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상, 폭주족, 사기꾼, 콜걸 등 뒷골목의 사람들을 주로 변호하지만 늘 대박 고객을 꿈꾸며 팔자를 고칠 생각을 하는 속물 변호사 미키 할러. 사람들에게 나쁜 놈이라고 욕을 들으면서도 자신은 다만 교활한 천사일 뿐이라고 합리화하고,승리를 위해서라면 무고한 피해자를 범인으로 몰기도 하며, 비록 죄의식이 길어질지언정 자신이 피해를 보지 않기 위해 꼼꼼하고 세밀하게 복수 계획을 짜는 할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위 사람들에게만큼은 절대적인 사랑을 받는 인물이다. 그것은 철저하고 교활하게 돈을 뜯어내는 할러가 뒷골목 의뢰인들이 건네준 닥터 드레와 투팍의 염세적인 음악을 즐겨 들으며 그들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할 만큼 감성이 살아있는 인물이기도 하고, 진실과 상관없이 타협과 개량, 조작만이 남은 법을 철저히 이용하면서도 자신도 모르게 무료 변론을 맡아버리기도 하며, 변호사로서 ‘무고한 의뢰인’을 놓치고 싶지 않은 일말의 양심이 남은 인물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작품의 원제이기도 한 ‘Lincoln Lawyer’라는 비꼬는 별명을 들으면서도 가질 수 없는 것을 갈구하듯 링컨 타운카에 과도하게 집착하는 할러의 모습 역시 왠지 미워할 수 없는, 평범한 현대인들의 욕망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또한 1인칭 주인공 시점에서 전개되는 할러의 심리는 그를 단지 탐욕스럽고 타락한 변호사로 보이게 하는 대신, 보다 생동감 있고 설득력 있는 인물로 만들어내는 데 큰 역할을 한다.
타락했지만 미워할 수 없는 변호사 할러가 최고의 악질 의뢰인을 만나면서 펼쳐지는 작품 속의 이야기는 이러한 두 남자의 정면 대립에서도 큰 서스펜스를 발휘하지만 검사 측과 변호인 측의 쉴 새 없는 공방이 주가 된 화려한 법정 싸움이야말로 이 작품의 백미라 할 만하다. 작품 말미에 밝혔듯 법정 스릴러를 처음으로 시도하는 만큼 코넬리는 재판의 디테일한 묘사와 형사법 체계를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 변호사를 직접 동행 취재하고, 법조계 인사들과 어울리면서 그들의 생활을 연구했으며 수십 차례의 형사 재판 관람은 물론 실제 판사와 변호사에게 고증을 받는 등 5년간의 시간을 투자했다. 작가의 이러한 노력은 미키 할러라는 개성적인 캐릭터와 함께 존 그리샴의 법정 스릴러 이후 느끼지 못했던 꽉 짜인 구성과 사실성, 그리고 드라마틱한 재미를 안겨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