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서진에 서다
-그 자리
-약속
정서진에 서다
김 다 호
한반도의 중심 중원에서 달려온 겨레의 기상
용솟음치는 민족의 혼이 멈춘 곳
신비의 기운으로 한반도의 꿈을 말하고자
하늘과 바다가 환호하며 점지한 역사의 땅
물살 속으로 흐르며 수런대는 말들은
침잠하는 해당화 붉은 자락을 머금고 있겠지만
하루의 흔적을 지우지 말라는 불문을 앞세우고
서둘러 떠밀려간다
멀리서 찾아와 쉬이 어우러지고 깊어진 것으로
내일을 품고 하얗게 잠들어 가는 포구마을
미움과 그리움이 엉켜서 다가오는 해무 속에서
지난 생각들이 펼쳐지는 날이면
다시 부르지 못할 이름이 없으리라
푸른 몸 뒤척이며 깨어나는 선착장
뱃고동 소리로 대답하며 울려 퍼지는 이곳
눈부신 햇살 머금고 아침을 담는 사람들
잔물결 따라 스며드는 온정을 품고 나누며
하나, 둘 모여드는
만리포 정서진.
그 자리
김 다 호
지나가고 잃어버렸던 시간들 다시 돌아올 수 없다는 것을 알지만 떠나보내야 할 때 떠나보내지 못하고 돌아서면 미움보다 그리움이 깊어지고 그렇게 저렇게 살다보면 어느 날 환한 웃음 던지며 다시 올 것 같은.
떠나야 할 때 떠나지 못하고 남은 사람들 아무도 모르는 혼자만의 별천지를 꿈꾸면서 죽어도 죽지 않는 세상을 기다리며 먼 우주를 향해 영생을 갈구하는 블랙홀 입구를 금방 찾을 것 같은.
지금은 할 수 없다고 해도 언젠가 누군가는 찾아서 이루고 도달할 것 같은 거기
별자리. 그 사람. 그 자리.
약속
김 다 호
허공이 아니라도
허락해 주세요
온 가슴 저미게 깃발처럼 펄럭이고 싶어요
보는 이 없어도
바람이 햇살이 외면해도
꼭 한 번만
매달려 소리 내고 싶어요
푸른빛, 붉은빛 어느 빛도 상관없지만
봄빛으로 오시면 좋겠어요
바람이 부네요
지금 어떠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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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호 : 1982년 도가니문학을 통해 작품활동 시작.
국제펜한국본부이사. 한국문인협회회원 한성백일장,통일백일장 심사위원
송파문인협회자문위원. 강서문인협회자문위원.
시동인 가릉빈가회장 다시동인회장 前강서청소년회관 관장. 흥사단부이사장
시집: 경계에 서성이다. 말들이 고여 있다. 동인시집 오래된 습관 외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