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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밥상에서 물리지 않는 반찬이 있다면 무엇일까? 아마 된장찌개와 김치찌개일 것 같다.
된장찌개와 김치찌개를 잘하는 광주 동구 학동 `인정회관’(주인 동귀준)은 이 자리에서만 32년째다. 자식 넷을 키워서 결혼을 시켰고 모두 잘 살고 있다. 자식들은 노부모가 이젠 편히 쉬었으면 하지만, 부모들은 32년간 음식을 먹으러 찾아오는 단골들을 외면하기 어렵다. 그리고 맛나게 먹는 단골들을 보는 것이 행복이고 기쁨이다.
주인의 고향은 보성이다. 지금도 보성에서 된장 고추장을 가져온다. 된장찌개의 80%는 된장맛에서 나온다.
그리고 된장찌개를 끓일 때 중요한 것은 쌀뜨물이다. 그래야 국물맛이 진하다. 쌀뜨물을 받아쓰니 좋은쌀을 써야 한다. 이집은 해남 간척지쌀을 쓴다. 밥에 윤기가 자르르하다. 집에서 담근 된장을 쌀뜨물에 풀고 조개 넣고 끓이다 맨 나중에 두부를 넣는다. 화가 쌓였던 마음이 된장찌개 한그릇에 사르르 녹는 듯하다. 좋은 음식이 약이다.
인정회관에 들어서면 실내에 김치찌개 냄새가 가득차있다. 매콤하면서 구수하고 신맛나는 묵은지 냄새가 입맛을 확당긴다. 매년 찌개용으로 600포기씩 김장을 담근다. 김치찌개에 쓸 배추김치도 맛이 깊은 묵은지여야 맛있다.
갈비탕 곰탕 설렁탕 등 모든 재료준비부터 음식까지 일흔이 다 된 안주인이 전부 해낸다. 밥그릇 싹싹 비워져 있다.
인정회관 뒤편으로 학2지구 휴먼시아가 들어섰다. 그래서 활기없던 이 부근에 상가들이 많이 들어섰고, 현재도 개발중이다. 인정회관 건물만 유일하게 단층으로 식당을 하고 있다. 상가건물로 개발하고 싶은 사람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는 실정. 아직은 주인부부가 식당을 계속할 것 같지만, 개발에 밀려 우리네 오래된 맛집이 사라져갈까,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