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보러 궁구리에 갔다가 하마터면 내가 별똥별이 될 뻔했다. 별은 하늘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하늘의 별들이 모두 쏟아져 깜깜한 궁구리 풀밭에도 있었다.
작년 여름 이맘때 친구들 모임에 나가서 궁구리의 별 이야기를 들었다. 안동댐으로 수몰된 마을이라 사람들은 다 외지로 나가고 밤이 되면 궁구리에 별들만 나타난다고 했다
별을 보려면 그믐달 밤이 가장 좋다. 그때가 가장 어둡기 때문이다. 나는 그때 별 보러 가야지하고 생각했는데 오늘 불현듯 생각이 나서, 서둘러 저녁밥을 먹고 잠깐 볼일 보러 나가듯 조용히 집을 나섰다.
아직 어둠이 내리기전의 궁구리는 고요했다. 강은 가뭄으로 물은 보이지 않고 풀만 무성하다. 후덥지근한 날씨는 곧 장마가 올 듯 했다. 홀로 궁구리 풀밭에서 꼼짝도 하지 않고 어두워지기를 기다렸다. 한참을 지나니 사방이 완전히 어둠에 덮였다. 어디서도 희미한 한 줄기 빛도 비추지 않았다.
점점이 보이던 별들이 밤이 깊자 하늘의 별들이 모두 쏟아졌다. 이처럼 많고 빛난 별을 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궁구리의 밤하늘은 새로운 신비의 세계로 펼쳐졌다. 별을 잡아 보려고 팔을 뻗어 보았다. 그리고 별을 향해 달렸다. 내가 별을 잡으려고 쫒는 것이 아니라, 별이 나를 잡을 듯이 쫓아왔다. 한참을 뛰다보니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굵은 빗방울이 뚝뚝 뚜두둑 별이 떨어지는 듯 했다. 손바닥을 펴서 떨어지는 별을 받듯 받쳐 들었다. 굵은 빗줄기는 금방소나기로 변해 세차게 쏟아졌다. 그제서야 정신을 차리고 얼른 궁구리를 빠져나왔다.
산길을 나와 안동댐 부근에 도착 했다. 갑자기 쏟아 부운 소나기로 땅 밑이 물렁물렁했다. 옆으로 살짝 틀어서 운전하려고 했으나, 거센 물살로 차바퀴가 도로 밑으로 미끄러져 버렸다. 다행이 큰 소나무가 있어서 차를 받쳐 주었다. 바로 밑엔 안동댐의 강물이다. 주르륵 미끄러지면 그냥 강물에 풍덩하고 떨어진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다. 그 순간 궁구리의 별이 쫓아와 나를 붙잡는 것 같았다.
이튿날 눈을 뜨니 늦은 오후였다. 지난밤의 별보기는 꿈인지 생시였는지 분간이 잘 되지 않았다. 내가 궁구리 별보기를 정말 가긴 했을까.
별들만 모여 사는 궁구리. 그날 그곳을 빠져 나올 때 별똥별이 꼬리를 길게 물고 떨어지는걸 보았다. 별들도 태어나고 자라고 늙고 죽는다고 했다. 수십억 년을 살고 아름다운 긴 별똥별을 남기는 별들의 죽음, 나도 뭔가를 남기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이 들었다. 맑은 날에 다시 궁구리에 가 보고 싶다. 장맛비로 물이 가득 찬 궁구리에는 별들이 떠다니고 있을 것만 같아서다.
첫댓글 여행문화. [검은 솥]에 올린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