한다.
둘째. 강의 온전한 울타리면 그 이름을 따르고,
그렇지 않은 경우는 대표적인 산의 이름을 따르기로 한다.
결론. 기존의 영월지맥, 춘천지맥은
춘천과 영월을 잇는다는 의미의 영춘지맥에서 출발했던 바,
산자분수령에 따라 별개 마루금으로 구분함이 논리적이라 생각됩니다.
기존 영월지맥은 섬강이나 평창강을 온전히 아우르지 못하는 바,
대표 산인 치악산의 이름을 따라 치악기맥으로 칭함이 합리적이고,
그리고 기존 춘천지맥은 홍천강을 아우르는 마루금으로
홍천강의 이름을 따서 홍천기맥으로 칭함이 옳다고 생각됩니다.
◐ 산행 얼개 ◑
언제 : 2019년 6월 2일.
어디 : 전재-매화산-천지봉-치악산.
누구랑 : 대한민국 마루금을 주름잡는 착한 사람들.
▲오늘은 치악이를 만나는 날, 가슴 떨리는 날!
시원한 바람이 몰려와, 멎을 것 같은 심장을 어루만져 줍니다.
▲아름다운 산길이 우리를 유혹하고 있습니다.
▲우리 삶은 얼마나 많은 일상의 포기들로 이루어지는가.
소중한 일상을 포기하고 여기 왔습니다. 금줄이여, 그 의미를 아시는가.
▲이 금줄은 다른 의미의 영역표시. 구진농장 경계선.
▲시원하게 뻗은 나무들 사이로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산행을 감칠맛 나는 동기감응의 미덕으로 토스해 줍니다.
▲풍경과 분위기에 맞춰 걷고 쉬고,
그러다가 돌아보면 우리네 삶은 기름진 옥토로 변해 있습니다.
▲산길, 특히 마루금 걷기는 땀방울을 감미료로 첨가함으로써,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을 비익연리로 묶어주는 동아줄 메신저가 됩니다..
▲멋진 소나무들 앞에서 우러나는 건, 감동!
그 말 말고는 적당한 표현이 떠오르지 않습니다.
▲왼쪽 아래, 구진농장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보내고 있습니다.
몇 시간 후의 미래를 건너다 보고서 무언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던 걸까.
▲마치 영혼을 치유하는 종교의식처럼,
우리는 곁눈질 한번 하지 않고 산에 빠져 듭니다.
▲우리가 산에 익숙해지고 산이 우리에게 익숙해질 즈음,
전기선 울타리는 끝이 나고 오로지 산만을 생각하는 시간이 됩니다.
▲농장 초원 저 너머, 이름만 거창했던 風吹山이 괜스레 멋적어 하네요.
▲특이한 모습에 반해 카메라를 들이댔습니다.
불꽃 모양의 저 모습을 가슴에 투영시켜 山 열정에 군불을 지핍니다.
▲매화산을 가늠할 수 있는 조망대, 헬기장.
그리고 이 헬기장의 가장 큰 미덕은 모두에게 공평한, 넓은 품.
▲산은 우리 마음을 끌어당기는 흡인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산이 우리 마음에 들어온 이후 산 없이는 인생을 생각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매화산 클로즈업. 왼쪽 바위덩이가 궁금증을 유발합니다.
▲땀 한 줌 쏟아내고 오른 매화산 고스락!
산과 산사람의 합작 내공이 산정의 분위기를 녹여냅니다.
▲산이라는 무대에 올라 하루동안 합동공연을 펼치는 우리들.
각자 배역에 몰입하다 보면, 어느 순간 거친 숨소리만 온 산에 가득합니다.
▲암릉구간이 유혹합니다. 못 이기는 척 유혹에 넘어갑니다.
▲산마루 바위턱에 앉아 있으니 몸 속에서 뭔가가 빠져나갑니다.
순수하게 텅빈 상태로 방치됩니다. 그것을 저 앞의 천지봉이 축하해주고 있습니다.
▲능성 너머로 치악산 비로봉이 얼굴을 내밀어 인사합니다.
말없이 건네는 '대답다운 대답'이 가슴 안으로 밀고 들어옵니다.
▲발 아래, 한다리골이 넓은 품을 자랑하고 있네요.
▲그냥 마음 가는대로, 모든 걸 산에다 맡긴 채, 바람처럼 흘러 가렵니다.
▲꿈을 담아두는 그릇이 텅 비어 있어서,
그걸 채우기 위해 산을 타는 지도 모릅니다.
▲내리 꽂히던 된비알에서, 헬기장이 잠시의 휴식을 제공해 줍니다.
▲수레너미재.
▲나무를 보고 있는 걸까 하늘을 보고 있는 걸까.
▲느린 우체통!!!
그래, 빠른 것이 대세인 시대, 느린 것의 소중함이 절실한 시대이지요.
▲바닥까지 떨어졌던 마루금이
롤러코스터처럼 천천히 위로 올라가기 시작합니다.
▲마치 블랙홀에 빨려들듯,
산의 정기가 저 나무의 가랑이 속으로 모여들고 있다?
▲숨막히는 된비알 속에 숨막히는 고요가 지배하고 있습니다.
▲천지봉에 따뜻한 햇살이 내려앉고 있습니다.
▲산이 선사하는 마력에 사로잡혔습니다. 녹색의 향연에 풍덩 빠져 있습니다.
▲조망바위가 공간을 열어 숨통을 틔워 줍니다.
마치 도화지의 여백처럼 상상의 여지를 남기며 신세계가 열렸습니다.
▲배너미재와 비로봉의 합동공연이 볼 만합니다.
▲배너미재를 당겼더니, 향로봉~남대봉 하늘금이 같이 달려나옵니다.
▲비로봉 오른쪽으로 삼봉능선도 같이 달려나오고.
▲녹음도, 고목도, 산길도 햇살을 흡수해
그 어느 때보다 빛나는 아름다움이 산자락에 묻어 있습니다.
▲치악산은 앵초의 보고입니다.
빤히 올려다보는 모습이 정겹고 앙증 맞은 꽃.
▲평생 마음에 담아두고 있는 연인이 산이었으면 좋겠다....
▲데칼코마니처럼 산의 모습이 그대로 가슴 속에 새겨지면 참 좋겠다....
▲바위 주변에 맑은 햇빛이 잔잔하게 흐르고 있네요.
▲부드러움의 대명사 가는잎그늘사초.
그늘에서도 잘 자라는 그 생명력을 배우고 싶어요.
▲지금은 산의 유령이 되어 이산 저산 부유하고 있는 중.
▲옆으로 자라는 나무.
▲치악산은 어디를 가나 한결같이 마루금스럽네요. 그래서 뽀대나게 좋습니다.
▲내려온 길 돌아보면, 산행의 색체가 한결 선명해 보입니다.
▲오늘 산행의 대표 쌍두 주자 = 연리지 그리고 앵초꽃.
▲앵두꽃을 닮았다 해서 앵초라 했던가.
▲거짓이란 미끼를 던져 진실이란 잉어를 낚는다네.
Your bait of falsehood takee this carp of truth.
된비알이 왜 유격장으로 변했을까를 생각하다가 햄릿 한 구절을 떠올렸습니다.
▲비로봉 오르는 계단은 저리도 찬란한 양지이건만....
▲산 때문에 인정을 받고 산 때문에 원망을 사기도 합니다.
첫번째 토끼를 잡고 두번째 토끼를 잡으려다가
탱탱하게 차오른 풍선의 바람이 쉬이이이 하고 빠져버렸습니다.
▲뭐 어쨌거나 해피엔딩.
비로봉이, 산이, 모든 걸 잊게 해줍니다.
▲맛뵈기. 안내판 사진으로 기억의 얼룩을 씻어냅니다.
그런 다음, 비로봉의 진가를 확인합니다(시계진행 逆방향, 360도) .
▲(비로봉 조망 1). 아직 금줄에 묶여 있는 삼봉능선의 세 쌍둥이.
▲(비로봉 조망 2).
▲(비로봉 조망 3). 명봉산 클로즈업.
▲(비로봉 조망 4). 치악산의 제2봉이라는 시명봉이 도드라져 보입니다.
▲(비로봉 조망 5). 백운지맥의 주봉, 백운산.
▲(비로봉 조망 6). 시명봉, 남대봉 클로즈업.
▲(비로봉 조망 7).
OX문제. 사진에서 치악기맥 마루금상의 산은?
남대봉, 가창산은 O, 시명봉, 매봉산, 송학산은 X.
▲(비로봉 조망 8). 수평으로 뻗은 매봉산 줄기가 특이합니다.
▲(비로봉 조망 9).
백덕산과 구룡산 사이에는 구봉대산도 숨어있을 거고.
▲(비로봉 조망 10). 백덕산의 쌍봉을 한껏 당겨봅니다.
▲(비로봉 조망 11). 야생화의 천국인 청태산, 대미산.
▲(비로봉 조망 12).
▲(비로봉 조망 13). 육안으로는 공작산의 뾰족함이 눈을 찔렀는데.
▲(비로봉 조망 14).
▲인위적인 금이 '아름다운 마루금'의 등을 탁 치는 격이지만,
역할에 충실한 것이려니 좋은 의미로 새겨, 애써 찢긴 상처를 다독입니다.
▲아직은 넘어야 할 산이 남아있습니다.
다만 그 산이 내 좋아하는 산이 아니어서 아쉬울 뿐입니다.
▲정곡을 찔렸지만 이 아름다운 산길이 있어서 행복합니다.
▲어느듯 산행은 막바지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비로봉 돌아보기.
▲오늘도 비로봉 돌탑은 묵언수행 중.
▲길은, 산길은 우리 삶의 온기를 전해주는 핏줄과 같은 것.
▲쥐너미재 전망대.
▲삼봉의 다정함을 부러워하면서, 산행글을 마무리합니다.
마음을 나눠준 여러분들, 감사합니다. 산 같은 나날 되소서.
♣♧♣♧♣ ♣♧♣♧♣ ♣♧♣♧♣ ♣♧♣♧♣
◐ 에필로그 ◑
오늘은 바람이 쓰다듬듯 우리들 심신을 애무한 날,
달고 깊은 잠에서 깬 듯 명징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치악의 돌탑 아래 퍼질러 앉아 사방을 둘러보는데,
펼쳐진 풍경이 집요하게 머릿속 한 곳을 후려치고,
생각 한 줄기가 곤충의 촉수처럼 따끔 꽂혀 왔습니다.
한 걸음 한 걸음, 그 무한 반복이 마루금으로 변신,
사람과 자연을 잇는 연리지급 메신저로 진화합니다.
결국 마루금 여행은 산이 우리에게 주는 선물인 거고
발로 하는 운동이 아닌, 마음으로 하는 순례가 됩니다.
이제야 겨우 풀리지 않던 퍼즐의 실마리가 잡혔습니다.
우리는 지금 마루금을 매개로 한 생을 건너는 중입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치악산 산자락에서의 하루간 연극은 막을 내렸다.
자연이 원작자라면 그 치악의 아름다움을 쭉 봐온 세월은 연출가.
몸으로 뛰어 산이라는 무대를 땀방울로 적신 산사람들은 배우인 셈.
그럼 관객도 아니면서, 무대 주인도 아니면서, 금줄을 쳐놓은 이들은?
그래도 심장이 멎을 것 같은 매혹적인 산풍경이 있어서 위로가 되었던 하루였다네.
항상 따뜻한 눈길과 몸짓으로 물처럼 흐르는 시간을 공유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네. 땡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