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아토피 환자가 너무 많다.
마야가 아토피 환자를 치료해 주려고 예약을 받기 시작한 지도 두 달이 되었다. 그런데 달걀 귀신과 헤어지고 어쩔 줄 모르고 있다.
친구들이 자꾸만 물어 본다.
“언제 치료 받을 수 있어?”
“지금은 안 돼.”
“왜?”
“달걀 귀신이 떠났어.”
“그럼, 이제 치료 받을 수 없어?”
“아니, 다시 온다고 했어.”
“정말? 난 달걀 귀신도 보고 싶은데.”
마야는 달걀 귀신을 처음 만난 날을 기억해 봤다. 하지만 어떻게 만난 지 기억이 나질 않았다.
“승아, 밥 먹자.”
승아는 닭 강정 귀신이 떠났는데도 학교에서 돌아오면 화장실 청소를 한다. 언젠가 다시 돌아올 닭 강정 귀신을 위해서 깨끗이 청소해야 한다고 하면서.
“네, 엄마.”
승아는 닭 강정 귀신을 처음에 어떻게 만났을까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분명히 화장실에서 닭 강정을 먹어야 해.”
“그리고…….”
승아는 시간만 나면 닭 강정 귀신을 처음 만난 날을 생각하고 있다.
“변기에 앉아서 닭 강정을 먹으면서 내가 노래를 불렀던가?”
“아니야, 내가 닭 강정 맛있다고 했던가?”
승아는 어떻게 해서 닭 강정 귀신을 만났는지 생각이 나질 않았다.
승아는 냉장고에 있는 닭 강정 박스를 꺼내서 자세히 살펴 보았다.
상호, 주소, 전화번호, 그림을 봐도 아무 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젠장, 어떻게 다시 만나지.”
승아는 오늘도 학교에 가면서 닭 강정 귀신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다.
“화장실 가는 것도 재미없어. 청소 하는 것도 재미없고.”
“다시 보고 싶다. 닭 강 정 귀 신.”
승아는 학교에서 공부를 열심히 하고 친구들과도 즐겁게 지냈다.
벌써 1학기가 끝나가고 있다. 며칠만 더 다니면 방학이다. 승아는 방학이 되면 닭 강정 귀신을 다시 보고 싶다. 그리고 마야를 만나서 아토피 환자들을 치료해 주고 싶었다.
“닭 강 정 맛 있 다 .”
승아는 닭 강정을 만나던 첫날의 기억을 되살리고 있다.
“닭 강 정 맛 있 어. 정 말.”
“닭 강 정 너 정 말 맛 있 구 나 냠 냠. 세 상 에 서 난 닭 강 정 이 제 일 좋 ~ 아.”
“그래 이거야. 바로 이거다.”
승아는 너무 기뻤다. 닭 강정 귀신을 처음 만난 날의 기억이 생생히 떠올랐다.
학교에서 수업을 마치고 승아는 집까지 뛰어갔다.
그리고 화장실로 들어갔다.
“아니야, 닭 강정을 하나 가지고 와야지.”
하면서 냉장고로 달려간다. 신발도 벗지 않고
“얘는 신발도 안 벗고.”
엄마는 승아가 신발도 안 벗고 거실로 들어오는 것을 보고 한 마디 했다.
“엄마, 알아냈어.”
“뭘?”
“닭 강정 귀신 만나는 거.”
“정말?”
“응. 기다려봐.”
“다시 올까?”
승아는 닭 강정 박스에서 하나를 들고 화장실로 달린다. 현관문을 향해 신발을 벗어 던지고 화장실 문을 열고 들어오더니 외친다.
“닭 강 정 너 정 말 맛 있 구 나 냠 냠. 세 상 에 서 난 닭 강 정 이 제 일 좋 ~ 아.”
그리고 한 참 기다렸다.
“안녕, 승아야.”
“와! 엄마아.”
“왔어. 왔다구!”
승아 엄마가 화장실로 달려왔다.
“안녕하세요.”
“안녕.”
승아도 엄마도 놀랐다. 다시 닭 강정 귀신이 오다니
“세상에!”
승아는 너무 행복했다. 다시 만날 수 있어서 너무너무 행복했다.
“어떻게 지냈어?”
“착한 아이들을 찾아다니며 바쁘게 지냈어.”
“승아야, 나 지금 바쁘니까 다음에 다시 올게.”
“알았어.”
승아는 바쁜 닭 강정과 헤어지고 방에 들어와서 마야에게 전화를 했다.
“마야, 잘 지냈어?”
“응.”
“닭 강정 귀신 다시 만났어.”
“정말?”
“응. 오늘 만났어.”
“어떻게?”
“처음 만난 날 말했던 것을 기억하고 다시 말했더니 나타났어.”
“정말?”
“응.”
“난, 뭐라고 했는지 기억이 안 나?”
“잘 생각해 봐.”
“아무튼 다시 만날 수 있다니 너무 좋다.”
“그래. 나도 너무 좋아.”
마야는 승아와 전화를 끊고 달걀 귀신을 처음 만난 날을 다시 기억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