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실이란
한 인간이 자신에 대해서나
타인에 대해서나 얼마나 외로운
존재인가를 확인하는 곳이고, 그런
자신의 모습이 가감없이 드러나는 장소이다.
지금까지 손에 쥐고 있다고 생각했던
애정과, 쌓아왔다고 확신했던 인간관계가
그저 거짓과 무관심과 착각과 기대에 의해
만들어진 환상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두 눈으로 목격하고 절망에 빠지는 일이 종종있다.
인간이 사실을 정면으로 마주한다는 건
애당초 불가능한 일이야.
절대로 그러지 못해, 물론 사실은 하나 뿐이야.
그러나 사실에 대한 해석은
관련된 사람의 수 만큼 존재해.
사실에는 정면도 없고 뒷면도 없어.
모두 자신이 보는 쪽이 정면이라고
생각하는 것뿐이야.
어차피 인간은
보고 싶은 것밖에 보지않고, 믿고 싶은 것밖에 믿지않아.
살인이 잔혹한 것은,
살인이 피해자를 죽이는데 그치지않고
그 가족의 생활과 마음까지 서서히
죽여가기 때문이야.
하지만 그 가족을 죽이는 것은
살인자 본인이 아니라 그 가족들 자신의 마음이야.
진실이란 건 말이지,
네놈이 아무리 멀리까지 가서 버리고 오더라도
반드시 너한테 다시 돌아오게 되어있어.
원고지 육천매가 넘는 방대한 양의 이야기를 풀어 내는 작가의 역량이
처음에는 지루하고 꿰마추기 식의 이야기라 생각했는데
어쩐지 덮어 버리지 못하고 끝까지 읽게 만들었다.
잡지에 5년동안 연재한 이야기라한다.
단번에 써내려가기도 힘든 양이지만 5년에 걸쳐 잡지에 연재하려면
지나온 줄거리며 앞으로의 전개까지
그 머리속에 완전한 각본으로 들어 있어야 했지 않을까.
법률사무소에 다니던 23세의 청년이 생각하던
"인간은 누구나 마음속에 어둠을 지니고 있어.
범죄자만 사악한게 아냐. 너나나나, 다 똑같이
시커먼 부분을 갖고 살아가고 있어"
그걸 글로써 풀어 내어 그 어둠을 모두 직시하여
어둠에 속지 말자하고 있는 듯도 하다.
오늘 내 맘속의 어둠을 용심이나 보복이라는 말로
변명하며 저지른 일을 돌아본다.
2010 .11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