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간 [161.2]
신앙체험수기
우연이 아닌 감응의 결정체, 포덕 홍보물(2)
정하린_ 부산대남교구
그 이후 본격적으로 작업에 착수하기 위해
소속되어 있는 대남교구 교구장님께
본격적으로 홍보물 작업에 관한 건의를 드렸다.
교구장님께서는 너무나 반가워하시면서
적극적으로 함께 힘쓰자고 하시면서
도와주신 덕분에 ‘동학농민혁명’이
국가기념일로 제정된 것과
드라마 ‘녹두꽃’을 넣어
홍보물을 기획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실행으로 옮겨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어떻게 하면 포덕을 효과적으로,
홍보물을 제작할 수 있을지 고민하였으나,
작업(기획)이라는 것이 그리 쉽지만은 않았다.
무엇보다 일인다역을 수용하면서
살아야 하는 생활 속에서 구상하고
작업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무엇보다
후의 결과는
한울님의 감응에 맡길 문제라고 자신했지만
그래도 결과나 성과에 대한 걱정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그렇게 한 달여간의 시일이 지나고
홍보물 작업에 대한 지지부진함과 갈등이
심화되고 지속되면서 의지가 꺾일 무렵이었다.
아침에 밥을 먹고 설거지를 하면서
홍보물 작업이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결국 포기의 마음이 들었다.
설거지를 끝낸 후 교당 밴드를 통해
일을 중단 해야겠다고
글을 올리리라 생각을 했다.
설거지를 마저 끝낸 후 오전 11시 기도식을
봉행하려고 청수를 모시고 앉았다.
항상 기도식 봉행을 할 때는
경전공부를 겸해서 해왔다.
경전의 법설을 순서대로 읽어가며
어려운 부분들은 기존의 강해 저서들을
참고삼아 경전공부를 했다.
필자뿐만 아니라 누구든 경전을 펼칠 때면
대개가 그러하리라 생각하지만
그날도 아무 생각 없이 순서대로
공부할 것이라 마음을 먹고
경전을 손으로 펼쳤는데.....
마침 해월 신사님의 법설인
「용시용활」 페이지가 정확하게 펴진 것이다.
그래서 그날은 그냥 순서대로가 아닌
이 「용시용활」의 말씀을 공부하리라 생각하고
첫 구절을 읽어 내려가며 뜻을 되새기는데,
순간 둔기로 한 대 맞은 듯한 묘한 기분과
놀라움을 감출 수가 없었다.
그 내용의 핵심은 이러하다.
“무릇 나아가 일을 해야 할 때가 있고,
물러나 쉴 때가 있다. 해야 할 때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으면
한울의 운과 감응을 받지 못한다,
그것은 믿음도 아니요. ‘도’도 아닌 것이다.”
(『천도교 경전 공부하기』 , 라명재 주해 인용)
라는 글을 읽고 나니, 이것은 한울님께서
나의 속내를 읽고 간섭하고 명령하심이다.
하는 생각이 스쳐 지나가면서
그저 놀라울 따름이었다.
분명 이것은 나의 게으름과
나약한 신심에 대한 한울님의 간섭이다.
라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그래서 다시 마음을 돌리게 되는
계기가 되었으며, 이는 기필코
포덕을 홍보작업을 해야 하고, 지금
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다지게 되었다.
그리하여 교당 내, 두 분 동덕님들의
도움을 받아 함께 머리를 맞대어 다시
작업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어느 정도의 시안 기획이 끝난 후
인쇄소에 작업을 맡기게 되었고,
인쇄소에서는 여름 휴가철이라
시일이 좀 걸릴 수 있습니다. 라는
언질과 함께 필자와 함께 교정을 보면서
최종 작업에 들어가게 되었다.
그렇게 최종 작업을 맡기고 하루하루 보내던
어느 날, 오후 분주한 일상 때문에 지쳐서
낮잠을 자려고 하다가 누워 혼자 내심
‘포덕 홍보물 작업이 잘 되어 가는가,
한번 연락을 해봐야겠다. 왜 연락이 없지’ 하고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잠이 들었다.
한 시간쯤 잤을 것이다. 소위 사람들이 말하는
가위눌림도 아니고, 더위를 먹은 것도 아니고,
주변의 소음 때문에
잠이 깬 것은 분명히 아니다. 그 힘이
무엇인지는 아직도 필자는 가늠할 수가 없다.
잠을 자다가 순간 어떤 힘에 의해
소스라치게 놀란 것이다.
누워 있는 수면 상태에서 화들짝 놀라 깨어 앉은
시간까지는 그야말로 찰나의 순간이었다.
깜짝 놀라서 일어났는데 그때가 한여름으로
상당히 더운 시기였는데, 온몸에 소름이
쫙 끼치면서 얼음을 둥둥 띄운 찬물을
몸 전체에 확! 덮어쓴 것 같은, 정말
그 느낌을 지금도 말로는 형언하기가 어렵다.
온몸이 너무나 오싹하고 강추위에
오그라든 듯한 그 느낌은 아직도 생생하다.
더 이상했던 것은 어떤 힘으로 놀라
일어난 순간 머리맡에 두었던 폰에
바로 문자가 들어오는 소리가 있어
폰을 열어 보니 인쇄소에 도착한 문자였다.
“고객님 생각보다는 홍보물이
좀 빨리 완성이 됐습니다” 하고
견본을 보내온 것이다.
잠들기 직전 연락을 해봐야겠다고 생각하며
잠이 들었던 기억이 뇌리를 스치면서
정말 이 모든 것들이 우연의 일치라고
생각하기에는 너무 강력한 경험이고,
특별한 체험이 아닐 수 없다.
그때 만들어진 포덕 홍보물이 바로
함께 파일로 첨부해 드리는 자료이다.
그 이후 교당에서는
사람들의 이동이 잦은 곳(부산역)을 중심으로
조를 짜서 시일식을 마친 후 나가서
홍보물을 돌리기로 그렇게 의견이 모아졌다.
그러나 모든 동덕님들께서 다
생활들이 있으시다 보니 그것이 말처럼
쉽지 않은 부분도 있다.
그래서 그렇게 행동이 어려울 때는
각자 홍보물을 집으로 가져가서
짬이 나는 대로 나름의 방법대로
그렇게 홍보물을 돌린다.
솔직히 홍보물 제작을 마친 필자 역시
일부러 시간을 내어 홍보물을 돌린다는 것은
그리 쉽지도 않을뿐더러
쉽게 내키지 않는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필자는
생활 속에서 밥을 먹듯이 실천한다.
연구실에 방문하는 학부모들에게
나눠 주기도 하고, 공부를 위해 다니는
대학원생들에게 부담 없이 느끼도록 하면서
나눠주기도 하고, 또 식당에
밥을 먹으러 가는 경우나, 정비소를
들르는 경우나, 미용실을 갈 경우,
마트를 가거나, 시장을 가는 경우에
어김없이 잊지 않고 많은 양은 아니더라도
꼭 돌리곤 한다.
그들이 보든, 보지 않던 그것은
내 몫이 아닐 수도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내 믿음이요. 내 도리요.
내 정성이다. 결과는
한울님의 뜻에 맡길 뿐이다.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으나, 일례로
교당에서 포덕홍보물을 돌리기 위해서
부산역으로 갔을 때의 경험담을
언급하자면 이러하다.
거리를 다니다 보면 너무나 다양한
홍보물들을 많이 접하게 된다.
흔한 현상이기 때문에 대부분
거절한 것도 사실이다.
거기에 더해 사람들이 민감하게
느낄 수밖에 없는 종교 관련 홍보물이니
나눠주는 자로서도... 어찌 서먹함이 없고
낯설지 않았겠는가.
그래도 정성을 들여 만든 것이니
돌려야겠다는 용기를 가지고 일단
서 너 명의 동덕님들과 부산역으로 향했다.
개중에는 싸늘하게 거절하는 한울님들,
또 개중에는 마지못해 억지로 받는 한울님들,
또 개중에는 친절하게 받는 한울님들
등등 여러 반응을 보였다.
당연히 예감했던 것이고 응당 당연한 일이다.
각오는 했지만 내심 서운하기도 하고
민망하기도 했다. 그래도 해야 하는 일이다.
길거리에 수없이 많은 사람들, 그들도
한울을 모신 한울이니 그들이
한울 성품을 깨닫고 회복하도록 해야 한다는
오직 그 생각만 가지고 전달했다.
예비 한울님들을 진정한 한울님으로
모시는 일이 아니겠는가.
한 두 장 씩 돌리다 보니
요령도 금방 터득되었다.
앞만 보면서 바쁘게 길을 재촉하는 한울님,
폰에 매몰되어 있는 한울님, 양손에
짐을 많이 든 한울님들, 연인과의
담소에 빠져 있거나 사람들과의 얘기에
집중하는 한울님들은 거의 거절하였다.
그래서 가급적이면
한가롭게 사람을 기다리거나, 길가는
사람들을 구경하고 있거나. 아니면
차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에게
치중해서 돌렸고, 또는 서 있는 사람들 보다는
앉아 있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포덕을 했다.
혹시나 돌리고도 읽어보지 않고 소중한
홍보물을 버리지는 않을까 하는 염려 때문에
돌린 후 다시 멀찌감치 떨어져서 보니
대부분 예상 했던 대로 앉아 있는 사람들이나
한가로워 보이는 사람들은
앞뒤로 읽는 것을 확인했다.
그리고 홍보물을 돌릴 때도 받는 사람들의
자세는 알리고자 하는 쪽의 태도와 사뭇
비례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냥 떨어져서 쑥 내밀기보다는 가까이
붙어서 열정을 가지고 말이라도 몇 마디
건네면서 주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것을 알았다.
가령 여자분들에게 돌릴 때는 아무래도
드라마에 약할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건네면서 방법을 달라했다.
‘혹시 드라마 녹두꽃 보셨나요? 이거
드라마 녹두꽃과 관련된 것인데 꼭 앞뒤로
한 번씩만 읽어 봐주세요. 부탁드립니다’.
라는 식으로 접근을 하거나 아니면
‘이거 정말 제가 두 달 동안
잠도 제대로 못 자고 만든 것이니까.
정성을 생각해서 앞뒤로 딱 한 번만
읽어봐 주세요’ 처럼 때로는 감정에 호소하고,
때로는 사람들이 호기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말들로
거리를 좁히려고 하였다.
수기를 쓰고 보니 내용이 포덕 홍보에
더 취중 한 감이 있는 것 같아 이번
수기 공모의 취지와 의미상으로 거리가
먼 글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쨌거나 필자로서는 천도교에 입교 후,
처음으로 실행해 본 일이기도 하고
포덕과 관련하여 체험을 경험했던 일이기
때문에 함께 엮어서 글로 만들어 보았다.
많은 사람을 우리 천도교인으로 만들어
한울님의 덕을 함께 나누고 속히
지상천국을 건설하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한 일이 될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되기까지는 단기간에 이루어질 수 있는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 포덕 홍보물을
만들었다고 해서 당장에 크나큰 성과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지 않는다.
다만, 행동으로 실천해 보았다는 자부심과
경험은 내겐 너무나 값진 성과다.
그리고 필자는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우리 스승님들의 가르침과 정신으로 지켜 온
이 땅에서 태동된 동학, 그리고 오늘날의
천도교가 사람들에게 외면 받으며,
이단이라고 취급 받거나, 외래 종교로
오해받는 일만이라도
일차적으로 개선되길 바란다.
그것이 바로 우리 천도교가 힘을 얻는
시작의 단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비록 거창하고 대단한 수기의 내용이
아닐 수 있겠고, 일천한 소감이지만
필자의 진술한 고백이 한울님의 덕을
함께 나누는 많은 동덕님들께 조금이나
포덕에 대한 용기와
믿음에 감화가 되기를 바란다.
그리하여 하루 속히 우리 천도교(동학)의
위대하고 숭고한 정신이 온 인류에
아름다운 녹두꽃으로 피어나길
간절히 심고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