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가도, 옛날은 남는 것...

도연명과 이백의 음주시 장창호 ◆ 목 차 ◆ 1. 중국 음주시의 전통 2. 도연명의 음주시 3. 이백의 음주시 4. 도연명과 이백 음주시의 비교 1. 중국 음주시의 전통 송대의 안수(晏殊)가 “一曲新詞酒一杯”라고 읊었듯이, 중국문인의 두주불사 경향은 오랜 전통으로, 문인을 문인답게 하는 일종의 표시이다. 중국문인 중 대표적 음주시인은 남조(南朝)의 도연명과 당대(唐代)의 이백을 손꼽는데, 도연명은 “篇篇有酒(매 시편마다 술이 들어있다)”로 유명하고, 이백은 “ 一斗詩百篇(술 한 말에 시 백 편)”으로 유명하다. 이에 비하여 양자의 선배 문인들도 술을 목숨처럼 여겼으나 아직 음주행위를 시가창작으로 승화시키지 못하였다. 대표적 집단이 바로 죽림칠현(竹林七賢)으로, 이들의 음주에는 정치적 의미까지 부여된다. 죽림칠현에게 음주는 죽음의 공포를 면하기 위한 일종의 절실한 연막수단이었다. 죽림칠현은 생명을 보존하기 위해 자기학대를 서슴지 않았으며 그 방법을 술에 의지하였다. 그들의 음주는 광기와 기행으로 점철되어 표면상 자유분방하였으나 사실상 피화(避禍)를 위한 고육책에 그쳤다. 단순한 향락의 단계에 머물고 끝내 음주의 흥취를 문학작품으로 승화시키지 못하였다. 2. 도연명의 음주시 1) 도연명의 인생역정 도연명은 동진(317～419년) 애제 흥녕(興寧)3년(365)에 태어나 남조 송(420～478년)문제 원가(元嘉)4년(427)까지 생존하였다. 당시 동진은 정치의 부패상이 극에 달하였고, 권문세가 사이에는 권력투쟁이 횡행하였다. 도연명의 가문을 살펴보면, 증조부가 동진의 대사마(大司馬)에 올랐고 조부와 부친 모두 태수를 역임했으며 외조부도 정서대장군(征西大將軍)을 지냈다. 그리나 부친을 일찍 여위어 가세가 몰락하였다. 도연명은 생계를 위해 네 차례 출사하였고, 41세에 벼슬을 청산하고 전원에 귀의한다. 만년에 주위에서 다시 출사를 종용하였지만 도연명은 거절한다. 왜냐하면 이때는 이미 50세로 자연과 속세의 구분조차 초월한 경지에 이르러 속세의 시비에 더 이상 연연하지 않게 되었기 때문이다. 2) 도연명의 음주 성향 도연명의 음주는 앞 시대의 음객과는 완전히 대조된다. 그는 음주를 즐기되 과음하지 않았다. 오히려 해학적 일탈로 음주의 즐거움을 배가시켰다. "귀천을 막론하고 그를 찾는 사람에겐 술이 있으면 후다닥 술상을 차렸다. 도연명이 먼저 취하면 손님에게 말하였다: “내가 취해서 졸면 그대는 알아서 가시오.” 그의 진솔함이 이와 같았다. 그리고 도연명은 취하면 반드시 시를 지었다. 술이 있으면 시가 따른다는 이 사실은 분명히 여타 위진 시대의 음객들과 차별성을 지닌다. 도연명은 술을 통하여 자연을 관조하고, 자연 속에서 삶의 의미를 깨달아 이를 시가창작으로 승화시켰다. 말하자면 그는 결코 술의 포로가 되지 않았다. 그의 주량은 어디까지나 술병이 빌 때까지고, 마시고 취하면 그 자리에 쓰러졌다. 독작을 즐겼지만 이백처럼 달과 그림자를 벗 삼아 춤추는 소란을 피우지 않았다. 설사 건강 때문에 금주를 다짐했어도 끊지 못한 것은 술의 깊은 맛을 알았기 때문이다. 도연명은 음주 그 자체를 즐겼다. 故人賞我趣, 挈壺相與至. 班荊坐松下, 數斟已復醉. 父老雜亂言, 觴酌失行次. 不覺知有我, 安知物爲貴. 悠悠迷所留, 酒中有深味. (「飮酒14)」 옛 벗들이 내가 재미있다고 술병을 들고 물려왔네. 소나무 아래 낙엽을 깔고 술 몇 잔에 벌서 취했네. 사람들 여기저기 떠들다가 술 돌리는 순서 잊었네. 내가 누군지도 모르니 명리가 귀한 줄 어찌 알리? 명리를 쫓아 미련을 둔들 술 속에 깊은 맛 있으니. 3) 도연명 음주시의 성격 도연명에게 음주는 존재 문제와 연관되었다. 도연명은 사상적으로 유가와 도가를 넘나들었던 경계인으로, 삶의 의의를 자문하였을 때 생명의 유한성에 초조하였고, 이러한 곤혹에서 벗어나는 일환으로 술의 힘을 빌렸다. 바로 초월과 달관의 술이 필요한 대목이다. 도연명이 찾아낸 달관의 방법은 바로 ‘급시행락(及時行樂)’이었다. 提壺接賓侶, 引滿更獻酬 未知從今去, 當復如此不. 中觴縱遙情, 忘彼千載憂. 且極今朝樂, 明日非所求.(「遊斜川詩」) 술병 들고 손님 맞으니 잔 가득 채우고 술 권하네. 모르겠네, 이후로도 이 같은 술자리 또 있을 줄을. 술자리에선 가슴 터놓고 천년 묵은 시름을 잊으리. 오늘 마음껏 즐기리. 기회는 내일 다시 오지 않으니. ‘급시행락’의 구호는 술로써 시름을 해소하는 것 외에 인성의 순박함을 회복하여 차츰 자연에 가까워지는 통로가 되었다. 술의 참맛이란 술을 통하여 자연에 가까워져 마침내 인생과 우주의 상관관계 즉 도를 깨우치는 데 있다고 할 때, 이때의 도는 노장의 초월적 경지일수도 있고 유가의 현실적 안빈낙도일 수도 있다. 취경에서 저녁에 새가 산속 둥지로 돌아오는 광경을 보고 이 속에 참다운 뜻이 있음을 깨닫고 자연과 하나가 되었을 때는 이것은 바로 노장의 물아일체 도경(道境)이고, 현실생활에서 “도를 걱정하지 가난을 걱정하지 말자”고 다짐할 때는 바로 안연(顔淵)을 떠올리며 도연명의 유가적 일면을 확인하게 된다. 4) 도연명 음주시의 성취 도연명의 취경은 농촌에서 직접 밭을 갈고 술을 마시며 실제 삶 속에서 자연과 하나가 되는 정신세계이다. 結廬在人境, 而無車馬喧. 問君何能爾, 心遠地自偏. 採菊東籬下, 悠然見南山. 山氣日夕佳, 飛鳥相與還. 此中有眞意, 欲辯已忘言.(「飮酒5」) 사람 사는 동네에 초가 엮었더니 수레 소리 들리지 않네. 묻노니 어떻게 그럴 수 있소? 마음 멀어지니 땅도 절로 비켜났소. 동쪽 울밑에서 국화를 따려다 물끄러미 남산을 바라본다. 산 경치 밤낮으로 빼어난데 새들 날다 하나 둘 돌아오네. 이 가운데 참 뜻 있으려니 설명하려다 이미 말을 잊었네. 위의 「음주·5」는 시 전체에 술과 관련된 어휘가 한 자도 없지만, 삶 속에서 담담히 자연과 혼연일체가 되는 취경을 그려내며 중국 음주시의 기념비적 작품을 마침내 탄생시켰다. 이는 죽림 명사들의 광음(狂飮)과 전혀 다른 정조(情調)이다. 도연명의 음주 행위가 중국 음주문화에 끼친 가장 큰 공헌은 술과 시를 접합시킨 점이다. 예를 들어 죽림칠현에겐 술은 술이고 시는 시일뿐이며, 그들의 시에는 음주의 심경에 관한 묘사가 없다. 그러나 술을 대량으로 시에다 도입하여 시 안에 “篇篇有酒”하게 한 것은 도연명이 첫 번째이다. 그러므로 두보가 “마음을 너그럽게 하기는 당연히 술이고, 흥을 나타내기에는 술만한 것이 없네. 이 뜻을 도잠이 터득하였다”면서 본받고자 하였다. 3. 이백의 음주시 1) 이백의 인생역정 이백은 당의 측천무후 대족(大足)원년(701)에 태어나 숙종 보응(寶應)원년(762)에 졸하였다. 이백이 활동한 시기는 주로 현종(玄宗 683～760년)의 ‘개원의 치’와 천보(天寶)14년(755)에 일어난 안록산(安祿山)․사사명(史思明)의 난 전후이다. 이백은 서한의 명장 이광(李廣)의 후예로 전해지며, 가세도 매우 부유한 편이었다. 천보(天寶)원년(742) 42세 때 장안(長安)으로 상경해서 현종을 알현하고 장안에 머문 이 3년간이 이백 인생의 황금기였다. 그의 음주시 명작「將進酒」가 바로 이 무렵 나왔다. 천보14년 55세에 안·사의 난이 일어나자 이백은 여산(廬山)에 피난하였다가 영왕(永王) 이린(李璘)의 군막에 들어가 막료가 되었다. 그러나 이듬해 영왕이 제위다툼에서 패하자 하옥되었고, 유배를 가던 도중 사면을 받았다. 유배에서 돌아온 뒤 만년에는 생활고로 친척에게 얹혀살다가 62세의 일기로 병사하였다. 이백의 일생은 향락과 우수 사이를 오간 풍운아적 삶이자 또한 호기와 구사 및 구선, 좌절과 분노로 점철된 전투적 삶이었다. 2) 이백의 음주 성향 이백의 시 1059수 중에 술과 관련된 시가 183수로 거의 육분의 일에 달한다. 이백의 음주는 죽림칠현의 광음에다 술을 매개로 신선의 경계를 추구하였다. 그러므로 이백은 시선(詩仙)이자 주선(酒仙)으로 칭양받는다. 李白一斗詩百篇, 長安市上酒家眠. 天子呼來不上船, 自稱臣是酒中仙. (杜甫의 「飮酒八仙歌」) 이백은 술 한 말에 시 백편이라, 장안 거리 주가는 일찍 잠든다네. 천자가 불러도 배 타지 않고, 자칭 신은 술에 빠진 신선이라 하네. 이백이 얼마나 술을 좋아하고 마셨기에 ‘주선’으로 불리는가? 인생 백 년 삼만 육천 일 날마다 하루에 삼백 잔을 꼭 마시겠다고 호기를 부렸고, 강물이 변해서 술로 바뀌길 염원하였다. 명문부호 자제답게 금잔에 명주를 즐겼으며, 음주를 위해 재물을 아끼지 않았다. 도연명 음주시의 단골 소품이 국화이듯이, 이백 음주시의 단골 소품은 달이다. 전원의 도연명에게 국화가 제격이듯이, ‘주선’ 이백에게 제격은 달빛 아래 부르는 취가이다. 이백의 시는 술을 빌어 영감을 얻고, 다시 그의 음주는 시로 인하여 더욱 멋을 더한다. 이처럼 이백의 음주시는 시와 술의 융합이다. 한 잔의 술이 창작의 촉매제가 되어 말을 뱉어도 시가 된다. 3) 이백 음주시의 성격 이백 음주시의 주요 테마는 ‘급시행락’이다. 하지만 그의 ‘급시행락’은 두 가지 요소를 지닌다. 첫째는 회재불우에 대한 반발이며, 둘째는 인생의 유한성에 대한 자각이다. 먼저 회재불우의 측면에서 살펴보면, 이백의 음주시는 자기연민에서 나온 허무적 향락주의적 성격이 짙다. 그는 울분과 절망감을 극복하기 위해 몸부림쳤는데, 그러므로 음주의 즐거움 뒤에는 항상 시름 ‘愁’자가 따랐다. 장안을 떠난 이백은 회재불우의 고통과 함께 인생의 허망함을 깨닫고 구선(求仙)을 추구함으로써 인생사를 초월하려고 하였다. 결국 이백은 술을 매개로 존재의 유한성 문제를 초월하고 음주의 행위를 인생 최대의 즐거움이라고 하였다. 바로 물화(物化)의 정신세계로, 취하여도 오히려 맑은 정신으로 인생사를 관조하고 초월하였다. 花間一壺酒, 獨酌無相親。 擧杯邀明月, 對影成三人。 月旣不解飮, 影徒隨我身。 暫伴月將影, 行樂須及春。 我歌月徘徊, 我舞影零亂。 醒時同交歡, 醉后各分散。 永結無情游, 相期邈雲漢。(「月下獨酌1」) 꽃 사이에 술 병 놓고 홀로 마시니 서로 벗할 이 없네. 잔 들어 밝은 달 부르고 그림자 마주하니 세 사람 되었네. 달은 술 마실 줄 모르고 그림자만 나를 따라 다니네. 잠시 달과 그림자를 짝하니 놀기가 봄날이 제격이라네. 내가 노래하면 달도 배회하고 내가 춤추면 그림자도 비틀비틀. 깨어서는 함께 즐거움을 나누다 취한 다음 각자 흩어지네. 영원히 변치 않는 친구가 되어 저 멀리 은하수에서 다시 만나세. 특히 만년의 이백은 통음과 물화라는 속성을 동시에 지니면서 이를 집대성하여 예술로 절묘하게 승화시켰다. 취경의 광방(狂放)과 물화의 조화가 바로 이백을 주선과 시선으로 숭앙하는 가장 결정적인 요인이다. 4) 이백 음주시의 성취 이백의 음주시는 웅장한 미감을 조성한다. 주정이 이백의 뱃속으로 들어가면 시름이 삭히는 묘약이 되고, 시가로 숙성되어 나왔다. 이러한 음주시는 즉흥적으로 창작되므로 기민한 천재성이 요구된다. 그러므로 음주시는 이백이 가장 이백다운 요소 곧 기발한 착상과 과장된 표현 및 천재의 현장성 등 그의 시재를 가장 잘 보여준다. 君不見, 黃河之水天上來, 奔流到海不復回. 君不見, 堂明鏡悲白髮, 朝如靑絲暮成雪. 人生得意須盡歡, 莫使金樽空對月. 天生我材必有用, 千金散盡還復來. 烹羊宰牛且爲樂, 會須一飮三百杯. 岑夫子, 丹丘生! 將進酒, 君莫停. 與君歌一曲, 請君爲我側耳聽. 鐘鼓饌玉不足貴, 但愿長醉不願醒. 古來聖賢皆寂寞, 惟有飮者留其名. 陳王昔時宴平樂, 斗酒十千恣歡謔. 主人何爲言少錢? 徑須沽取對君酌, 五花馬, 千金裘, 呼兒將出換美酒, 與爾同銷萬古愁. -- 將進酒 -- 그대 보지 못하였나? 황하 강물 하늘에서 내려와 바다로 줄달음질쳐 다시 돌아오지 않는 것을. 그대 보지 못하였나? 안채 부모님 거울에 비친 흰 머리 슬퍼하니 아침의 청사머리 저녁에 백설이 되었으니. 인생은 한창 시절 마음껏 즐겨야지 금 술잔 빈 채로 달을 맞이하지 말게나. 하늘이 나한테 준 재주 쓸모가 있으리니 천금을 탕진해도 다시 생겨나리라. 양고기 삶고 소를 잡아 또한 즐겨보세, 한 번 마셨다면 삼백 잔은 마셔야지. 잠선생아 원단구야! 술을 들거나, 자네들 잔 놓지 말고. 자네들 위해 한 곡조 하리니 자네들 날 위해 귀 기울러 들어보소. 성대한 연회 음악 풍성한 산해진미 다 소용없고 늘 취한 채 술 깨지 말기 바라노라. 예로부터 성현군자 모두 쓸쓸하고 오로지 술꾼만 이름을 남겼다네. 진왕 조식 그 옛날 평락관에서 술잔치할 적 술 한 말에 만량 내어 진탕 즐겼다네. 주인이 되어 어찌 돈 떨어졌다 말하리? 곧장 가서 술 받아와 자네들과 대작하리라. 오색 무늬 명마와 천금 나가는 갓옷을 아이 불러 가져가서 맛있는 술로 바꿔와 그대들과 함께 만고의 시름을 삭히리라. 이백의 음주시 대부분 과장적 수사나 격화된 감정의 대립적인 충돌을 통하여 독자에게 주는 충격력을 강화하는 수법을 애용한다. 취경의 광언과 과장된 상상은 타인을 놀라게도 하고 즐겁게도 한다. 광기를 미감으로 승화시키는 역량이 바로 이백 취가의 매력이다. 이백의 시는 술을 빌어 영기를 더하고 이백의 술은 시를 담아 유명해졌다. 이백 음주시의 독창성은 낭만정신에 있으며, 그의 낭만정신은 바로 개성의 표현이다. 이백의 자유로운 개성은 성현과 예교를 조롱하면서 인간 본연의 생명력 회복을 노래하였다. 세속 가치에 대한 반발이 비록 취중의 과장 어법일지라도 깨어있는 사람의 정신을 진작시키고 새로운 낭만 세계로 인도하기에 충분하였으므로 그의 음주시가 불멸의 가치를 지닌다. 4. 도연명과 이백 음주시의 비교  도연명과 이백의 음주 행태는 서로 판이하다. 도연명이 다소 평민적인데 반해, 이백은 매우 귀족적이다. 주량도 도연명이 절제형이라면 이백은 가히 폭음형이다. 한마디로 도연명이 서민 취향의 소박한 음주가라면 이백은 귀족성향의 화려한 모주가였다. 도연명이 자아를 축소하여 전원에 안착한 귀은자라면, 이백은 자아를 확대하려다 현실 적응에 실패한 낙백자(落魄者)이다. 도연명은 생명의 유한성을 초월하여 잔잔히 물화의 도취(道趣)를 표현하는 반면에, 이백은 시름을 잊기 위한 몸부림으로 광망한 시어로 음주의 즐거움을 과장하였다. 이렇게 과장된 호기와 기발한 착상이 이백 음주시의 큰 매력 중 하나이다. 도연명과 이백 양자에게 술의 의미는 서로 다르다. 도연명에게 술은 구도(求道)를 위한 수단이고 이백에게 술은 구도와 구선(求仙)의 수단이자 음주자체가 목적이 된다. 또한 음주시에 나오는 자연 또한 도연명은 그 속에서 생활하는 참여자이며, 그가 마시는 술 역시 도를 찾아 자연의 품에 안긴 사람의 술이다. 그러므로 그의 음주시는 분위기가 정적이고 담백하다. 그러나 이백은 자연의 구경꾼이자 소풍객이며 귀양객으로, 그가 마시는 술은 도를 찾아 길을 떠나는 나그네의 술이자 아직도 갈 길이 먼 유랑자의 술이며, 격정이 남아있는 젊은이의 술이다. 그러므로 그의 음주시는 분위기가 동적이고 낭만적이다. 도연명의 음주시는 도가 중 노자의 ‘無'의 황홀한 경계를 시적으로 형상화하였다. 그러므로 도연명 음주시의 미학적 특징은 자연미와 담백함이다. 이에 반하여 이백은 내면의 감정을 직설적으로 쏟아내는 시인으로 그의 기발한 상상과 과장된 수사는 장자의 ’遊‘와 닮아 있다. 그러므로 이백 음주의 미학적 기반은 역동미와 웅장미이다. 상대적으로 이백의 음주시는 물화의 표피적 단계에 머무는 한계를 보이지만, 이백 음주시의 독창성은 낭만성에 있다. 이는 이백의 음주시가 도연명의 영향을 받았으면서 청출어람한 부분이다. 출처 : 제13기 박물관대학 하반기과정 ◈ 주 제 : 한 잔의 역사, 차․커피․술 - 술술 알아가는 술 이야기 제6강 10/14 도연명과 이백의 음주시 / 장창호 / (국민대학교) ======== 把酒問月(파주문월) / 李白 靑天有月來幾時 (청천유월래기시) 저 푸른 하늘의 저 달은 언제부터 떠 있는가 我今停杯一問之 (아금정배일문지) 내 지금 술잔을 놓고 달에게 물어본다 人攀明月不可得 (인반명월불가득) 사람이 달을 잡으려 해도 잡을 수 없지만 月行却與人相隨 (월행각여인상수) 달은 떠서 사람을 오히려 따르는구나 皎如飛鏡臨丹闕 (교여비경임단궐) 휘영청 밝은 것이 선녀궁의 거울인듯 綠煙滅盡淸輝發 (록연멸진청휘발) 푸른 안개 걷히니 맑은 빛을 내는구나 但見宵從海上來 (단견소종해상래) 밤이오면 바다 위로 솟는 것만 보았더니 寧知曉向雲間沒 (영지효향운간몰) 어찌 알았으랴 구름 속에 지는 새벽달을 白兎搗藥秋復春 (백토도약추부춘) 달 속의 흰토끼는 갈봄 없이 약을 찧는데 姮娥孤棲與誰隣 (항아고서여수린) 선녀 홀로 누구와 벗하리 今人不見古時月 (금인불견고시월) 지금 우리는 옛 달을 못 보건만 今月曾經照古人 (금월증경조고인) 저기 저 달은 옛사람을 비추었으리 古人今人若流水 (고인금인약류수) 옛사람도 오늘의 우리도 다 유수와 같은 것을 共看明月皆如此 (공간명월개여차) 저 달을 보는 마음 이와 같았으리 惟願當歌對酒時 (유원당가대주시) 오직 원하노니 술잔 들고 노래할 때 月光長照金樽裏 (월광장조금준리) 달빛이여, 이 술잔을 길이 비추어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