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화왕지맥을 한 번에 끝내버리고 싶은 마음도 살짝 있었지만 새해 첫날이니만큼 무리할 이유가 없다는 생각으로 가림고개까지 짧게 나누었습니다.
지나고 보니 정말 그리하기를 잘 했습니다. 잡목덤불이 많고 산줄기의 방향이 엉뚱하게 바뀌는 곳이 수시로 나타나는, 그야말로 빨리 서두르다가는 더 많은 시간을 허비할 수밖에 없는 구간이었습니다.
207m봉 산불감시초소
화왕산과 지나온 지맥
산행후기 :
음력1월 1일 설날, 창녕 영신버스정류장 대기실에는 버스기사들이 모여 연탄난로에 떡국 떡을 구워 먹으며 각자 출발시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30분을 기다려 영산으로 가는 버스가 출발합니다.
여초에 내려달라고 하였더니 1080지방도로 전 굴다리에 내려줍니다. 조금 더 걸어올라 1080지방도로를 따라 2구간 답사를 시작합니다.
도로를 따르면서 왼쪽 산줄기를 살펴봅니다. 참샘농원을 지나고 ㈜남양 공장을 지나서 오른쪽으로 방향을 바꾸어 외딴주택 뒷산에 오릅니다. 선답자들도 확신이 없었는지 표시기가 어쩌다 보이는 잡목우거진 야산입니다. 길 잡기가 애매합니다. 몇 번의 수정을 거쳐 돌고개에 내려섰습니다. 가로수에 노란 표시기 한 장이 보이는 평평한 도로에서 가야할 방향을 살펴보지만 논둑 지나야 산에 오를 수 있는 곳입니다. 공동묘지로 보이는 무덤들 뒤로 지맥은 이어집니다. 묘지 앞에서 지나온 산줄기를 살펴봅니다. 누른 잔디의 골프장과 화왕산에서 이어지는 낮은 산줄기도 가늠할 수 있습니다. 이어지는 산길도 쉽지 않습니다. 준희님의 등산고개표시판이 지맥이라고 대변해주고 있지만 산줄기는 여전히 애매하게 돌아갑니다. 공장 절개지를 따라 조심스레 산불감시초소가 있는 207m봉에 올랐습니다. 주변은 말라죽은 덤불잡목으로 가득하지만 지나온 화왕산과 낮은 산줄기가 한눈에 들어오는 전망 좋은 봉우리입니다. 가야할 산줄기를 살피며 간식을 먹고 있는데 산불감시원이 올라옵니다. 새해인사를 나누고 길을 묻습니다. 덤불이 말라죽은 곳을 가리키면서 이전에도 저리로 산객들이 내려갔다고 합니다. 가르쳐준 방향을 따라 내려섰지만 길의 흔적을 찾기는 쉽지 않습니다.
과수원을 넘어가면 양파가 썩어가는 밭이 나타나고 녹슨 컨테이너를 보면서 포장임도를 건너 잡목덤불로 들어갑니다.
잡목을 헤치며 내려선 곳은 79번국도 창령고개입니다. 유어면과 장마면의 경계를 이루는 곳인데 차량통행량이 많은 국도입니다. 성묘를 온 가족을 뒤로하고 도로를 건너 들머리를 찾아보지만 쉽지 않습니다. 그냥 죽어 늘어진 덩굴잡목을 밟고 가파르게 올라갑니다. 소나무무덤이 즐비한 참나무숲을 지나면 과수원이 나타납니다. 과수원 정점에 서서 뒤돌아보니 지나온 산줄기가 확연합니다.
물탱크 뒤로 과수원 경계선을 넘어 큰갓실산(122m)을 찾았습니다. 여기는 독도가 힘든 곳입니다. 내비게이션이 없는 나는 지도를 들고 한참을 왔다 갔다 하면서 길머리를 찾습니다. 서남방향으로 조금만 가다가 갑자기 남쪽으로 급격히 떨어지는 곳은 정말 보물찾기입니다. 자칫 짐승을 잡으려고 쳐 놓은 철사 올가미에 걸려 길을 이어가기 힘들 뻔 했습니다. 이곳에서 30분을 허비해버렸습니다.
힘든 구간을 잘 극복한 보상인가요. 넓은 임도가 나타납니다. 잠시 이어지던 임도를 버리고 숲으로 들어서서 168m봉을 지나갑니다. 이번 구간은 유난히 멧돼지목욕탕이 많은 곳입니다. 잡목을 헤치고 내려서니 두곡마을에서 올라오는 임도가 나타나네요. 중학생으로 보이는 남자아이가 임도에 서 있다가 숲에서 뛰어 나오는 나를 보고 놀랐나봅니다. 아랫마을이 두곡이냐고 했더니 그렇다는 답을 주고 몇 번을 뒤돌아보며 임도를 따라 마을로 내려갑니다. 여기서 산줄기는 휘 에둘러 돌아갑니다. 무덤이 많은 곳에서 두리번두리번 길을 찾습니다. 두곡마을을 등지고 남쪽으로 방향을 잡고 내려서야 가림고개입니다.
2차선 1008번지방도로, 여기가 오늘의 종착지 가림고개입니다. 영신버스에 전화를 해보니 1시간은 더 기다려야 버스가 도착할 것이라네요. 버스정류장 의자에 앉아 멍하니 버스를 기다리다가 히치하이킹을 해보려고 길에 나서보지만 가족단위로 설을 쇠러 움직이는 차량들이 전부이니 오늘은 히치하이킹도 힘들겠습니다.
예정시간보다 빨리 도착한 영신버스에 올랐지만 여기서 창녕으로 가는 버스는 없다면서 고곡리까지 데려다주겠다고, 그곳에서 남지나 영산으로 가는 버스를 타라고 합니다.
고곡리 주민들은 외지인의 방문이 귀찮은가 봅니다. 묻는 말에 반갑게 답을 해주는 사람이 없습니다. 오랜만에 도착한 버스의 기사에게 남지나 영산 가느냐고 물으니 안 간다는 퉁명스런 말을 내뱉고 휑하니 도망갑니다. 하릴없이 1시간을 흘려보내고서야 도착한 버스는 1시간 전 나를 이곳 고곡리까지 데려다준 그 버스네요. 고곡리에서는 남지가 가깝지만 대구에 가려면 영산이 낫겠다면서 같이 가자고 합니다. 친절한 기사의 안내가 없었다면 어찌되었을까요. 해가 서산으로 넘어가고 나서야 창녕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다음에는 버스시간에 잘 맞춰 계획을 짜야겠습니다.
가야할 지맥
창령고개(유어면과 장마면의 경계 / 79번 국도)
산 행 날 짜 : 2017년 1월 29일 일요일(설날) 맑음
산 행 거 리 : 지맥거리 약12km
산 행 시 간 : 6시간 30분
대 원 : 홀로산행
행 정 지 역 : 경상남도 창녕군 창녕읍, 장마면, 남지읍
확실한 산이름, 큰갓실산, 여기서 길 잘 찾아야.....
두곡마을
주요지점 통과시간
08시 54분 : 여초리 지경마을 출발
(주유소 앞 지하도로 통과, 지맥 1080지방도로와 나란히)
10시 37분 : 돌고개
(1080지방도로, 2차선)
11시 38분 : 등산고개
(능선 나무에 준희표시판)
12시 22분 : 산불감시초소
(해발고도207m)
13시 14분 : 창령고개
(79번국도, 2차선, 유어면과 장마면 경계)
13시 45분 : 큰갓실산
(해발고도122m, 방향 잘 잡아야 하는 곳)
15시 30분 : 가림고개
(1008지방도로, 2차선, 두곡마을버스정류소)
저기가 오늘의 종착지 - 가림고개
가림고개 버스정류소(두곡마을 입구)
지도 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