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9월 25일, 목요일, Colca 계곡, Oasis Lodge (오늘의 경비: 없음) 어제 집사람은 계곡을 내려오면서 꽤나 힘이 들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계곡을 올라갈 때는 집사람은 노새를 타기로 했다. Edison 얘기가 보통 3시간이면 계곡을 오를 수 있는데 집사람의 경우 노새를 안 타면 6시간이 걸릴 것이라 한다. 노새는 말과 당나귀의 잡종인데 말보다 힘이 세고 더 찬찬하게 걷는단다. 하루 사용비가 15 sole이니 (5,000원 정도) 참 싸다. 집사람은 나도 타라고 했지만 나는 걸어서 올라가겠다고 했다. 아침에 일어나니 제법 쌀쌀하다. 옷을 여러 겹 끼어 입고 밖으로 나갔다. 벌서 일어난 Edison은 팔소매 없는 티셔츠 차림이다. 전혀 춥지 않은 것 같다. 어제 계곡을 내려올 때는 매우 더웠는데도 Edison은 햇볕이 따갑다고 제법 두툼한 재킷을 입고 있었다. 이 나라 사람들은 추위와 더위를 우리보다 훨씬 덜 느끼는 것 같다. 왜 그럴까? 남미 인디언들은 아마존 정글에 살던 사람이나 안데스 고지대에 살던 사람이나 원래 벗고 살았다. 지금의 남미 인디언들의 고유의상은 스페인 사람들이 남미를 정복한 다음에 강제로 입게 해서 생겨난 것이라고 한다. 옷을 안 입고 수 만년을 살다보니 안데스 고지대의 극심한 추위와 강한 햇볕에 무신경이 되어 버렸나 보다. Edison도 인디언 피가 조금은 있는 듯 추위와 더위를 덜 타는 것 같다. 아침 식사가 나오는데 나는 커피, 집사람은 커피와 coca 차를 마셨다. Coca 차는 걷는데 힘을 내게 한다고 해서 마셔둔 것이다. 나도 마셔 봤지만 역시 효과를 못 봤다. 옆자리에서 어제 만난 프랑스 처녀들이 아침을 들고 있다. 사진을 찍고 싶다고 했더니 흔쾌히 응낙한다. 그러면서 자기네도 우리 사진을 찍고 싶다고 한다. 그래서 서로의 사진을 찍었다. 각기 자기 나라에 돌아가서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면서 수다를 떨 것이다. 아침을 들면서 숙소 집 주위를 살펴보니 가축이 많다. 개가 네 마리, 닭이 여섯 마리, 작은 당나귀가 세 마리, 큰 돼지가 두 마리, 양이 한 마리, 토끼가 10여 마리, 그리고 이 고장 별식으로 치는 기니 픽이 10여 마리다. 기니 픽을 보니 하도 귀여워서 기니 픽 요리 먹을 생각이 싹없어져 버렸다. 아침 식사를 끝내고 7시 45분경에 출발했다. 다음 숙소 Oasis Lodge로 가는 것이다. 가는 길은 어렵지 않아서 30분 오르막 길, 30분 내리막 길, 나머지 두 시간은 평지란다. 조금 걷다가 Edison이 길가에 있는 선인장 잎에서 팥알만 한 새까만 물체를 집어서 보이면서 벌레라고 한다. 그 벌레들 때문에 선인장 잎이 하야케 되면서 많이 상해있다. Edison이 그 벌레를 바위에다 놓고 짓누르니 빨간 피 같은 것이 흘러서 바위에 묻는다. 옛날부터 이 고장 여자들은 이 액체를 손톱과 입술을 빨갛게 치장하는데 썼다고 한다. 옛날 우리나라 여자들이 봉숭아 잎을 쓰든 것과 비슷한 얘기다. 그러나 벌레의 피를 사용하다니 좀 잔인하게 들린다. 조금 후에 길가에 수로가 나오는데 폭과 깊이가 약 50cm 정도이고 물이 꽉 차서 흐르는데 경사가 져서 물살이 무척 빠르다. Edison 얘기가 이 물은 지하수란다. 그래서 그런지 매우 맑고 깨끗했다. 계곡 주위의 산은 나무 하나 없는 민둥산인데 산 내부는 물로 꽉 찬 모양이다. Oasis Lodge에 거의 다 와서 길이 100m는 되 보이는 폭포가 보인다. 물 양이 제법 많아서 Edison에게 물어보니 이 물 역시 땅속에서 나오는 것이란다. 떨어지는 폭포 물은 다시 땅속으로 들어가 버린다. 참 신기하다. 폭포 아래로는 강이 흐르니 땅속으로 들어간 물은 땅 밑으로 흘러서 결국에는 강으로 흘러 들어갈 것이다. 내가 질문할 때 Edison이 나에게 설명하는 태도나 내용이 너무나 마음에 들어서 외국인 상대로 스페인어 선생을 하면 인기일거라고 하니 자기는 영어가 부족해서 안 된다고 한다. 그래서 내가 과테말라에서 스페인어 학원을 다닐 때 선생들은 영어가 너 보다 훨씬 못 했다고 얘기해 주었다. 그러니 Edison이 자기 얘기를 더 한다. 자기는 Lima에 있는 대학에서 법학 공부를 3년 하다가 가정 사정 때문에 (부인과 어린애 둘이 있다) 2년째 휴학하면서 일을 하고 있는데 조만간 복학해서 나머지 3년 공부를 (총 6년) 마쳐서 변호사가 되고 싶다한다. 그러나 페루에는 변호사가 너무 많아서 변호사가 되도 걱정이라고 한다. 지금 외국인 상대로 여행 안내원 일을 하면서 영어를 열심히 배우고 있는데 여행자들의 영어 발음이 너무 달라서 애를 먹고 있다고 한다. 예를 들면 덥다는 말을 영국 사람들은 "홋 (hot)" 이라 하고 미국 사람들은 "핫" 이라 하는데 영국 사람들에게는 "핫 (hat)" 은 모자고 모자는 미국 사람들에게는 "햇" 이니 정말 헛갈린다고 한다. 듣고 보니 그럴 만도 하다. Oasis Lodge에 가는 길에 Cosninhua와 Malata라고 불리는 두 마을을 지나갔다. Malata에는 조그만 성당이 있는데 보통 때는 닫혀 있다가 매년 2월 2일 초를 만드는 것을 기념하는 축제일에 딱 한번 만 열린단다. 마을 사람들은 보통 때는 계곡 위 도시 Cabanaconde에 있는 성당을 다닌다 한다. 마을밖에 축구장이 보인다. 축구가 인기이기는 하지만 전기가 들어온 후로는 젊은이들이 축구보다 텔레비전, 디스코, 전자게임에 시간을 더 보내기 때문에 옛날만큼 축구를 열심히 하지 않는다 한다. 11시경 Oasis Lodge 근처 강가의 다리에서 다른 여행자 그룹을 하나를 만났다. 그 그룹의 가이드가 나에게 "곤니찌와" 해서 나도 "곤니찌와" 해줬더니 스페인어로 "칸사도? (피곤해?)" 해서 "노 칸사도. (안 피곤해)" 했다. 영어로 "피곤해?"를 일본어로 어떻게 하느냐고 묻는다. 나는 일본인이 아니고 한국인이라고 했더니 그럼 한국어로는 어떻게 하느냐고 묻더니, 내가 대답하기도 전에 "힌드러" 하고 자답한다. 가만히 생각하니 "힘들어" 이었다. 한국 여행객에게 배운 모양이다. 발음을 고쳐 줬더니 고맙다고 한다. 남미의 여행 가이드를 하는 사람들은 이런 식으로 외국어를 배우는 모양이다. 학교에서 안 배우고도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는 유창하게 하는 사람들이 많고 일본어, 헤브루어를 (이스라엘 언어) 하는 사람들도 가끔 있다. 그리고 항상 새로운 외국어를 배우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이 사람들에게는 외국어를 하나라도 더 배워두는 것이 돈을 조금이라도 더 벌 수 있는 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친구는 한국어도 한 마디라도 배우려고 나에게 물어본 것이다. 나는 그들에게 항상 중국어 배울 준비를 하라고 일러준다. 10년 후에는 남미에 중국 여행객 천지일 것이기 때문이다. 11시 반경 Oasis Lodge에 도착하니 참 좋다. 잔디밭과 수영장이 있고 그 주위에 대나무로 만든 카바나들이 (cabana, 오두막 집) 둘러있다. 벌서 도착해서 쉬고 있는 외국 여행객 10여 명이 보인다. 카바나를 배정 받아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나와서 수영장 근처 그늘 밑 의자에 앉아서 맥주를 큰 병으로 하나 시켜서 마시며 주위 경치를 감상하니 세상 더 이상 부러울 게 없다. 한참 쉬다 수영을 했다. 처음에는 좀 춥더니 조금 있으니 즐길 만 했다. 수영장 물 역시 지하수이고 매일 밤 갈아서 참 깨끗했다. 추울 땐 햇볕으로, 더우면 그늘로, 의자를 옮기면서 책을 읽으니 딴 세상 같았다 (아침에 일어날 때는 추었는데 대낮엔 따끈따끈 했다). 아침에 만난 프랑스 여자들을 여기서 또 만났다. 이번에는 가까이 클로즈업 사진을 찍었다. 프랑스 여자들이 다른 나라 여자들보다 더 로맨틱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무얼까? 이곳이 너무나 마음에 들어서 집사람과 상의한 후 하루 더 있기로 하고 Edison에게 물어보니 문제없다고 한다. 그런 적이 종종 있는지 하루 더 묵는데 세끼 밥값, 방값해서 한 사람 당 22 sole (8,000원 정도) 계산이 금방 나온다. 가이드 요금은 얼마냐 했더니 그건 알아서 달란다. 조금 전에 어느 외국인 관광객에 물어 보았더니 가이드 요금이 하루에 20 sole이라니 (7,000원) 그 정도 처 주면 될 거다. 해가 지니 깊은 계곡이라 금방 깜깜해진다. 오후 6시 반경 촛불 켜 놓고 수영장 가에 있는 식탁에서 저녁 식사를 했다. 식사는 간단했다. 우선 큰 접시로 수프가 나오고 다음에는 메인으로 밥, 으깬 감자 (mashed potato), 토마토소스가 나오고 마실 거로는 커피, 티, coca 차등이 나왔다. 나는 여행 다닐 때는 식성이 매우 좋아서 아무거나 뚝딱 잘 먹어 치운다. 식사 후에는 한 시간 정도 별들이 무수히 보이는 밤하늘 밑에서 다른 여행객들과 (약 20명) 대화를 나눈 다음에 우리 카바나로 들어와서 Exodus 책을 좀 읽다가 꿈나라로 갔다. 여행지도 아침 식사를 하는 파리에서 온 두 프랑스 처녀들 귀여운 기니 픽 두 마리가 나를 쳐다보고 있다, 이 지방에서는 기니 픽 구이가 유명하다 계곡 주위 산 곳곳에 흐르는 수로 가이드 Edison은 이 사진에 좀 불량스럽게 나왔다, 아주 조용하고 다정한 친구다 이곳 사람들이 화장하는데 쓴다는 선인장, 우리나라 여자들이 옛날에 봉숭아를 쓰던 것과 마찬가지다 우리가 지나 간 Colca 계곡 중턱에 있는 한가한 Malata 마을 마을에서 만난 어린 소녀, 햇빛이 매우 강하다 마을 성당인데 일 년에 축제 때 딱 한번 열린단다 허물어진 집들이 많이 보이는데 사람들이 도시로 떠나서 그렇단다 이렇게 웅장할 수가 계곡 곳곳이 폭포가 있다 멀리 계곡 밑으로 Oasis Lodge 수영장이 내려다보인다 |