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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4월 18일, 월요일, Gorak Shep (5,160m), Snow Land Inn
(오늘의 경비 US $9: 숙박료 200, 아침 100, 끊인 물 60, 저녁 100, 환율 US $1 = 70 rupee)
Lobuje에서 Gorak Shep까지는 고도 증가가 230m이고 2, 3시간 걸린다는데 나는 3시간 반이 걸렸다. 생각보다 힘들었다. 올라가고 내려가기를 여러 번 하고 돌길이라 걷기도 힘들었다. 고도는 높았지만 별로 춥지는 않았다. 아래는 무릎 위에 올라가는 짧은 내복과 바지의 두 겹을, 위에는 티셔츠, 긴소매 셔츠, 바람막이 재킷, 파타고니아 R2 재킷의 네 겹을 입었다. 반다나를 목에 두르고 나이키 모자와 색안경을 쓰고 장갑을 끼었다.
오늘은 장갑 안으로 바람이 들어온다. 장갑 커버가 있었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카메라는 옷 안에 넣었다. 추운 날씨에서는 배터리가 저절로 방전이 된다는 것을 이제야 알았다. 그러나 아주 방전이 되는 것이 아니고 따듯하게 하면 원상태로 돌아온단다. 그것도 모르고 새로 산 배터리를 못 쓰게 된 줄 알고 많이 버렸다. 왜 아직까지 그런 중요한 정보를 모르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Lonely Planet에 있어야 되는 정보인데 읽은 기억이 없다.
Namche에서 배낭의 윗부분을 분리해서 양복점에 가서 멜빵을 만들어 달라고 해서 물, 지도, 간식 등을 따로 넣고 어깨에 메고 다니니 참 편리하다. 내 배낭은 너무 크다. 이번에 귀국하면 중형으로 바꿔야겠다.
아침에 Lobuje 숙소 식당에 내려가니 아침 일찍 떠나겠다던 Jo가 아직도 안 떠났다. 아침 식사가 늦어졌단다. 그래서 Jo를 다시 한 번 보고 작별인사를 또 한 번 했다. Kathmandu에서도 다시 볼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오늘과 어제 작별 인사를 할 때는 가볍게 껴안는 미국식 인사를 했다. 그전까지는 악수였는데 그만큼 가까워졌다는 증거다.
어제 밤에는 소변을 한번밖에 안 봤다. 점점 diamox 부작용이 없어지는 것 같다. AMS (고산병) 강의를 들을 때 예방에는 하루에 125g을 두 번 먹고 치료에는 250g을 두 번 먹으라고 했는데 나는 지금 250g 두 번 먹고 있다. 너무 많이 먹고 있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문제는 내가 지금 치료를 하고 있는 것인지 예방을 하고 있는 것인지 분명치 않기 때문이다. 내려갈 때 시간이 있으면 Periche에서 고산병 강의를 다시 들어야겠다. HAPE (심한 고산병) 치료약으로 쓸 수 있다는 내가 가지고 다니는 혈압 약 Nifedipine 복용량도 정확히 알아놓아야겠다.
다들 나만큼 건강한 것은 아니다. 캐나다 과3인방 중 Liddy는 어제 밤에 한잠도 못 잤다고 한다. 두통이 아니고 그냥 잠이 안 왔다 한다. 그것 역시 AMS의 증상이다. Shirley는 눈 때문에 고생을 하고 있다. 오히려 다리가 불편한 Rolly가 제일 건강하다. 그래도 캐나다 3인방은 오늘 베이스캠프까지 가겠단다. Gorak Shep까지 3시간, 점심 1시간, 베이스캠프 왕복 6시간, 총 9시간을 걷는 것이다. 너무 무리를 하는 것 같다. 일본 여자도 감기 때문에 Lobuje에서 하루 더 쉬겠다고 하고 영국에서 30대의 털보도 두통이 떠나질 않는단다.
Gorak Shep에 도착해서 캐나다 3인방 같이 들기로 한 Kala Pattar Lodge에 가보니 방이 다 나갔단다. 그래서 바로 옆에 있는 Snow Land Lodge에 들었다. 점심 후에는 Kala Pattar 산에 (Everest 산이 제일 잘 보이는 곳) 올라가서 Everest 산의 일몰 경치를 보았다.
숙소 주인인지 매니저인지 아주 친절한 젊은이다. 방 값도 혼자라고 300에서 200 rupee로 내려준다. 얼마 전에 62세의 일본 노인을 데리고 Everest 정상에 올랐단다. 베이스캠프에서 정상까지 쉬지 않고 걸어서 올라간 기록이 8시간 10분이란다. 남들은 캠프 2, 캠프 3, 캠프 4하면서 몇 주 걸려서 올라가는데 단 8시간에 올라가다니 믿을 수가 없다. 5,300m의 베이스캠프에서 8,800m 정상까지 3,500m를 8시간 정도에 오른다니 뛰어서 올라가는 것일까?
Dughla에서 만났던 호주 부녀의 가이드는 아주 인상이 좋았는데 한국말을 좀 했다. 그의 연락처는:
Adventure Garden Nepal (AGN) Man Sunuwar, Trek Director man@agnepal.com www.agnepal.com 977-1-4266524, 4249139, 2012344 Cell: 98510 87717
Kathmandu에 사무실이 있는데 Kathmandu Guest House에서 멀지 않고 3rd Eye Restaurant 건너편에 있다 한다.
밤에 자그만 사건이 일어났다. 옆 숙소에서 묵는 벨기에 친구 Christopher가 나를 찾아왔다. 자기네 숙소에 한국 여자가 있는데 매우 아픈 것 같다며 말이 안 통해서 문제라며 도와달란다. 따라가 보니 아주 어려 보이는 처녀여서 물어보니 17세인데 가이드와 둘이서 여행하고 있는데 Dughla부터 아팠다고 한다. 아픈데 왜 올라오기는 했는지. 가이드는 무얼 하는 사람인지 모르겠다. 이마와 목 부분이 아프고 두통이 나고 토할 것 같다고 한다. 고산병 중 제일 위험한 HACE (High Altitude Cerebral Edema, 4월 15일 여행기 참조) 증세다. 그러나 아주 급해 보이지는 않는다. 아직 토하지는 않았고 두통도 아주 심해 보이지 않는다. HACE의 초기 증상인 모양이다. 내가 의사 노릇을 하다니! 3일 전 Periche에서 강의를 받은 덕분이다. 처녀에게 내방 번호를 가르쳐주고 밤중에 악화되면 주저하지 말고 나에게 연락하라고 했다. 악화되면 밤중이라도 당장 하산해야 한다. 그 내용을 Christopher에게 얘기해 주었더니 자기도 그 방법이 제일 좋을 것 같다고 한다. Christopher에게도 내방 번호를 가르쳐주면서 나에게 연락하는 것을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밤중에 자면서 별 생각이 다 났다. 밤을 지내지 말고 당장 여자애를 데리고 내려갔어야 하지 않았나. 만일 내려가려고 했다면 같이 내려 갈 포터를 구할 수 있었을까. 내일 아침이라도 Periche에 있는 보건소에 갔다가 헬리콥터로 Kathmandu로 후송해야 하면 비용은 누가 부담하나. 그 여자애가 부담 못하면 내가 우선 부담해야지. Kathmandu 병원에 입원하게 되면 한국 가족에 연락하고, 등등 복잡한 생각으로 잠을 못 이루었다. 그러다가 잠이 들고 6시에 알람이 울렸다. 급히 웃을 입고 옆 숙소에 가서 여자애 방을 찾아가니 여자애는 머리를 빗고 있었는데 아무렇지도 않아 보인다. Thank god! 소리가 저절로 나왔다. 다 낳았다며 오늘 Dingboche까지 내려간다며 고맙다고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한다. 나중에 베이스캠프에 올라갔을 때 알아보니 거기에도 여자애가 올라 왔었단다. 고교를 중퇴하고 지금 검정고시 준비를 하고 있단다.
모든 게 잘 되어서 다행이었다.
Gorak Shep 가는 길
이 언덕을 오르는 것이 매우 힘들다, 고도 때문인 것 같다
산 아래로 안개가 올라오고 있다
돌길이라 걷기 힘든다
저 아래 Gorak Shep이 보인다, 왼쪽으로는 Kala Pattar로 오른쪽에는 베이스캠프로 가는 길이 보인다
숙소 식당 풍경, 이곳을 온 사람들의 물건으로 치장을 했다
한국 것도 여럿 보인다
62세 일본인을 인도하고 Everest 정상에 올랐다는 숙소 주인
굴속 같은 내방
Kala Pattar를 오르는데 프로 사진사라는 친구가 찍어준 사진
가운데 검은 색의 산이 Everest 산이다
Kala Pattar에서 내려다보이는 주위 경치
오른쪽 상단에 Everest가 좀 더 크게 보인다
노을 진 Everest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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